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운목에서 꽃대가
행운목꽃이 피려나 보다. 꽃대가 보였다. 이제 완연한 모습이다. 하루가 다르게 쑥쑥 나오는 것 같다.
그제 처음 꽃대를 발견했다. 행운목을 바라보다 평소와 다름을 감지했다. 마치 새싹이 돋듯이 아주 작은 잎파리가 포개져 있었기 때문이다. 순간적으로 "이거 꽃대가 아닐까?"라고 생각했다.
생각은 들어 맞았다. 아주 작은 꽃대가 형성되었던 것이다. 경험으로 알고 있다. 지난 십여년 동안 수차례 행운목꽃이 피고 지는 것을 보았다.
행운목꽃을 처음 본 것은 십년전이었던 것 같다. 2007년 말에 화원에서 행운목을 사왔는데 3-4년 만에 꽃이 피었다.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어느 날 꽃대가 나오는 것을 보고 알았다.
행운목꽃이 피면 행운이 찾아 올까? 처음 행운목꽃이 피었을 때 감격했다. 매마른 대지에 샘물이 솟아 나는 것처럼 신선했다. 꼭 행운이 찾아 올 것 같았다.
행운목꽃은 매년 피었다. 어느 해에는 두 번 피었다. 행운목이 천정을 치자 커팅해 주었다. 이후 행운목꽃은 더 이상 피지 않았다.
나에게 행운은 어떤 것이었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기억나지 않는다. 행운이라고 할만한 것이 없다.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이 행운이라면 행운이었을 것이다.
이번에 꽃대가 나온 행운목은 주어 온 것이다. 아파트 쓰레기 버리는 날에 쓰레기장에서 발견했다. 누군가 내다 버린 것이다. 이를 발견하고 재빨리 차에 실어 사무실로 가져 왔다. 기록을 보니 올해 3월이다.
쓰레기장에서 본 행운목은 형편없이 말라 비틀어져 있었다. 잎파리가 몇 개 안남은 처참한 몰골이었다. 사무실로 가져와 2주에 한번씩 물을 주었다. 그리고 비료도 주었다. 이제 잎파리는 무성해져서 몰라보게 달라졌다.
꽃대를 보니 마치 출산을 기다리는 임산부 같다. 꽃대가 나왔으니 머지않아 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보통 2주 걸린다. 2주 후면 골프공모양의 꽃다발 더미를 볼 수 있겠다.
행운목꽃 향기는 강렬하다. 밀폐된 공간에서 향기는 현기증을 일으킬 정도이다. 밤에만 피는 야행성꽃이다. 아침에 출근하면 창문을 열어 환기를 시킬 정도로 향내가 강렬하다.
이번에는 어떤 행운을 기대해 볼까? 사업이 잘 되어서 돈을 많이 벌기를 기원해 볼까? 행운목꽃이 피어도 특별한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이 행운이라면 행운일 것이다.
쓰레기장에 버려졌던 행운목에서 꽃대가 나왔다. 죽어 가던 나무가 살아 나서 이제 꽃을 피우려 하고 있다. 행운목의 승리를 보는 것 같다.
2022-11-18
담마다사 이병욱
'진흙속의연꽃'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하루를 설레임으로 (0) | 2022.11.21 |
---|---|
똑같은 꿈을 반복하는 것은 (0) | 2022.11.19 |
공감능력 있는 사람을 친구로 (0) | 2022.11.18 |
이런 사람도 친구였나? (0) | 2022.11.17 |
누구도 나의 안전을 보장하지 않는 시대에 (0) | 2022.11.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