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속의연꽃

콩나물 천원어치

담마다사 이병욱 2022. 11. 23. 14:17

콩나물 천원어치


막간을 이용해서 글을 쓴다. 밥이 될려면 10여분 남았다. 이 짧은 시간에도 글이 나온다. 속도전을 하기 때문이다.

오늘 오전 중앙시장에 갔었다. 글을 하나 쓰고나자 보상심리가 발동했다. 마치 고된 노동후에 보상을 바라는 것과 같다. 걷기로 했다. 걷다보면 보상이 될 것 같았다.

안양로 대로를 따라 걸었다. 등 뒤에 햇살이 따스하다. 동그란 모양의 은행나무는 샛노랗게 변했다. 지금 11 23일이니 비바람 한번 불면 나목이 될 것이다.

안양중앙시장 가는 길은 치유의 길이다. 걷다보면 온갖 번뇌망념이 사라진다. 무엇보다 삶의 생생한 모습을 본다. 길거리 노점에서 채소 등 먹거리를 파는 노인에게서 삶의 활력을 본다.

중앙시장에 왔다. 노점에서 콩나물을 봤다. 가격표를 보니 한봉지에 천원이다. 콩나물 가격은 깍지 말라는 말이 있다. 천원이다 보니 깍을 것도 없다. "콩나물 주세요."라고 말하니 할머니는 기쁜 마음으로 잽싸게 건네 준다. 천원 한장의 위력이 발휘되는 순간이다.

 


중앙시장에 가면 살아 있는 것 같다. 중앙 통로의 노점상 사람들은 손 놀릴 새가 없다. 야채나 채소, 먹거리 등을 다듬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손놀림 할 때 번뇌가 있을 수 없을 것이다.

시장사람들은 거칠게 생겼다. 일년 열두달 노지에서 비바람 눈보라 맞아 가며 장사하기 때문에 얼굴이 거칠다. 손을 잠시도 놀리지 않아서 손은 투박하다. 그러나 자신이 하는 일에 만족하는 것 같다. 매일 시장에 나와서 앉아 있는 것이 어쩌면 행복하게 보인다.

유한족들이 있다. 시간도 많고 돈도 많은 사람들이다. 이들은 시간부자이고 돈부자이어서 시간을 주체하지 못하고 돈을 주체하지 못한다. 이들 얼굴을 보면 희고 곱다. 물론 손도 희고 곱다.

유한족들은 "오늘 하루를 어떻게 보낼까?"라며 걱정한다. 당장 "오늘 점심을 어디서 먹을까?"라며 행복한 고민에 빠진다. 늘 잘 먹고 잘 논다. 스트레스 쌓이면 멀리 해외로 나간다. 겨울에는 따뜻한 나라에 가서 몇 달 살다가 온다.

유한족들은 돈만 많아서 유한족이 되는 것은 아니다. 돈이 없어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 하릴없이 집에서 또는 자신만의 장소에서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이다. 이들 사람들도 얼굴이 희고 곱다. 물론 손도 희고 곱다.

 


시장에 가면 사는 맛이 난다. 일 없을 때 안양로 대로를 따라 시장에 간다. 오늘은 노점에서 콩나물을 팔아 주었다. 천원이다. 노점에서는 천원의 가치도 소중하게 여긴다. 시장 수산물 가게에서 생물 고등어를 세 마리 샀다. 세 마리에 6천원이다. 구이용으로 손질해달라고 했다.

 


콩나물과 고등어를 들고 집에 까지 걸어 왔다. 대로를 건너고 철길을 건너고 하천을 건너면 된다. 사무실을 출발한지 한시간만에 집에 왔다. 한시간 동안 걸었기 때문에 운동이 되었다.

 


오늘 점심식사는 고등어 구이에 콩나물로 하고자 했다. 고등어 한마리를 에어프라이어에 구웠다. 콩나물국에는 김치 국물을 반국자 넣었다. 밥은 새로 지었다. 이제 먹기만 하면 된다. 이를 고등어구이 콩나물 국밥이라고 해야 할까?


2022-11-23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