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성지순례기

스리랑카 성지순례기23, 그들은 출가목적을 달성했을까? 알라하나 파리베나의 포살당에서

담마다사 이병욱 2023. 3. 2. 15:10

스리랑카 성지순례기23, 그들은 출가목적을 달성했을까? 알라하나 파리베나의 포살당에서
 
 
스리랑카는 심리적으로 먼 나라이다. 그 정도가 아마 호주나 뉴질랜드 같다. 사람들이 자주 가보지 않는 곳이기 때문이다. 불자들이 성지순례할 때 인도까지는 가보지만 대륙의 끝에 있는 스리랑카까지 가보는 사람들은 많지 않은것 같다.
 
스리랑카 성지순례를 했다. 어느 순례나 마찬가지로 구도순례가 되고자 했다. 그 옛날 구법승이 경전을 구하기 위해서 떠난 순례를 떠난 것처럼 구도자의 심정으로 순례하고자 한 것이다. 마치 구법승들의 발자취를 찾아 가듯이 떠난 것이다.
 
이번 순례는 스리랑카 고대도시 폴론나루와에 대한 것이다. 주마간산격으로 둘러 보기는 했으나 여행기를 쓸 목적으로 가는 곳마다 사진 촬영을 했다. 사진을 보면서 순례기를 작성하려는 것이다. 여기에 구글 번역기를 이용하면 역사와 문화에 대한 이해가 깊어진다.
 

 
스리랑카 현지시간으로 2022년 12월 13일 중간오후 시간대이다. 순례자들은 쿼드랭글을 보고 난 다음 다행 행선지 랑콧 불탑과 알라하나 파리베나로 이동했다. 스리랑카 현지 가이드가 제공하는 툭툭을 타고 꽤 먼 거리를 이동했다.
 

 
이동 중에 도로 양 옆에 있는 벽돌 유적을 보았다. 네모나게 구역정리가 되어 있다. 아마 폴론나루와에서 가장 중심지였을 것이다. 사람 사는 곳이기 때문에 시장도 있었을 것이다.
 

 
울창한 밀림속에 우뚝 솟은 랑콧 불탑(Rankoth Vehera)
 
평일날이어서일까 거리는 한적하다. 온통 울창한 숲의 바다인 고대도시에서 갑자기 눈에 띄는 광경이 목격된다. 중간오후에서 해가 서쪽으로 진행되는 시점에서 하나의 커다란 불탑이 신기루처럼 나타난 것이다. 반구형에 첨탑이 있는 전형적인 스라랑카 불탑의 양식인 다고바이다.
 

 
불탑은 울창한 나무에 둘러 쌓여 있다. 불탑 주변에 민가나 가게 등이 일체 보이지 않는다. 오로지 불탑만 하늘 높이 솟아 있다. 이 불탑을 랑콧 불탑이라고 한다.
 

 
현지인 가이드와 운전기사 가미니, 그리고 순례 동반자 김형근 선생과 함께 불탑에 도착했다. 우리 순례자 네 명 이외에 다른 순례자들은 보이지 않았다. 평일이어서 그런 것일까? 이는 아누라다푸라와 매우 비교되었다. 아누라다푸라에서는 평일임에도 흰 옷을 입은 스리랑카 사람들로 넘쳐 났기 때문이다.
 

 

 
랑콧 불탑은 니산카 말라 왕에 의해서 건립되었다. 폴론나루와 황금시대를 이끈 세 번째 왕이다. 그러나 재위기간은 1187년부터 1196년까지 불과 9년밖에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이와 같은 위대한 유산을 남기게 되었다.
 
랑콧 불탑은 높이가 33미터나 된다. 원래 높이는 61미터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폴론나루와에서는 가장 큰 사리탑이고 스리랑카 전체에서는 네 번째로 큰 사리탑이다.
 

 
한국불자들은 절에 가면 대웅전에서 참배를 한다. 스리랑카 불자들은 보리수나 사리탑을 오른쪽 방향으로 도는 의식을 행한다. 그런데 높이가 수십미터나 되는 대형 불사리탑은 한번 도는 것으로 만족해야 한다. 사각형 모양의 테라스 한면이 100미터 가량 되기 때문에 세 번 도는 것은 무리가 따른다.
 

 
사리탑을 한바퀴 돌았다. 구조가 아누라다푸라 사리탑과 똑같다. 실제로 아누라푸라 루완웰리세이야 대탑을 모방해서 만들었다고 한다. 폴론나루와 시대에 그 옛날 영화를 재현해 보고자 건립했을지도 모른다.
 
