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속의연꽃

부가세 신고를 하면서

담마다사 이병욱 2023. 1. 24. 10:26

부가세 신고를 하면서


오늘이 평일인 줄 알았다. 달력을 보니 빨간숫자이다. 설 연휴를 하루 더 쉬는 것이다. 설을 전후로 삼일 연속 쉬는 것 때문일 것이다. 설날이 일요일임에도 월요일과 화요일도 쉬는 것이다.

자영업자에게 쉬는 날은 의미가 없다. 명절 연휴가 있지만 명절 당일만 쉴 뿐이다. 주말에도 일터에 나와 앉아 있기 때문에 사실상 평일날은 없다. 직장에 다니는 사람들에게는 주말이 있고 명절연휴가 있지만 개인사업하는 사람, 자영하는 사람에게는 의미가 없다.


오늘 해야 할 일이 있다. 해마다 이맘때면 부가세를 신고해야 한다. 미루다가 미루다가 마감일 하루 남겨 놓고 컴퓨터를 켰다. 홈텍스에 접속해서 클릭 몇 번 하면 끝나는 일이다. 지난해 하반기 나의 성적표는 어떤 것일까?

성적표는 신통치 않다. 대기업 신입사원 월급수준에도 미치지 않는다. 이러다 보니 돈을 모으기 힘들다. 현상유지만 해도 다행으로 생각한다. 이 나이에 이만한 벌이라도 있는 것을 행운으로 생각해야 한다.

살아 오면서 늘 아쉽게 생각하는 것이 있다. 몇 주전 세면대 배관 교체 공사한 것도 아쉬웠다. 마무리가 깔끔하지 않았던 것이다. 금속링을 부차하지 않은 것이다. 배관공사하는 사람에게 요청했어야 했다. 배관공사한 사람 입장에서 봐주었으나 두고두고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제 장모님 집에 갔었다. 혼자 집을 지키며 살고 있다. 과거 집을 늘려가며 재산을 불려 가던 얘기를 했다. 몇 가지 아쉬워하는 것이 있었다. “그때 그 집을 팔지 않았어야 했었는데.”라며 얘기 했다. 또한 “그때 그 집을 샀었어야 했는데.”라며 얘기 했다. 계약금까지 들고 가서 계약하려 했으나 못한 것에 대한 후회의 말씀이다.

뒤돌아 보면 아쉬운 것이 많다. “그때 그 아파트를 사 놓았더라면.”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는 다름 아닌 불로소득을 노린 것이다. 그때 아파트를 사 두어서 백만장자가 되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재산이 많아서 행복할까? 그러나 돈은 믿을 수 없다.

강남부자들이 있다. 작은 법회 모임에서도 강남 사는 사람이 많은데 종종 부동산에 대한 얘기를 듣는다. 그때 사 놓은 것이 수십배 올랐다는 것이다. 모두 백만장자가 된 것이다. 힘들이지 않고 불로소득을 올린 것이다. 그렇다고 하여 인격까지 올라가는 것일까? 사회적 지위도 높아지는 것일까?

돈은 배신하기 쉽다. 쉽게 번 돈은 쉽게 사라진다. 주식이나 부동산 투기로 대박 났다고 하여 좋아할 일이 아니다. 세월이 흐르면 남아 있지 않게 된다. 설령 남아 있다고 해도 내돈이 아니다.

부동산을 여기저기 가진 자가 있다. 그는 백만장자로서 부자이다. 그러나 장부상에 등재되어 있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자신이 살고 있는 집 이외 것은 ‘잉여(surplus)’에 지나지 않는다. 그 집이 내것이라고 하더라도 현재 그 집에 사람이 살고 있다면 그 사람의 집이 된다.

은행에 돈을 맡기면 내 돈이라고 생각한다. 언제든지 꺼내 쓸 수 있기 때문에 내돈인 것은 확실하다. 그러나 돈이 은행에 계속 있는 한 내돈이라기 보다는 은행돈이라고 볼 수 있다. 왜 그런가? 은행에서 활용하기 때문에 은행돈인 것이다.

