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성지순례기

스리랑카 성지순례기20, “돈, 돈”“빨리, 빨리”라고 말하지 않는 스리랑카 사람들, 길거리에 시골식당에서 점심을

담마다사 이병욱 2023. 2. 12. 10:39

스리랑카 성지순례기20, “돈, 돈”“빨리, 빨리”라고 말하지 않는 스리랑카 사람들, 길거리에 시골식당에서 점심을

 

 

성지순례라 하여 반드시 엄숙하고 경건함 만을 유지하는 것은 아니다. 순례를 다녀도 먹어야 산다. 근사한 식당에서도 먹을 수 있고 길거리 음식점에서 먹을 수도 있다. 이번 순례기는 어느 시골식당에서 점심을 먹은 것에 대한 이야기이다.

 

스리랑카에서 현지 시점은 20221213() 점심 무렵이다. 순례자들을 태운 승용차는 미힌탈레를 출발하여 폴론나루와로 향했다.

 

미힌탈레에서 폴론나루와까지는 100키로 거리에 1시간 50분가량 걸린다. 거의 두 시간 걸리기 때문에 도중에 점심식사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늘은 푸르고 날씨는 쾌청했다. 왕복 2차선의 국도 주변은 전형적인 스리랑카 시골풍경이다.

 

 

순례 이틀째 되는 날이다. 어제 하루 많은 것을 보았다. 정보가 너무 많이 입력된 것 같아서 며칠 지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하루밤 자고 나면 깨끗이 리셋되는 것 같다. 더구나 온도와 습도도 적당해서 최적의 날씨 조건을 갖추었다. 승용차는 청정낙원과 같은 지대를 기분 좋게 질주했다.

 

 

승용차 순례의 특징은 어느 곳에서나 멈출 수 있다는 것이다. 국도를 타고 가다가 어느 가게에서 멈추었다. 코코넛을 먹기 위해서이다. 스리랑카에 온지 불과 삼일밖에 되지 않았지만 이제 코코넛에 맛에 길들인 것 같았다.

 

스리랑카 길거리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것이 코코넛이다. 이는 코코넛 야자수가 도처에 있기 때문이다. 마치 우리나라 산하에서 소나무를 보듯이 흔한 것이 코코넛 야자수이다.

 

스리랑카 어디를 가나 야자수를 볼 수 있다. 야자수라 하여 바나나를 말하는 것은 아니다. 한때 야자수를 바나나 나무라고 잘못 알고 있었다. 현지에서 살아 보지 않았기 때문에 잘못 안 것이다.

 

 

바나나 나무는 파초과 속하는 다년생 식물에 해당된다. 그러나 야자수는 나무이다. 다년생 식물과 나무는 엄연히 다른 것이다. 그럼에도 이를 잘못 번역한 것을 보았다. 상윳따니까야 포말의 경’(S22.95)에 다음과 같은 게송이 있다.

 

 

물질은 포말과 같고

느낌은 물거품과 같네.

지각은 아지랑이와 같고

형성은 파초와 같고

의식은 환술과 같다고

태양의 후예가 가르치셨네.”(S22.95)

 

 

이 게송은 오온에 대하여 비유를 들어 설명한 것이다. 여기에서 행온에 대한 것을 보면 형성은 파초와 같고라고 했다. 이는 한국빠알리성전협회 번역이다. 그런데 초기불전연구원 번역을 보면 “심리현상들은 야자나무와 같으며”라고 번역했다.

 

(킹코코넛 야자수)

 

파초와 야자나무는 다른 것이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차이가 나게 번역했을까? 이는 빠알리어 “sakhārā kadalūpamā를 달리 번역한 것이다. 여기서 까달리(Kadali)는 빠알리 사전에 따르면 ‘the plantain tree’라고 되어 있다. 이는 무엇을 말하는가? 다름 아닌 바나나를 말한다.

 

(바나나 식물, 파초)

 

바나나는 나무가 아니다. 다년생 초목이다. 그것도 열매를 맺으면 죽는 식물이다. 이를 한국빠알리성전협회에서는 파초로 번역했다. 파초는 다년생 식물로서 바나나 식물을 의미한다. 껍질을 벗겨도 심재가 없는 것이 특징이다. 그래서 오온에서 행온에 대한 비유로 까달리가 쓰인 것이다.

