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평화불교연대

절구질로 하루일과를 시작하며

담마다사 이병욱 2022. 8. 20. 07:38

절구질로 하루일과를 시작하며

 

 

지금시각 621분이다. 일터에 도착해서 가장 먼저 한 일은 절구질이다. 절구커피를 만들기 위한 절구질을 말한다. 이전과는 양상이 다르다. 이른바 블렌딩을 했기 때문이다.

 

이전에는 원두 한종류만 빻았다. 이번에는 두 종류의 원두가 확보 되었다. 하나는 일반원두이고 또하는 향이 좋은 원두이다. 두 종류의 원두를 각각 10개가량 절구통에 넣고 절구질했다.

 

 

하루일과는 절구질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절구질하다 보면 오늘 어떤 일을 해야 할지, 일의 우선순위를 어떻게 매겨야 할지에 대해서 생각하게 된다. 마치 머리 감을 때 좋은 생각이 떠오르듯이 절구질 하다 보면 굿아이디어가 떠오른다.

 

 

절구커피를 마셔 보았다. 맛과 향이 좋다. 이전과는 맛이 확실히 다르다. 맛에 대한 갈애가 있는 것 같다. 나도 커피에 중독된 것은 아닐까? 한번 맛 보았으니 이전으로 되돌아가기는 힘들 것 같다.

 

 

오늘은 수련회 가는 날이다. 정의평화불교연대(정평불)와 신대승불교네트워크(신대승)의 연합수련회가 있는 날이다. 안성시 죽산면에 있는 활인선원에서 열린다. 아마 재가불교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 아닌가 생각된다. 서로 다른 성격의 두 재가단체 멤버들이 일박이일로 수련회 갖는 것이다.

 

이번 수련회는 3년만이다. 코로나 이전 20198월 경남 거창에 있는 고반재에서 일박이일로 열렸다. 이후 코로나로 열리지 못했다. 이제 코로나가 퇴조 되는 시기에 오프라인이 모임이 재개 되었고 일박이일 수련회까지 열리게 되었다.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다. 다시 시작된 코로나 유행기에 자제하자는 분위기도 있었다. 그러나 오래 전에 계획된 것이었다. 수련회가 열릴 때쯤 되면 유행의 피크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도 기대되었다.

 

이번 수련회에 회원들이 얼마나 참여할까? 초미의 관심사가 되었다. 일단 집행부 사람들이 솔선수범을 보여 주기로 했다. 그러나 다들 사정이 있는 것 같다. 침묵이 길어지자 나서지 않을 수 없었다.

 

최소한 열명은 채워야 한다. 더구나 연합수련회이다. 그러다 보니 약간은 경쟁심리가 발동했다. 저쪽 보다 한명이라도 많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생겨났다. 물론 선의의 경쟁이다.

 

문자를 보내고 카톡을 보냈다. 마침내 한명두명 참가자가 나타났다. 김우헌 선생도 그런 사람중의 한분이다.

 

친구란 무엇일까? 광고 문구에서 듣는 것처럼 필요할 때 도움을 주는 친구가 친구인 것이다. 디가니까야에 선우의 조건이 있다. 좋은 친구의 조건은 “1)도움을 주는 사람은 좋은 친구라고 알아야 하고, 2)즐거우나 괴로우나 한결 같은 사람은 좋은 친구라고 알아야 하고, 3)유익한 것을 가르쳐 주는 사람은 좋은 친구라고 알아야 하고, 4)연민할 줄 아는 사람은 좋은 친구라고 알아야 합니다.”(D31.16)라고 했다.

 

김우헌 선생에게 참여를 요청 했다. 김우헌 선생은 흔쾌히 동의했다. 이전에도 그랬다. 올해 봄에는 전재성의 금요니까야 식사모임에 참여를 요청했었는데 그때도 흔쾌히 참석해 주었다. 김우헌 선생은 정평불 정진산행 멤버이기도 하다.

 

회원들은 나이가 많다. 거의 대부분 베이비붐세대이다. 그러다 보니 50대 이상이다. 참가자들은 대부분 60대이다. 이와 같은 노령화 현상은 어느 모임이나 단체이든지 사정은 비슷한 것 같다.

 

I선생에게도 문자를 보냈다. 수련회에 빠짐없이 참여했기 때문에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았다. 그러나 몸 상태가 좋지 않다고 했다. 나이가 70이 가까우니 그럴만하다. 몸이 추스러지면 그때 가서 보자고 했다.

