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물가시대에 긴 줄이
점심가격이 올랐다. 지하구내 한식부페식당에서 오랜만에 먹었는데 천원이 올랐다. 육천원일 때는 먹을만 했으나 칠천원으로 오르니 발길을 끊게 되었다.
일터 주변에 있는 한식부페식당 가격이 대부분 올랐다. 육천오백원까지는 먹을 수 있으나 칠천원이 되었을 때 먹을 수 없다. 오백원 때문에 먹느냐 마느냐 망설인다.
흔히 미친물가라고 한다. 어느 재미 유튜버는 미국의 마트 물가에 대하여 미친물가라고 했다. 한국도 예외가 아닌 것 같다. 작년 초부터 슬금슬금 오르더니 감당할 수 없을 정도가 되었다.
요즘 점심을 집에서 먹는다. 점심 때 일부로 집에 가서 해 먹는 것이다. 점심값이 칠천원 이상 절감된다. 자동차 연료비는 얼마 들지 않는다. 일터와 집이 십여분 거리로 가깝기 때문에 가능하다. 혼자 일하는 일인사업자이기 때문에 가능하기도 하다.
오늘 모처럼 한식부페에서 점심식사를 하고자 했다. 안양로 건너편에 있는 호남한식부페이다. 이 집을 찾는 것은 호남식 식당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가격이 착하기 때문이다. 아직도 육천원이다.
한식부페 가는 길에 사람들이 북적이는 곳을 발견했다. 새로 시장이 생긴 것이다. 그것도 안양로 만안구청정류장 바로 옆에 있다. 이런 경우는 드물다. 중형마트도 아니다. 일종의 할인마트라고 볼 수 있다. 오로지 야채와 과일만 파는 서민형 할인마트를 말한다.
사람이 모인 곳에는 무언가 있기 마련이다. 사람들이 줄을 설 정도이면 특별한 무엇이 있을 것이다. 식사를 마치고 마트에 들어가 보았다. 가격표를 보니 천원짜리가 대부분이다. 마치 천원샵 같은 느낌이다. 야채에도 천원짜리가 있는 것이다!
무우가 큰 것 하나에 오백원이다. 대형마트나 중형마트에서는 천오백원 한다. 대파 한단이 오백원이다. 중형에서는 이천오백원, 대형에서는 거의 삼천원이다. 콩나물 한봉지에 오백원, 부추 한단에 천원, 미나리 한단에 천오백원이다.
수산물도 판매한다. 자반 고등어 일손(두 리)에 삼천오백원, 쭈꾸미 한판(여덟 마리)에 만이천원이다. 오징어 네 마리에 만원이다. 이쯤 되면 대형이나 중형 마트의 반값이라고 볼 수 있다.
새로 생긴 마트 이름은 ‘막둥이네’이다. 과일과 야채와 생선을 저렴하게 파는 곳이다. 작은 글씨로 ‘만안구청점’이라고 쓰여 있다. 가게 사람에게 물어 보니 오늘 오픈했다고 한다. 오늘만 이렇게 싸게 파는지 물어 보았다. 일년 365일 싸게 판다고 말했다.
야채가게 ‘막둥이네’에 대하여 검색해 보았다. 부천시 오정동에 하나가 뜬다. 이곳 안양이 본점인지 모른다. 아마 새롭게 생긴 마트라고 볼 수 있다. 어쩌면 ‘막둥이네 만안구청점’이라고 이름 지은 것도 눈길을 끌기 위한 판매전략인지 모른다.
그냥 지나칠 수 없다. 평소에도 야채가게에서 이것저것 먹거리를 즐겨 사먹는다. 오늘 이렇게 말도 안되는 싼 가격에 판매되는 것을 보고 그냥 갈 수 없었다.
바구니에 이것저것 주어 담았다. 무우 한개, 대파 한단, 청경채 한단, 미나리 한단, 표고버섯 한묶음, 콩나물 한봉지, 부추 한단을 넣었다. 그리고 멸치 한봉지에 삼천원하는 것 두 봉지를 샀다. 모두 만천원 들었다. 상품권 만원짜리 한장을 이번 기회에 써 먹었다.
계산을 해보니 멸치가 한봉지 덜 계산 되었다. 아마 계산하는 사람이 바쁘다 보니 한봉지로 착각한 것 같다. 긴 줄이 서 있다 보니 순간적으로 햇갈렸던 것 같다. 덜 계산된 멸치가격 삼천을 더 주어야겠다. 발걸음을 한번 더 해야 한다.
아내와 카톡을 했다. 새로 생긴 할인 야채가게를 알려 주었다. 파격적인 가격정보와 사진과 함께 알려 주었다. 아내는 “규모가 크네요. 물건도 괜찮아보이고.”라고 멘트를 달았다. 장바구니 사진을 보고서는 “푸짐하네요~”라고 했다.
요즘 물가로 인하여 서민들이 고통을 받고 있다. 오백원이나 천원 때문에 점심시간에 발길을 돌리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이런 때에 파격적인 할인마트의 등장은 서민들에게는 빅뉴스나 다름없다. 그래서일까 어디서 몰려 왔는지 북새통을 이루고 긴 줄이 형성되었다.
재미 유튜버는 미국물가에 대하여 미친물가라고 했다. 한국의 물가는 어떨까? 점점 미쳐 가는 것 같다. 이대로 슬금슬금 오르다가는 아우성이 날 것 같다. 불과 2년전만 하더라도 오천원짜리 한식부페를 먹었으나 이제 칠천원이 되었다. 앞으로 얼마나 더 물가가 오를까?
요즘 세상이 미쳐 돌아가고 있는 것 같다. 정권을 잡은 자들이 특히 미친 것 같다. 뉴스를 보지 않지만 그들은 제정신이 아닌 것 같다. 이대로 가면 독도도 공유하게 될지 모른다. 조만간에 TV에 식민지근대화론이 나올지 모른다.
정의롭지 않은 세력이 정권을 잡았을 때 정의롭지 않은 세상이 되는 것은 자명하다. 물가는 오르고 삶은 팍팍해지고 있다. 이럴 때 이곳저곳에서 파격적인 가격의 할인마트가 생겨나고 있다. 점점 미쳐가는 물가시대에 사람들이 긴 줄을 섰다.
2023-03-29
담마다사 이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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