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속의연꽃

아름다운가게에서 횡재한 르까프 등산화

담마다사 이병욱 2022. 10. 7. 13:44

아름다운가게에서 횡재한 르까프 등산화

 

 

모든 것이 다 끝났다. 이제 홀가분하다. 오늘 오전 메일을 발송함으로서 일이 종료된 것이다. 지난 여름부터 동시에 네 가지 일감이 걸려 있었는데 오늘 일을 처리함으로 인하여 모두 끝난 것이다.

 

일감이 있으면 일이 마음 한켠에 차지하고 있다. 일이 끝날 때까지는 마음의 여유가 없다. 그러나 일이 없으면 한가해진다. 마음도 여유를 가지게 된다. 홀가분한 마음으로 길을 나섰다. 목적지는 안양중앙시장이다.

 

안양중앙시장은 네 정거장 거리에 있다. 슬슬 걸어가기에 부담 없다. 날씨도 맑고 화창하다. 약간 써늘한 느낌은 있지만 걷기 운동하기에 좋다. 뒷짐을 쥐고 경행하듯이 천천히 걸었다.

 

중앙시장 가는 길에 들러야 할 곳이 있다. 굿윌스토어와 아름다운가게이다. 두 곳 모두 재활용품 매장이다. 기부 받은 것을 싸게 파는 곳이다. 한가하고 여유있을 때 일없이 가보는 곳이다.

 

재활용품 가게에 가면 건지는 것이 있다. 어떤 것이 걸릴지 알 수 없다. 다기세트 등 몇 건 건졌다. 그것도 아주 저렴하게 만족할만한 가격으로 산 것이다. 그래서 건졌다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오늘은 어떤 것을 건질 수 있을까?

 

굿윌스토어 마당에는 모과나무가 하나 있다. 가을이어서일까 모과가 잔뜩 열려 있다. 모과는 못생긴 과일로 알려져 있지만 보기에는 풍요롭게 보인다. 나에게는 빵처럼 보인다.

 

 

모과를 보면 망고와 비슷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열매 모양이 유사한 것이다. 멀리서 보았을 때 틀림없는 망고나무 같았다. 미얀마 빤디따라마 위빠사나 수행센터에서 본 망고나무와 똑같았다. 망고와 모과, 발음까지 비슷하다.

 

굿윌스토어에서 하나 건진 것이 있다. 그것은 종이필터이다. 원두커피를 내려 마실 때 필요로 되는 것이다. 더구나 사이즈가 1-2인용이어서 나에게 딱 맞다. 더욱더 매력적인 것은 가격이다. 백개에 500원이다. 가격이 너무 싸다. 일제 것은 천원이다. 500원짜리만 사는 것이 찜찜했다. 품질보증이 안되는 것 같아 보였다. 일제 것 2봉과 500원짜리 2봉을 샀다.

 

 

중앙시장을 향해 계속 걸었다. 중앙시장 한 정거장 전에 아름다운가게가 있다. 굿윌스토어와 마찬가지로 재활용품 매장이다. 이 두 곳은 반드시 들르는 곳이다. 오늘은 어떤 것을 건질 수 있을까?

 

재활용품 가게에는 의류가 많다. 주로 여성의류가 압도적으로 많다. 그래서인지 여성고객들이 많다. 혹시 등산화가 있을지 몰라서 찾아 보았다. 마침 눈에 띄는 것이 하나 있었다. 가격표를 보니 13,000원이다.

 

 

등산화는 좋은 것을 신으라고 한다. 가능하면 고급 브랜드 것을 사라고 한다. 등산을 많이 다녀본 전문가가 말한 것이다. 고급 등산화는 이삼십만원 할 것이라고 했다. 어제 이마트에서 확인한 것은 125천원이었다. 그런데 13,000원이라니! 가격이 믿어지지 않았다.

 

등산화를 신어 보았다. 발에 딱 맞는다. 앞의 코도 여유가 있다. 보통 10미리 여유 있는 것을 고르라고 했다. 신어 보니 발을 잘 잡아 준다. 바닥도 두껍고 목도 길다. 수십만원짜리 등산화가 부럽지 않다. 그 사이에 누가 가져 갈까봐 재빨리 계산했다.

 

오늘 등산화를 하나 건졌다. 오늘 중앙시장 나들이한 보람을 느낀다. 생각지도 못한 것이다. 이를 횡재했다라고 말할 수 있다. 왜 이렇게 싸게 파는 것일까? 그것도 새것이다. 상포를 보니 ‘LECAF’라고 되어 있다. 르까프인 것이다.

 

르까프는 세계적인 브랜드이다. 정말 르까프가 맞는 것일까? 혹시 짝퉁은 아닐까? 더 자제히 보니 ‘MADE IN INDONESIA’로 되어 있다. 인도네시아에서 만든 것이다.

