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인선원 37기 ‘우정19년’ 북콘서트
꽃 향내가 확 풍긴다. 밀폐된 공간에서 향긋한 향기가 일시적으로 물씬 풍긴다. 그리고 이내 사라진다. 도반들이 사온 것이다. 19년된 도반들이 축하해주기 위해서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달려 왔다.
오늘은 북콘서트날이다. 백권을 기념하여 북콘서트를 열겠다고 두 달 전부터 알렸다. 마침내 오늘이 그날이다. 능인불교교양대학 37기 도반들이 안양 사무실에 왔다.
그 동안 쓴 글을 책으로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다. 백 번째 책은 ‘능인금강 37법회’라는 제목의 책이다. 2004년 인연 맺은 동기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19년동안 갖가지 행사를 기록해 두었는데 한권의 책으로 만든 것이다. 이에 북콘서트를 하게 되었다.
19년,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세월이다. 사회생활 하면서 인연맺은 사람들이다. 학창시절 친구가 아닌 사회친구인 것이다. 이렇게 오래 갈 줄 몰랐다.
흔히 이런 말을 한다. 사회친구는 오래가지 못한다고 말한다. 왜 그럴까? 이해 관계로 만난 사이는 이해관계가 틀어지면 오래 지속되기 힘들기 때문일 것이다.
종교모임으로 만난 관계는 다르다. 이해관계와 무관한 것이다. 더구나 교양대학 사람들이다. 학교친구나 다름없다. 그래서 지금까지 모임이 유지되는지 모르겠다.
북콘서트를 앞두고 고민이 많았다. 과연 성공적으로 치를 수 있을지에 대한 것이다. 동기들이 어느 정도 호응을 해 줄지는 미지수였다. 그럼에도 오늘 다섯 명 왔다.
모두 다 바쁘다. 특히 토요일은 여기저기에 모임이 많아 더욱더 바쁘다. 사회모임뿐만 아니라 가족모임도 있을 것이다. 시간내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그래서일까 모임이 겹쳐서, 갑자기 일이 생겨서 참석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오늘 참석한 도반은 여섯 명이다. 현재 동기회 회장인 김동수 도반이 참석했다. 그리고 박준석, 이창용, 안석자, 차윤선 도반이 참석했다.
북콘서트는 처음 있는 일이다. 남이 하는 것처럼 흉내 내 보는 것인지 모른다. 분명한 사실은 책의 형태로 나왔다는 것이다. 비록 복사전문점에다가 인쇄와 제본 의뢰하여 소량 만든 것이긴 하지만 책은 책이다. 책처럼 보이기 위하여 목차도 만들고 서문도 썼다.
오늘 도반들은 빈손으로 오지 않았다. 놀랍게도 봉투를 내 놓은 도반이 세 명 되었다. 마치 자녀 결혼식 때 축의금 내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또 다른 두 도반은 꽃을 한아름 사왔다. 사무실 분위기가 갑자기 화사해 지는 것 같았다.
북콘서를 앞두고 준비했다. 사실상 두 달 전부터 준비했다. 그것은 명상공간에 매트를 까는 것부터 시작했다.
명상공간을 북콘서트 장소로 활용하고자 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열 명은 앉을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야 했다. 그래서 3미터 곱하기 3.3미터에 달하는 매트를 깔았다. 모두 아홉 장을 까니 완성되었다.
앉을 수 있는 공간은 확보 되었다. 약 세 평이 약간 넘는 공간이 나온 것이다. 여기에 방석이 필요했다. 인터넷으로 열 개를 구매했다.
준비는 차곡차곡 준비 되었다. 당일날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스케줄도 잡아 놓았다. 12시에 사람들이 오면 12시 반까지 차담하는 것이다. 다음으로 중식당 소선으로 이동하여 코스요리를 먹는 것이다.
차담 하기 위해서는 차기를 필요로 한다. 다행이 확보된 차기는 많았다. 또한 갖가지 차가 있어서 문제 없었다. 향내 나는 차로 준비 했다.
사무실에 손님이 오는 경우는 드물다. 북콘서트한다고 하여 이렇게 많은 손님을 받기는 처음이다. 먼 데서 오는 손님을 어떻게 대해야 할까?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그것은 오는 모든 사람들에게 선물을 하는 것이다.
선물을 하려면 정성을 다해야 한다. 또한 내용물도 중요하다. 책은 준비 되었다. 하나 더 준비해야 했다. 갑자기 생각난 것은 꿀이다.
선물중에 가장 무난하고 부담없는 선물이 있다. 바로 그것은 꿀이다. 꿀을 선물하면 실패할 염려가 없다. 왜 그런가? 꿀은 누구나 다 좋아하기 때문이다.
꿀을 오는 사람 숫자대로 준비하고자 했다. 다행스럽게도 사무실이 있는 오피스텔 바로 옆에는 동서식품 대리점이 있다. 동서벌꿀 600그램짜리를 이마트에서 파는 것과 비교해 보니 2,200원이 저렴했다. 이를 여덟 개 구매했다.
