인생의 두 갈래 길에서
여기는 금산인삼랜드 휴게소이다. 지금 시각은 5시 13분, 식당문은 아직 열리지 않았다. 배가 고프지만 사먹을 데가 없다. 야외 휴게소에 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다.
아파트에서 3시 2분에 시동을 걸었으니 두 시간 가량 달렸다. 어둠을 뚫고 밤새 달렸다. 새벽 4시 반이 되자 시야가 분간되기 시작했다. 이후 급속도로 밝아 졌다. 4시 45분이 되자 산이 보이기 시작했고 하늘의 구름도 보였다.
현재 5시 18분, 세상은 완전히 밝았다. 그러나 아직 해는 뜨지 않았다. 일년 중에 가장 해가 길 때이다. 새벽의 여명이다.
해뜨기 전에 전조가 있다. 새벽의 여명이 그것이다. 그래서 새벽은 부지런함과 동어의가 되었다. 초기경전에서는 압빠마다와 깔리야미따로 표현되어 있다. 불방일과 선우를 말한다.
새벽이 왜 불방일과 동의어일까? 그것은 해와 관련이 있다. 새벽은 해뜨기 전의 전조이다. 마찬가지로 불방일은 깨달음의 전조가 된다. 선우가 왜 새벽과 동의어가 될까? 선우는 청정한 삶의 전부와도 같기 때문이다. 선우가 있다는 것은 깨달음이 보장되어 있다는 말과 같다.
히느님(brahma)은 출현하기 전에 먼저 빛부터 던진다고 한다. 마찬가지로 해가 뜨기 전에 새벽이 먼저 온다. 새벽의 여명은 불방일과 같은 것이고 선우와도 같은 것이다. 이제 조금 지나면 해가 떠오를 것이다.
남원 백장암이 이제 머지 않았다. 앞으로 1시간 이상 더 가면 된다. 허정스님을 만나기로 되어 있다. 방문한다고 했을 때 흔쾌히 수락했다. 오는 사람 막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많이 배운 사람, 지위가 있는 사람, 이름이 있는 사람은 막는 것 같다. 고향의 그 사람도 그런 것 같다. 3년째 막고 있다. 자비의 마음이 있다면 오는 사람 막지 않을 것이다.
백장암에서 9시에는 떠나야 한다. 해남에서 점심 약속이 있다. 귀촌한 대학친구가 사는 곳이다. 밤호박과 꿀고구마 등 해남 특산품을 생산하는데 매년 홍보해 주고 있다. 육년 된 것 같다. 그래서일까 친구 부부는 늘 반갑게 맞이해 준다.
고속도로를 달리면서 두 갈래 길을 접한다. 판단을 잘 해야 한다. 오른 길로 가야 한다. 왼 길로 가면 안된다. 인생길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오른 길로 가야 해메지 않고 목적지에 빠르게 도착할 수 있다.
“여보시오, 이 길을 따라 잠깐만 가면 두 길이 나타난다. 그러면 왼쪽을 버리고 오른쪽으로 가라. 그 길을 따라 잠깐만 가라. 그 길을 따라 잠깐만 가면 우거진 숲이 보인다. 그 길을 따라 잠깐만 가라. 그 길을 따라 잠깐만 가면 늪지대가 보인다. 그 길을 따라 잠깐만 가라. 그 길을 따라 잠깐만 가면 험준한 절벽이 보인다. 그 길을 따라 잠깐만 가라. 그 길을 따라 잠깐만 가면 풍요로운 평원이 보인다.”(S22.84)
두 갈래 길에서 네비만한 것이 없다. 그러나 최종적으로 본인 판단에 달려 있다. 나에게 있어서는 가르침(Dhamma)만한 네비가 없다. 인생의 두 갈래 길에서는 항상 오른 길로 가야 한다. 길의 안내자(Buddha)를 따라가면 된다. 핫도그 하나로 아침을 때운다.
2022-06-18
담마다사 이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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