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행기

축적의 효과를 알기에

담마다사 이병욱 2022. 12. 7. 07:26

축적의 효과를 알기에


여행자보험 드는데 한시간 걸렸다. 잘 안해 본 것은 헤매기 마련이다. 처음 해보는 것은 시간이 걸린다. 포기할까도 생각했지만 끝까지 해보기로 했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친 끝에 마침내 해낼수 있었다.

알고 나면 아무것도 아니다. 모르니 답답한 것이다. 더구나 물어볼 사람도 없으면 난감하다. 누가 대신 해주면 좋으련만 홀로 일하다 보니 그런 사람이 없다.

무엇이든지 홀로 해내야 한다. 조직에서 지위가 있다면 아래사람이 해줄 것이다. 그러나 원맨컴퍼니 일인사업자는 모든 것을 혼자의 힘으로 해결해 내야 한다. 인생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인생은 누가 대신 살아주는 것이 아니다. 문제가 생기면 스스로 힘으로 해결해야 한다. 주변의 도움은 받을 수 있겠지만 결국 최종판단은 본인이 하는 것이다.

하루하루가 위태롭다. 해빙기 얼음 위를 걸어가는 것 같다. 지뢰밭을 걸어가는 병사와 같다. 언제 어떤 일이 터질지 알 수 없다. 조금만 방심해도 사고가 난다. 예기치 않는 불청객이 찾아 올 수도 있다.

최근 몇 통의 전화를 받았다. 공통적으로 죽다가 살아난 이야기를 했다. 한 친구는 백혈병에 걸렸다고 한다. 어느 날 숨이 차서 주져 앉았는데 병원에 가니 그런 진단이 내려진 것이다. 이후 삶은 완전히 바뀌었다. 지금은 어느 정도 희망을 가진 상태라고 했다. 피를 바꾸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1년 반만에 그런 일이 있었던 것이다. 또 한친구는 유방암에 걸렸다. 지금은 회복기로 역시 희망이 보인다고 했다. 지난 2년 동안 그런 일이 있었던 것이다.

사람의 앞날은 알 수 없다. 오늘 멀쩡하다가도 내일 어떻게 될지 알수없는 것이 인생이다. 더구나 나이가 노년기로 접어듦에 따라 가속화되는 것 같다. 수명이 얼마 남지 않은 것을 직감하게 된다.

지난주 감사가 끝나고 식사가 있었다. 어느 여성 도반이 자신의 기대수명은 115세라고 했다. 여러가지 조건을 입력하면 자신의 예상수명을 알 수 있는 앱이 있다는 것이다. 평소 술을 좋아하는 사람은 기대수명이 뚝 떨어진다고 한다. 술 좋아하는 사람치고 오래 사는 사람 없다는 말을 실감한다.

여성 도반은 이가 좋다. 이를 때우거나 씌우거나 임플란트 한 것이 없는 천연 이를 가지고 있다. 경로우대증이 있는 노인임에도 이 관리를 잘 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생활이 건전하고 보살행을 실천한다. 아마 이런 요인이 기대수명 115세로 나온 것 같다.

나의 기대수명은 얼마나 될까? 보험회사에서 제시하는 기대수명만큼 살게 될까? 단지 오래만 사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병으로 오래 산다면 삶의 질은 형편없이 떨어진다. 죽지못해 산다고 볼 수 있다. 건강하게 오래 살아야 한다. 그렇다면 오래 살아서 무엇을 할 것인가?

축원중에서 최대 축원은 장수축원이다. 오래 사는 것 자체가 축복인 것이다. 그런데 대부분 사람들은 즐기며 살라고 말한다. 그러나 노년에 즐기는 삶을 살기 힘들다. 병으로 고통스러운 삶이 되기 쉽다. 장수가 축복이기 보다는 괴로움이 될 수 있다.

하루를 일생처럼 살아야 한다. 오늘 죽는 날이라고 생각하면 진실해질 것이다. 즐기며 살 수 없을 것이다. 오늘 밤까지만 산다는 생각으로 하루일과를 시작한다면 마음가짐은 달라진다.

오래오래 살고자 한다. 오래오래 살면 공덕도 늘어날 것이다. 하루를 일생처럼 살았을 때 공덕은 점점 축적될 것이다. 아무 하는 일없이 밥만 먹거나 술만 마시는 등 감각을 즐기는 삶을 살았을 때 축적되는 것이 없다. 악업만 축적될 것이다. 감각을 즐기며 오래 사는 것은 재앙이다.

어제보다 나은 오늘이 되고자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공덕을 쌓아야 한다. 보시공덕, 지계공덕, 수행공덕을 쌓아야 한다. 특히 수행공덕을 쌓아야 한다.

