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성지순례기

스리랑카 성지순례기 33, 고원(高原) 누와라 엘리야에서

담마다사 이병욱 2023. 5. 25. 11:11

스리랑카 성지순례기 33, 고원(高原) 누와라 엘리야에서
 
 
요즘 스리랑카 순례를 떠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정진산행 멤버 중에 한 도반은 이번에 스리랑카 순례를 떠났다. 단체로 떠난 것이다. 재가불교단체에서 중책을 맡고 있는 어느 법우는 12월에 떠날 것이라고 한다. 역시 단체로 떠난다.
 
스리랑카는 심리적으로 먼 곳이다. 아마 뉴질랜드 정도되는 심리적인 거리인 것 같다. 그것은 종착지이기 때문이다. 기착지라면 먼 느낌이 들지 않는다. 방콕이 아무리 멀어도 더 먼 곳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스리랑카는 더 이상 갈 데가 없는 나라이다. 어쩌면 땅끝 같은 나라라고 볼 수 있다.
 
스리랑카 성지순례기를 쓰고 있다. 스리랑카 다녀 온지 6개월 지났지만 여전히 여행 중에 있다. 아직 써야 할 것이 많다. 아직도 남은 일정이 많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순례기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다. 특히 12월에 순례를 떠난다는 법우가 그렇다.
 
법우는 순례기가 완성되면 보내 달라고 했다. 즐거운 마음으로 동의 했다. 순례기가 완성되면 하나의 책으로 만들 예정이다. 그렇다고 출판하는 책은 아니다. Pdf로 만들어 블로그에 올려 놓으면 누구나 다운받을 수 있게 해 놓는 것이다.
 
현지에서 순례는 오래 전에 끝났지만 여전히 순례는 계속되고 있다. 글로 남겨야 순례가 끝난다. 이번에 작성한 글은 스리랑카 고원지대 누와라 엘리야(Nuwara Eliya)에 대한 것이다.
 

 
스리랑카 현지에서 시점은 2022년 12월 12월 15일 목요일 점심 때이다. 승용차 순례팀은 캔디 근처에 있는 란카틸라카 사원을 떠나 고원지대로 향했다. 누와라 엘리야라는 고원지대이다.
 
누와라 엘리야, 발음하기도 힘든 스리랑카 말이다. 어떤 뜻일까? 구글검색해 보았다. 영문 위키백과에 따르면 누와라 엘리야는 스리랑카 중부의 산악 지대에 있는 도시라고 했다. 이 이름은 “평야의 도시(탁자 땅)” 또는 “빛의 도시”를 의미한다.
 
누와라 엘리야는 도시 이름이다. 스리랑카 고원에 있는 도시를 말한다. 누와라엘리야 지구의 행정도시인 것이다. 이런 누와라 엘리야는 스리랑카에서 가장 시원하고 가장 서늘한 지역이다.
 
누와라 엘리야 가는 길은 마치 옛날 대관령 길을 가는 것 같다. 왕복 2차선 도로가 에스(S)자 형으로 구불구불하다. 우리나라 같았으면 터널을 뚫고 다리를 놓았을 것이다.
 
고도가 높아지자 풍광도 점차 좋아 졌다. 마침내 거의 정상에 올랐을 때 멈추었다. 혜월스님이 어느 카페를 발견하고서는 “저기에서 차나 한잔 마시고 갑시다.”라고 말했다.
 

 
순례팀은 급할 것이 없다. 단체관광도 아니고 패키지관광도 아니다. 승용차를 이용한 순례이기 때문에 기동력이 있다. 어느 곳이든지 멈추어 쉬어 갈 수 있다. 목이 마르면 길거리에서 파는 코코넛을 수액을 마실 수 있다. 이렇게 누와라 엘리야와 같은 경치 좋은 곳을 발견하면 지나칠 수 없다. 어느 한적한 카페 앞에서 멈추었다.
 
 

 
카페 이름은 ‘칠 람보다(CHILL RAMBODA)’이다. 칠 람보다라는 이름은 사진을 찍어 놓았기 때문에 기억한다. 후기를 쓸 것을 염두에 두고 사진을 찍어 놓은 것이다.
 
