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청 10.29 이태원참사 분향소에서
해가 길어졌다. 오후 6시가 넘어도 훤하다. 그러나 날씨는 춥다. 손이 시러울 정도이니 영하에 가까운 영상이 아닐까 생각한다. 여기는 시청역이다. 현재시각 6시 58분, 10.29 이태원참사 촛불추모제를 보고 귀가 중에 있다.
오늘 오후 늦게 촛불대행진에 참여 했다. 시청역에 도착하니 5시 18분이었다. 시청-남대문 대로에서 5시부터 촛불대행진이 진행되었다. 해가 길어짐에 따라 오후 5시로 복귀 되었다.
촛불대행진에 한달만에 나온 것 같다. 모처럼 수주를 받아 주말작업을 해야 한다. 촛불참석을 위해서 속도를 냈다. 촛불은 한시간 참석을 목표로 했다. 해야 할 일이 있어서 오래 못 있는다. 머리수 하나라도 채워주기 위해서 참여한다.
늘 그렇듯이 대로의 반은 사람들로 가득하다.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단단히 껴입고 나와 앉아 있다. 인도를 따라 갖가지 부스가 열지어 있다. "윤석열퇴진 100만 범국민선언" 서명도 받고 있다.
촛불다방을 찾아 보았다. 이번에도 부스가 설치되어 있다. 믹스커피, 대추생강차, 둥굴레차가 무료로 제공된다. 이곳저곳 부스에서도 커피는 무료로 제공된다. 바람막이 쉼터도 있다. 탁자와 의자가 있어서 음료를 마시는 등 쉬는 공간이다.
촛불대행진은 일상이 되었다. 매주 토요일 시청역 6번 출구로 나가면 촛불대행진에 참여할 수 있다. 누가 말하지 않아도 나온다. 아마 사람들은 토요일 오후에 특별한 일이 없으면 이곳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 같다. 일종의 쉼터이자 놀이터이자 문화공간과 같다.
말미에 소리가 요란한다. 상황을 파악하는데 0.5초도 걸리지 않았다. 태극기부대 맞불집회가 남대문 가까이에 있는 곳에서 열렸기 때문이다.
그들은 100명도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고성능 확성기로 촛불대행진을 방해한다. 그들은 끊임없이 "이재명 구속"을 와친다. 마치 고장난 녹음기를 틀어 놓은 것 같다. 대형 전광판에는 "재명아! 깜방 가즈아~"라는 문구가 고정되어 있다.
촛불대행진은 문화대행진과 같다. 갖가지 노래와 율동이 있다. 사람들은 일어나서 장단에 맞추어 피켓을 좌우로 흔들며 몸을 푼다. 리듬에 따라 발을 들썩들썩하다 보면 추위도 잊어 버린다.
어느 재기발랄하고 쾌활한 젊은 남녀 가수 두 명이 무대에 올라 왔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과 관련하여 개사된 노래를 알려 주었다. 그리고 따라 부르게 했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열두시에 때려요 8만주
둘이서 만나요 통정매매
8만주 3300
도이치 모터스 도이치 모녀스
우리기술도 잊지 마세요~"
부라보콘 아이스크림 광고 노래를 개사한 것이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을 숫자로 표현하기도 했다. "도이치 모녀스"라는 말이 있는 것으로 보아 어머니도 관련된 것 같다. 뉴스를 보지 않으니 알 수 없지만 새로운 국면인 것 같다.
도착한지 한시간 되었을 때 귀가하고자 했다. 그때 불현듯 시청 분향소가 생각 났다. 10.29 이태원참사 분향소가 시청 청사 앞에 설치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며칠전 카톡방에서는 분향소를 지키자는 다급한 공지가 뜨기도 했다. 서울시청에서 분향소를 강제철거하려 한다는 것이었다.
6시 20분 시청분향소에 도착했다. 10.29 참사가 일어 났을 때 분향소가 설치되긴 했었는데 영정 없는 분향소였다. 그때 굥은 매일 꽃들에게 분향 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영정이 있는 것이었다. 유가족들이 정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설치해 놓은 것이다.
분향하기 전에 먼저 책임자처벌 서명을 했다. 그리고 분향소를 향했다. 국화꽃 한송이를 들고 영정을 바라 보았다. 대부분 젊은 여성들이다. 2000년생도 있고 2002년생도 있고 2004년생도 있다. 모두 꽃처럼 아름다운 얼굴들이다.
영정을 보자 마음이 착잡했다. 꽃을 헌화하고 분향을 했다. 그리고 잠시 묵념을 했다. 영정이 없는 자리도 있었다. 꽃그림만 있다. 아마도 외국인 자리같다.
오후 6시 반부터 촛불추모제가 열렸다. 대학생 주관으로 열리는 것이다. 대학생들은 오세훈 시장을 성토했다. 유가족을 뭉치지 못하게 하고 분향소를 고립시키고 추모를 방해했다는 것이다. 이에 시청분향소를 끝까지 지킬 것이라고 했다.
추모제는 문화제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참석자들은 촛불을 들었다. 검은 옷을 입은 여자 대학생들이 추모의 노래를 불렀다. 추모곡 제목은 '내 눈에 고인 눈물'이다. 희생자와 같은 또래의 대학생들이 주도한 추모제이다.
오늘 시청에 가서 두 곳의 행사를 보았다. 촛불대행진과 10.29 이태원참사 추모제를 말한다. 손이 시러울정도로 추운 날씨에도 사람들이 모였다. 사람들은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는 것 같았다.
2023-02-25
담마다사 이병욱
'불가근불가원정치'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지식인들을 참교육 시키기위하여 (0) | 2023.03.14 |
---|---|
이재명 사냥은 성공할까? (1) | 2023.02.27 |
세월을 낚고 있는 철학자를 보면 (1) | 2023.02.15 |
촛불다방에서 만난 사람 (1) | 2023.01.15 |
촛불대행진에 참여하는 것도 의무적으로 (0) | 2022.12.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