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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을 낚고 있는 철학자를 보면

담마다사 이병욱 2023. 2. 15. 08:24

세월을 낚고 있는 철학자를 보면


지금 시각은 7시 2분, 오피스텔 18층에 섰다. 동녂 하늘이 밝아 온다. 이제는 더 이상 신도시라고 할 수 없는 평촌에서 아침이 밝아 온다. 불그스름한 여명이다. 더구나 구름까지 있어서 신비하게 보인다. 해 뜨기 전의 여명을 사랑한다.


유튜브에서 매일 아침 해를 촬영하는 사람을 봤다. 아침에 뜨는 해를 올린 것이다. 일출장면을 극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구름까지 있다면 최상의 연출이 될 것이다. 해 뜨기 전의 장면은 볼 수 없다. 그 사람은 매일 아침 해를 바라보면서 무엇을 생각하는 것일까?

더 이상 그 사람 영상물을 보지 않는다. 작년 그 일이 있고 난 이후 멀리하고 있다. 그러나 철학자로서 그 사람과 정치인으로서 그 사람은 분리하고자 한다. 철학자로서 그 사람은 좋아하지만 정치인으로서 그 사람은 좋아하지 않는다.

그 사람은 고향사람이다. 그 사람은 낙향해서 후학을 지도하고 있다. 같은 학번이고 같은 고향이라 만나보고 싶었다. 매년 6월 달에 합동제사 때문에 고향에 가게 되는데 그때 보고자 했었다. 그러나 만날 수 없다. 벌써 3년째이다. 고향마을 가까이 살고 있어서 찾아보기를 원했으나 여러 가지 이유를 들어 기피했다.

그 사람은 왜 나를 피하는 것일까? 내가 좌파 블로거라서 그런 것일까? 그 사람의 사상 정체성과 맞지 않아서 그런 것일까? 내가 명사가 아니라서 그런 것일까? 내 블로그를 보았다면 아마 정치적으로 반대 되는 위치에 있다는 것을 알았을 것이다.

대선 이전부터 그 사람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다. 문재인 정권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가진 것에 대하여 중립의 표현으로 보았다. 그러나 보수신문에 칼럼을 쓰는 것을 보자 의심이 들었다. 결정적으로 안철수 편에 선 것을 보고 알았다. 돌이킬 수 없는 것은 후보단일화에서 막후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그는 명예가 있고 칭송을 듣는 철학자였다. 그의 노자와 장자를 두 번 들었다. 유튜브에 있는 것이다. 그가 정치가가 되리라는 것을 꿈에도 생각한 적이 없었다. 안철수 편에 섰을 때 그래도 한가닥 희망을 가졌다. 양당체제 하에서 3당의 역할을 기대했었다.

그는 왜 저쪽 편에 섰을까? 그는 문재인정권과 좌파운동권을 혐오했다. 그런데 극우 태극기 집단과 손을 잡은 것이다. 아무 생각해도 그 사람 답지 않은 선택 같다. 그런데 그의 생각을 어느 정도 읽을 수 있는 글을 작년에 보았다. 자신의 선택에 대하여 ‘정치적 실험’이라는 취지로 글을 썼기 때문이다.

학자가 정치에 발을 담구었을 때 망가지는 것은 시간문제이다. 철학자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자신의 철학적 이념을 구현해 보고자 정치판에 들어 갔을 때 이전투구가 된다.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는 정치에 입문했다.

그는 일종의 정치실험을 한 것 같다. 자신의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서 먼저 안철수와 손을 잡고, 더 나아가 굥과도 손을 잡았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시골에 있다. 시골에서 매일 아침 뜨는 해를 바라보고 있다.

그가 생각하는 세상은 어떤 세상일까? 선진국클럽이라는 OECD회원국에서 한국의 지도자는 꼴찌에 있다. 영부인에 대한 스캔들은 국민들을 부끄럽게 만든다. 또한 민주주의는 얼마나 후퇴했는가? 이제는 야당 대표 사냥을 하고 있다. 정녕 이것이 그가 바라던 것이었을까?