 

노인 건강은 건강이 아니라는 말이 있다. 오늘 건강하다가도 내일 어떻게 될지 모른다. 반면 오늘 컨디션이 엉망이어도 하루밤 잘 자고 나면 다음날 개운할 수 있다. I선생은 다행히도 몸이 어느 정도 몸이 추스러진 것 같다. 참여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참여자 중에는 일정을 조절한 사람도 있다. 수련회날자와 행사가 겹쳤는데 일정을 조절하여 참여한 것이다. 이렇게 한사람한사람 참여하다 보니 12명이 되었다.

 

 

모임이란 무엇일까? 모임이란 모여야 모임이 성립된다. 모이지 않는 모임은 상상할 수 없다. 더구나 일박이일 수련회에 참여하려면 큰 마음 먹어야 한다.

 

나이가 들면 여행하기가 쉽지 않다. 집에서 가만 있는 것이 가장 편할 것이다. 그러나 집에 있으면 자세가 나온다. 집에 있으면 누워 있기 쉽다. 누우면 죽고 걸으면 산다는 말이 있다.

 

눈만 뜨면 밥만 먹으면 밖으로 나가야 한다. 밖에 나가서 사람을 만나야 한다. 사람을 만나서 우정을 쌓아야 한다. 노년에 이것밖에 할 것이 없다. 이렇게 본다면 일박이일 수련회야말로 절호의 찬스가 된다.

 

수련회 가면 모든 것이 불편하다. 무엇보다 잠자리가 불편하다. 낯선 곳에서 잠을 자다 보면 잠이 잘 오지 않는다. 더구나 옆에 사람이 있으면 더욱더 잠이 오지 않는다. 그래서 항공담요를 하나 준비했다. 여행가면 늘 가지고 다닌다. 그럼에도 수련회를 가는 것은 우정을 쌓기 위해서이다.

 

우정을 쌓는데 있어서 여행만한 것이 없다. 모여서 함께 이동하고, 함께 밥을 먹고, 함께 차를 마시고, 함께 잠을 자면 자연스럽게 자동으로 우정이 생겨난다. 물론 남자와 여자는 다른 방을 사용한다.

 

차기를 준비 했다. 그 동안 재활용품 가게에서 한세트 한세트 사 모으다 보니 꽤 된다. 저녁에 차담을 하기 위한 것이다. 사람 수에 맞추어 두 세트씩 준비 했다. 물을 끓일 수 있는 전기포트가 포함시켰다. 차는 침향차와 녹차를 준비 했다.

 

 

이번 일박이일 수련회는 여행가는 것과 같다. 마치 해외여행 가듯이 국내여행 가는 것이다. 그런데 수련회이기 때문에 무언가 유익한 것을 추구해야 한다. 강연을 듣고 산행을 하고 울력을 하는 등 스케줄에 따라 움직이기 때문에 단지 즐기는 여행과는 다른 특별한 것이다.

 

한국 재가불교 역사상 처음 시도해 보는 연합수련회 가는 날이다. 두 단체 멤버가 모이다 보니 일종의 경쟁심도 생겨나는 것 같다. 한명이라도 더 많이 참여하게 하는 것이 목적이 되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을 사귀는 것이다.

 

친구를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숫따니빠따에서 야차 알라바까가 부처님에게어떻게 해서 친교를 맺습니까?”라고 물었다. 이에 부처님은그는 보시함으로써 친교를 맺습니다.”(Stn.187)라고 답했다. 친교의 조건이 보시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먼저 베풀어야 한다. 해주기만을 바래서는 안된다. 저쪽 단체 사람들을 위해서 선물을 준비했다. 늘 가지고 다니며 줄 준비가 되어 있는 이미우이 명상치유음악 씨디를 말한다.

 

 

선물은 얼어 붙은 마음도 녹일 수 있다. 심지어 원한 맺힌 자도 고개 숙이게 할 수 있다. 뇌물이 아닌 선물은 상대방의 마음을 누그러뜨리기에 충분하다. 이미우이 음악을 들으면 반하지 않을 사람 없을 것이다.

 

 

오늘도 절구커피와 함께 하루일과가 시작되었다. 새벽에 일어나서 아침 일찍 일터에 나와 자판을 두드리고 있다. 그런 오늘은 특별한 날이다. 3년만에 열리는 수련회날이고 무엇보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날이다. 가슴 설레는 날이다. 앞으로 재가불자 여러 단체들이 함께 하는 연합수련회를 기대해 본다.

 

 

2022-08-20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