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속의연꽃

옛날 일은 잊어 버리자

담마다사 이병욱 2022. 7. 15. 07:07

옛날 일은 잊어 버리자


지금 시각은 새벽 2 41, 너무 이른 시간이다. 열대야는 아니다. 견딜만 하다. 어제 너무 일찍 잠들어서 일찍 깼다. 이 시간에 무엇을 해야 할까? 글쓰기보다 좋은 것은 없는 것 같다.

어제 글쓰기 주제 하나를 생각했다. 좋은 제목이라 메모앱에 저장해 두었다. 그것은 '옛날 일은 잊어 버려라!'이다. 이렇게 정한 것은 지나간 일에 집착하기 때문이다. 좋았던 일이 다시 한번 재현 되기를 바라는 심정 때문이다. 다시 한번 그런 날이 올 수 있을까?

페이스북을 보면 예전에 썼던 것을 보여 준다. 일년전 것 뿐만아니라 수년전의 것도 보여준다. 오늘 날자에 대한 것이다. 글이나 사진을 보면 새롭다. 이런 때가 있었던 것이다. 사람들은 이런 것을 공유한다.

예전의 오늘 있었던 것을 보여주는 심리는 어떤 것일까? 아마 대부분 자랑하고 싶은 마음일 것이다. 나도 한때 이런 일이 있었던 것을 알리고자 하는 것이다. 정말 유익한 것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 좋았던 시절에 대한 회상이다. 페이스북 5년에 아직까지 과거 글을 소환한 적이 없다.

종종 과거를 회상하는 글을 본다. 좋았던 시절에 대하여 주로 사진을 위주로 보여준다. 작년 20대 시절을 회상하는 열풍이 불었다. 그 바람에 편승하여 몇차례 과거를 회상하는 글을 썼다. 그러나 매번 과거를 불러 들인다면 어떻게 보아야 할까?

추억을 먹고 사는 사람이 있다. 잘나가던 시절, 빛나던 시절에 대하여 알리는 것이다. 주로 젊은 시절에 대한 것이다. "나도 한때 이런 시절이 있었지."라며 회상하는 것이다. 어딘가 쓸쓸함이 베여있다.

과거를 자주 회상한다는 것은 현재상태가 불만인 경우가 많을 것이다. 생노병사에서 노와 병에 있기 쉽다. 인생의 말년에 과거를 소환하기 쉬움을 말한다.

"
젊어서 청정한 삶을 살지 않고
재산도 모으지 못했으니
고기 없는 연못에 사는
늙은 백로처럼, 죽어간다." (Dhp155)

누구나 빛나던 시절이 있다. 대개 이삼십대 젊은 시절이기 쉽다. 그러나 지금은 예전 같지 않다. 몸도 마음도 늙어 버렸다. 갖가지 병으로 시달리기도 한다. 이런 때 젊음을 회상한다면 날개 부러진 왜가리 같은데 나만 그런 생각일까?

누구나 좋았던 시절이 있다. 이를 리즈시절이라고 한다. 신조어이다. 이럴 때는 검색해 보아야 한다. 검색해 보니 "외모, 인기, 실력 따위가 절정에 올라 가장 좋은 시기."라고 설명되어 있다. 이어서 "영국 프리미어 리그의 축구 선수 스미스(Smith)가 축구 클럽 리즈 유나이티드에서 뛰어난 활약을 펼치던 때를 이르던 말에서 비롯하였다."라고 설명되어 있다.

나에게도 리즈시절이 있었을까? 아무리 생각해 봐도 그런 시절은 없었던 것 같다. 다만 젊다는 그 이유 하나로 리즈시절이라고 한다면 쉽게 동의할 것 같다.

한존재의 삶에서 인생의 절정은 어디일까? 그가 평범한 사람이라면 젊은 시절이 되기 쉽다. 그러나 젊음은 남용되기 쉽다. 이 젊음과 건강이 계속될 것 같은 자만에 빠지기 쉽다. 젊음은 즐기는 것으로 착각하기 쉽다. 결국 젊음은 노년에 종속되고 건강은 질병에 종속되고 만다.

젊어서 청정한 삶을 살지 않고
재산도 모으지 못했으니,
쏘아져 버려진 화살처럼,
누워서 옛날을 애도한다.”(Dhp.156)

리즈시절을 회상하는 사람들이 있다. 흔히 "라떼는 말이야"로 시작하는 사람들이다. 노인들에게서 주로 볼 수 있다. 미래보다는 과거지향적인 사람들이다. 이에 대하여 화살의 비유를 들 수 있다. 쏘아져 버려진 화살이다. 게송에 대한 주석을 보면 다음과 같이 설명되어 있다.

