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속의연꽃

대각성 운동이 필요한 한국불교, 콜롬보 마하보디 소사이어티에서

담마다사 이병욱 2022. 12. 21. 15:08

대각성 운동이 필요한 한국불교, 콜롬보 마하보디 소사이어티에서

 

 

이번 스리랑카 성지순례에서 1,467키로를 달렸다. 이는 차를 렌트했기 가능한 것이다. 패키지여행으로 갔다면 절반 이하를 달렸을 것이다. 렌터카로 달렸을 때 기동력이 있어서 패키지 여행코스 플러스가 되었다.

 

스리랑카 성지순례 코스는 정형화 되어 있다. 콜롬보에 도착하여 아누라다푸라로 이동하여 성지순례가 시작된다. 폴론나루와, 담블라 등의 유적지와 성지를 참배 하고 난 후에 캔디 불치사에 이르는 코스가 일반적이다.

 

이번 순례는 혜월스님과 함께 하는 성지순례가 되었다. 승용차를 렌트하여 스리랑카 현지인 운전기사와 함께 했다. 또한 미국 뉴욕에 사는 김형근 선생과 함께 하는 순례가 되었다. 모두 네 명이다. 일반 패키지 여행 플러스가 되는 성지순례가 되었다. 그 플러스 중에 하나가 마하보디 소사이어티이다.

 

김형근 선생은 이번 스리랑카 성지순례가 처음이라고 했다. 그럼에도 자료준비를 철저히 했다. 잘 알려진 성지도 좋지만 근대 스리랑카불교 부흥운동과 관련된 장소도 순례하기로 한 것이다. 올코트 대령이 수계 받았던 비자야난다 사원, 불교와 기독교의 논쟁 장소였던 파나두라 광장, 그리고 다르마팔라의 마하보디 소사이어티가 바로 그곳이다. 남들이 잘 가지 않는 곳이다. 이런 성지가 성지순례 플러스가 될 것이다.

 

마하보디 소사이어티는 어디에 있을까? 스리랑카 운전기사겸 가이드도 잘 모르는 것 같다. 혜월스님도 위치를 잘 모르는 것 같다. 아마도 그것은 불교사회운동이 완성 되어서 이미 끝나버린 상태이기 때문에 잘 모를지도 모른다.

 

마하보디 소사이어티는 12월 18일 공항 가는 길에 들렀다. 스리랑카에서 가장 마지막 순례가 되었다. 혜월스님은 다음 일정 때문에 참석하지 않았다. 운전기사겸 가이드인 가미니와 함께 찾아 갔다.

 

마하보디 소사이어티 위치는 스리랑카 사람들도 잘 모르는 것 같다. 아마도 중요한 불교성지가 아니어서 일 것이다. 사원이라기 보다는 회관에 가까운 것 같다. 운전기사는 네비를 보고서 찾아 갔다.

 

 

마하보디 소사이어티는 콜롬보 시내 한적한 곳에 있다. 겉으로는 사원처럼 보인다. 그러나 회관에 더 가깝다. 그럼에도 불상이 있고 불탑이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사원처럼 보인다.

 

 

마하보디 소사이어티는 다르마팔라(1864~1933)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검색한 자료에 따르면 외세의 지배로 침체에 빠져 있던 스리랑카의 국민에게 용기와 희망을 불어넣어 주고 불교를 부흥시킨 국민적 영웅이라고 칭송되어 있다. 그래서일까 마하보디 소사이어티 본관 앞에는 다르마팔라 동상이 있다.

 

다르마팔라 동상은 황금색이다. 두 팔을 팔짱 낀 상태로 당당하게 서 있는 모습이다. 머리는 장발이다. 이는 다르마팔라가 재가불교운동자임을 뜻한다. 다르마팔라는 만년에, 죽기 전에 출가하여 비구가 되었다. 그러나 일생의 대부분을 재가로 살면서 불교운동을 했기 때문에 장발의 재가자 모습의 동상이 세워졌을 것이다.

 

동상 아래에는 설명문이 있다. 설명문을 보니 영어로 ‘THE SACRED TEMPLE OF BUDDHA AND HIS CHIF DISCIPLES’라고 쓰여 있다. 우리말로 옮기면 부처님과 그의 주요 제자들의 성스러운 사원이라는 뜻이다. 그리고 B.E2513A.C1969라는 글씨가 쓰여 있는데, 이 동상이 1969년에 세워진 것임을 알 수 있게 한다.

 

설명문을 읽어 보았다. 불과 아홉 줄밖에 되지 않는 짤막한 문구로 되어 있다. 이를 타이핑해 보았다.

 

 

“The construction of this vihara enshrining the sacred relics of the Buddha and the great Arahants, Sariputta and Maha Moggallana, by the Maha Bodhi Society under the personal guidance of The Venerable Hedigalle Pannatissa Nayaka Thera, The Chief Incumbent of Sanchi Vihara in India, with the active Support of the Ceylon and Japanese Governments and generous donations of devoted Buddhists and well-wishers has now been completed, May this vihara be a source of inspiration to all to follow the Way of Truth as shown by the Buddha.”

 

 

설명문을 보면 마하보디 소사이어티가 사원(vihara)임을 알 수 있다. 불교회관 정도로 알고 있었으나 엄연한 절이었던 것이다. 놀라운 사실은 이 사원은 부처님 사리와 부처님의 두 명의 상수제자인 사리뿟따와 마하 목갈라나 존자의 사리를 모시기 위해 건립되었다는 것이다.

