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속의연꽃

이번 기회가 지나면 다시는 오지 않을 것 같아서

담마다사 이병욱 2022. 9. 5. 09:50

이번 기회가 지나면 다시는 오지 않을 것 같아서

 

 

글이 대체로 길다. 글이 길다 보니 패스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어떤 이는 제발 좀 줄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글을 줄일 수 없다. 오래 전부터 습관이기도 하거니니와 무엇보다 표현을 하기 위해서는 글이 길어질 수밖에 없다.

 

긴 글임에도 읽어 주는 사람이 있다. 이런 사람들에게 선물이라도 하고 싶고 점심이라도 대접해 주고 싶다. 실제로 그렇게 한 적이 있다. 작년에 백명 가까운 사람들에게 이미우이 명상치유음악 씨디를 보내 주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프라인에서 만나는 경우는 드물다.

 

이런 생각도 해 보았다. 만남의 날을 갖는 것을 말한다. 만나서 감사의 말을 전하고자 하는 것이다. 수많은 사람들을 일일이 찾아 다니며 다 만날 수 없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안양에 있는 사무실로 초대하는 것이다.

 

만남의 날을 가질 수 있을까? 갖게 된다면 서울과 수도권 사람들이 대상이 될 것이다. 과연 몇 명이나 올 수 있을까? 식당에 한테이블만 되어도 만족할 것 같다. 그러나 먼 거리에 있는 사람들을 오라고 하는 것은 부담스럽다. 사람들의 시간과 돈과 정력을 빼앗는 결과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가장 좋은 것은 찾아 가는 것이다. 찾아 가서 감사의 마음과 감사의 말을 전하는 것이다. 물론 선물도 챙겨야 한다. 이미우이음악씨디는 기본이다. 이런 생각을 오래 전부터 해왔으나 실천이 되지 않고 있다. 게으르기 때문일 것이다.

 

어제 아침에 글을 하나 올렸다. 봉은사 승려들이 전재가종무원을 폭행했는데 규탄대회에 참여하기 위한 글을 올린 것이다. 이에 W선생이 글을 하나 주었다. W선생은 부산에서 사는데 당일 서울나들이 계획이 있다고 했다. 또한 조계사에 들를 것이라고 했다.

 

W선생의 글을 접하고 잠시 생각을 가졌다. 만나야 할까 말아야 할까? 만나기로 했다. 만나기로 한 것은 먼 곳에서 일부로 올라 온 것이기 때문이다. 결혼식 참석을 목적으로 올라온 것이 크지만 조계사에서 얼굴 한번 보자는 것으로 비추어졌다. 이런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 W선생과 약속했다. 조계사에서 오후 3시에 뵙기로 했다.

 

온라인에 친구들이 많다. 페이스북에서는 페친, 페이스북친구라고 한다. 올린 글에 공감해 주고 글을 주는 수많은 페친들이 있다. 긴 글을 읽어 주는 고마운 사람들이다. Y선생도 그런 분들 중의 하나이다.

 

일기일회(一期一會)라는 말이 있다. 한번의 기회를 놓치지 말라는 뜻으로 알고 있다. 이번 기회가 지나가면 다시는 오지 않을지 모른다. 사람과의 만남도 그렇다. 먼 곳에서 일부로 오신 W선생을 만나고자 한 것은 이번이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한번 맺은 인연을 소중하게 생각한다. 인연이 악연이 되지 않고 선연이 되기를 바란다. 온라인 친구들도 인연이 될 수 있을까? 그러나 전원스위치를 끄면 그만이다. 물론 다음에도 볼 수는 있지만 어디까지나 가상공간에서의 일이다. 쉽게 만나서 쉽게 헤어지는 곳이 온라인에서 만남이다.

 

온라인에서 인연 맺은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백번, 천번 온라인에서 보는 것보다는 한번 만나서 직접 대면한 것보다 못하다. 기계에 의한 만남과 실제로 만남과의 차이는 천지차이보다 더 크다. 기계는 차가운 것이지만 사람에게는 따뜻한 정이 있기 때문이다.

 

W선생을 조계사에서 만났다. 약속보다 거의 30분 늦게 도착했다. W선생은 손자와 손녀와 함께 기다리고 있었다. 사진으로만 보다가 실제로 보니 더 나이 들어 보였다. 거의 어머니뻘 된다.

 

 

조계사 경내 한켠에 커피를 파는 곳이 있다. 커피뿐만 아니라 유자차 등 전통차도 판매한다. 야외 테이블에 앉아서 전통차를 마셨다. W선생은 장성한 손주들에게 탑돌이 하며 기다리라고 했다. 30분 가량 이야기를 나누었다.

 

만남을 가질 때 한가지 원칙이 있다. 그것은 여자와 단둘이 만나지 않는 것이다. 모임이나 단체에 수많은 법우님들과 도반님들이 있지만 단둘이 만난 적이 없다.