"
화살이 활에서 쏘아지면, 순간적으로 날아 간 뒤에, 바닥에 떨어져 무한의 먹이가 된다. 그것을 다시 주어서 활에 사용하는 사람은 없다. 이와 마찬가지로 사람의 경우도 목숨이 다한 뒤에 죽음을 만나서 자신을 다시 일으켜 세워 다시 살아날 수 없다. 그들은 자신들이 행하고 먹고 마시고 춤추고 노래하고 놀고 한 것에 대하여우리는 이와 같이 먹었고, 이와 같이 마셨다.’라고 통곡하고 애통해하며 회상하고 후회하며 누워있게 된다.”(DhpA.III.132-133)

대부분 사람들은 즐기는 삶을 산다. 무엇을 즐기는가? 감각을 즐기는 것이다. 오욕락을 즐기는 삶을 말한다. , , , , 몸으로 형상, 소리, 냄새, , 접촉을 즐긴다. 이렇게 즐기는 삶을 살다보면 세월가는 줄 모를 것이다.

술집에서는 시간이 잘 간다. 먹고 마시고 떠들고 춤추다 보면 날이 샌다. 해가 뜰 때 귀가 한다면 어떤 생각이 들까? 햇볕 보기가 미안할 것이다. 남들이 일터로 향할 때 술집 문을 나선다면 눈부신 햇살 보기가 부끄러울 것이다.

대부분 사람들은 감각을 즐기는 삶을 살고 있다. 감각기관은 즐기라고 있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한평생 감각을 즐기는 삶을 살았을 때 결과는 어떠할까? 법구경에서는 날개 부러진 늙은 왜가리와 쏘아져 버려진 화살로 묘사했다. 아무짝에도 쓸모 없는 사람이 되었을 때 리즈시절만 회상하며 사는 사람이 된다.

어떻게 살아야 할까? 부처님 가르침을 접하면 알 수 있다. 법구경에 따르면, 출가의 삶을 산다면 청정한 삶을 살아야 하고 재가의 삶을 산다면 재산을 모으는 삶을 살아야 한다고 했다. 여기서 재산은 반드시 물질적 재산만을 의미하지는 않을 것이다. 학문적 업적이나 공덕 등 눈에 보이지 않는 정신적 재산도 해당된다고 본다. 이것도 저것도 아니면 날개 부러진 늙은 왜가리나 쏘아져 버려진 화살의 신세가 되기 쉽다.

늘 현재를 살아야 한다. 부처님은 "지금 이순간을 즐겨라!"라고 말한 적이 없다. 지금 이순간은 즐겨야 하는 것이 아니라 알아차려야 한다. 그래서 부처님은 "현재 일어나는 상태를 그때 그때 잘 관찰하라."(M131)라고 했다.

종종 과거 이야기할 때가 있다. 그런 경우 "그건 그때 일이고"라며 제지 받을 때가 있다. 과거 보다 현재가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마음이 과거에 가 있으면 날개 부러진 늙은 왜가리나 쏘아져 버려진 화살이 되기 쉽다.

과거를 회상한다고 해서 과거의 영광이 재현되는 것은 아니다. 과거는 지나갔다. 그럼에도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려 한다면 이상과 현실의 괴리가 큰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다.

세월만큼이나 사람도 늙었다. 결코 그시절은 오지 않는다. 이미 지난 일이다. 그때와 지금은 조건이 같지 않다. 그럼에도 자꾸 "어게인"하고자 한다면 자신만의 생각에 빠져 사는 사람이 된다.

자꾸 생각을 하면 생각의 길이 나게 되어 있다. 그 결과 계속 그 길로 가게 되어 있다. 외곬의 길로 가는 것이다. 외골수가 된다. 그런데 생각의 길은 현실과 다르다는 것이다. 생각이 많은 사람은 현실을 제대로 보기 힘들다. 생각과 현실 사이에 괴리감이 있는 것이다.

자신만의 생각에 빠져 있는 사람은 현실을 제대로 보기 힘들다. 이는 실제를 보기 힘들다는 말과 같다. 실제는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을 말한다.

