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떠나는 여행

도인은 평범한 일상에서

담마다사 이병욱 2022. 11. 10. 16:17

도인은 평범한 일상에서

 


평범한 일상이다. 갑자기 한가해 졌다. 일감이 뚝 끊긴 것이다. 오늘 오전 해야 할 일을 마치니 오전 10시가 되었다. A4로 5페이지 되는 글을 올리자 일시적으로 강한 성취감을 느꼈다. 일도 없는데 책상에 앉아 있으면 유투브나 보게 된다.

길을 나섰다. 목적지는 중앙시장이다. 이번에는 중앙시장에서 회군하지 않고 곧바로 집으로 향하고자 했다. 일도 없는데 점심을 식당에서 먹는 것이 아까웠다.

일이 있으면 잘 먹어야 한다. 일 없으면 김밥으로 때울 수도 있다. 주로 5천원 이하로 때운다. 롯데리아 데리버거 햄버거 세트는 점심 특별가가 3,900원이다.

안양중앙시장 가는 길은 포근하다. 든든하게 입었기 때문이다. 등 뒤로 따스한 햇볕 기운을 느낀다. 등이 따스하면 만사가 편한 것이다.

시장 가는 길에 들러야 할 데가 있다. 굿윌스토어와 아름다운 가게이다. 둘 다 재활용품점이다. 주로 기부를 받아 운영한다. 전자는 외국계통 가게이고 후자는 토종 가게이다. 이름에서 부터 구별되는 것 같다.

두 재활용품 가게 중에 어디가 더 나을까? 크게 차이가 없지만 아름다운 가게가 더 나은 것 같다. 거의 5분의 1가격으로 건지는 것이 많기 때문이다. 일주일전에는 다기세트를 만5천원에 구매 했다.

 


시장에 가면 삶의 활력을 느낀다. 거래하는 것 자체가 삶의 활력이다. 물건을 사는 자와 물건을 파는 자 모두 살아 있는 것 같다. 물고기가 파닥파닥 튀는 것처럼 생동감이 있다. 방에 앉아 TV나 보는 것과 대조적이다.

하루종일 TV만 보는 사람이 있다. 달리 소일거리가 없는 사람이다. 드라마 보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채널을 돌리다 보면 종편도 걸릴 것이다.

종편을 보게 되면 그 순간부터 사람이 변하는 것 같다. 종편에 쇄뇌되는 것이다. 그로 인해 정신이 황페해 질 것이다. 종편에는 팔정도 정어에 어긋나는 것이 많다. 거짓말, 이간질, 욕지거리, 꾸며대는 말이다. 이중에서 특히 심한 것은 이간질이다. 종편채널을 오래 보면 사람이 이상해지는 것 같다.

시장사람들은 건강하다. 육체도 건강하지만 무엇보다 정신이 건강하다. 하루종일 집에서 TV만 보는 유한족과는 다르다. 그들의 표정에서 알 수 있다.

 


안양중앙시장을 한바퀴 돌았다. 늘 찾아 오는 곳이지만 올 때마다 삶의 활력을 느낀다. 머리가 허연 할머니가 콩나물을 판다. 팔십은 넘은 것 같다. 표정이 밝다. 일을 하기 때문일 것이다.

오늘 점심때 콩나물국을 해먹고 싶었다. 콩나물 한봉지를 샀다. 한봉지에 천원이다. 푸짐하다. 두 세끼 먹을 것 같다. 콩나물 시루에서 뽑아 주었다. 할머니 표정이 건강해 보여서 팔아 주었다.

시장 중앙 통로에 노점이 있다. 노점에 김 굽는 곳이 있다. 사십대 쯤 보이는 아낙네가 열심히 김을 굽고 있다. 표정이 건강해 보였다. 사는 모습이 좋아 보였다. 지나쳤는데 되돌아 가서 김을 팔아 주었다. 한묶음에 2천원이다. 한묶음에 김이 7장 들어 있다. 세 묶음 사면 5천으로 할인해 준다.

시장에 가면 사고 싶은 것이 너무 많다. 시장에는 수천, 수만가지 상품이 있다. 모두 양품이다. 시장에서는 불량품을 팔지 않는다. 어떤 소비자도 불량품을 사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시장에 가면 이것저것 사고자 한다. 마치 식당순례하듯이, 이것저것에 도전해 보고자 한다. 언젠가 인삼에 도전해 보고자 했다. 코로나에 걸렸을 때 샀다. 인삼차를 만들어 마셨다.