사람들은 돈과 재산을 자신의 인격과 동일시한다. 심지어 자신의 지위와 동일시 한다. 만약 그사람에게서 돈과 재산을 빼 버린다면 어떻게 될까? 잉여인간이 될 것이다.

목욕탕에서는 누구나 알몸이 된다. 한평생 돈과 재산을 자신의 인격으로 알고, 돈과 재산을 자신의 지위로 알고 지낸 자에게 남아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내가 누군데?”라는 자만만 있을 것이다. 재산을 형성하는 과정에서 지은 업만 잔뜩 남아 있을 것이다.

지난해 하반기 성적표를 받아 보았다. 나름대로 최선을 했지만 한계가 있다. 이런 기조는 십년전이나 지금이나 변함 없다. 앞으로도 그럴까? 아무도 나의 안전을 보장해 주지 않는다. 미래는 가 보아야 알 수 있다.

사람들 대부분은 돈에 모든 것을 건다. 소유를 해야 안심인 것으로 여긴다. 어떻게 해서든지 자신의 재산을 지키고자 한다. 재산이 많은 자는 절대로 돈자랑을 하지 않는다. 누군가 자신의 주머니에 1억이 있다고 말하는 순간 그 사람은 죽은 목숨이나 다름 없다. 그래서 부자들은 티를 내지 않는다.

치앙마이에서 한달살이 또는 두달살이 하는 사람들이 있다. 모두 부자들이다. 고액 연금생활자들도 많다. 그들은 절대 티를 내지 않는다. 알리지도 않는다. 부자 몸조심하는 것이다. 아무도 모르게 즐기는 것이다. 주변에는 이런 사람들이 많다.

돈은 반드시 배신하게 되어 있다. 수중에 만족할만한 돈이 있고 재산이 있다고 하더라도 내 것이 아니라고 생각해야 한다. 돈은 돌고 돌기 때문이다. 그런 돈에 인생을 올인한다면 인생은 허무한 것이 된다. 그런 돈을 믿고 인생을 즐겼다면 남는 것은 악덕밖에 없다.

어떻게 해야 인생을 잘 사는 것일까? 가장 먼저 탐욕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돈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야 한다. 돈을 인생의 제일의 가치로 삼기 보다는 더 가치 있는 일을 찾아야 한다. 그것은 다름 아닌 공덕이 되는 일을 하는 것이다.

공덕이 되는 일에 무엇이 있을까? 불교를 종교로 가진 불자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 그것은 명백하다. 보시공덕, 지계공덕, 수행공덕을 쌓는 것이다.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생활화가 되어야 한다.

가진 것이 별로 없다. 아파트 한채가 고작이다. 그것도 스물세평에 지나지 않는다. 차는 경차이다. 고작 999씨씨 밖에 되지 않는다. 사고가 나면 휴지조각처럼 구겨질 것이다. 이렇게 재산 공개하는 것은 가진 것이 없기 때문이다. 가진 자들은 절대로 자신의 재산이나 차종을 공개하지 못할 것이다.

지난 생을 돌아보면 아쉬운 것이 많다. “그때 그렇게 했었더라면.”이라며 후회되는 것이 많다. 그러나 그때와 지금은 조건이 다르기 때문에 후회하는 것은 어리석다. 앞으로 잘 하면 된다.

미래가 어떻게 전개될지 알 수 없다. 지금 이 순간에 최후를 맞이한다면 어떤 생각이 들까? “이만하면 됐다.”라고 생각하면 그뿐이다. 오늘도 해야 할 일을 해야 한다. 글을 쓰고 경전을 읽고 행선을 하고 좌선을 하는 것이다. 돈 보다 더 가치 있는 일이다.

저세상에 갈 때 돈과 재산은 가져 갈 수 없다. 보시공덕, 지계공덕, 수행공덕은 가져 갈 수 있다. 특히 수행공덕이다. 단지 스치는 향기동안만이라도 자애의 마음을 낸다면 어떤 보시공덕 보다 더 크다고 했다. 단지 손가락 튕기는 순간만이라도 무상을 지각할 수 있다면 가장 수승한 공덕이 된다고 했다.


2023-01-24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