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속의연꽃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가게 주인

담마다사 이병욱 2022. 8. 16. 21:02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가게 주인

 


팔월도 중순이다. 어제 말복이었다. 이제 더위는 다 간 것일까? 아침저녁으로 선선하긴 하지만 한낮 햇살은 강렬하다.

불과 사오일 전에 폭우가 있었다. 세상을 쓸어 버릴듯한 기세였다. 그 결과 안양천이 범람 일보직전까지 갔다. 비산대교가 위태로웠다. 하천 주변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은 밤새 긴장했다고 한다.

카톡으로 한장의 사진을 받았다. 비가 엄청나게 오던 날 밤 비산대교를 집어 삼킬 듯한 사진이다. 하천 바로 옆에 있는 아파트 단지의 지하주차장은 침수되었다.

 


비가 오고 나면 다음날 날씨는 맑다. 마치 세상을 물청소한듯 하다. 도시의 오물이 모두 씻겨 내려 간 듯하다. 그러고 보면 일년에 몇차례는 폭우가 내려야 한다. 다만 침수되지 않을 정도가 되어야 한다.

비가 온 다음날 세상은 살 맛 난다. 하늘은 푸르고 흰구름이 떠 있다. 햇살은 눈부시다. 거리는 깨끗하다. 대로 가게 사람들은 유리창을 닦고 있다. 손님 맞을 준비 하고 있는 것이다.

 


세상에 아름다운 장면이 많다. 기암괴석의 진경산수화를 보는 듯한 풍광도 아름답지만 그것 못지않게 삶의 현장도 아름답다. 자신의 가게를 청소하는 사람에게서 삶의 활력을 본다. 앞치마를 두르고 가게 유리창을 닦는 모습이야말로 이 세상에서 가장 멋진 장면 아닐까?

누구나 꿈이 있다. 종업원은 자신의 가게를 갖는 것이 꿈일 것이다. 사무원이라면 자신의 사무실을 갖는 것이 꿈일 것이다. 소박한 꿈이다. 이들을 흔히 자영업자라고 한다. 또 다른 말로 사업자라고 한다. 더 자세하게 말하면 개인사업자인 것이다.

개인사업자는 공간을 필요로 한다. 가게나 사무실이 있어야 한다. 주거 공간인 아파트는 허용되지 않는다. 자영업자들은 자신의 가게에서 자신의 사무실에서 미래를 꿈꾼다. 그러나 수입은 형편 없다. 가게나 사무실 유지하기도 힘들다.

이런 이야기가 있다. 길을 걷다가 뒤에서 누군가 "사장님!"하며 불렀을 때 열에 두세명은 뒤돌아 본다고 한다. 그 정도로 자영업자는 많다. 그렇다면 자영업자들의 평균소득은 어떠할까? 아마 비정규직보다 못할 것이다. 비정규직의 월평균임금은 123만원가량이라고 한다.

요즘 거리를 보면 일년이 멀다하고 가게 주인이 바뀌는 것 같다. 임대사무실도 이와 다르지 않다. 흥하는 사람보다 망하는 사람이 훨씬 더 많다. 그럼에도 가게를 가진 사람들이나 사무실을 가진 사람들은 오늘도 내일도 문을 연다. 귀인을 기다리는 심정으로.

며칠전 눈부시게 화창한 아침에 가게 유리창을 닦는 사람들을 보았다. 대로 변에 있는 옷가게와 악세사리를 파는 잡화점이다. 가게 주인은 앞치마를 두르고 진열대 창을 열심히 닦고 있었다. 손님맞을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희망의 끈을 놓고 있지 않는 것 같다. 오늘도 귀인을 기다리는 심정으로.

2022-08-16
담마다사 이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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