 

오온은 실체가 없는 것이다. 행온 또한 실체가 없다. 마치 까도 까도 껍질만 있는 양파 같은 것이다. 바나나 식물 줄기도 그렇다. 이런 이유로 행온에 대하여 야자나무라고 했을 때 적절하지 않다.

 

야자나무를 일반적으로 코코넛나무라고 한다. 코코넛 열매가 열려서 코코넛 나무라고 하는 것이다. 그런데 코코넛 나무는 매우 단단하다. 껍질을 벗기는 것이 아니다. 다년생 식물도 아니다. 그래서 행온에 대하여 “심리현상들은 야자나무와 같으며”라고 번역한 것은 적절치 않다는 것이다.

 

한국사람들은 열대 지방에 살지 않아서 바나나와 코코넛을 잘 구분하지 못한다. 초기경전, 즉 니까야를 보고서 구분하게 되었다. 그런데 동남아시아나 인도, 스리랑카와 같은 열대나 아열대 지방에 가면 코코넛나무는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흔한 나무라는 것이다.

 

바나나와 코코넛은 완전히 다른 것이다. 따라서 나무도 다른 것이다. 그런데 스리랑카 길거리에서는 대부분 코코넛을 판매한다. 왜 그럴까? 갈증 해소에 탁월하기 때문이다. 특히 오전에 마시는 코코넛 액은 마치 보약과도 같다고 한다.

 

 

코코넛 열매는 어느 것 하나 버릴 것이 없다. 수액은 음료로 마셔서 좋다. 그런데 수액을 마시고 나면 안에 젤리 같은 것이 있다는 것이다. 마치 아이스크림처럼 달콤하다. 더 긁어 내면 녹말덩어리처럼 된 것이 나오는데 이를 식사대용으로 활용된다. 두꺼운 껍질은 말려서 뗄감으로 활용된다.

 

스리랑카에서만 나오는 코코넛이 있다. 황금색 코코넛을 말한다. 이를 킹코코넛이라고 한다. 킹코코넛은 코코넛 중에서 최상의 맛이라고 한다. 가는 곳마다 킹코코넛나무가 있어서 킹코코넛나무 천국같다.

 

 

스리랑카는 열대 과일 천국 같다. 갖가지 진귀한 열대 과일을 볼 수 있다. 생전 처음 보는 것들이다. 한국의 대형 마트에서 볼 수 없는 것들이다. 한국 대형마트에서는 고작 망고 등 몇 가지 열대과일을 볼 수 있으나 이곳 스리랑카 길거리 가게에서는 이제까지 한번도 본 적이 없는 과일이나 채소로 가득하다.

 

 

열대 채소 중에 고추처럼 생긴 것이 있다. 까보면 흰 알 모양이 나온다. 생으로 먹어도 되고 익혀서 먹어도 된다고 한다. 이 채소의 이름은 무엇일까? 검색해 보니 오크라이다.

 

 

어느 채소이든지 효능은 있다. 오크라의 효능은 어떤 것일까? 인터넷 자료에 따르면, 콜레스테롤 수치 저하, 눈 건강과 피로 방지, 혈압과 심장건강, 면역계 강화 같은 것은 효능이 있다.

 

혜월스님은 길거리 과일가게나 채소가게에 가면 반드시 무엇이라도 하나 구매한다. 가격도 쌀 뿐만 아니라 건강에 좋은 먹거리가 되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면 스리랑카는 온갖 열대과일과 채소가 풍부해서 먹거리천국같다는 생각을 해 본다.

 

 

점심 시간이 되었다. 폴론나루와 가는 길에 먹어야 했다. 어느 한 곳에 들렀다. 그러나 사람이 없다. 아직 코로나 충격에 벗어나지 못한 것 같다. 코로나가 3년 동안 흽쓸고 지나가는 바람에 거의 3년 동안 문을 닫고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식당은 있을 것이다. 국도를 달리다가 또 하나의 식당을 발견했다. 전형적인 스리랑카 시골식당이다. 손님은 우리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허름한 식당에는 부페식으로 준비 되어 있었다.

