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평화불교연대

길 아닌 길과 길 없는 길

담마다사 이병욱 2022. 10. 18. 08:28

길 아닌 길과 길 없는 길

 

 


"이 길이 아닌가벼" 뒷따르던 김선생이 한 말이다. 길을 잘못든 것 같다. 전망대를 우회하여 가고자 오른쪽 길로 들어 섰는데 등산로가 아니다. 온통 바위투성이 길이다. 두 발이 아닌 네 발로 기어 올라 갔다. 전망대를 우회하고자 했으나 결국 전망대로 오르고 말았다. 이럴거라면 왜 돌아 가려 했을까?

정진산행 10월 산행은 삼성산을 목표로 했다. 관악역에서 모여 출발하기로 했다. 경수대로만 건너면 바로 삼성산 산행이 시작된다. 삼성초교 바로 옆에서 시작되기 때문에 사람들이 줄지어 가듯한다.

 


일요일 오전 관악역 광장에는 등산객으로 가득했다. 등산로가 막바로 시작되는 역에 있기 때문에 등산역이라고도 볼 수 있다. 정선생이 홍어무침을 샀다. 맛뵈기 시식을 한 것이 발단이 되었다. 홍어가 있으니 막걸리를 필요로 했다. 연쇄반응이 일어났다고 볼 수 있다.

 


정진산행 10월 산행은 모두 5명 모였다. 정평불 상임대표 김광수 선생과 산행대장 최연 선생, 그리고 정재호, 임정미 선생이다. 자주 참여 하다 보니 이제 고정멤버가 된 것 같다.

 

삼성산은 안양권에 있는 산이다. 관악산권역에 있지만 무너미 고개 에서 보면 분리되어 있다. 멀리서 보면 관악산과 붙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다른 산이다. 그럼에도 묶어서 관악산이라고 한다.

 

 


이번 산행코스는 삼성산에서 안양 내비산 산림욕장 입구에 이르는 길로 정했다. 그러나 도중에 길 아닌 길로 가는 바람에 변경되었다. 두 갈레 길에서 잘못 판단하는 바람에 엉뚱한 길로 들어서게 된 것이다. 다시 되돌아가야 할 처지가 되었다.

산행을 하다 보면 길을 잃기 쉽다. 산을 우습게 볼 때 그런것 같다.  안양권역 산을 잘 안다는 이유로 앞장섰다. 그러나 처음 가 보는 길이다. 무너미고개 부터는 아는 길이다. 결국 자만과 만용으로 인하여 잘못된 선택을 했다. 그 결과 길 아닌 길로 가게 되었다. 목적지를 바꾸지 않을 수 없었다. 본래 코스를 포기하고 호압사 방향으로 틀었다.

 


두 갈레 길에서 어느 길로 가야 할까? 모르면 물어 봐야 한다. 길을 모르는 자가 자신의 깜냥으로 판단하려 한다면 길을 잃기 쉽다. 그래서 부처님은 왼길을 버리고 오른길로 가라고 했다. 여기서 왼길과 오른길은 왼쪽손과 오른쪽 손에서 나온 것이라 보여진다. 그렇다고 오늘날 말하는 좌파와 우파 개념이 아니다. 부처님 당시에 통용되었던 개념이다  그래서 초기경전을 보면 부처님은 두 갈레 갈림길에서 왼쪽길을 버리고 오른쪽 길로 가라고 했다. 정견이 중요함을 말한다. 바른 길로 가라는 것이다. 그것은 팔정도의 길이다. 바르지 않은 길은 팔사도의 길이다.

 


길 아닌 길과 길 없는 길이 있다. 길 아닌 길로 가면 팔사도의 길이 되기 쉽다. 팔정도의 길은 부처님이 개척한 길이다. 길 없는 길로 가서 찾은 것이다. 왼길이 아닌 바른 길로 간 것이다. 그 길은 밀림길이기도 하고, 늪지대와 절벽길이기도 한다. 길 없는 길로 간 결과 마침내 풍요로운 초원에 이르렀다. 열반의 초원이다.

 


산행을 하면 끊임없이 걷는다. 당일치기 정진산행은 4-5시간 걷는다. 처음에는 몸이 적응되지 않아 힘들다. 특히 가파른 오르막 길에서 극심한 피로를 느낀다. 그러나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힘든 줄 모른다. 마치 저절로 가는 것 같다. 몸을 조복받은 것이다.

 

우리 속담에 "천리길도 한걸음부터"라는 말이 있다. 산행을 할 때 대장을 따라 대열을 이루어 이동하면 그다지 힘들지 않는다. 방향도 모른채 나홀로 산행 하는 것 보다 훨씬 낫다. 그래서 먼 길을 갈 때 대열을 이루어 간다. 사막을 건너는 대상이 연상된다.

 


부처님 열가지 별칭 중의 하나는 삿타데와마눗사이다. 한역으로 천인사라고 번역된다. 그런데  이 칭호는 사막을 건너는 대상의 리더를 뜻하기도 하다는 것이다. 이는 삿타(satthā)라는 말이 대상을 이끄는 리더의 뜻이 있기 때문이다.

어느 모임이나 단체에서나 리더의 역할은 결정적이다. 리더가 잘못된 길로 가면 모두가 잘못된 길로 간다. 사막에서 대상의 리더가 잘못된 판단을 하면 어떻게 될까? 모두 죽게 될 것이다.

 


모르면 물어 봐야 한다. 물어서 왼길이 아닌 바른길로 가야 한다. 특히 수행자가 그렇다. 바른 길은 팔정도의 길이고 왼길은 팔사도의 길이다. 길과 길 아닌 길을 말한다. 부처님이 개척한 길 없는 길로 가는 것이다.

 


길 없는 길을 가면 밀림, 늪지대, 절벽을 만나게 된다. 마침내 푸른 초원에 이른다. 산행을 하면 길 없는 길을 가는 것 같다. 몸을 조복받는 것이 그렇다. 마음까지 조복받으면 푸른 초원에 이르지 않을까? 다음달 11월 산행은 서쪽으로 가기로 했다. 합정역에서 만나 무의도로 간다.

2022-10-16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