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끝자락에서
올해 끝자락에 있다. 엇그제 1월 1일인 것 같았는데 오늘 12월 31일이다. 단지 달력에 있는 마지막날이지만 삶의 끝자락에 와 있는 것 같다.
인생 최후의 날이 있을 것이다. 먼저 가신 님들을 보면 자신이 죽었는지조차 모르고 생을 마감했다. 의식이 있는 상태에서 생을 보낸다면 축복일 것이다.
지난 일년을 돌아본다. 나는 얼마나 이루어 놓았는가? 삶의 결산을 해보면 흑자일까 적자일까? 만족스럽지 않다면 망년이 되어야 하고 만족한다면 송년이 될 것이다. 대체로 만족한다.
축적되는 삶을 살고자 한다. 은행에 적금하듯이 살고자 하는 것이다. 매월 일정액을 부었을 때 연말에 확인해 보면 꽤 될 것이다. 인생도 적금하는 것처럼 살아야 한다. 글쓰기와, 경전읽기, 책읽기 등이 이에 된다. 눈으로 보이는 것들이다.
축적하는 삶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도 있다. 게송외우기, 경암송하기, 행선하기, 좌선하기 등이 이에 해당된다. 자신만이 알 수 있는 것이다. 정신적 공덕에 해당된다.
정신적 공덕은 남에게 보여 줄수도 없고 증명할 수도 없다. 다만 행위로 알수 있다. 탐, 진, 치로 알 수 있다. 다만 경계에 부딪쳐 보아야만 알수 있다.
나는 어른일까? 나이만 먹었다고 해서 어른이라면 누구나 다 어른일 것이다. 어른의 판단 기준은 무엇일까? 그것은 탐, 진, 치에 달려 있다.
"바라문이여, 태어난 이래 여든 살, 아흔 살, 백 살의 노인이라도 감각적 쾌락의 욕망을 즐기고, 감각적 쾌락의 욕망속에서 살고, 감각적 쾌락의 욕망에서 비롯된 고뇌에 불타고, 감각적 쾌락의 욕망에서 비롯된 사념에 삼켜지고, 감각적 쾌락의 욕망을 추구한다면, 그를 어리석은 장로라고 합니다."(A2.37)
나이를 아무리 많이 먹었어도 그가 감각적 욕망에 불타는 삶을 산다면 그는 청소년이나 다름 없다. 머리만 희다고 해서 장로라고 할수 없는 것이다.
어제보다 더 나은 오늘을 살고자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성찰이 있어야 할 것이다. 이렇게 글을 쓰는 것도 성찰에 해당된다. 이렇게 글을 쓰는 것도 성장에 해당된다. 어제와는 다른 오늘을 살기 때문이다.
성찰이 없다면 그날이 그날 같을 것이다. 어제가 오늘같고, 오늘이 내일같고, 내일이 어제같은 삶이다. 먹고 마시고 배설하는 동물같은 삶이다. 인생의 끝자락에 이르러 남는 것은 허와 무일 것이다.
흔히 한번뿐인 인생이라고 한다. 오직 한번뿐인 인생은 즐겨야 한다고 말한다. 무엇을 어떻게 즐길 것인가? 먹고 마시고 배설하는 것을 즐기자는 말인가? 동물적 삶을 살자는 건가? 그렇게 살아서 남는 것이 무엇인가? 그렇게 살다가 죽으면 된다고?
"젊은이여, 지금을 즐겨라. 먼 훗날 후회한다." 공익광고에서 이 문구를 봤다. 종로3가 환승역 벽면에서 본 포스터이다. 젊음의 열정을 발산해서 성과를 이루어 낸다면 좋은 것이다. 그러나 단지 감각적 욕망을 즐기라고 한다면 악마의 속삭임이 될 것이다.
사람들이 착각하는 것이 있다. 몸이 건강하면 천년만년 살것처럼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가장 낮은 천상에서 하루는 인간의 백년에 해당된다. 천신들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는 하루살이에 지나지 않는다.
하루살이같은 인생이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천년만년 살것처럼 시간을 헛되이 보낸다. 먹고 마시고 배설하는 재미로 살다보면 인생의 끝자락에 와 있을 것이다. 저 세상에 무엇을 가져가야 할까?
세월이 많이 흘렀다. 머리는 점점 백발이 되어 간다. 거울을 보면 노인이 보인다. 소년의 모습은 아련하다. 나는 저세상에 갈 노자돈은 마련해 놓았는가?
이시점에서 인생의 대차대조표를 따져 본다. 지금 이순간 최후를 맞이한다면 적자 인생이 된다. 어떤 세계에 떨어질지 모른다.
어떤 이는 말한다. 전생을 기억하지 못하는 한 윤회는 의미가 없다고. 죽으면 끝이다는 단멸론적 발상이다. 악마의 속삭임이다. 업과 업의 과보의 가르침을 믿는다면 공덕행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축적되는 삶을 살아야 한다. 지금 이순간에 최후를 맞아도 후회없는 삶을 살아야 한다. 스마트폰 밧데리가 몇 프로 남지 않은 것처럼 시간이 없다.
2022-12-31
담마다사 이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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