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속의연꽃

똑같은 꿈을 반복하는 것은

담마다사 이병욱 2022. 11. 19. 08:46

똑같은 꿈을 반복하는 것은


쩔쩔 매는 꿈을 꾸었다. 직장에 대한 꿈이다. 잠 들면 꿈 꾸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직장과 관련된 꿈은 여전히 비슷한 패턴이다. 직장생활에 적응 하지 못하는 것이 특징이다.

어느 정신과 전문의는 말한다. 똑같은 꿈을 반복하는 것은 아직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새 직장에 적응하지 못해 쩔쩔 매는 꿈을 반복해서 꾼다면 직장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것이다.

수 없이 직장을 옮겼다. 옮기고 싶어 옮긴 것이 아니다. 사업이 잘 안되서 옮겼거나 사업을 접어서 옮긴 것이다. 자의가 아니라 타의에 옮긴 것이 많다. 최종적으로는 퇴출되었다. 나이는 먹고 지위는 높아 가져 가는 것이 많을 때 퇴출은 피할 수 없는 숙명과도 같다.

제 아무리 잘 나고 똑똑하고 지위가 높은 자도 결국 퇴출로서 끝난다. 이것이 직장인의 최후이다. 내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정년까지 가는 경우는 드물다. 왜 그런가? 기업의 역사가 짧기 때문이다. 이제 창업한 회사에서 정년은 생각할 수 없다. 사업이 안되면 구조조정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런 이유로 직장인들은 늘 불안하다.

직장생활을 접은지 17년 되었다. 이후 개인사업자로 살고 있다. 직장생활은 20년 했다. 직장생활한만큼 긴 세월을 일인사업자로 살고 있다. 수없이 많은 직장을 바꾸었다. 평균 이삼년 되는 것 같다.

직장을 바꿀 때마다 적응해야 했다. 모든 것을 새로 해야 한다. 인간관계도 새로 맺어야 한다. 기술은 낡아가고 새로운 기술을 익히지 못했을 때 늘 불안 했다. 이런 불안이 꿈에 나타나는 것 같다.

꿈에 인두 작업 했다. 인두를 들고 납땜하는 것을 말한다. 티알(TR)을 교체 하는 작업이다. 트랜지스터를 줄여서 티알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잘 되지 않는다. 기판에 붙은 것을 커팅하고 새 것을 붙이면 되는 것이다. 간단한 작업이다. 그럼에도 하지 못했다. 하려고 해도 되지 않는 것이다.

 


아주 쉬운 작업도 꿈속에서는 하지 못한다. 아무리 달려도 제자리 걸음 하는 것과 같다. 더구나 콘센트에 연기가 나서 인두가 손상되었다. 인두는 빌린 것이다. 배상해 주어야 했다.

왜 배상하는 꿈을 꾸었을까? 아마 그것은 요즘 있었던 품질사고와 관련된 것 같다. 기판설계를 했는데 라이브러리를 잘못 적용한 결과 고객사에 피해를 주었다. 잘못이 있으면 배상해 주어야 한다. 불편한 마음이 꿈으로 나타난 것 같다.

반복되는 꿈은 해결되지 않은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군대 꿈도 이에 해당된다.

한동안 군대 꿈을 꾸었다. 꽤 오랫동안 꾸었다. 거의 20년 꾼 것 같다. 패턴은 같다. 다시 군대에 끌려 가는 것이다. 그런데 세월이 흐름에 따라 꿈의 내용도 변해 갔다. 처음에는 항의도 못하고 끌려 갔으나 차츰 저항했다. 지금은 더이상 군대 꿈을 꾸지 않는다. 군대문제는 해결된 것일까?

직장꿈을 반복해서 꾸는 것은 직장문제가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직장을 자주 옮겨 다님에 따라 불안한 마음이 꿈속에 나타난 것이다. 불안한 마음을 어떻게 해야 할까?

달마대사의 안심법문(安心法門)이 있다. 마음이 불안한 제자에게 그 마음을 가져 오라고 했다. 제자는 그 마음을 가져올 수 없었다. 아무리 불안한 마음을 찾으려 해도 찾을 수 없었던 것이다. 불안한 마음은 본래 없었다. 불안한 마음이 없으니 편한 마음이 되었다.

꿈을 꾸고 나자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불안한 마음을 해소해야 했다. 새벽에 암송을 하고 행선을 했다. 한시간 넘게 했다. 한발 한발 발의 움직임에 집중했다. 마음이 발의 움직임을 따라갈 때 번뇌는 일어나지 않는다.

삶은 문제의 연속이다. 현실에서 풀리지 않는 문제는 꿈에 나타난다. 오래 전 일이라도 시공을 초월한다.

언제 직장 꿈을 꾸지 않게 될까? 군대 꿈처럼 더이상 꾸지 않는 날이 있게 될까? 그러나 기대하지 않는다. 현실의 삶을 사는 한 문제의 연속이기 때문이다. 현실에서의 문제는 꿈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 인생의 풀리지 않는 문제는 말할 나위 없다.

인생의 풀리지 않는 문제는 수행의 힘으로 극복해야 한다. 수행을 하면 편안해 진다. 불안한 마음이 편한 마음이 된다.

마음을 지금 여기에 두면 불안한 마음은 이전 마음이 되어 버린다. 그래서일까 청정도론에서는 "그것은 지금 여기에서의 행복한 삶을 위한 것이다."(Vism.23.8)라고 했다. 명상하는 삶에 대하여 현법락주(現法樂住)라고 했다.

숲 속에서 하루 한 끼만 먹고 사는 수행승이 있다. 수행승의 얼굴은 맑고 깨끗하다. 마음이 항상 현재에 있기 때문이다. 마음이 항상 현재에 있는 한 근심-걱정이 있을 수 없다. 현법락주, 지금 여기에서 행복한 삶을 사는 것이다.

2022-11-19
담마다사 이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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