시장에 가면 갖가지 생선이 있다. 꽃게, 쭈꾸미 등 제철에 나는 것도 많다. 이런 것도 도전 대상이 된다.

제철식품이 있다. 겨울이 끝나갈 때는 보리순을 사먹는다. 그때가 지나가면 볼 수 없다. 두릅철에는 두릅을 사먹어야 한다. 철지나면 볼 수 없는 것이다.

시장에 가면 갖가지 진귀한 것으로 가득하다. 시장에 있으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무엇보다 삶의 활력이다. 마음이 답답할 때 시장가면 확실히 힐링된다.

 


중앙시장에서 집까지 걸었다. 안양로를 건너 철길을 건너면 안양천에 이른다. 하천길을 따라 가면 금방 비산사거리에 이른다. 사무실에서 출발하여 집에 까지 오니 한시간 걸렸다. 한시간 동안 운동한 것이다.

점심을 집에서 먹었다. 오늘 콩나물 산 것으로 콩나물해장국을 만들어 먹고 싶었다. 김치를 이용하는 것이다.

 


아내는 일하러 갔다. 점심을 지어 먹었다. 쌀은 친구가 준 것이다. 용인에서 농사지은 것을 보내 주었다. 20키로에 66,000원이다. 밥을 해보니 이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쌀같다.

 

 

 


김치에다 호박과 양파를 넣었다. 멸치도 너댓개 넣었다. 된장과 마늘 다진 것을 첨가했다. 물을 넣고 십분 끓였다. 고추가루도 첨가했다. 얼큰한 콩나물해장국이 완성되었다.

 


김치는 창동에서 가져 온 것이다. 달랑무와 갓김치를 가져왔다. 장모가 만든 것이다. 갖은 양념으로 만들었다. 김치만 먹어도 입맛이 돈다. 11월 25일 김장할 것이라고 한다. 아내와 함께 가서 만들예정이다. 그 다음날은 유병화 선생 댁에서 김장이 있다.

 


유병화 선생은 사찰음식전문가이다. 어떤 음식이든지 선생의 손만 거치면 명품음식이 된다. 수련회 가면 늘 유병화 선생이 수고해 주었다. 이번에 김장 행사가 있는데 참가하기로 했다. 10키로 신청했다. 장모의 김치와 유병화 선생의 김치, 어느 김치가 더 맛있을까? 그날이 기대된다.

평범한 일상이 최상이다. 평범하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이다. 시장사람들이 그렇다. 시장사람들에게서 활력을 보았다. 일이 있어서 손을 계속 놀리고 있는 모습이 아름다워 보였다. 집에서 하루종일 TV나 보며 시간을 죽이는 삶보다는 훨씬 건강한 삶이다.

 


시장사람들은 주는 사람들이다. 돈거래를 빼버리면 주기만 하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 세탁소 사람은 세탁해서 주기때문에 주기만 하는 사람처럼 보일 것이다. 구두 수선하는 사람도 주기만 하는 사람처럼 보일 것이다.

세상에는 주기만 하는 사람이 있고 또한 받기만 하는 사람이 있다. 주기만 하는 사람은 공덕 짓는 삶이다. 댓가없이 주는 것이 최상이기는 하지만 시장사람들처럼 돈거래 하며 주는 것도 준다는 의미에서는 같은 것이다.

받기만 하는 사람이 있다. 수행승은 받기만 한다. 받기만 할 뿐 사향사과의 성자가 되지 못하면 빚진자로 먹고 사는 것이 된다. 쓰기만 하는 사람도 받기만 하는 사람이 된다. 돈을 잘 쓰는 사람은 쓰기만 하는 사람이다. 자신의 감각적 욕망만을 위해서만 쓴다면 쓰기만 하는 사람이라고 말 할 수 있다.

쓰기만 하는 사람보다 주기만 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주는 사람이 보살이다. 관세음보살은 저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가까이에 있다. 세탁소 아저씨가 관세음보살이고, 시장에서 먹거리를 파는 할머니가 관세음보살이다. 도인들은 평범하게 산다.

2022-11-10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