대부분 사람들은 수행을 하지 않는다. 되는대로 산다. "인생 뭐 별거 있어?"라며 내키는 대로 산다. 자신을 계발시키는 데는 관심이 없다. 그러나 먹고 마시고 노는 데는 열심이다. 이런 삶에 어느 날 죽음의 그림자가 보일 때 어떤 생각이 들까?

요즘 매일 하는 일이 있다. 글쓰기, 경전읽기, 책읽기, 암송하기, 행선하기, 수행하기를 말한다. 물론 일감이 있으면 일을 하면서 동시에 하는 것들이다. 이런 일은 꾸준히 해야 한다. 하루라도 쉬면 나태해지는 것 같다.

글은 매일 꾸준히 써야 한다. 새벽에는 글쓰기 좋은 시간이다. 아침 6시까지는 온전히 내시간이다. 새벽 4시에 일어나면 2시간이 확보된다. 2시간 동안 글을 쓸 수 있다. 글은 틈만 나면 쓴다. 전철 타고 갈 때 1시간이 확보 되었다면 글 하나 나올 시간이 된다. 이런 글은 버리지 않는다. 모아두면 나중에 책이 된다.

현재 머리맡에는 디가니까야가 있다. 가까이 있어서 수시로 열어 본다. 고작 한두페이지 읽는다. 진리의 말씀이기 때문에 새기면서 읽는다. 기억하고 싶은 구절이 하나 있다.

디가니까야 14 '비유의 큰 경'에 출가자에 대한 정의가 있다. 비빳씬 부처님이 왕자였을 때 출가자를 보았다. 출가자는 출가에 대해서 이렇게 말했다.


왕자님, 저는 출가자 곧, 참으로 원리를 따르고, 참으로 고요한 삶을 영위하고, 참으로 착하고 건전한 것들을 행하고, 참으로 공덕을 지어내고, 참으로 폭력을 여의고, 참으로 존재에 대해서 연민하는 자입니다.”(D14.60)


수행승, 즉 빅쿠에 대한 정의가 있다. 청정도론에 따르면, “윤회에서 두려움을 보기 때문에 수행승이라고 한다.(Samsara bhayam ikkhati bhikkhu)”(Vism.1.7)라고 했다. 니까야를 보니 수행승에 대한 또다른 정의가 내려져 있다. 좀더 구체적이다. 1)원리를 따르는 자, 2)고요한 삶을 영위하는 자, 3)착하고 4)건전한 것들을 행하는 자, 5)폭력을 여읜 자, 6)존재에 대해서 연민하는 자를 출가자라고 정의해 놓았다.

출가자의 조건은 여섯 가지이다. 그 중에서 다섯 번째 '폭력을 여읜 자'는 주석에 따르면 연민(까루나)을 뜻하고, 여섯 번째 '존재에 대해서 연민하는 자'는 자애(멧따)를 뜻한다고 했다. 출가자는 자비로운 자임을 말한다.

 


머리맡에는 경전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읽어야 할 책도 있다. 현재 '위빳사나 수행방법론', '1402 강리도', '새로쓰는 광개토왕과 장수왕'을 읽고 있다. 매일 조금씩 틈나는 대로 읽는다. 시간이 없기 때문에 고작 한두페이지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축적의 효과를 알기에 손을 놓지 않는다. 시간이 말해 줄 것이다. 진도 나가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경전이나 책을 읽으면 진도가 나간다. 하루 한페이지만 읽어도 한달이면 30페이지가 된다. 두 달이면 60페이지가 되고, 세 달이면 90페이지가 된다. 매일 조금씩 읽다보면 결국 다 읽게 된다. 이것도 축적되는 삶이라고 말할 수 있다.

축적되는 삶에는 수행공덕만한 것이 없다. 글을 쓰는 것도 수행이고, 경을 외우는 것도 수행이고, 외운 경을 암송하는 것도 수행이다. 수행은 매일 해야 한다. 그래야 습관이 된다. 그래서 수행의 또다른 말을 수습(修習)이라고 한다.

수습의 삶을 살아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매일 행해야 한다. 매일 밥 먹듯이, 수행은 밥 먹듯 해야 한다. 글쓰기, 경전읽기, 책읽기, 경 암송하기, 행선하기, 좌선하기는 매일 해야 한다. 하루해가 짧다. 인생도 짧다.

스리랑카 순례를 앞두고 여행자보험을 들었다. 그 과정에서 한시간을 허비했다.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사람들은 먹고 마시고 즐기는 데는 시간을 아끼지 않는 것 같다. 미래가 알 수 없는 것이라면 하루를 일생처럼 살아야 한다. 오늘 밤까지만 사는 것이다.

 


시간이 없다. 내일이 없는 것처럼 살아야 한다. 책 진도 나가는 것처럼 매일 축적되는 삶을 살아야 한다. 시간을 보니 아침 6 12분이다. 새벽 4시부터 썼으니 2시간 12분 썼다. 오늘도 하루일과가 시작되었다.


2022-12-07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