 

짝퉁이면 어떤가? 내가 좋으면 그만이다. 그러나 짝퉁인지 아닌지 파악되지 않는다. 진품일 수도 있다.

 

두 달 전 아름다운가게에서 난을 산 적이 있다. 시흥시 의회에서 기증한 것을 산 것이다. 그때 청자란 하나에 2만원 주고 샀다. 시중 꽃가게에서 산다면 8만원 가량 된다. 이렇게 본다면 아름다운가게에서 파는 것은 반드시 짝퉁이나 가짜만은 아닐 것이다. 왜 그런가? 대부분 기증 받은 것을 팔기 때문이다.

 

르까프 등산화에 대하여 검색해 보았다. 유사한 것을 보니 7-8만원 한다. 목이 긴 것이 특징이다. 목이 있어야 발을 잡아 준다. 이렇게 본다면 거의 진품이나 다름 없다. 어떤 사정으로 아름다운가게에까지 흘러들어 왔는지 알 수 없다.

 

등산화는 이제 나에게 인연이 되었다. 이번 10월 정진산행 모임에 신고 갈 예정이다. 일종의 착화식에 해당된다.

 

중앙시장을 향해서 계속 걸었다. 대로 사거리에서 전단지를 나누어 주는 사람들과 마주쳤다. 요즘 길거리에서 자주 보는데 자유를 외치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자유를 좋아하고 자유를 사랑하는 사람들 같다. 그들의 구호를 보면 자유통일 이루어내자라든가. “주사파를 척결하자라든가, “미군철수 결사반대라는 문구가 보인다. 그들은 서명을 받고 있다. 대부분 여성들이다.

 

어떤 노년의 여성이 전단지와 마스크를 건네 주었다. 여인은 대통령 혼자서는 못해요.”라고 말했다. 전단지를 보니 1010일 광화문에서 모이자라는 문구가 있다. 작은 글씨로 이승만광장이라고 써 있다. 광화문광장이 이승만광장으로 바뀐 것일까? 광화문광장 한켠에 이승만광장이 있는 것일까?

 

 

그들의 전단지를 다시 한번 살펴 보았다. “주사파 언론 폐쇄!”라는 구호가 보인다. 혹시 MBC를 지목한 것은 아닐까? MBC에서 ‘이새끼보도한 것에 대한 보복을 하려는 것은 아닐까? 또하나 섬찟한 구호가 하나 있다. 그것은 주사파를 구속하라라는 문구이다. 대체 누구를 지칭하는 것일까? 혹시 문재인을 법정에 세우기 위한 것은 아닐까? 혹시 이재명을 구속하기 위한 것이 아닐까? 더구나 전단지를 나누어 주던 여인은 대통령 혼자서는 못해요.”라고 말했다.

 

대통령은 유엔에서 자유라는 말을 이십번 이상 언급했다고 한다. 그런 자유는 어떤 자유인지 알 수 없다. 그런데 요즘 사람이 많이 모이는 길거리에서 자유를 지키자고 서명받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대체 이들은 어떤 세력일까? 이들은 현정부와 어떤 관계에 있을까?

 

중앙시장 입구 좌판에서 호박을 두 개 샀다. 한 개에 천오백원이다. 동그란 호박이다. 애호박과는 다른 것이다. 된장국 끓여 먹으면 최상이다. 팔아 주면 서로 좋은 것이다. 노점 좌판을 지나치지 말아야 한다.

 

 

중앙시장에 왔다. 언제나 그렇듯이 시장은 활기가 넘쳐난다. 수천, 수만가지 상품을 보면 삶의 활력을 느낀다. 마음이 침체 되었을 때 재래시장에 가면 낫는 것 같다.

 

 

시장에 왔으니 시장에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칼국수를 먹기로 했다. 한그릇에 5천원이다. 사람들이 자주 찾는 것 같다. 싼 맛에 한그릇 먹었다. 일도 없으니 잘 먹을 이유는 없다. 힘쓰는 일을 할 때 잘 먹어야 한다. 지금은 쉴 때이다.

 

 

안양중앙시장 투어를 마쳤다. 갈 때는 걸어 갔으나 올 때는 버스를 타고 왔다. 무엇보다 등산화를 건졌다. 가격이 13,000원으로 터무니 없는 가격이다. 너무 싸서 믿기지 않는다. 그러나 누군가 기부한 것이라면 그런 가격도 합당한 것 같다.

 

 

재활용품 가게에 가면 종종 건질 것이 있다. 상상도 할 수 없는 가격에 횡재하기도 한다. 이런 맛에 굿윌스토어나 아름다운가게에 가는지 모른다. 오늘 아름다운가게에서 르까프 등산화 한켤레 횡재했다.

 

 

2022-10-07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