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주는 사람이 되고자
“순간에서 영원으로” 영화제목이다. 사진을 뜻하는 말로도 사용된다. 결국 남는 것은 사진밖에 없는 것 같다. 순간포착한 사진은 시공을 초월한다. 세월이 흐르면 흐를수록 빛을 발하는 것 같다. 이 순간을 영원히 간직하고자 하는 것이다.
오늘 오전 사진을 찾아 왔다. 동네 사진관에 맡긴 것이다. 요즘 세상에 사진을 인화하여 출력하는 사람들은 드물다. 그럼에도 굳이 인화한 것은 선물하기 위한 것이다.
지난 11월 11일 한국빠알리성전협회에서 금요니까야모임 회향이 있었다. 모임이 생겨난지 5년 10개월만에 끝난 것이다. 모임이 끝나고 기념촬영을 했다. 스마트폰으로 촬영한 것을 사진관에 맡겼다.
요즘에는 사진을 찍은 것으로 그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기념비적 사건이 있을 때는 인화해서 보존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더구나 액자에 담아 보관해 놓으면 근사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에 동네 사진관을 찾은 것이다.
요즘 세상에 사진관에 갈 일이 없다. 예전에 아날로그 카메라가 있던 시절에는 사진관에 종종 갔었다. 그러나 디지털시대가 되면서 사진관 갈 일이 없어진 것이다. 사진관은 어떻게 해서 먹고 살까?
코로나 시기에 식당을 도와 주고 싶었다. 그래서 사무실 반경 삼사백미터 거리에 있는 식당을 순례하기로 했다. 백개가 넘는 식당을 한번씩 가서 식사해 보고자 한 것이다. 코로나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자영업자들에게 조금이라도 힘이 되어 주고자 했다. 점심 때 한끼 먹어 주는 것이다. 그리고 순례기를 남겼다.
동네에는 식당만 있는 것은 아니다. 꽃집도 있고 시계점도 있고 사진관도 있다. 이 밖에도 수많은 업종이 있다. 이들 가게를 한번쯤 가서 팔아 주어야 진정한 지역 주민일 것이다.
마침내 기회가 왔다. 니까야 회향기념 사진을 출력하여 액자로 만들어 선물하고자 하는 마음이 퍼뜩 든 것이다. 언젠가 여권 사진 찍을 때 딱 한번 가보고 가볼 일이 없었던 사진관을 찾아 갔다.
스마트폰에는 여러 개의 사진이 있었다. 그 중에서 손가락 튕기며 웃는 사진이 가장 좋았다. 사람이 아무리 안생겼어도 웃는 모습일 때 가장 아름답다. 사진 속에 16명의 사람들 표정이 모두 좋았다.
사진을 인화하고 액자로 만드는데 비용이 들어간다. 더구나 보정작업까지 했다. 전문가가 아닌 비전문가가 찍다 보니 한쪽으로 치우친 인물이 있었는데 사진관 사장은 놀랍게도 잘린 부분을 복원해 냈다.
사이즈가 큰 것 6장과 사이즈가 작은 것 10장을 주문했다. 큰 사이즈 중에서 2장에 대해서는 유리로 된 액자에 담고자 했다. 사진만 있어서는 세월이 흐른 다음에 알 수 없다. 문구를 넣어야 한다.
사진은 영원히 기억되는 것이다. 내용 또한 영원히 기억된다. 사진을 설명하기 위한 문구가 필요했다. 사진 하단에 ‘금요니까야모임 회향 생활속의 명상수행 6년결사 2011.11.11 한국빠알리성전협회’라는 문구를 넣었다.
사이즈 큰 것 두 장은 유리액자에 담았다. 플라스틱 액자 보다 고급으로 보인다. 하나는 한국빠알리성전협회에 줄 것이다. 또 하나는 사무실 보관용이다. 나머지 인화된 사진은 액자에 담아서 사진 속의 사람들에게 선물하려 한다.
사진을 인화하고 액자로 만드는데 비용이 들었다. 보정비용까지 합하여 모두 13만원 들었다. 생각보다 꽤 큰 금액이다. 사진 찍어서 스마트폰으로 전송하면 그만이지만 굳이 인화해서, 그것도 액자로 만들어서 보내고자 하니 비용이 든 것이다. 그러나 동네 상권에 도움을 준다고 생각하면 아깝지 않다.
동네장사하는 자영업자들은 동네 주민들을 바라보고 살아 간다. 식당도 그렇고 꽃집도, 시계점도, 사진관도 그렇다. 동네 사람들이 팔아 주지 않으면 누가 팔아줄까? 동네 사람들이 이용하지 않으면 누가 이용할까?
사진관에서 커다란 액자 두개 와 사진을 받았다. 이에 사장에게 감사의 말을 전했다. 돈 거래만 빼 버린다면 사진관 사장은 주기만 하는 사람이다. 관세음보살 같은 사람이다.
나도 주어야겠다. 인화된 사진을 그냥 주는 것이 아니라 액자를 만들어 주는 것이다. 다이소에 가면 사이즈에 맞는 것이 있다. 다음 번 모임이 있을 때 선물할 것이다. 나도 주는 사람이 되고자 한다.
2022-11-16
담마다사 이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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