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속의연꽃

나는 모니터에서 밭 가는 사업자

담마다사 이병욱 2022. 7. 11. 09:31

나는 모니터에서 밭 가는 사업자

 

 

오늘 아침 일찍 일터에 나섰다. 스마트폰을 보니 오전 69분이다. 새벽밥을 먹고 일찍 길을 나선 것은 해야 할 일이 있기 때문이다. 일이 쌓여 있어서 빨리 처리하지 않으면 안된다. 마치 농부가 여름 무더위 때 새벽에 들에 나가 김을 매는 것과 같다.

 

무더위와 열대야에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한다. 컨디션은 그다지 좋지 않다. 그러나 샤워를 하고 걷다 보면 새로운 기분이 든다. 오늘 하루를 어떻게 보내야 할 것인가? 일은 밀려 있다. 일인사업자에게 일감이 있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수입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고객들은 늘 급하다. 빨리빨리 해달라고 한다. 맞추어 주어야 한다. 가격이 문제 되면 네고 해 주어야 한다. 고객이 해달라는 대로 해주는 것이 좋다. 고객과 싸워서 좋을 것이 없다. 고객과 다툼하면 고객은 떠나 버린다. 이제까지 그렇게 해서 떠난 고객사가 얼마나 많았던가!

 

 

아침부터 속도를 냈다. 인쇄회로기판(PCB) 설계에서 가장 신경 써야 할 것은 부품작업하는 것이다. 전자부품 형상을 만들어 회로도에 넣는 작업이다. 가장 어려운 부품은 유에스비(USB)코넥터이다. 아직 규격화가 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제조회사마다 스펙이 다르다. 하나 만드는데 반시간 걸리는 것 같다.

 

부품을 만들면 라이브러리에 저장된다. 캐드시스템에는 수많은 라이브러리가 있다. 마치 도서관에 책이 보관 되어 있는 것처럼 필요할 때 꺼내 쓰면 된다. 일종의 공용부품이라고 볼 수 있다.

 

회로도에 부품 넣는 작업이 끝나면 배치를 해야 한다. 부품 배치를 하면 삼분의 이는 끝난다. 배치한 것에 대하여 고객의 승인이 이루어지면 그 다음 단계는 라우팅작업이다. 배선하는 작업을 말한다. 패턴을 형성하는 것이다.

 

인쇄회로기판(PCB) 설계는 크게 세 단계로 나누어 진행된다. 부품작업, 배치작업, 배선작업이다. 이 세 단계에서 가장 힘들고 주의를 기울여 할 작업은 부품작업이다. 부품의 형상을 만들어 일일이 회로도에 넣는 작업을 말한다.

 

부품 라이브리 작업을 할 때는 고도의 주의력을 필요로 한다. 그래서 주로 오전에 작업한다. 정신이 맑을 때 작업을 해야 효율이 높다. 이런 이유로 오늘 새벽같이 일터로 달려 왔다.

 

부품배치에 대한 승인이 이루어지면 그 다음 작업은 배선작업이다. 배선작업 하는 것은 마치 농부가 호미를 들고 밭을 매는 것과 같다. 아무 생각없이 해도 된다. 일종의 기계적 작업이기 때문이다.

 

밭 가는 사람은 수천, 수만번 호미질을 한다. 모니터에서도 밭을 간다. 인쇄회로기판 캐드 시스템을 띄어 놓고 모니터에서 클릭하는 것이다. 마우스를 수천, 수만번 클릭하다 보면 하나의 작품이 완성된다. 그래서 인쇄회로기판 배선 작업한 것에 대하여 업계에서는 아트워크(Artwork)’라고 한다.

 

아트워크해서 먹고 살고 있다. 키워드 광고할 때도 아트워크라는 말을 사용한다. 어쩌면 예슐작업하는 것인지 모른다. 캐드를 이용한 예술작업이다. 그러나 단 하나의 고객사만을 위한 작업이다. 원본파일은 고객사의 재산이 되기 때문이다.

 

작업을 할 때는 예술작품 만들듯이 한다. 그래서 키워드 광고용 홈페이지에서 첫화면에 온갖 공을 다들여서 하나의 예술품을 만들듯이 설계에 임하고 있습니다.”라고 써 놓았다.

 

라우팅(배선) 작업할 때는 밭 매는 것과 같다는 느낌이 든다. 배선작업 할 때는 별다른 주의집중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그래서 유튜브를 열어 놓는다. 눈으로는 모니터를 쳐다 보고 귀로는 유튜브를 듣는다.  눈과 귀로 동시적인 작업이 가능한 것이다. 엄밀히 말하면 시간차를 이용하여 일을 하는 것이다.

 

아무리 바빠도 글은 써야 한다. 의무적 글쓰기이다. 오늘은 해야 할 일이 많기 때문에 새벽같이 일터에 나와서 가장 까다로운 부품작업을 했다. 어느 정도 진척이 되었을 때 잠시 여유가 생겼다. 밭 매는 농부가 잠시 휴식을 취하는 것과 같다. 막간을 이용하여 이렇게 글을 쓴다. 오늘도 의무적 글쓰기를 해야 하기에.

 

 

2022-07-11

담마다사 이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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