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성지순례기

스리랑카 성지순례기25, 시기리야 숲속 오두막집에서

담마다사 이병욱 2023. 3. 17. 09:09

스리랑카 성지순례기25, 시기리야 숲속 오두막집에서

 

 

삶에는 방향이 있어야 한다. 청소년이 장래 무엇이 되겠다는 꿈을 갖는 것과 같다. 학생이 법조인이 되겠다는 목표를 가지면 그 길로 매진 할 것이다. 물론 다른 꿈도 있을 수 있다. 이렇게 방향성을 가졌을 때 좌절하더라도 금방 일어설 수 있다. 마찬가지로 삶에도 방향이 있어야 한다.

 

어떤 이는 돈 버는 것을 인생의 목적으로 삼기도 하다. 돈 버는 일에 올인하고, 돈 버는 선수가 되었을 때 어느 정도 성과를 이룰지 모른다. 혹시 그 과정에서 불법과 편법, 탈법으로 큰 불로소득을 이룰지 모른다. 만약 그가 축적한 재산을 관리를 잘못해서 날렸다면 어떻게 될까? 더 이상 삶의 의미를 느끼지 못할 것이다.

 

부처님 가르침에 가르침의 상속에 대한 경’(M3)이 있다. 경에서 부처님은 그대들은 나의 가르침의 상속자가 되어야 하며 재물의 상속자가 되어서는 안된다.”라고 했다. 이런 가르침은 반드시 출가수행승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부처님 가르침을 따르는 모든 사람들에게 해당되는 말이다.

 

삶에 방향이 정해진 자는 가르침의 상속자가 되려 할 것이다. 그렇다면 내 삶의 방향은 정해졌는가? 나이가 이미 육십이 넘어서 인생을 다 산 것 같은 느낌이 들지만 내생과 윤회를 믿는다면 지금부터라도 방향을 잡지 않을 수 없다. 삶의 정초(定礎)를 세우는 것이다. 그것은 다름 아닌 성자의 흐름에 드는 것이다.

 

성자의 흐름에 들면 아무리 못잡아도 일곱생 이내에 완전한 열반에 들게 되어 있다. 삶의 방향을 성자가 되는 것으로 잡는다면 왠만한 좌절은 극복될 수 있을 것이다. 설령 지금 절망하다라도 삼일이면 족하지 않을까? 삼일이 지나면 다시 일어나서 툭툭 털어버리고 제 갈 길을 갈 테니까.

 

글 쓰는 것도 방향성이 있어야 한다. 순례기를 작성하는 것도 방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해외성지를 순례했다고 하여 한번 보는 것으로 끝난다면 일회성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순례기를 쓰면 다시 한번 더 여행하는 것이 된다. 글을 쓰는 과정에서 몰랐던 것을 알게 되기도 한다.

 

스리랑카 순례기를 쓰고 있다. 순례를 다녀온지 4개월 되었지만 순례기를 작성되지 않았다면 아직 순례는 끝나지 않았다고 본다. 순례기가 모두 작성되어야 순례도 끝나는 것이다. 이렇게 순례기를 쓰는 것도 방향성이 있기 때문이다. 시일이 걸리더라도 완성되는 날이 있을 것이다.

 

스리랑카 현지 시점은 20221213일 늦은 오후이다. 이번에 작성하는 스리랑카 순례기는 하루밤 숙박에 대한 것이다. 시기리야 오두막집에서 하루밤 머문 것이다. 폴론나루와 순례를 마치고 시기리야를 가기 위해서 이동했는데 날이 저물어서 시기리야 근처 리조트에서 하루밤 숙박한 것에 대한 이야기이다.

 

 

폴론나루와에서 시기리야까지는 얼마나 될까? 구글지도로 검색해 보니 60키로 거리에 한시간 가량 걸린다. 폴론나루와 서쪽에 있고 아누라다푸라에서는 동남쪽에 있다. 가까이에 담블라 석굴이 있는 것을 확인 했다.

 

 

시기리야 가는 길은 평화로웠다. 녹음이 우거진 나라는 모든 것이 풍요로워 보인다. 아직 개발되지 않은 지역이 많다. 그래서일까 종종 코끼리를 볼 수 있다. 그것도 야생코끼리를 말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지만 원시림이 잘 간직되어 있는 녹색의 나라에서는 가능한 일이다

 

 

오두막집에 도착했다. 내일 시기리야를 보아야 하기 때문에 하루밤 머무는 숙소가 된다. 그런데 이번에 글을 쓰기 위해서 구글 검색을 해보니 사성급 호텔이리는 문구가 보인다. 그러나 이는 잘못된 것이다. 단지 샤워시설이 갖추어진 오두막집일 뿐이다.

