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속의연꽃

경전과 일반책을 투트랙 전략으로

담마다사 이병욱 2022. 11. 2. 09:18

경전과 일반책을 투트랙 전략으로 

 

 

책상맡에 경전을!” 이 말은 오늘 일터로 오면서 갑자기 생각난 것이다. 책상에 경전이 놓여 있으면 열어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경전읽기 시동을 걸 수 있다. 매일매일 조금씩 읽어가면 어느 순간 다 읽게 될 것이다.

 

머리맡에는 디가니까야가 있다. 당초 율장을 읽으려고 했다. 디가니까야로 급선회 한 것은 한국빠알리성전협회에서 디가니까야와 맛지마니까야를 통합본으로 출간할 계획을 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맛지마니까야는 이미 읽은 바 있다. 지난 봄부터 6개월에 걸쳐서 읽었다. 머리맡에 두고 읽은 것이다. 진도를 많이 나가지 않았다. 하루에 한두 페이지 정도에 지나지 않았다. 152경에서 어떤 경은 하루에 읽기도 했다.

 

경을 소설 읽듯이 읽어야 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보라는 말과 같다. 필요한 부분만 읽는 다면 이는 경전을 읽는 올바른 태도가 아니다. 이제까지 십년 이상 필요한 부분만 읽었다. 너무 방대하기 때문에 처음부터 읽는 것이 엄두가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경을 왜 처음부터 읽어야 하는가? 그것은 흐름이 있기 때문이다. 경전 편집자들의 의도도 실려 있다. 어느 경을 어느 부위에 배치하는가에 따라 전후 맥락이 성립하는 것도 있기 때문이다.

 

맛지마니까야에서 근본법문의 경’(M1)을 가장 앞에 배치한 것은 맛지마니까야의 성격을 잘 알 수 있게 해준다. 맛지마니까야는 심오한 교리에 대한 심층적인 설명이 있기 때문에 1번경을 뿌리에 해당되는 법문을 앞세웠을 것이다.

 

디가니까야의 1번경은 하느님의 그물의 경’(D1)이다. 왜 이 경을 선두에 배치했을까? 그것은 사견에 대한 고찰이긴 하지만 부처님이 영원주의와 허무주의로 대표되는 사견과 사상투쟁한 것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고 했다. 디가니까야에서 외도의 62가지 사견을 소개한 것은 연기법을 설명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부처님 당시에 유행했던 어떤 견해도 연기법을 적용하면 부서졌다.

 

경을 처음부터 읽어야 하는 또 하나의 이유가 있다. 그것은 개인적인 것일 수 있다. 경을 처음부터 읽는 것은 교정을 목적으로 한 것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십년 전에 출간되어 개정판까지 출간 된 경전을 읽다 보면 종종 오류가 발견된다. 토씨가 틀린 것도 있고 오타도 있고 탈자도 간혹 보인다. 이와 같은 오류를 잡아 내기 위해서라도 처음부터 보고자 한다.

 

흔히 사부니까야라고 말한다. 상윳따니까야, 맛지마니까야, 앙굿따라니까야, 디가니까야를 말한다. 각 니까야마다 특색이 있다.

 

상윳따니까야는 주제별로 구성되어 있다. 모두 56개의 주제별로 구성되어 있는데 연기, 오온, 십이처 등 불교의 핵심 교리가 총망라 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맛지마니까야는 중간길이의 경으로서 주제별로 구성되어 있는 교리를 좀더 심화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앙굿따라니까야는 법수별로 구성되어 있다. 사성제는 법수가 네 개에 해당되므로 네 번째 법수 모음에서 찾으면 된다. 또한 앙굿따라니까야는 재가불자가 보기에도 적합한 경으로 알려져 있다. 경전에는 일상생활에서 필요한 교훈적 가르침과 윤리적 가르침이 비교적 많이 실려 있기 때문이다.

 

디가니까야는 어떤가? 디가니까야는 긴 길이의 경이다. 그래서 웅대한 소설적 구성으로 되어 있다. 디가니까야 마하빠리닙바나경(D16)을 보면 부처님의 열반 직전의 상황에 대해서 매우 사실적으로 묘사되어 있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또한 디가니까야는 1번경에서 62가지 사견을 소개한 것을 보면 알 수 있듯이 부처님의 연기적 가르침을 널리 선양하고자 편집된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현재 빠알리성전협회에서는 통합본 작업을 하고 있다. 사부니까야 중에서는 상윳띠나까야와 앙굿따라니까야가 한권으로 통합되었다. 상윳따니까야는 본래 7권으로 된 것인데 한권으로 만든 것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그것은 종이 두께가 얇은 것을 쓰는 것이다. 그리고 2단 칼럼으로 배치하는 것이다. 당연히 폰트 사이즈도 줄어든다. 그 결과 2,813 페이지에 7권이 모두다 들어가게 되었다.

 

 

앙굿따라니까야는 어떤가? 앙굿따라는 본래 11권으로 구성된 것이다. 이 많은 책을 한권으로 통합한 것이다. 상윳따니까야와 마찬가지로 2단칼럼에 종이 두께는 얇고 폰트 사이즈는 작다. 모두 2,781에 달한다.

