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속의연꽃

오랜만에 손 맛을

담마다사 이병욱 2022. 12. 2. 12:03

오랜만에 손 맛을


오랜만에 손 맛을 느낀다. 클릭하는 마우스에 힘이 실려 있다. 일감이 생겼기 때문이다. 사람은 일이 있어야 활력이 생기는 것 같다. 마치 농부가 손바닥에 침을 뱉어 호미자루를 잡는 것과 같다.


그날 그날 컨디션이 다르다. 똑 같은 날은 거의 없다. 오늘은 아침부터 무기력했다. 메일을 보니 일감이 하나 와 있었다. 고객들은 성격이 급해서일까 빨리빨리 해달라고 한다. 오늘 중으로 처리해야 할 일이다. 그러나 무력감 때문에 움직임이 둔하다.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할까?

비상수단을 사용하기로 했다. 그것은 명상하는 것이다. 유튜브에서 놀거나 산책 나가는 것보다 훨씬 더 효과적이다. 몸과 마음의 상태를 바꾸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을 알기에 자리에 앉았다.

일이 있으면 마음은 바빠지기 시작한다. 마치 대양을 항해하는 선박에서 태풍이 불면 선원들이 분주해지는 것과 같다. 그러나 명상을 오래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다. 한번 앉으면 한시간 있어야 하나 앉아 있을 때까지 앉아 있어 보기로 했다.

온간 생각이 일어났다가 사라진다. 첫번째 좌선시간에 좋은 결과를 얻기 힘들다. 두 번, 세 번 시도 해야 그 중에 한번 집중이 될까말까 한다. 생각은 생각이 꼬리를 물어 새로운 생각을 만들어 낸다. 이를 망상이라 해야 할 것이다.

망상은 왜 일어나는가? 이는 맛지마니까야 ‘꿀과자의 경’(M18)에서 상세하게 설명되어 있다. 가장 먼저 삼사화합에 따른 느낌의 발생이다. 느낀 것을 지각하고, 지각한 것을 사유하게 되면 망상이 된다. 이를 빠빤짜라고 하는데 희론이라고도 번역된다.

명상중에 망상이 일어나면 망상에 지배된다. 이런 현상에 대하여 주석에서는 “마술사가 뼈다귀에 생명력을 불어 넣어서 부활한 호랑이가 오히려 마술사를 잡아 먹는 형식을 취한다.”라고 했다.

망상은 귀신그림과도 같다. 미술가가 귀신그림을 그려 놓았는데 귀신 그림에 압도 되어서 귀신 들리는 것과도 같다. 망상이 일어나면 망상에 사로잡혀 있게 되는데 악마의 영역에 있는 것이나 다름 없다.

좌선할 때 사띠가 약하면 지각하는 것이 망상이기 되기 쉽다. 한참 망상이 진행될 때까지 모르고 있다가 어느 순간 “아, 나에게서 망상이 일어났었구나.”라고 알게 된다. 이렇게 아는 순간 다시 호흡으로 되돌아 온다.

오전에 좌선을 이십분했다. 크게 세 번 망상에 사로잡혔다. 마음의 문으로 생각이 치고 들어 오는데 이를 알아차리지 못하면 나중에 망상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망상을 알아차리지 못하면 어떻게 될까?

주석에 따르면, 망상에 대하여 자아의식에 기반을 두고 있는 일상적 지각의 확산이라고 했다. 일상에서 대상을 접할 때 생각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데 이를 알아차리지 못하면 정신적 질병이 된다고 했다.

개인에게 망상이 일어나면 어떻게 될까? 개인에게는 탐욕, 성냄, 어리석음이라는 정신적 질병을 수반한다고 했다. 망상이 사회에서 일어나면 어떻게 될까? 사회에서는 싸움, 논쟁, 언쟁, 교만, 중상, 질투, 간탐이라는 정신적 질병을 수반한다고 했다.

망상은 자아의식에 기반한다. 그래서“이것은 나이다, 이것은 나의 것이다. 이것은 나의 자이다.”라는 갈애와 자만과 견해에서 비롯된다. 이와 같은 세 가지 불선법에 따라 망상이 발생되는 것이다.

일이 있으면 좌선을 오래 할 수 없다. 고객은 늘 빨리 해 줄 것을 요구하기 때문에 가만 있을 수 없다. 이십분만에 앉아 있기를 끝냈다. 비록 망상으로 보냈지만 그래도 몸과 마음은 개운했다.

명상의 효과는 지대하다. 무언가 잘 풀리지 않을 때, 몸이 찌뿌둥하고 마음이 우울 할 때 앉아 있으면 효과적이다. 이는 몸과 마음 상태가 변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변화된 몸과 마음 상태로 일에 임하면 새로운 힘이 솟는다.

일감은 있다가도 없고 없다가도 있는. 일감이 없다고하여 “왜 일이 없을까?”라며 걱정하지 않는다. 예전에는 일주일만 일감이 없어도 안달복달 했었다. 그러나 개인사업을 십년 이상 하다 보니 나름대로 면역이 생겼다.

오늘 모처럼 손맛을 느끼고 있다. 십년이상 해오던 일이다. 매번 똑 같은 일이지만 내용이 다르기 때문에 지루하지 않다. 그러나 무엇보다 돈벌이가 된다는 것이디.

이 나이에 일이 있다는 것은 축복이다. 이번 일감으로 인하여 이번 달에 스리랑카에 가는데 용돈으로 도움이 될 것 같다. 오늘 힘을 써야 한다. 병천순대집에서 뼈다귀감자탕으로 점심을 먹을까 한다.


2022-12-02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