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인작은법회

“아, 좋다!”라는 말이 절로, 도반의 강원도 세컨하우스

담마다사 이병욱 2023. 5. 14. 16:00

아, 좋다!”라는 말이 절로, 도반의 강원도 세컨하우스


지금 시각은 새벽 4 23, 깊은 산중의 새벽이다. 창 밖에는 어둠이 깔려 있다. 그러나 오래 가지 않을 것임을 안다. 불과 30분 후가 되면 세상은 개벽할 것이다.

 


여기는 강원도 인제 깊은 산골이다. 인제와 원통으로 잘 알려진 곳이다. 군대에 가면 최전방으로 세상과 멀리 격리된 곳이다. 실제로 옛날에는 도망쳐 나온 사람들이 살던 곳이라 한다. 그곳에 집이 있다. 마치 자연인처럼 사는 사람의 집이다.

 


작은법회 모임이 있다. 능인 37기 모임을 말한다. 2004년 상반기 야간에 공부하던 모임이다. 벌써 19년 되었다. 모임의 도반들이 모였다. 코로나 이후 처음으로 12일 하고 있다.

다섯 명이 모였다. 사회에서 만난 19년 도반들이다. 사회친구이지만 모임이 이렇게 오래 가는 것은 신앙이 구심점이다. “우리는 불자들이다.”라는 생각이 원동력이다.

 


모임이 오래 유지 되려면 모임이 지향하는 목적이 있어야 한다. 모임에 따라 친목모임이 될 수 있고 동호모임이 될 수 있다. 또한 사회개혁을 위한 이념모임이 있을 수 있다. 그렇다면 가장 이상적인 모임은 어떤 것일까?

모임은 기본적으로 화합의 모임이 되어야 한다. 불화하기 위한 모임은 없다. 승가도 모임이다. 다양한 출신, 다양한 성향의 사람들이 모인 승가에서 화합은 필수적이다. 화합을 해치는 자가 있다면 갈마해서 쳐내야 할 것이다. 그런 갈마는 정법을 수호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갈마하는 것이 왜 정법수호인가? 그것은 법(Dhamma)과 율(Vinaya)에 맞지 않는 행위를 한 자에게 처벌을 내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갈마는 법과 율을 수호하는 것이기 때문에, 갈마하는 것은 정법 수호하는 것도 되는 것이다.

가장 이상적인 모임은 정진의 모임이다. 화합은 기본이고 화합 플러스가 되어야 하는데 그것은 다름아닌 정진이다. 그렇다면 왜 정진의 모임이 되어야 하는가?

어떤 모임에서든지 본받을만한 사람이 있기 마련이다. 세 명이 길을 가면 그 중에 하나는 본 받을 사람이 있는 것과 같다. 그래서 그 사람과 같이 되고자 한다. 이것이 정진의 모임에 있어서 가장 큰 이점이다.

불교에서는 정진을 강조한다. 부처님도 최후의 말씀에서 불방일정진을 강조했다. 37조도품에서도 정진이 11개로 가장 많다. 그 다음이 새김(사띠)이고, 그 다음이 지혜이다.

정진의 모임이 되어야 하는 것은 어제보다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한 것이다. 물질적 삶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정신적 향상을 위한 삶을 말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서로가 서로를 이끌어 주어야 한다.

감자씻기가 있다. 감자를 개별적으로 씻을 수 있다. 감자가 많다면 커다란 소쿠리에 넣어 흔들면 될 것이다. 이렇게 하면 감자와 감자가 부딪쳐 서로 씻겨질 것이다. 정진의 모임도 이와 다르지 않다.

도반은 오래전부터 전원주택을 갖는 것이 꿈이었다. 십년도 전에 저는 강원도 고향에 집을 짓고 거기에서 살겁니다.”라고 말했다. 말이 씨가 된다고 한다. 정말 도반은 인제 깊은 산골에 집을 갖게 되었다. 이제 시절인연이 되어서 도반들을 초대하게 되었다.

 

 

 


도반은 주말만 이용한다. 평일에는 부천에서 직장다닌다. 이제 3년 되었다. 시골에 집을 가지게 되면 꼭 초대하겠다고 했는데 어제가 그날이 되었다.

어제 네 명이 동서울터미널에서 출발했다. 원통에서 내리니 도반이 마중나왔다. 원래 계획은 당일 아점을 먹고 오세암 가기로 했다. 그러나 시간상으로 무리였다. 백담사에서 오세암까지는 3시간 반이 걸릴 것이라고 했다.

오세암은 다음날 아침에 가기로 했다. 그래서 첫날은 가까운 절에 가기로 했다. 고성에 있는 건봉사에 갔다.

건봉사는 세 번 가봤다. 매번 가 보지만 , 좋다!”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산 높고, 물 맑고, 공기 좋은 곳에 있으면 이런 감탄사가 나오게 되어 있다.

모임은 화합의 모임이 되어야 하고 또한 정진의 모임이 되어야 한다. 승용차에 다섯명이 탔는데 이야기가 그칠 줄 모른다. 서로가 서로를 씻겨주는 말이다.

저녁이 되었다. 물치항에서 회를 샀다. 저녁 먹을 것은 각자 조금씩 준비해 왔다. 나물, 김치, 밑반찬 같은 것이다. 집에 있는 것을 가져 온 것이다.

 


식탁이 풍성해졌다. 두릅, 취나물, 명이나물, 상추 등 제철음식으로 밥을 먹으니 재벌밥상이 부럽지 않았다. 이럴 때 , 좋다!”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끊임없이 대화를 나누었다. 차 안에서도, 카페에서도, 저녁식탁에서도 대화는 그칠 줄 몰랐다. 공통적으로 도반들이 인생을 잘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질적으로 잘 사는 것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나름대로 행복하게 잘 사는 것을 말한다. 그것은 각자 의지처가 있다는 것이다.

세상에 살면서 가장 큰 의지처는 무엇일까? 부부사이라면 배우자가 가장 큰 의지처가 될 것이다. 자식이 의지처가 되는 사람도 있다. 이는 전화 통화하는 것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서로가 서로의 안부를 확인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혼자 사는 사람은 무엇에 의지해야 할까?

혼자 있으면 외롭다고 말한다. 그래서 짝을 찾는지 모른다. 그러나 수행자는 외롭다는 말을 하지 않는다. 왜 그런가? 자신을 의지처로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부처님은 자귀의 법귀의를 말씀하셨다.

어떻게 자신을 의지처로 삼을 수 있을까? 그것은 끊임없이 알아차리는 것이다. 이럴 때 사념처가 의지처가 된다. 이렇게 알아차림 하면 다른 것에 의지할 필요가 없다. 결국 자신을 의지처로 하고 법을 의지처로 하는 것이 된다.

지금 시각은 새벽 5 26마침내 날이 밝았다. 산골짝에서 새로운 하루가 시작되었다. 오늘은 아침 일찍부터 오세암 가는 날이다.

 

 


산중의 새벽이다. 새소리와 물소리가 요란하다. 공기는 상쾌하다. 도시보다 산소농도가 1프로는 많을 것이라고 한다. 이런 맛에 산에 사는 것인지 모른다.

 


첩첩산중에 구름이 잔뜩 끼었다. 그러나 구름은 높다. 이제 신록이 시작되는 산을 보니 별유천지비인간이다. 이럴 때 ", 좋다"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여기는 강원도 인제군 덕적리 한석산로이다.


2023-05-14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