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속의연꽃

자타카가 출간되었다

담마다사 이병욱 2023. 1. 20. 10:17

자타카가 출간되었다

 


드디어 니왔다. 고대하고 고대하던 자타카가 출간된 것이다. 올해 1월 중순 때 나올 것이라고 했는데 정말 나온 것이다. 한국빠알리성전협회 전재성 선생이 자타카를 번역한지 4년만의 일이다.

택배로 자타카를 받았다. 먼저 외관이 특이하다. 인조가죽 케이스로 되어 있다. 또한 자크가 달려 있다. 놀라운 것은 방대한 내용이 한권에 다 들어가 있다는 사실이다.

 


자타카는 본래 7권으로 되어 있다. 이를 한권으로 통합한 것이다. 최근 한국빠알리성전협회에서는 니까야를 한권으로 통합했다. 상윳따니까야 7권을 한권으로 통합했고, 앙굿따라니까야 9권도 한권으로 통합했다. 디가니까야 3권도 한권으로 통합했고, 맛지마니까야 3권도 한권으로 통합했다. 청정도론도 본래 3권으로 되어 있는데 첫 출간부터 통합본이 나왔다.

한권으로 통합되면 이동하기 쉬워진다. 7권짜리 상윳따니까야를 가방에 넣고 다닐 수 없다. 그러나 한권으로 통합되어 있다면 가방에 넣고 다닐 수 있어서 어디서나 볼 수 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종이가 얇아야 한다. 매우 가는 특수지를 사용하는 것이다. 또한 두 단의 칼럼으로 배열해야 한다. 당연히 폰트사이즈도 작아 져야 한다.

자크가 달린 자타카를 열어 보았다. 책에는 금칠이 되어 있다. 금칠된 바이블이 연상된다. 매우 고급스러워 보이고 성물처럼 보인다. 폰트사이즈가 작기는 하지만 읽을만 하다. 노안이라면 돋보기를 사용하면 좋을 것 같다. 토탈 2,814페이지에 달한다.

 


한국빠알리성전협회에서 출간된 각 니까야는 한권으로 통합되었다. 그리고 인조케이스로 하여 자크가 달려 있다. 종이는 얇고 2단 칼럼으로 되어 있다. 이런 구조에 대해서 어떤 이는 불편해 한다. 읽기가 불편하다는 것이다. 종이가 너무 얇아 불편하다고 하고 글자가 너무 작아 불편하다고 한다. 그러나 적응되면 불편한 줄 모른다.

경전은 외관보다 내용이다. 하드웨어보다 소프트웨어인 것이다. 그 사람이 아무리 미인이어도 정신적 능력이 없다면 허당인 것처럼, 아무리 책이 화려해도 내용이 없다면 가치를 상실한다. 경전은 열어 보기 전과 후는 다르다. 게송 몇 개만 접해도 다른 나라에 간 것 같다. 자타카도 이와 다르지 않다.

자타카는 이미 한번 읽어 봤다. 작년 이맘때 교정작업에 참여했기 때문이다. 처음 자타카를 펼쳤을 때 기존 니까야와 다른 것을 느꼈다. 사성제, 팔정도, 십이연기 등과 같은 근본 교리는 보이지 않았다. 그대신 삶이 있었다. 그것은 세상사람들이 사는 삶이다. 거기에는 도둑놈도 있고 사기꾼도 있고 상간남 상간녀도 있었다.

자타카는 인간들의 삶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펼쳐져 있다. 고귀한 자의 삶에서부터 하찮은 자의 삶에 이르기까지 인간사가 총망라되어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삶은 축생으로까지 확대된다.

이 세상은 사람만 사는 세상은 아니다. 눈을 돌려 하늘을 쳐다보면 새들이 날아 다닌다. 하천에는 물새들이 노닌다. 산과 들에는 토끼도 있고 사슴도 있을 것이다. 자타카에는 인간만 등장하는 것이 아니라 축생도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그러나 개나 고양이, 돼지, 소와 같은 가축은 볼 수 없다. 야생의 축생이 주인공이 된다.

삼계에는 인간과 축생만 있는 것이 아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도 있다. 그래서 자타카에는 야차와 같은 귀신도 등장하고 제석천과 같은 천신도 등장하다. 그래서 자타카에는 신화적이고 초월적인 얘기로 가득하다. 자타카는 시간적으로 공간적으로 무한히 확장되어 있어서 우주적 스케일로 되어 있다.