 

여성 법우님들과 만나야 할 때는 반드시 세 명 이상 일 때 만났다. 그러나 예외는 있다. 나보다 나이가 훨씬 많은 법우님을 만날 때는 둘이서 만날 때도 있다. 나이가 열살 차이 이상 되는 경우가 많다.

 

W선생은 연령으로 보아서 어머니뻘이다. 어머니와 같은 나이의 W선생은 활동을 많이하셨다. 불교여성개발원이 창립되었을 때 부산지부장을 했다고 한다. 또한 불자집안이다. 2년전에 104세로 작고한 시어머니는 부산에서 참선지도를 한 대보살이었다고 한다.

 

이야기는 술술 잘 풀렸다. 걸림도 없고 막힘도 없었다. Y선생은 고등학교 교사로 정년퇴임했다고 한다. 국어를 가르쳤다고 한다. 내 글에 대한 칭찬도 해주었다. 맞춤법 등이 맞다고 했다. 그러나 이는 엠에스워드(MS Word)에서 바로 잡아 주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W선생에게 선물로 이미우이 명상치유음악 씨디를 세 장 주었다. 이미 작년에 우편으로 전달한 바 있지만 늘 가지고 다니기 때문에 준 것이다. 혹시 며느리나 아들이나 손자들이 들으라고 준 것이다.

 

W선생이 답례로 돈을 주었다. 처음에는 깜짝 놀랐다. 이제까지 돈을 받아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책이나 먹거리 등 선물은 받아 본적은 있다. 그러나 봉투를 받아 본 적은 없다. 그런데 오만원짜리 두 장을 내미는 것이었다.

 

참으로 난감했다. 이럴 때 어떻게 해야 할까? 단호히 뿌리쳐야 할 것이다. 그러나 어머니 같은 연세의 선생에게 돈을 받았을 때 뿌리치기가 어려웠다. 주는 사람의 마음도 생각해야 했다.

 

 

니까야를 읽어 보면 인연에 대한 이야기가 많다. 특히 게송에 대한 인연담에서 자주 볼 수 있다. 전생에 대한 이야기를 말한다. 법구경, 숫따니빠따, 테라가타, 테리가타에서 볼 수 있다.

 

테라가타 게송에 대한 인연담을 보면 반드시 전생에 대한 인연담이 실려 있다. 예를 들어 111번 게송에서 젠따 장로에 대한 인연담을 보면 그도 이전의 부처님들 아래서 덕성을 닦고 이러저러한 생에서 해탈을 위해 착하고 건전한 것을 쌓고 씨킨 부처님 당시에 하늘 아들로 태어났다. 어느 날 스승을 뵙고, 청정한 믿음을 내어 낀끼라따 꽃으로 꽃공양을 했다. 그는 그 공덕으로 천상계와 인간계를 윤회하다가 고따마 부처님께 탄생할 무렵, 마가다 국의 젠따라는 마을의 한 지역왕의 아들로 태어나 젠따라는 이름을 얻었다.”(ThagA.I.233)라고 되어 있다.

 

인연담을 보면 공양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연각불에게 꽃 한송이 공양한 공덕으로 천상에 태어났다는 식의 이야기가 많다. 이렇게 본다면 주는 행위는 커다란 공덕을 쌓는 것이 된다.

 

맛지마니까야에 보시에 대한 분석의 경’(M142)이 있다. 경에 따르면, “축생에게 보시한다면, 그 보시는 백 배의 갚음이 기대된다.”(M142)라고 했다. 또한 "부도덕한 일반사람들에게 보시한다면, 그 보시는 천 배의 갚음이 기대된다.”(M142)라고 했다. 하물며 청정한 수행자에게 보시하는 공덕은 어떠할까?

 

사람과 사람의 만남은 중요하다. 어떤 만남은 최악의 만남이 될 수 있다. 만나서는 안될 사람을 만났을 때 전생의 원수를 만났다고 한다. 이는 사랑하지 않는 것과 만남에 따른 괴로움(怨憎會苦)’이 될 것이다.

 

만남이 원증회고가 되었을 때 전생에 어떤 일이 있었음에 틀림 없을 것이다. 그러나 아름다운 만남도 있다. 나에게 도움이 되는 만남이 있다. 그것은 전생에 아름다운 인연이 있었음에 틀림없다. 이렇게 본다면 만남은 소중한 것이다.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고 했다. 여기 이렇게 만남을 갖게 된 것은 전생의 인연 없이는 불가능한 일일 것이다. 인연이 선연이 되게 하지 않을 수 없다.

 

W선생은 멀리서 일부러 찾아 왔다. 글을 읽어 주는 감사의 마음을 직접 찾아가서 전달했어야 했는데 일부러 찾아 왔을 때 만나지 않을 수 없었다. 아니 한번뿐인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 미천한 블로거를 만나 주고 돈까지 주었다. 좋은 인연이다.

 

 

2022-09-06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