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성지순례기

성원정사 합동천도재에서

담마다사 이병욱 2022. 11. 21. 08:35

성원정사 합동천도재에서


성원정사 천도재에 지각했다. 정진산행 갔다가 도중에 원점회귀하여 차를 몰고 갔는데 늦게 간 것이다. 천도재는 오후 2시에 하기로 되어 있었는데 2시 반에 도착했다.

 


장인천도재를 하기로 했다. 장인은 2019년 작고 했다. 아내가 천도재 하기를 원해서 하게 된 것이다. 성원정사에서는 매월 셋째주 일요일에 합동천도재를 봉행한다.

성원정사는 모든 것이 무료이다. 천도재도 무료로 해준다. 그러나 보시하는 것은 자율에 맡긴다. 성원법사 창건주 송위지 법사가 늘 하는 말이 있다. 그것은 "한국불교에서 천도재를 무료로 해주면 불자들 숫자가 엄청나게 늘어날것입니다."라는 말이다.

성원정사 천도재는 남방불교와 북방불교를 절충한 방식이다. 1부에서는 테라와다불교 예법을 따르고, 2부에서는 대승불교 예법을 따른다. 오늘 천도재도 이와 같은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오늘 천도재는 스리랑카 스님 두 분이 집전했다. 우띠따 스님과 쌍끼따 스님이다. 남양주에 있는 마하보디사에 주석하고 있다. 와치사라 스님이 있는 절이다. 와치사라 스님은 현재 일본에 있다고 한다.

 

 


스리랑카 스님 두 분은 한국말을 잘한다. 한국사람보다 더 한국말을 잘 하는 것 같다. 얼굴만 스리랑카 사람이지 말하는 것을 들으면 한국사람이랑 똑 같다.

성원정사는 신림동 고시촌에 있다. 고시생들의 쉼터가 되고자 건립된 절이다. 송위지 선생에 따르면 지금까지 수많은 합격자를 냈다고 한다. 성원정사에서는 고시생들에게 장학금도 주고 수행지도도 해준다. 고시생들은 공부하다 지치면 법당에 와서 명상도 하고 서원도 한다. 그래서일까 법회가 열리면 대체로 젊은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성원정사는 상가 건물 2층에 있다. 대학동치안센터 바로 옆에 있다. 법당에는 스리랑카 불상이 있다. 송위지 선생이 젊은 시절 스리랑카에서 유학한 것과 관련 있을 것이다. 이런 인연이 있어서일까 한국에 있는 스리랑카 사원과 관계를 맺고 있다. 양주에 있는 마하보디 사원을 말한다.

 


송위지 선생 건강이 안좋다. 앉아 있기도 힘든 것 같다. 콩팥수술을 받았다고 한다. 지금은 많이 좋아졌다고 한다. 천도재를 집전할 정도는 되지 않는 것 같다. 그래서 마하보디사 두 스님을 초대해서 천도재를 진행한 것 같다.

법당에 30분 늦게 도착했다. 천도재는 진행중에 있었다. 25명 정도 앉아 있었다. 모두 흰 실로 묶여 있다. 팔목에도 흰실이 묶여 있다. 스리랑카 방식의 법회의식이다.

스리랑카 스님 두분은 라따나경(보배경) 독송했다. 스리랑카 특유의 운율이다. 물론 빠알리 원문으로 독송했다. 예경문, 삼귀의, 오계도 빠알리어로 했을 것이다. 다음으로 독송한 경은 망갈라경(축복경)이다. 역시 빠알리어로 독송했다. 불자들도 법요집에 있는 빠알리어로 함께 독송했다. 이렇게 해서 천도재 1부가 끝났다.

1
부 예불의식이 끝나고 우띠따 스님이 짧게 법문했다. 유창한 한국말로 "마음의 힘을 길러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어떻게 마음의 힘을 길러야 할까?

 


우띠따 스님은 오늘 독송한 망갈라경에는 32가지에 대해서 말했다. 나쁜 친구를 사귀지 않는 등 32가지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라고 했다. 그 중에 명상을 해서 열반에 드는 것도 있다. 이를 법구경 204번 게송을 곁들여 설명했다. 최상의 행복은 열반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명상을 하면 내면의 힘이 있기 때문에 이길수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천도재 1부는 빠알리 예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천도재 2부는 한국식으로 진행 되었다. 천수경, 장엄염불 등이 있는 예불의식을 말한다. 놀랍게도 스리랑카 스님이 목탁을 치며 염불했다.