 

식당은 어느 위치에 있을까? 나중에 후기 쓸 것을 염두에 두고 입간판 사진을 찍어 두었다. 식당이름은 ‘NETHANEEL GARDEN’이다. 구글 지도검색을 해보니 곧바로 찾아 갔다.

 

 

식당은 미힌탈레와 폴론나루와 사이에 있는 꼭 중간인 하바라나(HABARANA)에 있었다. 미힌탈레에서 식당 네타닐 가든(Nethaneel Garden)까지는 48키로 거리에 있었던 것이다.

 

 

현지에 가면 현지음식을 먹으라는 말이 있다. 스리랑카에 왔으니 스리랑카 음식을 먹어야 할 것이다. 그것도 스리랑카 오지에서 먹는 것이다. 카레라이스만 있어서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스리랑카 카레라이스는 향신료 냄새가 강하다. 선택을 하기 힘들어서 주저하니까 혜월스님이 챙겨 주었다. 나풀거리는 쌀밥에 갖가지 채소와 카레와 향신료가 혼합된 것이다. 컬러풀한 것이 마치 예슬작품을 보는 것 같았다. 갖가지 향신료가 가미된 시골음식이다.

 

 

식사를 하고 난 다음에 식당 주변을 둘러 보았다. 갖가지 열대 나무로 우거진 곳에 숙소도 있었다. 식당은 숙소도 겸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대단히 불교적이다. 먼저 팔정도를 뜻하는 법륜담장이 있었다. 그리고 마치 불당처럼 보이는 단독 건물 벽면에는 명상하는 모습의 불화가 그려져 있었다.

 

 

이동 중에 혜월스님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스리랑카 사람 혜월스님은 한국인보다 더 한국말을 잘한다. 혜월스님은 능숙한 한국말로 스리랑카 현실에 대해서 말해주었다.

 

혜월스님에 따르면, 대도시 콜롬보를 제외하면 어디나 시골분위기는 똑 같다고 한다. 도시와 농촌의 가장 큰 차이는 세금에 있다고 말했다. 시골에는 자기 땅에서 집 짓고 농사 짓는 삶을 살기 때문에 세금이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모든 것을 천천히 하는 것 같다.

한국사람들은 90년대에 스리랑카에 진출했다고 한다. 그들은 스리랑카의 땅 값이 싼 것을 보고 사고자 했다. 그러나 누구도 팔지 않았다고 한다. 설령 땅을 사놓았어도 살 사람이 없다고 한다. 스리랑카 사람들은 한국사람들처럼, 하지 않고, 한국사람들처럼빨리, 빨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결국 한국사람들은 철수 했다. 그런데 한국사람들뿐만 아니라는 것이다. 이전의 일본사람들도 그랬고, 더 이전에는 영국사람들도 그랬다고 한다. 지금은 중국사람들이 들어 왔다고 한다.

스리랑카는 지방에 인구가 많다. 그들의 전통방식대로 살아 간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큰 변화가 없는 것 같다. 앞으로도 그럴 것 같다. 스리랑카에서는 환경문제와 기후문제는 문제될 것이 없을 것 같다.

 

스리랑카는 풍요로운 나라가 갔다. 산하대지에 푸른 초목이 많아서 풍요로워 보이고 사람들이 여유가 있어서 풍요로워 보인다. 또한 스리랑카에는 이름을 알 수 없는 열대과일과 채소로 가득하다. 먹거리가 많아서 풍요로워 보였다. 아마도 인심도 풍요로울 것이다.

 

점심 때 햇살은 강렬하지 않았다. 그러나 따사롭고 안온했다. 우리나라 초여름 날씨 같았다. 나뭇잎은 햇볕에 번들거렸고, 나뭇잎 그림자가 땅에 비쳤다. 한가롭고 여유롭고 풍성해 보였다. 길거리 코코넛 파는 노점에서, 길거리 노점식당에서 스리랑카 사람들의 사는 모습을 보았다.

 

 

2023-02-12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