수행승들만 사는 구역 알라하나 파리베나(Alahana Parivena)
 
다음 행선지는 알라하나 파리베나(Alahana Parivena)이다. 랑콧사원과는 500미터 가량 떨어져 있다. 이 구역에서는 참으로 볼거리가 많았다. 지금은 사람이 살고 있지않지만 그 옛날 번영했던 고대도시를 들어가는 것 같았다. 유적이 이곳저곳 가까이에 흩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비록 파괴되기는 했지만 형태를 갖춘 곳도 있었다.
 

 
파리베나는 승려의 분리된 주거지라는 뜻이다. 이는 수행승들만 사는 구역임을 말한다. 그런데 구역이 무려 70헥타르가 넘는다는 것이다. 70헥타르는 어느 정도의 크기일까? 변환기로 계산해보니 21만평에 이른다. 우리나라에서 규모가 있는대학 캠퍼스만한 넓이이다.
 

 
알라하나 파리베나는 폴론나루와 왕국 전성기인 파라크라마바후 왕 시대에 건립되었다. 폴론나루와 황금시대에 건립된 것이다. 일종의 왕궁사원이라고도 볼 수 있다.
 
무덤처럼 보이는 스투파와 키리 불탑
 
알라하나 파리베나에는 볼 것이 많다. 가장 먼저 본 것은 마치 무덤처럼 보이는 스투파이다. 벽돌로 쌓은 것으로 사이즈가 작은 것부터 큰 것까지 다양하다. 우리나라로 말하면 부도탑 같은 것이다. 장로와 왕족의 스투파로 알려져 있다.
 

 

 
 
부도탑처럼 보이는 스투파를 지나자 눈 앞에 백색의 사리탑이 나타났다. 이를 키리비하라(Kiri Vehara) 불탑이라고 한다. 영문 안내판을 보니 이 탑의 건립자를 알 수 없으나 파라크라마바후 왕 시대에 왕비 수바드라(Subhadra)에 의해서 건립되었을 것이라고 한다.
 

 
키리 사리탑은 무려 700년동안 정글에 방치된 채로 있었다. 그럼에도 석회가 완전한 상태였다고 한다. 발견했을 당시 우유빛깔이 나는 백색이었기 때문에 키리 사원 불탑으로 불리워졌다고 한다.
 
벽돌로 만든 불상 란카틸라카(Lankatilaka)
 
키리 사리탑 옆에는 반파된 인상적인 유적이 있었다. 모두 벽돌로 되어 있는데 지붕이 없는 것이다. 입구에는 두 개의 커다란 기둥이 있는데 모두 벽돌로 쌓아 만든 것이다. 이를 란카틸라카(Lankatilaka)라고 한다.
 

 
란카틸라카는 파라크라마바후 왕 시절에 지어진 사원이다. 이 사원도 알라하나 파리베나의 일부이다. 모든 것이 벽돌로 되어 있는데 심지어 불상도 벽돌로 되어 있다. 불상은 머리 부분이 없다. 칠은 벗겨져서 형태만 남았다. 불상높이는 41피트라 하는데 환산하면 12미터에 달한다. 아파트 4-5층 높이에 해당되는 것이다.
 

 
 
안내동판을 보면 란카틸라카는 5층 구조로 되어 있다. 현재 두 기둥이 가장 높은데 58피트이다. 파괴되기 전에는 두 배였을 것이라고 말한다. 높이가 35미터에 달한다. 아파트 한 개 층 높이가 2.8미터이니 아파트 12층 높이에 달한다.
 

 
현지인 가이드는 모든 것을 말해 주지 않는다. 후기를 쓰면서 알게 된 사실이 있다. 그것은 5층의 란카틸라카 계단에 대한 것이다. 인터넷 검색에 따르면 계단은 매우 좁은데 벽에 등을 대고 오르도록 되어 있다고 한다. 이렇게 설계한 이유는 위층에 오를 때 부처에게 등을 돌리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붓다 시마 파사다(Buddha Seema Pasada) 포살당에서
 
산에 가면 정상으로 향하게 되어 있다. 불자가 절에 가면 절로 향한다. 절 중에서도 어디를 향할까? 가장 중심이 되는 대웅전으로 향할 것이다. 알라하나 파리베나 사원 구역에서는 어디가 최종 목적지가 될까? 가이드를 따라 가보니 포살당이다.
 

 
포살당에는 석주와 벽돌 유적만 남아 있다. 포살당을 둘러 싸고 방의 흔적도 남아 있다. 가이드는 “이곳에서 보름에 한번씩 포살을 했던 곳입니다.”라고 말했다.
 