선물로 책과 꿀을 준비했다. 이를 담을 것이 필요로 했다. 다이소에 가서 쇼핑백을 구매했다. 쇼핑백에 책과 꿀을 담았다. 사람들이 올 때 하나씩 건네 주었다.
선물은 주어서 기쁘고 받아서 기쁜 것이다. 오늘 온 사람들에게 선물 한꾸러미씩 건네드렸다. 그런데 봉투를 가져오고 꽃다발을 가져 오는 것이었다. 마치 자녀 결혼식장 분위기 같았다.
북콘서트는 일생일대 한번 있는 일이다. 희유한 일이기 때문에 가능하면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서 참석하게끔 유도했다. 시간이 맞지 않은 사람은 나중에 개별적으로 방문하겠다고 했다. 어떤 도반은 꼭 만나보고 싶다고 말하면서 대접하겠다고 했다. 동기로서 우정을 느낀다.
오전 12시가 되자 도반들이 속속 도착했다. 초행길이라 빌딩을 찾는데 시간이 걸린 사람들이 많다. 그럼에도 먼 길을 마다 않고 찾아 온 것이다. 찾아와서 자리를 빛내 준 것이다.
사람들이 도착하자 북콘서트가 열렸다. 북콘서트는 특별한 것이 없다. 남들 하는 것처럼 책의 표지 안쪽에 싸인 하는 것이다.
싸인문구를 무엇으로 할지 고민했다. 생각난 것은 ‘우정19년’이라는 말이다. 2004년이후 2023년 현재까지 19년동안 우정(友情)을 쌓아 온 것에 대한 것을 표현하기 위한 말이다.
모두 바쁜 사람들이다. 시간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사무실 명상홀에서는 30여분 앉아 있었다. 차담을 하며 책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책이 나오게 된 과정에 대하여 이야기한 것이다. 이를 한 도반이 밴드에 생중계하기까지도 했다.
콘서트도 좋지만 더 좋은 것은 식사하는 것이다. 오랜 벗이자, 친구인 도반들과 만난 음식을 들면서 담소하는 것은 최상의 행복이다. 중식당 소선(燒仙)으로 자리를 옮겼다.
중식은 코스요리로 하기로 했다. 멀리서 일부로 찾아온 손님들이다. 이 자리를 빛내 주기 위해서 온 사람들이다. 최상의 접대를 해야 한다. 중식 코스요리만한 것이 없을 것 같았다.
중식집 소선은 명학역 가까이에 있다. 화교 2세가 대를 이어 식당을 경영한다고 하여 안양에서는 어느 정도 알려져 있다.
코스요리가 나왔다. 가장 먼저 나온 것은 해파리냉채이다. 음식이 깔끔하고 독특한 맛이 났다. 이어서 유산슬, 깐풍기, 고추잡채, 탕수육 순으로 나왔다. 마무리는 짜장면으로 했다.
북콘서는 매달 열린다. 9월달에는 정의평화불교연대, 10월달에는 담마와나선원, 11월달에는 페이스북친구, 12월달에는 금요니까야모임이 예정되어 있다. 모드 관련된 책이 있다. 모임에 참석할 때마다 후기를 작성해 놓은 것을 한권의 책으로 만든 것이다.
오늘 행사를 여법하게 치루었다. 명상홀에서 차담을 하고, 중식집에서 코스요리를 먹으면서 화기애애한 시간을 가졌다. 특히 중식집에서 영상통화도 이루어졌다. 오늘 참석하기로 했으나 부동산 계약서 건으로 부득이하게 참석하지 못한 권수현 도반과 영상통화가 이루어진 것이다.
무엇이든지 오래 묵으면 맛이 난다. 그것도 깊은 맛이 난다. 도반들 모임도 그렇다. 19년된 모임이다. 40대 때 만났던 도반들은 지금 60대가 되었다. 50대 때 사람들은 70대가 되었다. 모임에서 가장 막내에 해당되는 도반은 39세였는데 이제 58세가 되었다.
오랜 벗들은 만나면 반갑다. 맛있는 음식과 함께 담소를 나누면 최상의 행복이 되는 것 같다. 특히 1박2일 모임이 그렇다.
코로나 이전에는 매년 한번은 1박2일 모임을 가졌다. 펜션을 하나 잡아서 바비큐 파티를 하는 등 우의를 다진 것이다. 오늘 식사할 때도 1박2일 이야기가 나왔다.
쇠뿔은 단김에 빼라는 말이 있다. 1박2일 이야기가 나왔을 때 장소와 날자가 결정되었다. 장소는 강원도 인제에 세컨하우스를 가지고 있는 도반 집으로 결정되었다. 날자는 강원도 설악산 단풍이 한창 일 때인 10월 14일(토)과 15일(일)로 결정되었다.
한번 맺은 인연을 소중히 생각하고 있다. 불교를 인연으로 해서 맺어진 도반들은 소중하다. 세월이 가다 보니 어느덧 19년 되었다. 비록 사회에서 만난 인연들이기는 하지만 형제나 자매보다 더 친근하다. 오늘 와서 축하해 주어서 눈물 나게 고마웠다. 동기모임이 오래 지속되기를!
2023-08-26
담마다사 이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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