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자가 정의롭지 않으면
이 세상은 어떻게 될까? 하루 밤 자고 나면 세상이 바뀌어 있다. "밤사이 안녕하십니까?"라는 말은 여전히 유효하다. 대형참사가 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이태원에서 일어난 일은 사고인가 참사인가? 정권을 쥐고 있는 자들 입장에서는 축소하고 싶을 것이다. 그래서 사고라고 말한다. 반면 반대 입장에 서 있는 사람들은 참사라고 한다.
대로에 두 개의 플레카드가 위아래로 걸려 있다. 국힘 쪽에서는 사고라고 했고, 민주당에서는 참사라고 했다. 집권 여당에서는 은폐하거나 축소하고자 할 것이다. 드러나 봤자 이익 될 것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그들은 가능하면 조용히 끝나기 바랄 것이다. 빨리 잊혀지기 바랄 것이다. 그러나 사람이 죽었다. 그것도 156명이나 죽었다. 외국인도 20여명 된다. 조용히 끝날 문제가 아니다. 그래서일까 분향소 대통령 화환이 유가족에 의해서 박살 났을 것이다.
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어떤 이는 청와대 들어가지 않은 것을 원인으로 삼고 있다. 대통령이 출퇴근하는데 경호 인력이 너무 많이 붙어 할로윈 행사에 소홀히 했다는 것이다. 어떤 이는 음모론을 제기한다. 마약을 단속하기 위해서 내버려 두었다는 것이다. 경찰에도 책임이 있고 검찰에도 책임이 있음을 말한다.
용산 이태원 할로윈 참사는 어디까지 책임이 있을까? 가까운 원인도 있고 먼 원인도 있을 것이다. 갖가지 원인이 되어서 "빵"하고 터진 것이다. 그렇다면 어디까지 책임을 물어야 할까?
사고는 나게 되어 있다. 오늘도 나고 내일도 날 것이다. 할로윈 참사에 묻혀서 그렇지 수많은 사건과 사고가 있었다. 큰 것 때문에 작은 것이 묻힌 것이다. 그런데 하필 그때 그 자리에 있었기 때문에 고통일 겪는다는 사실이다.
운전할 때 아찔할 때가 있다. 사고 일보직전에서 운좋게 피해 간 것이다. 그러나 매번 운이 좋은 것은 아닐 것이다. 사고는 방어운전한다고 해서 피해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뒤에서 받아 버리면 사고가 난다. 사고가 발생하는 데는 무수한 원인과 이유와 조건이 얽히고 설켜서 발생한다.
하루하루가 살 얼음판이다. 하루하루가 지뢰밭이다. 언제 어디서 깨질지 모르고 언제 어디서 터질지 모른다. 인생은 시한폭탄과도 같다. 폭탄이 터지기 전까지는 희희낙낙한다.
원인이 있으면 결과가 있기 마련이다. 그런데 인과는 반드시 기계론적으로 작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는 인풋이 있으면 아웃풋이 있는 컴퓨터시스템과는 다른 것이다. 시간을 두고 익는다. 업보의 성숙이다.
병에 걸렸다거나 사고가 난 것에는 이유가 있고 원인이 있다. 그러나 어떤 이는 이를 업보의 성숙으로 보고 있다. 모든 것을 전생의 원인 탓으로 돌리면 숙명론이 된다.
세월호참사와 할로윈참사를 업보의 성숙으로 본다면 숙명론이 된다. 그러나 부처님 가르침에 따르면 '불운한 사건(Visamaparihārajāni)'이나 '우연한 피습(Opakkamikāni)'일수도 있다는 것이다. 병에 걸리는 것과 같은 것이다. 업보의 성숙과는 거리가 있는 것이다. 마치 사고가 접촉에 의해서 일어나듯이 참사도 접촉에 따른 것이다. 하필 그때 그자리에 있었기 때문에 괴로움을 겪는 것이다.
모든 것은 접촉을 원인으로 해서 발생된다. 접촉을 원인으로 해서 연기가 회전되는 것이다. 그런데 접촉 이전에 행위가 있었다는 것이다. 그 자리에 간 것은 자신의 의도에 따른 것이다. 그렇다고 거기에 간 사람 잘못이라고 볼 수 있을까?
사고가 난 것은 조건이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다. 공연장에서 천정이 무너져 죽은 것은 천정을 부실공사했기 때문이다. 비행기가 추락한 것은 정비불량이나 조종사의 과실일 수 있다. 이번 할로윈 참사는 어떨까? 경찰이 통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대통령 경호에 과도한 인력을 투입했기 때문이다. 마약을 단속한다고 내버려 둔 것도 있다. 개인의 불운한 사건이나 우연한 피습 이상이 있음을 말한다.
어디까지 책임을 물어야 할까? 이 시대를 사는 사람 모두에게 책임을 묻는다면 공범이 된다. 참사를 공업개념으로 몰고 간다면 직접적 책임이 있는 자들은 면책될 것이다. 한계를 분명히 정해야 한다.
관련된 자들에게 엄격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대통령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대통령은 국민의 안전과 생명에 대해서 최종적으로 책임이 있다. 책임을 다하지 못했으면 물러나야 한다. 사과로 끝날 일이 아니다.
이 세상은 고통으로 가득하다. 비극은 세월호로 끝나지 않았다. 참사는 계속 되었다. 물론 세월호 이전에도 있었다. 자연재난으로 인한 참사는 어쩔 수 없다고 해도 인간재난으로 인한 참사는 관련자들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지도자가 잘못된 길로 가면 모두 따라가게 되어 있다. 왕이 정의롭지 않으면 대신도 정의롭지 않게 된다. 백성들도 정의롭지 않게 된다. 그에 따라 해와 달의 궤도가 바뀐다고 했다. 요즘 말로 하면 시스템 오작동이다. 메뉴얼대로 하지 않는 것이다. 재난이 일어나는 요인이 된다.
현재 한국에는 정의롭지 않은 자가 탑(Top)에 있다. 그러다 보니 모조리 정의롭지 않은 자들로 채워져 있다. 이번 할로윈 참사는 인재이다. 백번천번 조문한다고 끝날 일이 아니다. 유가족 안아주기 쇼로 해결될 것도 아니다. 정의롭지 않은 자들이 그 자리에 있는 한 참사는 계속 일어날 것이다.
2022-11-05
담마다사 이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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