스리랑카 가사를 입은 스님이 목탁치며 염불하는 모습이 생소했다. 몸이 아픈 송위지 법사를 대신해서 한 것이다. 한국스님이 있었다면 더 좋았을 것이다. 그러나 재가자가 창건주로 있고 재가자가 의식을 진행하는 절에서 한국스님이 있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이번 천도재는 3년만이라고 한다. 코로나로 인하여 그동안 열리지 못했는데 합동천도재가 재개된 것이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이 많이 왔다.

천도재 2부는 한국방식으로 진행 되었다. 사람들이 많다 보니 한 사람씩 나와서 제단에 차를 올리고 삼배하는 형식이다. 스리랑카 스님들은 목탁을 치며 장엄염불을 했다. 천도재가 끝날 즈음에는 과거 28불에 대한 염불을 빠알리어로 진행했다.

 


스리랑카 스님들이 천도재를 지내는 것이 어색해 보인다. 그렇다면 천도재는 부처님 가르침에 어긋나는 것일까? 만약 천도재를 한다고 하여 시왕들을 돈으로 매수하여 하늘나라에 태어나게 한다면 부처님 가르침에 어긋나는 것이 된다. 그러나 조상에게 제사지내는 형식이라면 문제 되지 않는다.

부처님은 제사를 부정하지 않았다. 여법하게 제사지내는 것은 공덕이 된다고 하여 장려했다. 이는 담장 밖의 경에서친지들에 대한 의무가 실현되었고 가신 님들을 위한 훌륭한 헌공이 이루어지니 수행승들에게 크나큰 힘이 부여되었고 그대들에 의해서 적지 않은 공덕이 생겨난다.”(Khp.7)라는 가르침으로 알 수 있다.

 


부처님은 내면의 제사를 강조했다. , , 혜 삼학을 닦으면 내면의 제사를 지내는 것과 같다. 그러나 부모나 조상의 경우 가르침을 만나지 못해서 아귀계에 있다면 가르침을 알려 주어야 할 것이다. 이런 이유로 장엄염불을 보면 무상게 등 부처님 가르침이 많다.

천도재가 모두 끝났다. 다음은 음식을 나누어 먹는 시간이다. 천도재에 참석한 불자들은 법당에 앉아 떡과 과일, 그리고 음식을 먹었다. 일종의 음복을 한 것이다.

 


천도재는 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이다. 하면 좋은 것이다. 천도재를 하면 공덕이 되어서 좋은 것이다. 그러나 비용이 문제가 된다. 절에서 49재를 하면 비용이 상당히 들어간다. 돈이 없으면 천도재를 하고 싶어도 못한다.

 


성원정사에서는 천도재를 무료로 해준다. 물론 여법하게 한다. 1부에서는 빠알리 의식으로 하고, 2부에서는 한국식으로 하는 것이 한국불교에서 하는 것과 다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성의의 문제이다.

성원정사 천도재는 집전하는 사람이나 따라 하는 사람이나 정성껏 한다. 석가모니불 정근하며 염주를 천개 돌리는 것이 이에 해당된다. 수행도 겸하는 것이다. 이것도 내면의 제사에 해당될 것이다.

천도재를 마치고 귀가하려 하는데 어느 초로의 여인이 아는 척 했다. 페이스북에서 봤다고 했다. 언젠가 블로그와 페이스북에 천도재 한 것에 대한 글을 동시에 올렸는데 페이스북에서 봤다는 것이다.

참으로 놀라운 일이다. 페이스북친구를 합동천도재 현장에서 만난 것이다. 페이스북친구는 글을 보고서 성원정사를 찾았다고 한다. 이번에 어머니가 돌아 가셨는데 49재를 성원정사에서 지낸 것이다.

 


오늘 합동천도재에는 위패가 두 개 올려 졌다. 페이스북친구의 어머니 위패와 장인 위패를 말한다. 나머지 사람들은 합동 위패를 사용했다. 페이스북친구가 본 것은 "왜 공덕을 회향해야 하는가?"(2020-01-20, https://bolee591.tistory.com/m/16159643)라는
제목의 글이다.

세상은 넓고도 또한 좁은 것 같다. 페이스북친구는 무료 천도재에 대한 글을 보고 성원정사를 찾았는데 글쓴 사람을 오늘 합동천도재에서 본 것이다. 페이스북친구는 글을 잘 보고 있다고 했다. 댓글은 자주 달지 않지만 공감은 자주 하는 것 같다. 이름이 익숙하다.


2022-11-20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