유튜브에서 도올 김용옥 선생의 짤막한 멘트를 보았다. 현실에 대하여 일갈하는 장면으로 몇 초 되지 않는다. 도올 선생은 앞으로 5년동안 뉴스를 보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명사 중에서도 이렇게 공개적으로 말한 것을 보고 동질성을 느꼈다.

요즘 뉴스를 보지 않고 있다. 작년 3월 이후 일년이 다 되어 간다. 이렇게 오랫동안 보지 않으리라고는 상상하지 않았다. 이전 두 보수 정권 때는 한두달 갔었던 같다. 그러나 이번은 다르다. 무엇보다 언론이다.

뉴스를 보지 않는 것은 뉴스를 믿지 않기 때문이다. 뉴스는 선택된 것이기 때문이다. 마치 검사가 수사를 할지 말지, 기소를 할지 말지 선택하는 것과 같다. 여러 가지 뉴스 중에서 기자의 취향에 맞는 뉴스가 선택될 것이다. 수많은 뉴스 중에서 데스크에서 선정된 뉴스가 방송을 탈 것이다.

시청자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저녁 메인 뉴스를 들었을 때 선택권이 없음을 말한다. 기자가 선정한 대로, 데스크 의도 대로 뉴스가 나간다. 이런 뉴스를 듣고 흥분한다면 정신건강에 좋을 것 같지 않다. 일방적으로 선택된 뉴스는 보지 않을 권리도 있다.

뉴스를 기피하다 보니 정보를 얻을 수 없다. 에스엔에스에서 간접적으로 접한다. 카톡방이나 페이스북에서 울분에 가득 찬 이야기를 보는 것이다. 그들에게 미안하기도 하다. 뉴스를 피하고 있는 입장에서 그들이 대신 분노하고 마음 상해 하는 것 같아서 미안한 것이다.

참으로 아쉽다. 업치락뒤치락하는 것이 민주주의라고 하지만 이런 상황은 바라지 않았다. 물론 반대편에서는 바란 것인지 모른다. 어쩌면 정권을 주고 받는 측면에 있어서는 민주주의가 훌륭하게 작동하는 것인지 모른다. 일본과 비교했을 때 성공적이라고 볼 수 있다.

아시아 국가 중에서 한국과 대만이 가장 성공한 케이스라고 말한다. 정권이 자주 바뀌는 것에서 그렇다는 것이다. 중앙아시아에서 ‘스탄’으로 끝나는 국가들은 대부분 장기집권하고 있다. 러시아도 장기집권하고 있다. 민주화가 덜 된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한국에서는 민주주의가 성공적으로 정착된 나라라고 볼 수 있다.

본래 정권은 주고 받는 것이다. 십년 집권했으면 교체 되는 것이 보통이다. 미국에서 재선으로 8년 집권했을 때 대부분 정권교체가 된다. 한국의 경우 진보세력이 10년은 정권을 잡았어야 했다. 그러나 5년만에 내 주었다. 그것도 촛불혁명으로 이루어진 정권을 내 놓은 것이다. 여기에 함평에 사는 철학자도 한 역할 했었다.

철학자는 매일 유튜브에 일출 사진을 올려 놓는다. 철학자는 뜨는 해를 바라보며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일까? 혹시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는 것은 아닐까? 그런 것 같지는 않다. 아직까지 굥정권에 대한 비판이 없기 때문이다.

철학자는 지금도 자신의 판단이 옳았다고 여기는 것일 것일까? 혹시 매일 일출을 보면서 세월을 낚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는 마치 귀양간 자가 서울 하늘을 바라보며 성은을 기대하듯이, 세상에 나아 갈 때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의 선택은 옳았을까? 그의 침묵은 언제까지 이어질까?


2023-02-15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