포살당과 관련 있는 유적이 붓다 시마 파사다(Buddha Seema Pasada)이다. 이 유적과 관련하여 인터넷 검색하여 보니 “파라크라마바후 1세 왕의 통치 기간 동안 보름달에 대장로 수행승이 이끄는 알라하나 피리베나(Alahana Pirivena)의 최상층 안뜰에 모여서 승려들 사이에서 비냐야(율장) 또는 규율의 규칙을 암송했습니다.”라고 설명되어 있다.
 

 
파라크라마바후 왕의 치세시절은 폴론나루와 황금시절이었다. 국가도 부강해졌지만 무엇보다 승단 개혁을 완수한 군주로 잘 알려져 있다. 왕의 재위 때에 마하비하라를 먼저 정화한 다음에 아바야기리 비하라와 제타와나 비하라를 폐지한 것이다. 이후 스리랑카에서는 오로지 마하비하라 단일 종파가 되었다.
 
파라크라마바후 왕의 승단 정화 이후에 폴론나루와는 불교의 중심지가 되었다. 아누라다푸라는 자연스럽게 쇠퇴했다. 승단 정화가 이루어져 통합종단이 탄생 되었을 때 무엇을 가장 먼저 했어야 할까? 그것은 아마도 포살을 정례화 했을 것이다. 보름마다 포살을 행하는 것이다.
 

 
포살을 빠알리어로 우뽀사타(uposatha)라고 한다. 수행승들이 보름마다 모여서 율장을 요약한 빠띠목카(paimokka)를 암송한다. 이는 항상 초심을 잃지 않겠다는 것을 말한다. 만일 포살이 없다면 어떻게 될까? 승가가 없는 것이나 다름 없다.
 
포살일에 청정하지 못한 자가 앉아 있으면 포살을 할 수 없다. 아소까 대왕 당시에 3차 결집이 이루어지기 이전에 7년동안 포살이 없었는데 이교도가 승가에 위장으로 들어 왔기 때문이다. 스리랑카에서도 계율이 문란 했을 때 포살을 제대로 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이런 때 파라크라마바후 왕은 승단 개혁을 하여 정화 했으므로 포살을 행하게 되었을 것이다.
 

 
포살당 유적을 보면 중앙에 사각으로 두 개의 단이 있다. 가이드에 따르면 승단에서 가장 높은 대장로 수행승들이 가장 높은 단에 앉았다고 한다. 그 다음 높은 단에는 아마도 장로 수행승들이 앉았을 것이다. 일반 수행승들은 가장 낮은 자리에 앉았을 것이다. 이렇게 단의 높이에 따라 앉는 순서도 다르다.
 
포살은 어떻게 하는가?
 
포살은 어떻게 하는 것일까? 빠띠목카를 송출하는 것이 가장 크다. 그런데 율장에 따르면 단지 비구계와 같은 빠띠목카를 합송하는 것으로 그치지 않는다. 이는 제안자가 다음과 같이 제안하는 것으로 알 수 있다.
 
 
존자들이여, 참모임은 제 말에 귀를 기울이십시오, 만약 참모임에 옳은 일이라면, 참모임 포살을 해야 하며, 의무계율을 송출을 행해야 합니다. 참모임이 먼저 해야 할 일이 무엇입니까? 존자들께서는 자신의 청정권리를 알려주십시오. 저는 의무계율을 송출하겠습니다. 여기 있는 모두는 그것을 잘 듣고 그것에 정신활동을 기울여야 합니다. 죄가 있는 자는 밝히고 죄가 없는 자는 침묵하십시오. 그런데 침묵하면, 존자들은 청정권리가 있다고 저는 인정할 것입니다. 한 번 질문할 때마다 대답하는 방식으로, 이와 같은 대중 가운데 세 번까지 선언해야 합니다. 만약 수행승이, 세 번까지 선언하는 동안, 기억나는 죄가 있는 데도 밝히지 않으면, 그것은 의도적인 거짓말이 됩니다. 세존께서는 의도적인 거짓말은 장애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므로 수행승이 청정해지고자 원한다면, 기억나는 죄가 있다면 밝히십시오. 밝히면, 평안하게 될 것입니다.”(Vin.I.103)
 
 
율장 대품 포살의 다발에 실려 있는 가르침이다. 포살을 하는 목적이 잘 드러나 있다. 그것은 청정한 삶을 살기 위한 것이다. 출가한 것은 청정한 삶을 살아 해탈과 열반을 실현하기 위한 것인데 장애가 있어서는 안될 것이다.
 
