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광한약방에서 환약을 한보따리 받았는데
나에게 믿는 구석이 하나 있다. 그것은 십년환이다. 십년환을 먹으면 속이 편한 것 같다. 어쩌면 플라시보 효과인지 모른다. 새벽에 공복에 열 알 정도 복용하면 장이 탄탄해지는 것 같다.
십년환을 다 먹었다. 불안해 졌다. 믿는 구석이 사라진 것 같았다. 전화를 해서 택배 요청을 하고자 했다. 마침 천장사에서 입춘법회가 있었다. 잘 되었다. 천장사 가는 길에 보광한약방에 들르는 것이다.
성기봉 선생에게 문자를 보냈다. 토요일 오후 3시에 방문하겠다고 했다. 한약방이 토요일에도 열 것이라고 생각했다. 병원이 오후에도 진료를 하니 그렇게 생각한 것이다.
천장사에서 늦게 출발했다. 점심공양을 하고 도반들과 차를 마시다 보니 2시 반이 넘어서 출발했다. 천장사에서 서산 시내까지는 17키로 30여분이 찍혔다.
보광한약방에 3시 반이 다 되어서 도착했다. 30분이 늦은 것이다. 더구나 한약방은 오후 1시까지 밖에 문을 열지 않는다고 했다. 성기봉 선생은 한사람을 위해서 3시 반까지 기다려 준 것이다.
보광한약방은 꼭 한번 가보고 싶었다. 그 동안 택배로만 약을 받았는데 직접 가서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었다. 빈손으로 갈 수 없었다. 행담도 휴게소에서 귤 한박스를 샀다.
보광한약방은 서산 시내 한복판에 있다. 시외버스터미널이 있는 곳이다. 1층에 있는 작은 한약방이다. 들어서자 한약냄새가 물씬하다. 약탕을 끓이는 듯한 한약방 특유의 향내가 났다.
선생은 먼저 혈압을 쟀다. 생년월일을 물어 봤다. 팔목의 맥박도 쟀다. 수많은 사람들의 맥을 짚었을 것이다. 단지 사진만을 보고서 1분 이내에 판단하는 의사와는 다른 것 같다. 선생은 기초자료를 컴퓨터에 입력했다. 위장과 대장의 힘이 약하다고 했다. 건강체질이 아닌 것이 판명 난 것이나 다름 없다.
선생은 약을 하나 처방해 주었다. 사신환이다. 배탈이 났을 때, 설사가 났을 때 좋은 약이라고 한다. 일종의 정로환 같은 환약으로서 설사방지와 장염치료제이다. 위급할 때 먹는 상비약 같은 것이다.
한약방에 간 것은 십년환 때문이다. 선생은 무려 열 개를 챙겨 주었다. 차를 타고 시동을 걸었는데 쫓아 와서 중풍예방 백중환 두 개를 추가로 주었다.
선생은 약값을 받지 않았다. 이를 어찌 해야 할까? 그러나 믿는 구석이 있다. 계좌번호를 알고 있기 때문이다.
선생이 준 약 중에 팔미원이 있다. 남성에게 좋은 약이다. 전립선 치료제도 되고 강장제도 된다. 작년에 무려 한박스를 보내 주었다. 한캡슐에 30알 정도의 환약이 있는데 거의 백캡슐 되는 것 같다. 아직 먹지 못하고 있다. 나를 위해서 특별히 보내 준 것이다. 오늘부터라도 열심히 먹어야겠다.
성기봉 선생은 시인이기도 하다. 곧 출간될 책을 보여 주었다. 교정작업 중이라고 했다. 불교 깨달음과 관련된 것이 많다. 선생의 또 다른 면모를 보는 것 같다.
책에서 약력을 보았다. 46년 생이다. 한약과 관련하여 박사 학위증도 있다. 그런데 선생은 수덕사 문중과 매우 깊은 관계에 있다는 것이다. 아버지가 만공스님 제자라고 했다. 자신도 한때 스님이라고 했다. 은해사 조실 법타스님이 자신과 사형사제 관계라고 했다.
성기봉 선생은 불가와 인연이 깊다. 그리고 대대로 한약업에 종사했다. 스님이셨던 아버지도 한약업을 했다고 한다. 그래서 조상 대대로 내려 오는 비법이 있다고 한다. 약국에는 없는 조제약이 바로 그런 것들이다. 이런 불가와의 인연이 있어서인지 스님들에게는 무료로 진료를 해 주고 무료로 약을 준다고 한다.
천장사 도반들은 보광한약방을 잘 알고 있었다. 서산에 사는 도반들은 진료도 받고 약도 타 먹는다고 했다. 성기봉 선생이 천장사에 다닌 것도 하나의 인연이 된다.
성기봉 선생은 몇 년 전에 천장사 법회에서 처음 뵈었다. 그때 처음 십년환 한통을 받았다. 평소 장이 약해서 과식하면 탈이 났었다. 십년환을 복용하고 난 이후 한번도 탈 난적이 없다.
약에 대한 신뢰가 생겼다. 이후 추가로 십년환 다섯 통을 구매했다. 몇 년 동안 위에 탈이 없었다. 장이 탄탄해진 듯한 느낌을 받았다. 이후 인연이 되어 백중환, 팔미원, 그리고 사신환을 받았다. 모두 환약이다. 치료제이기고 하고 예방약이기도 하다.
선생과 약속을 지켜야 한다. 팔미원 캡슐을 하루에 한 개 이상 먹기로 했다. 몸이 틀림없어 좋아질 것 같다. 마음 가짐도 바르게 해야 할 것 같다. 약 먹으면서 막행막식할 수 없다.
십년환이 확보 되었다. 십년환이 있어서 안심이다. 무려 열 통 있으니 몇 년 먹을 것 같다. 가족에게도 하나씩 주어야겠다. 공짜로 받을 수 없다. 계좌를 알고 있으니 안심이다.
2023-02-05
담마다사 이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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