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월스님에게 사띠를 물었더니
호텔의 아침이다. 지금 시각은 6시 49분이다. 호텔로비에서 홍차를 마시고 있다. 아침시간은 7시 40분이라 하니 글 하나 만들 여유가 있다.
여행을 다니다 보면 매일 숙소를 옮겨 다닌다. 어떤 날은 게스트하우스에서 자고 또 어떤 날은 게스트하우스 보다 못한 호텔에서 자기도 한다.
숙박료가 싸면 그만한 이유가 있는것 같다. 만족하지 못한 것이 많지만 따뜻한 샤워시설만 되어 있으면 오케이(OK)이다. 그런데 이곳 누와라엘리야 시에 있는 삼바트 호텔은 만족스럽다. 오랫만에 호텔다운 호텔에서 하루밤을 보낸 것 같다.
매일 짐을 풀고 짐을 꾸린다. 오늘 아침 짐을 꾸리는 과정에서 코키리 기념품이 파손 된 것을 발견했다. 돌을 깍아 만든 것이다. 깨질줄 몰랐다. 돌의 재질이 약한 것 같다.
코키리를 10불 주고 샀다. 며칠 되지 않았다. 박살난 기념품은 쓸모 없다. 쓰레기통에 버렸다. 돈도 낭비 되었다. 이렇게 낭비된 돈이 많다. 그러나 책을 사놓으면 남는다.
어제 캔디 BPS에서 책을 샀다. 상윳따니까야, 청정도론, 자타카를 샀다. 상윳따니까야는 코키리 기념품보다 가격이 낮다. 기념품은 며칠만에 박살이 나서 쓰레기통 속에 버려졌지만 한번 산책은 닳아져 없어지지 않는 한 끝까지 남는다.
기념품보다 책이다. 물질보다 정신이다. 물건은 한번 보는 것으로 만족하지만 정신적 만족은 꽤 오래 간다. 책도 물건이지만 그 안에 있는 진리는 영원한 것이다. 책은 사라져도 진리는 남는다. 물질적 욕망보다 정신적 가치를 추구해야 하는 이유가 된다.
오늘 아침 호텔 로비에서 혜월스님과 얘기를 나누었다. 사띠에 대해서 물어 보았다. 어느 페이스북 친구가 사띠의 용어에 대해서 물어 봐 줄 것을 요청했기 때문이다.
스님은 사띠에 대해서 사이콜로지로 설명했다. 사띠가 무엇인지 알려면 마음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먼저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탐심과 분심으로 설명했다.
사띠빳타나숫따가 있다. 염처경이다. 염처경에서 욕심은 물건에 대한 욕심이 아니라 마음에서 일어나는 욕심이라고 했다. 이는 무엇을 말하는가? 이는 느낌과 관련 있다. 즐거운 느낌이 생기면 탐욕의 마음이 일어나고, 괴로운 느낌이 생기면 성내는 마음이 일어난다. 이것이 마음의 근본 메카니즘이라고 했다.
깨달은 사람이란 무엇일까? 이에 대해 스님은 '이모셔널 스테빌리티(emotional stability)'로 설명했다. 마음이 흔들리지 않음을 말한다. 탐욕과 성냄의 마음이 일어나지 않은 마음의 평정상태이다. 이는 다름 아닌 지혜의 마음이다.
지혜의 마음을 가진 자가 깨달은 사람이다. 탐심과 분심이 없기 때문에 마음은 항상 평정을 유지한다. 탐심과 분심이 없기 때문에 자비의 마음이 있다. 탐심과 분심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자비의 마음을 낼 수 없기 때문이다.
어리석은 자는 탐심과 분심을 따라간다. 이는 한마디로 느낌을 따라 가는 것이다. 그러나 지혜로운 자는 느낌을 따라가지 않는다. 그래서 혜월스님은 "내느낌을 따라가지 않고 지혜롭게 행위하는 것이 사띠입니다."라고 말했다.
혜월스님의 가르침은 명확하다. 핵심을 가로지르는 말을 한다. 사띠에 대해서 마음챙김이니, 마음지킴이니 이런 식으로 말하지 않는다. 마음이 일어나는 메커니즘으로 설명한다. 이를 사이콜로지라는 말로 자주 사용했다.
스님은 사띠를 기억으로 보는 것에 비판했다. 왜 그런가? 기억은 계발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서 개를 예로 들었다.
개는 주인을 알아 본다. 밖에 누가 왔는지 아는 것이다. 주인을 기억한다고 해서 그 기억 이상이 될 수 없다. 이는 무엇을 말하는가? 기억은 계발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사띠는 단지 기억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좌선하면서 이전의 마음을 기억하는 것만이 사띠가 아님을 말한다. 내 마음이 흔들리지 않게 이모셔널 스테빌리티(감정적 평정)를 계발하고 관리하는 것을 사띠하는 것이라고 했다.
혜월스님에게 사띠의 번역어에 대해서 물어 보았다. 마음챙김, 새김, 마음지킴 등 여러가지 용어가 있는데 어느 용어가 가장 타당한지 물어 보았다. 이에 대해 스님은 사띠라는 원어를 그대로 사용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이번 순례를 구도여행으로 삼았다. 성지에 가서 신심을 일으키고 숙소에서는 행선과 좌선을 하고자 했다. 그런데 혜월스님과 얘기를 하다보니 생각이 정리되는 것 같다. 혜월스님과 함께 하는 것이 구도여행이 된 것 같다
2022-12-16
담마다사 이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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