자타카는 보살의 전생에 대한 삶의 기록이다. 완전한 깨달음을 얻기 이전에 바라밀 공덕을 쌓는 과정에 대한 것이다. 보살은 무려 4아승지하고도 10만겁동안 십바라밀 공덕을 쌓았다. 이 공덕의 힘으로 부처가 되었다. 단지 연기법을 깨달아 부처가 된 연각승과 다른 것이다. 일체지자로서 부처님이 되었기 때문에 법을 펼칠 수 있었던 것이다.

자타카는 독특한 경전이다. 재가자가 좋아할만한 경전이다. 열어 보면 재가자의 현실적 삶에 대한 것이 많다. 부모를 봉양하고 처자식을 먹여 살리는 등 현실에서의 나의 삶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래서일까 예로부터 자타카는 일반사람들을 교화하기 위한 법문의 기초가 되는 경전으로 활용되었다. 자타카에는 교훈적이고 우화적인 이야기로 가득하기 때문이다.

자타카는 대승불교의 기원이 되는 경전이기도 하다. 대승보살상이 경전에 잘 구현되어 있기 때문이다. 또한 바라밀 사상도 잘 구현되어 있다. 그래서 자타카에 대해서 초기불교와 대승불교를 연결해주는 징검다리와 같은 역할을 하는 경전이라고 말한다.

자타카에는 부처님이 보살로 살 때 수많은 전생이야기가 실려 있다. 모두 547자타카가 있다. 짧은 것도 있고 긴 것도 있다. 특히 마지막 자타카인 547번 지타키는 별도의 책으로 되어 있다. 7권의 자타카에서 7권이 547번 베싼따라 자타카인 것이다. 마치 한편의 장편소설을 보는 것 같다. 보시바라밀의 진수를 보여 준다. 이런 이유로 예로 부터 사원의 부조나 벽화의 소재로 활용되었을 것이다.

자타카는 작녁 여름에 출간 계획이 있었다. 그러나 계속 늦어 졌다. 계속 수정사항이 생겼기 때문이다. 게송만 해도 수천개가 되어서 엄두가 많을 정도로 많은 것이다. 금요니까야 모임 갔었을 때 번역에 지친 전재성 선생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마침내 작년 11월 중순 원고를 출판사에 넘겨 줌에 따라 제작이 진행되었다.

자타카는 일반 책과 달리 특수재질의 얇은 종이를 사용해야 했다. 또한 인조가죽케이스에 자크가 달렸기 때문에 제작기간을 필요로 했다. 자타카가 원고를 맡긴지 두 달만에 세상에 나온 이유가 된다.

한국에서 빠알리 원본을 번역한 것으로는 최초의 일이다. 더구나 각주에는 주석서의 내용으로 빼곡하다. 게송은 빠알리 원문이 실려 있다.

자타카 출간으로 인하여 이제까지 한국불자들은 전혀 다른 니까야 경전을 접하게 되었다. 자타카를 읽으면 신심으로 가득할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1권에 실려 있는 수메다 존자의 서원에 대한 이야기를 읽으면 신심이 절로 나는 것 같다. 7권에 있는 베싼따라 자타카를 읽으면 보시바라밀의 진수를 보는 것 같다. 머리맡에 놓고 조금씩 읽으면 소설 읽는 것보다 더 재미 있을 것이다.

 


자타카 교정작업에 참여했다. 이로 인하여 성전에 이름을 남기게 되었다. 머리말에 실명이 실려 있고 편집위원으로 등재 되어 있기 때문이다. 후원자들의 이름도 볼 수 있다. 주변 사람들에게 자타카 후원에 동참해 줄 것을 요청했는데 이름이 실렸다.

성전에 이름이 실린다는 것은 가문의 영광이다. 미력하게나마 출간에 도움을 주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금요니까야 모임 멤버들이 교정과 후원에 많이 참여했다. 이런 기회를 제공한 전재성 선생에게 감사드린다. 이 모든 영광은 전재성 선생에게 돌려야 한다.

 


전재성 선생은 지난 4년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밤낮으로 번역했다. 그 결과물이 마침내 세상에 나왔다. 이 모든 영광은 부처님에게 돌려야 한다. 부처님이 이 세상에 출현하지 않았다면 이런 경전을 볼 수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종적으로는 독자에 달려 있다. 아무리 훌륭한 가르침이 실린 경전이라도 읽어 주는 사람이 없다면 허망한 것이다.

자타카가 완역됨에 따라 한국불자들은 큰 선물을 받게 되었다. 재가불자들이 이제까지 전혀 다른 형태의 경전을 접하게 되었을 때 어쩌면 눈높이에 맞는 것인지 모른다. 자타카 구입불사에 참여해서 갖추어 놓으면 좋을 것 같다. 자타카 완역은 한국불교 1700년 역사에 있어서 쾌거라 아니할 수 없다.

 


2023-01-20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