 

콜롬보에 있는 마하보디 소사이어티에 사리가 있는지는 알 수 없다. 인도 산치 사원에서 사리가 발견된 것은 분명하지만 이후 행방은 알 수 없다. 이날 방문했을 때는 일요일이었다. 그래서인지 문을 닫아 놓았다. 안으로 들어 갈 수 없어서 사리가 있는지 확인하지 못했다. 이날 오후에 사원에는 우리밖에 없었다.

 

 

마하보디 소사이어티는 절 같지 않고 회관처럼 보인다. 중앙에 있는 메인 건물 위에는 불탑처럼 보이는 흰 탑이 있다. 어찌 보면 사원같기도 하고 어찌 보면 일반 건물처럼 보인다.

 

사원에는 일반사람들은 보이지 않는다. 우리들만 있다. 더구나 메인 건물은 잠겨져 있다. 중요한 곳이라면 일요일에도 관람객이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문이 잠겨 있다면 스리랑카 불자들에게 있어서는 그다지 중요한 성소가 아닌 것 같다.

 

설명문에는 사리가 있는 것처럼 문구가 써 있다. 부처님 사리가 정말 있다면, 두 상수제자의 사리가 있다면 사원에는 순례자들로 북적일 것이다. 그러나 매우 한산하다. 한가하고 한산하고 여유로운 분위기이다. 사리가 있는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사원을 한번 둘러 보았다. 커다란 불상이 눈에 띄었다. 스리랑카 어느 곳에서나 볼 수 있는 사마디불상이다. 삼매에 든 부처님 모습이다. 야외에 있는데 지붕이 있는 원두막 같은 형태에 구조물에 모셔져 있다.

 

 

사원에는 보리수도 있다. 보리수는 연륜이 있어서인지 매우 크다. 보리수 앞에는 역시 사마디불상이 있다. 그러나 불단에는 공양물이 보이지 않는다. 어느 사원에 가든지 꽃공양한 것을 볼 수 있는데 이곳 마하보디 소사이어티에서는 어떤 공양물도 볼 수 없다.

 

 

사원에는 불탑도 있다. 아주 작은 미니 불탑이다. 사람 키보다 약간 더 큰 사이즈이다. 공양단에도 역시 아무것도 없다. 사람이 찾지 않는 곳 같다.

 

마하보디 소사이어티에는 불상도 있고, 보리수도 있고, 불탑도 있다. 세 가지를 갖추었으니 사원으로서 갖추어야 할 것은 다 갖춘 것 같다. 그러나 사람들이 없다. 사람들이 없다 보니 공양단에는그 흔한 꽃공양도 보이지 않는다.

 

마하보디 소사이어티는 사원일까 회관일까? 사원이라면 사람들이 찾아야 할 것이다. 일요일이라도 찾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사람들이 찾는 다면 꽃공양을 할 것이다. 그러나 아무도 찾는 사람들이 없는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는 회관처럼 보인다.

 

 

마하보디 소사이어티는 우리말로 대각회(大覺會)가 된다. 이는 불교 사회운동과 관련이 있다. 마하보디 소사이어티 창립자 다르마팔라는 영국 식민지 시절 스리랑카 불교운동에 헌신했기 때문이다.

 

다르마팔라는 평생 독신으로 살았다. 다르마팔라가 비구가 되고자 했다면 출가했을 것이다. 그러나 출가하면 불교사회운동을 하기에 지장이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출가의 길을 포기하고 그대신 독신으로 살면서 불교부흥운동에 매진 한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일까 후대 사람들은 다르마팔라를 보살이라고 말한다.

 

오늘날 스리랑카에서 다르마팔라의 꿈은 이루어졌다. 영국으로부터 독립했고 본래 불교국가로 되돌아 왔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다르마팔라가 마하보디 소사이어티라고 명칭 붙인 것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마하보디는 큰 깨달음을 의미한다. 부처님의 정등정각을 떠 오르게 한다. 그러나 다르마팔라 시대의 스리랑카 불교는 영국 식민지 지배하에 있었기 때문에 국민들을 각성하게 하는데 더 큰 의미를 두었을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다르마팔라의 마하보디 소사이어티는 대각성회(大覺醒會)로서의 의미가 더 있게 된다.

 

다르마팔라는 스리랑카 불교도들을 각성시키고자 했던 것 같다. 더 나아가 세계불교도들을 각성시키고자 했던 것 같다. 그 직접적인 실천운동은 인도 보드가야대탑 찾기 운동으로 본다.

 

다르마팔라는 한국과도 인연이 있다. 일제 강점기 시절인 1913년에 한국을 방문했기 때문이다. 그때 진신사리를 기증했다. 조계사 총무원청사 뒤편에 사리탑이 하나 있는데 그 때 다르마팔라가 기증한 진신사리가 보관되어 있다고 한다.

 

 

이번 스리랑카 순례에서 다르마팔라의 마하보디 소서이어티를 다녀 왔다. 스리랑카 불자들도 어디에 있는지 잘 모르는 사원이다. 하물며 우리나라 불자들은 어떠할까? 검색해 보니 다녀 온 사람의 글은 보이지 않는다. 이렇게 본다면 우리 순례 팀이 다녀와서 최초의 글을 남기게 되는 셈이 된다.

 

우리나라 불교는 대각을 필요로 한다. 그것은 다르마팔라가 추구했던 사회적 대각성운동이다. 현재 한국불교가 처한 현실을 보면 대각보다는 먼저 대각성운동이 절실해 보인다. 한국에도 다르마팔라와 같은 대보살이 출현해야 한다.

 

 

2022-12-21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