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속의연꽃

서산에 불교갤러리카페가 있는데

담마다사 이병욱 2023. 2. 6. 07:52

서산에 불교갤러리카페가 있는데



만나면 반가운 사람이 친구이다. 친구를 만나면 어디로 가야 할까? 술집으로 가면 술친구라 할 것이다. 찻집으로 가면 뭐라고 불러야 할까? 도반이라 불러도 무방할 것 같다.

오랜만에 천장사에 갔다. 천장사에 가면 도반이 있다. 십년 도반이다. 서산에 사는 도반이 카페에 가자고 했다. 법회가 끝나고 점심공양을 하고 차담을 한 후에 서산 카페로 출발했다. 카페 이름은 특이하게도 불교카페라고 했다.

불교카페, 생소한 이름이다. 불교인들만의 카페일까? 네비에 나오지도 않는다. 서령초등학교 옆에 있다고 한다. 서산시 외곽이다. 보광한약방에서 일을 보고 난 뒤에 카페를 향하여 차를 몰았다.


불교카페는 쉽게 찾을 수 있었다. 벌판에 있었다. 개활지에 마치 언덕위에 하얀집처럼 멋진 집이 눈에 띄었기 때문이다. 작은 팻말에 '불교갤러리카페'라고 쓰여 있었다.

카페에 도반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한 도반은 오랜 만에 봤다. 얼굴에서 빛이 나는 것이 수행자의 모습이다. 자신의 아파트를 수행처로 삼아 정진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러고 보면 불자들은 나름대로 정진을 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그 정진의 결과가 대화에서 드러나는 것 같다.


대추차를 마셨다. 잣과 대추 등이 곁들여 있어서 마치 보약을 먹는 것 같았다. 커피 보다 훨씬 낫다. 차도 제공되었다. 이렇게 차를 마시며 대화를 하면 웃음꽃이 만발한다. 대화가 술술 풀리는 것 같다.


마치 불교박람회장에 온 것 같다. 카페에는 갖가지 불교 관련 예술작품으로 가득하다. 불화가 있고 사경한 작품도 있고 심지어 인두로 작업한 작품도 있다. 전문가 수준이다. 이 정도면 불교박람회에 출품해도 충분할 것 같다.


카페에 모두 6명 모였다. 서산 시내에 사는 도반은 4명이다. 그 중에 2명은 부부이다. 십년도반이고 코로나 이후 오랜만에 만나서일까 대화가 술술 잘 풀려 갔다. 그것은 불교라는 공통된 화제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카페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다. 서산에 그것도 변두리에 이런 카페가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불교를 주제로 한 불교카페인 것이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불교갤러리카페이다.


기독교가 득세하는 세상이다. 불교 티를 내면 불이익 받을지 모른다. 독선적 교리와 배타적 구원관을 특징으로 하는 유일신종교와 공존하기가 쉽지 않은 것 같다. 그래서일까 정치인들은 표를 생각해서인지 자신의 종교가 불교라고 드러내놓고 말하지 않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가게에 가면 바이블 구절이 있는 액자를 볼 수 있다. 불교인 가게에서는 볼 수 없다. 식당에서 간혹 달마도 액자를 볼 수 있는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한쪽에서는 당당하게 드러내놓고 한쪽에서는 드러내는 것 같지 않다. 어떤 차이일까? 기독교의 사회적 영향력이 불교와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높기 때문이다. 그 결과가 가게에서도 나타나는 것 같다.

절에 가면 우리나라가 불국토인 것으로 착각한다. 불자들만 만나면 우리나라에는 불교인들만 있는 것으로 착각한다. 그러나 산문 밖을 벗어나면 현실을 체감한다. 세상은 온통 십자가 천지이기 때문이다.

불교인들은 자신의 종교를 드러내지 않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가게에 불화를 걸어 놓았다면 어떻게 될까? 오지 않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자기소개를 할 때도 말하지 않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마치 출신지를 숨기듯이 자신의 종교도 숨기는 것이다. 이런 세상에서 불교갤러리카페라는 간판을 걸었을 때 누가 찾아 올까?

카페에 대해서 궁금한 것이 많았다. 카페 주인을 불렀다. 카페 이름이 너무 티 내는 것이 아닌지 물어 보았다. 불교인으로 한정했을 때 장사가 되는지 여쭈어 본 것이다. 놀랍게도 영업이 잘 된다고 했다. 불자들과 스님들이 찾는 것이다. 한번 오면 계속 오게 될 것 같다. 그런데 교회 다니는 사람들도 온다는 것이다. 전도하러 오는 것이다.


자신의 종교를 드러내기가 쉽지 않다. 특히 주류가 아닌 종교인 경우가 그렇다. 기독교가 득세하는 세상에서, 기독교가 주류인 사회에서 불자라고 말하기가 쉽지 않다. 불이익당할 것이라고 여기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때에 자신의 종교를 과감하게 밝히는 사람은 용기 있는 사람이다. 카페 주인에게서도 그런 모습을 보았다.

카페 주인은 불교에 입문한지 10년도 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화, 서화, 판각화에 능하다. 더구나 촛불, 연등과 같은 불교용품도 만들어 판매한다. 이런 사실을 어떻게 알았는지 방송사에서 연락이 왔다고 한다. 그러나 인터뷰 요청을 거절했다고 한다.

주인장에게 불교박람회에 나갈 것을 권유했다. 그러나 세상에 알려지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것 같다. 그럼에도 알음알음 찾아 오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찾아 와서 작품을 사가는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 카페도 운영하고 작품도 소개하고 있어서 일석이조이다. 아니 불교인들에게 쉼터를 제공하는 등 문화공간 역할도 하고 있어서 일석삼조의 역할을 하고 있다.


가장 인상적인 작품은 촛불화이다. 대형 원통형 촛불통에 그린 부처 불자이다. 불자가 부처님 앞에 예배하는 모습을 부처 불자로 표현해 놓은 것이다. 이런 그림을 한번도 보지 못했다. 매우 독특해서 눈길을 끈다. 특허청에 이미지를 등록해 놓았다고 한다.

카페는 전시장 같다. 카페 벽면에는 온통 전시된 작품으로 가득하다. 문자 그대로 불교갤러리카페이다.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순례할 만한 장소로 생각한 것이다. 서산에 오면 천장사 등 전통사찰만 갈 것이 아니라 순례지를 하나 더 추가하는 것이다. 불교갤러리카페서 차 한잔 마시는 여유를 갖는 것이다.


한때 우리나라는 불국토였다. 삼천리 방방곡곡 절이 있었다. 지금은 산중에만 절이 있다. 사람 사는 곳에는 십자가가만 보인다. 기독교가 득세하는 세상에서 당당하게 불교카페를 운영하는 주인이 자랑스럽다. 불교갤러리카페는 성지순례지로서도 손색이 없는 것 같다.


도반은 헤어짐을 아쉬워하는 것 같았다. 저녁을 사겠다고 했다. 그러나 서울과 안양이 집인 사람들은 갈 길이 멀다. 이에 도반은 커피를 주문했다. 올라가는 길에 마시라고 했다. 졸음이 올 때도 좋을 것이라고 했다. 개활지에 해는 뉘엿뉘엿 넘어 갔다. 카페를 뒤로 하고 차를 몰았다. 기억할 만한 추억을 남기고.



2023-02-06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