수행승에게 있어서 무엇이 장애인가? 그것은 계율을 지키지 않는 것이다. 이백 가지가 넘는 구족계를 지키지 않았을 때 장애가 될 것이다. 그래서 포살을 할 때 단지 합송하는 것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한 번 질문할 때마다 대답하는 방식으로, 이와 같은 대중 가운데 세 번까지 선언해야 합니다.”라고 청정선언을 요청하는 것이다.
 
율장에 따르면 포살을 행하는 것에 대하여 “착하고 건전한 것들의 시초이자, 얼굴이자, 선두이다.”(Vin.I.103)라고 했다. 죄를 짓지 않기 때문이다. 법구경  칠불통계게에서 율장에 대한 것으로 “모든 죄악을 짓지 않는다.(諸惡莫作)”라고 한 것과 맞아 떨어지는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죄를 짓지 않게 하는 것이 포살의 목적도 된다.
 
수행승이 죄를 짓지 않으면 장애가 되지 않는다. 여기서 죄는 다섯 가지 죄중의 하나 또는 일곱 가지 죄 중의 하나를 말한다. 다섯 가지 죄는 바라이죄라고 하여 승단추방죄(pārājika), 승단잔류죄(saghādisesa), 부정죄(aniyata), 상실죄(nissaggiya), 속죄죄(pācittiya)를 말한다. 일곱 가지 죄는 다섯 가지 죄에서 고백죄(pāidesanīya)와 중학죄(sekhiya)가 추가된 것이다. 이런 죄가 있으면 밝혀야 한다. 그럼에도 침묵하고 있으면 악작죄(dukkaa)가 된다.
 
거짓말 하면 악작죄가 된다. 계율을 어긴 채로 산다면, 계가 파한 상태로 있다면 장애가 될 것이라고 했다. 어떤 장애인가? 이에 대하여 율장에서는 “첫 번째 선정을 얻는데 장애가 되고,…네 번째 선정을 얻는데 장애가 되고, 그래서 선정-해탈-삼매-떠남-여읨, 멀리여읨을 얻는데 장애가 되는 것을 뜻한다.”(Vin.I.103)라고 했다.
 

 
그들은 출가목적을 달성했을까?
 
폴론나루와는 곳곳이 유적이 아닌 곳이 없다. 제대로 볼려면 며칠 걸려야 할 것이다. 가장 좋은 것은 한달살이 하면서 보는 것이다. 숲을 거닐면서 경행을 하고 유적지에서 명상도 하는 것이다. 그때 당시와 시간은 달리하지만 공간은 함께 하고 있기 때문에 어떤 교감이 있을지 모른다.
 

 
한때 수많은 승려들이 이곳 알라하나 파리베나에 살았을 것이다. 개혁군주 파라크라마바후 왕에 의해서 승단이 정화된 뒤에 이곳에 새로운 계단도 만들었을 것이다. 마치 미얀마 선원에 가면 시마홀이 있어서 보름마다 구족계를 합송하는 것처럼, 그 옛날 이곳에서도 부처님 가르침 그대로 살고자 하는 수행승들이 있었을 것이다. 과연 그들은 출가목적을 달성했을까?
 
니까야를 보면 아라한 선언이 있다. 이는 “태어남은 부서지고 청정한 삶은 이루어졌다. 해야 할 일은 다 마치고 더 이상 윤회하지 않는다.”라고 스스로 선언하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선언에 앞서 나오는 정형구가 있다. 그것은 “그는 오래지 않아 훌륭한 가문의 자제들이 그러기 위해 올바로 집에서 집 없는 곳으로 출가했듯이 위없이 청정한 삶을 지금 여기에서 스스로 알고 깨달아 성취했다.”(M7)라는 정형구를 말한다.
 

 
알라하나 파리베나에는 수많은 크고 작은 스투파를 볼 수 있다. 마치 우리나라 무덤처럼 생긴 봉분형태로 되어 있다. 다만 흙이 아닌 벽돌을 쌓아 반구형으로 만들어 놓은 것이 다르다. 이를 대장로나 왕족의 스투파라고 한다. 커다란 스투파를 보았을 때 이런 생각을 해보았다. 어쩌면 아라한 스투파가 아닐지 모른다고 생각한 것이다. 포살당에서 보름마다 두 번씩 포살을 행하고 청정선언을 했다면 수많은 성자들이 출현하지 않았을까?
 
 
2023-03-02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