 

율장도 통합되었다. 율장에는 대품, 소품, 비구계, 비구니계, 부기가 있는데 이와 같은 다섯 가지 경전을 한권으로 통합했다. 사이즈는 앞서 언급된 두 경전보다 더 크다. 역시 2단 칼럼으로 총 3,582페이지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자타카가 완역되었다. 무려 33개월간의 대장정 끝에 한국불교 역사상 최초로 빠알리원문과 주석을 번역한 것이다. 내년 20232월이면 출간될 것이다. 자타카 역시 통합본이다. 처음부터 통합본으로 출간하는 것이다. 본래 7권짜리 경전 모음인데 2단칼럼에 2,816페이지로 통합되어 발간 되는 것이다.

 

한국빠알리성전협회에서 통합화 작업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이번에는 맛지마니까야와 디가니까야 통합화 작업이 이루어질 것이다. 어떤 이는 이에 대해서 우려를 표하기도 한다. 성격이 다른 경전을 한권으로 통합하는 것이 무리가 있음을 말한다. 그러나 통합하는 명분도 없지 않아 있을 것이다.

 

상윳따니까야는 주제별로 구성되어 있다. 앙굿따라니까야는 법수별로 구성되어 있다. 그러나 맛지마니까와 디가니까야는 뚜렷한 특징은 보이지 않는다. 다만 경의 길이가 중간 길이인지 긴 길인지에 대한 차이가 있을 뿐이다. 이런 이유로 본다면 통합본을 만드는 것도 무리가 아닌 것으로 본다.

 

율장을 제외한 통합본을 보면 공통적으로 2,700-2,800페이지에 달한다. 맛지마니까야와 디가니까야를 통합하면 그 정도 페이지에 달할 것이다. 본래 맛지마니까야는 4권으로 구성되어 있고, 디가니까야는 3권으로 구성되어 있다. 7권으로 된 경전을 한권으로 통합하기 때문에 상윳따니까야와 앙굿따라니까야와 사이즈가 비슷하게 되는 것이다.

 

 

읽어야 할 책이 많다. 선물로 받은 책이 많은데 모두 다 읽지 못하고 있다. 책을 선물한 사람을 생각한다면 읽어서 독후기라도 써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다. 게을러서 그럴 것이다.

 

어떻게 해야 책을 읽을 수 있을까? 그것은 습관을 들이는 것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책이 가까이 있어야 한다. 머리맡에 있는 것이 가장 좋다. 잠자기 전에 읽어 보는 것이다. 현재 머리맡에는 디가니까야가 있다. 그리고 소설로는 시간이 없다가 있다.

 

일터에서도 책을 읽어야 한다.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가? 가장 좋은 것은 책상 맡에 놓는 것이다. 어떤 책을 읽어야 한다. 경전을 읽는 것이 가장 좋다.

 

 

아직 읽지 않는 경전이 많다. 필요한 부분만 읽는다면 이는 경전읽기가 아니라고 감히 말할 수 있다. 처음부터 읽어야 한다. 각주도 빠짐없이 읽어야 한다.

 

각주에는 주석이 주로 설명되어 있다. 어쩌면 경전읽기는 주석읽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주석을 읽는 맛에 경전을 읽는다. 그러다 보니 진도가 천천히 느리게 나갈 수밖에 없다.

 

경전을 읽다 보면 어느 순간 상당히 진도가 나가 있는 것을 보게 된다. 띠로 구분해 놓은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럴 때 뿌듯한 느낌이 든다. 필요한 경만 보는 것과는 다르다. 마치 지식과 지혜가 쌓이는 것 같다. 바로 이런 것이 경전읽기의 묘미일 것이다.

 

반드시 경전만 잃지는 않는다. 일반서적도 읽어야 한다. 선물 받은 책도 읽어야 한다. 읽긴 읽되 진도를 천천히 나가고자 한다. 하루에 한두페이지이어도 좋다. 또한 책을 읽을 때는 반드시 형광메모리 펜을 사용해야 한다. 기억하고 새기고 싶은 부분에 칠하는 것이다.

 

경전은 진도와 무관한 것이다. 매일매일 조금씩 읽어가다 보면 어느 날 다 읽게 된다. 경전을 소설 읽듯이 하루 밤 만에 다 읽을 수 없다. 의미를 새기며 읽어야 하기 때문에 하루에 고작 한두페이지 읽는다. 일반 책도 이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오늘부터 일터 책상맡에 수타니파타를 두고 읽기로 했다. 욕심부리지 않는다. 하루에 한두페이지로 족하다. 책상맡에는 일반책도 놓고자 한다. 선물받은 것도 있다. 일반책도 욕심부리지 않고 매일 한두페이지 읽고자 한다. 이른바 투트랙 전략이다.

 

머리맡에도 책이 있고 책상맡에도 책이 있다. 경전과 일반책을 번갈아 읽고자 한다. 경전과 일반책을 투트랙으로 읽는 것이다. 읽다보면 끝을 볼 것이다.

 

 

2022-11-02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