 

 

숲속의 오두막집 정식명칭은 ‘Inn On the Tree Eco Resort Sigiriya’이다. 여기서 에코(Eco)라는 말은 생태 또는 친환경의 뜻이 있다. 그래서 풀이해 보면 시기리야 친환경 오두막집이 될 것이다.

 

 

숲속 오두막집은 운전기사 가미니가 잡은 것이다. 이에 혜월스님도 동의했다. 혜월스님은 이런 오두막집에서 자는 것도 특별한 추억이 될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운전기사 가미니는 이것저것 다 한다. 운전은 기본이고 가이드 역할도 한다. 가방을 들어 주는 것은 기본이다. 밥을 같이 먹지만 함께 먹지는 않는다. 조용히 뒤켠에서 빨리 먹는다. 부족한 것이 없는지, 불편한 것이 없는지 늘 챙겨 준다. 그런 그를 30대로 보았으나 호구조사를 해보니 47세였다. 결혼해서 딸이 있다고 한다.

 

문자 그대로 오두막집은 친환경적이다. 숙소 주변은 온통 나무와 숲으로 둘러 쌓여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두막집만 그런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시기리야 주변 숙소는 거의 대부분 숲속에 있기 때문에 생태적이고 친환경적이다. 그 중에서도 오두막이 있는 곳이 더욱더 친환경적이라는 것이다.

 

 

오두막집에서 하루밤을 보내게 되었다. 오두막은 구조가 어떻게 되었을까? 숲속 이곳저곳에 산재해 있는 오두막은 높이 솟아 있다. 거의 2층 높이에 오두막을 지어 놓은 것이다.

 

오두막은 나무계단을 이용해서 올라가야 한다. 이층 높이이기 때문에 가파르다. 문을 열고 들어가보니 그야말로 친환경적이다. 모두 목재로 되어 있다. 천정도 목재로 되어 있고 바닥도 목재로 되어 있다. 오두막에는 갖출 것은 다 갖춘 것 같다.

 

숙소에서 여행자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당연히 잠자는 침대가 될 것이다. 그러나 그것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있다. 샤워시설을 말한다. 샤워실이 없는 숙소는 상상할 수 없다. 그런데 놀랍게도 고층의 나무 위에 있는 오두막에는 샤워시설이 있었다는 것이다!

 

 

오두막집에 샤워시설이 있어서 다행이었다. 그러나 여러모로 불편했다. 이에 대하여 페이스북에 숙소는 대단히 열악하다. 나무 위에 있는 원두막같은 집이다. 그러다 보니 제대로 된 시설이 없다. 그러나 욕실은 갖추어져 있다. 샤워할 수 있는 것이다. 더구나 온수도 나온다. 이정도면 됐다. 에어컨도 없고 수건도 없지만 미지근한 물 나오는 것으로 만족한다.”라고 적어 놓았다.

 

오두막집에 홀로 있었다. 밤이 되자 주변은 캄캄해졌다. 마치 깊은 숲속에 홀로 남겨져 있는 것 같았다. 무서운 느낌이 들기도 했다. 도시에서만 살다가 이렇게 뚝 떨어진 외딴 곳 오두막집에 있다 보니 일시적으로 두려움과 공포가 밀려온 것이다.

 

맛지마니까야에 두려움과 공포에 대한 경’(M4)이 있다. 이는 수행승이 숲속에서 홀로 살았을 때 느끼는 두려움과 공포에 대한 것이다. 어떤 것일까? 이는 바라문이 부처님에게 존자 고따마여, 숲속 우거진 숲의 수행처는 견디기 어렵고 멀리 여읨을 실천하기 어렵고 멀리 여읨을 즐기기 어렵습니다. 생각하건대 숲은 집중하지 않으면, 수행승의 마음을 빼앗아 갑니다.”(M4)라고 했다.

 

숲은 수행자의 마음을 빼앗아 갈 수 있다고 했다. 어떤 경우가 이에 해당될까? 부처님은 바라문에게 어떠한 수행자들이든 성직자들이든 신체적 행위를 청정하게 하지 않고 한적한 숲의 외딴 처소에 가면, 신체적 행위를 청정하게 하지 않은 것이 원인이 되어 이 수행자들과 성직자들은 악하고 건전하지 못한 두려움과 공포를 느낀다.”(M4)라고 했다.

 

 

숲속에서 두려움과 공포를 느끼는 것은 자신이 청정하지 못했을 때이다. 이에 대하여 부처님은 신체적으로 언어적으로 정신적으로 청정하지 못한 자가 숲에서 머물 때 두려움과 공포가 생겨나는데, 결국 숲에서 머물지 못하는 원인이 된다는 것이다.

 

자연에서 홀로 사는 사람들이 많다. 요즘 자연인을 보면 알 수 있다. 수행자들도 자연에서 홀로 산다. 그들이 오지에서 홀로 사는 것은 아마도 마음이 청정하기 때문일 것이다. 버릴 것은 다 버리고 버려야겠다는 마음까지 버렸을 때 무엇이 두려울까?

