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메랄드 사원에서 사마타 불공을
에메랄드 사원 법당에 앉았다. 세계 각국의 사람들이 앉아 있다. 절을 하는 사람도 있고 가만 앉아 있기만 하는 사람도 있다. 사람들은 이런 상황을 즐기는 것 같다.
법당에 앉아 있으면 걱정이 없다.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 모른다. 눈으로는 불상을 보고 귀로는 스님들의 독경 소리를 듣는다. 오감중에서 눈과 귀만 청정하게 해도 근심과 걱정이 있을 수 없다.
스리랑카 성지순례를 마쳤다. 그러나 직항이 없어서 태국에서 갈아타고 가야 한다. 오늘 아침 8시에 도착했다. 무려 17시간이 남았다. 그것도 낮시간이다. 이 시간에 무엇을 해야할까?
방콕시내 관광을 하기로 했다. 태국은 불교나라이기 때문에 사원이 많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래서 관광이 아닌 순례를 하기로 했다.
방콕에는 김형근 선생이 아는 사람이 있다. 비즈니스 관계로 아는 사람이다. 방콕시내 사원순례를 가기 위한 편의를 요청했다. 흔쾌히 들어 주었다.
태국은 처음이다. 동남아 국가 중에 미얀마만 한번 가 보았다. 이렇게 하루가 여유가 생겨서 태국성지순례를 하게 되었다.
태국 도심에는 여러 사찰이 있다. 에메랄드 사원에 가기 전에 한사원에 들렀다. 법당에 들어가서 삼배를 했다. 테라와다식으로 했다. 앉은 자세에서 오체투지하는 것을 말한다.
오체투지할 때 알아차리고자 노력했다. 위빠사나 수행지침서를 보면 오체투지할 때도 한동작 한동작 알아차려야 한다고 했다.
에메랄드 사원에 갔다. 왕실 사원이어서일까 화려함의 극치이다. 방문한 사람들은 감탄을 금치 못한다. 보는 즐거움에 가슴 뿌듯해 하는 것 같다. 눈이 호강하는 것 같다.
에메랄드 사원 대법당에 들어 갔다. 불자로서 당연히 절 해야 한다. 테라와다식 오체투지하고자 했다. 이번에는 방법을 달리해 보았다. 마음 속으로 "이 예배공양공덕으로 모든 일이 원만히 이루어지기를!"라며 절한 것이다.
확실히 효과가 있었다. 동작 하나하나 알아차림 하면서 오체투지하는 것과 달랐다. 태도가 진지해진 것이다. 절 할때마다 "이 예배공양공덕으로 모든 일이 원만히 이루어지기를!"라며 마음속으로 말했다. 진지한 사람이 되는 것 같았다. 절하는 사람들과 같은 마음이 되는 것 같았다. 절은 이렇게 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번 좋은 경험을 하자 동일한 효과가 있는지 확인하고 싶었다. 다른 사원에 갔을 때도 "이 예배공양공덕으로 모든 일이 원만히 이루어지기를!"라며 오체투지했다. 마음이 청정해지는 것 같았다. 스리랑카 불자들이 보리수나 불탑에 합장하는 모습이 이해 되었다.
흔히 바라는 기도를 하지 말라고 한다. 거래하는 기도도 하지 말라고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공덕이 되는 공양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른바 불공을 말한다.
불자라면 불공을 해야 한다. 부처님에게 공양하는 것이다. 어떤 공양을 해야 하는가? 물질적 공양보다도 정신적 공양을 해야 한다. 감각기관을 청정하게 하는 공양이다. 부처님 전에 꽃 한송이 올리고 "이 예배공양공덕으로 모든 일이 원만히 이루어지기를!"라며 불공드리는 것이다.
자신만을 위한 불공을 해서는 안될 것이다. 이번에는 "이 예배공양공덕으로 그대에게 모든 일이 원만히 이루어지기를!"라며 불공드리는 것이다. 여기서 그대는 누구나 될 수 있다. 부모, 형제, 자매, 배우자, 자식이 될 수 있다. 스승, 친구, 이웃이 될 수 있다. 이렇게 불공하면 마음이 청정해지는 것 같다.
공덕에는 보시, 지계, 수행공덕이 있다. 수행공덕에는 사마타 공덕과 위빠사나 공덕이 있다. 오체투지할 때 동작을 알아차리면 위빠사나 공덕이 된다. 오체투지할 때 "이 예배공양공덕으로 그대에게 모든 일이 원만히 이루어지기를!"라며 바라면 사마타 공덕이 된다.
이번 순례가 구도여행이 되기를 바랬다. 암송을 하고 행선을 하고 좌선을 하면 구도여행이 되는 줄 알았다. 그러나 스리랑카 불자들의 진지한 불공을 보고서 생각을 달리하게 되었다. 위빠사나 공덕뿐만 아니라 사마타 공덕을 지어야 함을 알게 되었다. 오늘 에메랄드 사원에서 크게 알게 되었다.
2022-12-19
담마다사 이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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