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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맛 있어도 한번 가 본 데는, 지역식당순례 42, 쌈밥집에서 뚝불먹기

담마다사 이병욱 2023. 4. 14. 12:58

아무리 맛 있어도 한번 가 본 데는, 지역식당순례 42, 쌈밥집에서 뚝불먹기
 
 
점심식사가 늘 성공하는 것만은 아니다. 오늘이 그랬다. 의무적으로 들어간 식당에서 만족할만한 식사를 하지 못했다. 그것은 어쩌면 나홀로 식사이기 때문일 것이다.
 
늘 혼자 식사한다. 혼자 일하는 일인사업자이다 보니 밥먹을 때 혼밥한다. 그러다 보니 식당에서 환영받지 못하는 것 같다. 점심 때 식당은 점심식사 시간이 대목인데 홀로 들어가면 미안한 마음이 된다.
 
점심 때 어딘 가에서는 먹어야 한다. 혼밥 할 때 가장 부담없는 곳은 햄버거집이다. 일터 부근 롯데리아에 들어가면 점심특선가로 세트 메뉴가 있는데 5천원 이내로 해결할 수 있다. 중국집도 혼자 들어가서 먹기에 부담이 없다. 부근 중국집에서는 혼자 먹을 수 있도록 일인용 식탁이 준비되어 있다.
 
사무실 반경 삼사백미터 이내 식당을 순례하기로 했다. 차제걸이식으로 하면 가장 좋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 작은 식당에 들어가면 민폐 끼칠 것 같다. 망설이다 보면 생각지도 않은 곳에 가게 된다.
 
식당순례 할 때 한번 들어간 곳은 다시 가지 않는다. 이는 단골을 만들지 않는다는 말과 같다. 반경 이내 식당을 한번씩 가보고자 할 때 두 번 이상 들어가면 안된다. 이런 원칙을 지키고자 하면 메뉴불문, 가격불문, 청결불문이 되어야 한다.
 
요즘 점심을 밖에서 먹는 날이 늘어 나고 있다. 점심값을 아끼기 위해서 집에 가서 먹었으나 밖에서 먹을 때도 있는 것이다. 이런 때가 되면 유튜브에서 본 고독한 미식가의 고로상이 되는 것 같다.
 
고로상은 한번 들어간 식당은 다시 들어가지 않는다. 물론 먹방 드라마이기 때문에 그렇게 했을 것이다. 그런데 고로상은 대형식당이나 페스트푸드점과 같은 대형식당에는 들어가지 않는다는 점이다. 허름한 식당이 타겟이다.
 
점심을 먹기 위해 길거리를 배회하다 보면 고로상이 된 것 같다. 고로상과 다른 것은 나는 미식가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식당에 도움을 주기 위해서 가는 것이다. 비록 한 개인에 지나지 않지만 지역에 있는 식당에 한번쯤 가 보는 것이 도움을 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누군가 나를 따라 이렇게 한다면 골고루 먹고 살 수 있을 것이다.
 

 
오늘 안양아트센터와 명학공원에서 오전을 보냈다. 연두빛 봄날이라서 밖에 있는 것 자체가 힐링이 되는 것 같았다. 점심 시간이 되자 제대로 먹고 싶었다.
 
점심을 늘 잘 먹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다. 그래서 잘 하는 집은 멀더라도 찾아 간다. 그러나 지역 식당 순례를 하고자 하는 마당에 단골집에만 갈 수 없다. 한번도 가보지 않은 식당에도 가 보고자 하는 것이다.
 

 
안양아트센터 앞에 쌈밥집이 있다. 오래 전에, 아마 십년도 더 전에 친구와 들어가 본적이 있다. 이후 한번도 들어가 보지 못했다. 왜 그런가? 쌈밥집은 두 명 이상이 기본이기 때문이다. 이런 것 때문에 그 동안 망설였는지 모른다.
 
쌈밥집에 들어갔다. 혼자 들어 가는 것이기 때문에 먼저 “혼자도 됩니까?”라며 물어 보아야 한다. 쌈밥이 먹고 싶어서 들어 갔다. 그러나 쌈밥은 두 사람이상이라야 가능하다. 점심 메뉴로 뚝배기불고기(8,000원)와 된장찌개(7,000원)가 있었다.
 

 
어느 식당이든지 메인메뉴가 있다. 쌈밥집에서 메인 메뉴는 철판제육쌈밥(9,000원, 2인 이상)이다. 두 명이 아니기 때문에 서브 메뉴로 식사해야 했다. 뚝배기불고기로 주문했다.
 
뚝배기불고기는 소고기로 된 것이다. 마치 소고기국밥처럼 보였다. 그러나 반찬이 너무 부실했다. 옆 좌석에서 철판제육쌈밥에 야채가 가득한 것이 부러워 보였다.
 

 
식당순례 하기로 했으니 메뉴가 마음에 들지 않아도 먹어야 한다. 그러나 본래 좋아하지 않는 메뉴를 먹는 것은 고역이다. 결국 먹다가 남기고 말았다. 주인에게 미안했다. 두 명이서 온다면 꼭 메인메뉴인 철판제육쌈밥을 주문하고 싶다.
 

 

 
친구들이나 동료들과 정을 나누며 마음이 얽매이면, 유익함을 잃으니, 사귐에서 오는 이러한 두려움을 살펴,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Stn.37)
 
 
수행자는 사람을 사귀는데 신중해야 한다. 같은 길을 가는 도반이 아니면 사귀지 않아야 한다. 사람을 사귀어 놓으면 교제를 해야 한다. 교제 하면 시간을 빼앗기게 된다. 무엇보다 갈애가 생긴다. 식당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사람들은 가는 데만 간다. 식당도 그렇다. 점심 먹으로 갈 때 단골집으로만 가는 것이다. 어디 식당뿐일까? 이발 하러 갈 때도 가는 곳만 간다. 그러다 보니 십년 이상 단골이 된다.
 
수행자에게 단골은 애착을 갖게 하는 곳이다. 해탈과 열반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사람과 교제 하지 않는 것도 갈애 때문이다. 자주 만나다 보면 친해지고, 친해지다 보면 친밀감이 생긴다. 식당도 가는 곳만 가게 되면 자주 찾게 된다.
 
요즘 의무적으로 하는 것들이 많다. 글은 당연히 의무적으로 쓴다. 하루에 한 개이상 쓰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것도 길이 남을 쓰고자 한다. 그래서 제목을 붙이고 날자와 함께 서명을 한다.
 
경전도 의무적으로 읽고 있다. 니까야를 머리 맡에 놓고 읽는다. 평생 읽어도 다못 읽을 것 같다. 논서도 의무적으로 읽는다. 요즘 ‘위빳사나 수행방법론’을 머리맡에 놓고 읽는다.
 
의무적으로 하는 것들 중에서 식당순례도 빼 놓을 수 없다. 지역 내 반경 삼사백미터에 있는 식당은 한번쯤 가보는 것이다. 명학역 상권의 식당이 주무대이긴 하지만 외곽으로도 확장된다.
 
아무리 맛 있어도 한번 가 본 데는 다시는 가지 않는다. 진정한 식당순례는 단골을 만들지 않는 것이다. 식당에 가서 점심식사가 성공할 수도 있고 실패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식당에 가서 한끼를 먹었다는 사실이다. 이런 것도 집착일까?
 
 
2023-04-14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