자신만의 생각에 빠져 사는 사람은 실제를 보지 못한다.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보지 못하는 것이다. 생각과 실제와의 사이가 벌어질수록 망상이 되기 쉽다.

생각속에서 사는 사람은 현실을 제대로 보기 힘들다. 생각속에 살다가 현실에 직면하게 되었을 때 "? 생각대로 안되네."라고 말할 것이다. 자신의 뜻대로 안된다는 것을 알게 된다. 현실과 괴리가 큰 사람이다.

과거에 사는 사람이 있다. 과거 좋았던 것을 소환해서 다시 시도해 보려 하지만 잘 되지 않는다. 과거의 조건과 현재의 조건이 맞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자꾸 과거의 일을 현실에서 재현하고자 한다면 이상한 사람이 되어 버린다.

상대방은 과거의 그 사람이 아니다. 그것도 30-40년 되었다면 과거와는 전혀 다른 사람이다. 그럼에도 과거 인연을 현실에서 그대로 재현하고자 한다면 망상속에 사는 사람이 된다.

자신만의 생각에 빠졌을 때 망상이 되기 쉽다.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기 때문에 망상속에 사는 사람이 된다. 실제를 보지 못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사람들은 실제를 보지 못하는 것일까?

오온을 자신의 것이라고 여기고 있는 한 실제를 보기 힘들다. 과거를 회상하며 기뻐하거나 슬퍼하는 것도 오온을 나의 것, , 나의 자아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떻게 생각하든지 그것은 생각처럼 되지 않습니다."(Stn.588)라는 말이 있다.

생각처럼 되지 않는다. 내뜻대로 되지 않음을 말한다. 자식도 내뜻대로 안되고, 아내나 남편도 내뜻대로 되지 않는다. 돈도 내뜻대로 벌리지 않는다. 대통령도 내뜻대로 말을 듣지 않는다. 내뜻대로 되는 것이 하나도 없을 정도이다. 왜 그런가? 자신만의 생각에 빠졌기 때문이다. 자신의 생각과 현실이 다른 것이다. 실제를 보지 못한 것이다.

현명한 자와 어리석은 자가 있다. 현명한 자는 실제를 보는 자를 말한다. 어리석은 자는 자신만의 생각에 빠져 사는 자를 말한다. 현명한 자가 되고자 한다면 생각과 실제와의 거리를 좁혀야 한다. 생각과 실제가 일치하는 사람은 현실을 제대로 보는 사람이다. 있는 그대로 보는 사람이다. 그래서 부처님은 "현재 일어나는 상태를 그때 그때 잘 관찰하라."(M131)라고 했을 것이다.

새벽에 너무 일찍 깼다. 잠은 잘만큼 잤다. 글을 쓰다 보니 시간이 잘 간다. 현재시각 4 56분이다. 무려 2시간 15분 동안 엄지로 쳤다. 정리하는데 30분 걸릴 것이다. 이렇게 해서 또하나의 글이 탄생하게 되었다. 소중한 글이다. 버리지 않고 모아 둔다. 인터넷의 바다에 띄운다. 글은 모아두면 나중에 책이 된다.

지나고 나면 모두 추억이 된다. 아프고 쓰렸던 것도 추억이 된다. 그러나 옛날에 빠져 산다면 자신만의 생각에 빠져 사는 사람이 되기 쉽다. 현실을 사는 사람이 아니다. 더구나 "어게인"하며 다시 한번 그런 날이 오기를 고대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과거는 지나간 것이다. 이미 지난 일이다. 그럼에도 과거에 집착한다면 이는 오온에 대한 집착이기 쉽다. 과거의 일을 나의 것, , 나의 자아라고 여겼을 때 망상가가 되기 쉽다.

나이 들어 과거에 산다면 날개 부러진 늙은 왜가리가 되기 쉽다. 쏘어져 버려진 화살과도 같은 신세가 되기 쉽다. 숫따니빠따 '화살의 경'에 있는 것처럼 "어떻게 생각하든지 그것은 생각처럼 되지 않습니다."(Stn.588)가 되기 쉽다. 오온이 내것이라 하지만 무상하고 괴롭고 실체가 없는 것이다. 오온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 옛날 일은 잊어 버리자.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지 말고
미래를 바라지도 말라.
과거는 버려졌고
또한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다.
그리고 현재 일어나는 상태를
그때 그때 잘 관찰하라.”(M131)


2022-07-15
담마다사 이병욱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