 

나는 홀로 산속에서 살아 갈 수 있을까? TV에서 자연인 프로를 즐겨 보지만 막상 혼자 살라고 한다면 나는 살아 갈 수 있을까? 아무도 없는 깊은 산중에서 홀로 있는 다는 것은 두려움과 공포를 일으킬 것임에 틀림 없다. 이에 대하여 부처님은 두려움과 공포에 대한 경’(M4)에서 다음과 같은 예를 들었다.

 

1) 신체적인 행위를 청정하게 하지 않고 한적한 숲속 외딴 처소로 가면

2) 언어적인 행위를 청정하게 하지 않고 한적한 숲속 외딴 처소로 가면

3) 정신적인 행위를 청정하게 하지 않고 한적한 숲속 외딴 처소로 가면

4) 탐욕스럽게 감각적 쾌락에 대한 욕망을 탐하며 한적한 숲속 외딴 처소로 가면

5) 분노하는 마음과 증오의 의도를 가지고 한적한 숲속 외딴 처소로 가면

6) 해태와 혼침에 사로잡혀 한적한 숲속 외딴 처소로 가면

7) 흥분하여 마음이 불안정하게 한적한 숲속 외딴 처소로 가면

8) 의혹을 갖고 의심에 가득 차 한적한 숲속 외딴 처소로 가면

9) 자기를 칭찬하고 남을 경멸하고 한적한 숲속 외딴 처소로 가면

10) 전율하며 두려워하며 한적한 숲속 외딴 처소로 가면

11) 이득과 칭송과 명성을 바라고 한적한 숲속 외딴 처소로 가면

12) 게을러 정진없이 한적한 숲속 외딴 처소로 가면

13) 새김을 확립하지 않고 올바로 알아차리지 못하면서 한적한 숲속 외딴 처소로 가면

14) 집중하지 못하고 마음이 흩어진 채 한적한 숲속 외딴 처소로 가면

15) 지혜가 없이 바보가 되어 한적한 숲속 외딴 처소로 가면

 

 

숲에서 홀로 살 수 없는 15가지 이유가 있다. 이는 마음이 오염되었기 때문이다. 마음이 청정하지 않은 자가 숲에서 살 수 없는 이유가 된다. 숲에서 홀로 살 수 있을 정도라면 어느 정도 수행이 된 자이어야 가능할 것이다.

 

숲속 오두막집에서 하루밤을 보냈다. 한국도 아니고 낯 선 먼 이국에서 홀로 잠을 잤을 때 약간은 두려움과 공포가 있었다. 잠을 자는 둥 마는 둥 했다. 그러다가 날이 밝아 왔다. 해가 비추자 모든 생명 있는 것들이 깨어 나는 것 같았다.

그리고 지난 밤 분위기와는 정반대가 되어 생명으로 충만한 리조트가 된 것 같았다.

 

 

아침은 리조트에서 제공한 식사로 해결했다. 그러고 보니 저녁과 아침을 모두 리조트에서 해결한 것이다. 숲속 오두막집 리조트에서도 식사제공을 한 것이다. 샌드위치와 계란, 야채 등 양식이 제공되었다.

 

 

어제 저녁에는 식사 준비가 늦어져서 한시간을 기다렸다. 지루한 느낌에 대하여 페이스북에 게스트하우스에서 저녁을 먹었다. 치킨을 선택했다. 주문한지 두 시간 되어서 음식이 나왔다. 기다리다 지칠 때쯤 나온 것이다. 큰 접시 하나에 소스 하나만 있다. 마치 볶음밥처럼 된 것이다. 양이 너무 많은 것 같다. 그럼에도 먹지 않을 수 없다.”라고 적어 놓았다.

 

숲속 오두막집에 하루밤을 보냈다. 기억에 남는 숙소가 될 것 같다. 마치 어린 아이가 나무 위에 있는 집에서 사는 것을 꿈을 꾸듯이, 이번 순례에서 나무 위에 있는 오두막집에서 잠을 잔 것은 특별한 추억이 될 것 같다. 이런 오두막집은 일년 내내 열려 있다. 그래서 페이스북에 다음과 같은 글을 남겼다.

 

 

모든 것을 공유개념으로 보면 아끼게 된다. 자연스럽게 친환경적으로 된다. 함부로 파손하거나 허비하지 않게 된다. 다음 사람을 위해서 깨끗하게 물려 주어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흔적을 남기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음식을 남기지 않는 것도 해당되고 불편을 감수하는 것도 해당된다. 숲속 나무 위 오두막집에서 새벽을 맞는다.”라고.

 

 

 

2023-03-17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