카페는 허름하기 그지없다. 외관이 그렇다는 것이다. 마치 아프리카 열대지방의 목조 건물을 보는 것 같다. 나무로 얼기설기 엮어 놓은 것이다. 그런데 후기를 쓰기 위해서 구글지도 검색한 결과 칠 람보다(CHILL RAMBODA)가 검색되었다는 사실이다. 외관과 무관하게 명소임을 알 수 있다.
 

 
카페 칠 람보다는 란카틸라카 사원에서 56키로 거리에 있다. 왕복 2차선에 구불구불한 거리이기 때문에 1시간 반가량 걸렸다. 그런데 고원의 정상의 풍광은 아래 저지대와는 다르다는 사실이다. 그것은 전혀 보지 못하던 소나무가 있었기 때문이다.
 
저지대는 야자나무가 많다. 특히 킹코코넛이라 불리우는 야자나무는 스리랑카 지천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고지대로 올라가면 야자나무는 갈수록 보기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마침내 침엽수림이 나타난 것이다.
 
카페 이름에 있는 칠(CHILL)은 어떤 뜻일까? 칠은 영어로 ‘냉기’의 뜻이다. 람보다는 어떤 뜻일까? 위키백과에 따르면 스리랑카 중부지방에 있는 한 마을의 이름이다. 람보다 터널이 있는데 스리랑카에서 가장 긴 터널이라고 한다. 그리고 람보다폭포가 있다.
 
카페 칠 람보다는 람보다 마을에 있는 카페이름이다. 냉기가 도는 곳에 있다. 아래 지역은 덥지만 이곳은 서늘하다. 그래서일까 소나무와 같은 침엽수림도 볼 수 있다.
 
칠 람보다 카페는 우리나라 카페와 여러모로 비교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고개 정상에 지어진 멋진 카페를 볼 수 있는데 간판부터 화려 하다. 한마디로 부티가 나는 것이다. 그러나 스리랑카 카페는 매우 수수하다.
 
카페는 번쩍이는 간판도 보이지 않는다. 현대식의 세련된 건물도 아니다. 나무를 얼기설기 엮어서 만든 건물로 곧 허물어질 것 같다. 그럼에도 고원을 찾는 사람들이 쉬어 가는 쉼터와 같은 곳이다.
 

 
카페 칠판에는 메뉴가 적혀 있다. 영문으로 ‘Inrenational & Sri Lankan CUSINE’이라고 쓰여 있다. 문자 CUSINE 은 어떤 뜻일까? 검색해 보니 메뉴의 뜻이다. 메뉴를 보니 ‘Rics & Curry Kotta, Pasta, Burgers, Soups Salads & Sandwich’가 보인다. 또한 디저트로는 ‘TEA & COFFEE’가 있다고 했다.
 

 
칠 람보다 카페 한켠 전망 좋은 곳에 자리 잡았다. 한마디로 경치가 최고로 좋은 곳이다. 세상에 이렇게 장쾌한 경관을 가진 곳이 어디 있을까? 하늘과 구름과 산과 호수의 파노라마가 펼쳐졌다.
 

 
고원지대여서일까 하늘에는 구름이 끼여 있다. 짙은 구름은 갖가지 형태의 모습을 하고 있다. 또한 높은 산에는 구름에 가려 있다. 산이 구름에 덮여 있으니 더욱더 신비롭게 보인다.
 

 
산과 산 사이에는 호수가 있다. 지도에서 보니 두 개의 커다란 호수가 있다. 저 멀리에는 폭포도 보인다. 전에 보지 못하던 장엄함 풍광을 보았다. 이런 풍광을 보니 신비하다는 말이 맞을 것 같다.
 

 

 
카페에서 아래를 내려다 버니 이 세상이 아닌 것 같다. 이런 풍광에 대하여 ‘별유천지비인간’이라고 했을 것이다. 빠알리어로로는 ‘상베가’라고 할 수 있다. 경외를 말한다. 놀랍고도 두려운 것을 말한다. 자연에 대하여 경이감을 느끼기보다는 경외감을 느끼게 해주는 것 같다.
 

 
카페 칠 람보다에서 홍차를 마셨다. 혜월스님은 홍차를 잘 마시는 것 같다. 순례 중에 커피를 마셔본 적이 없다. 스리랑카 사람 혜월스님을 따라 홍차를 마시다 보니 홍차가 자연스럽게 입에 맞게 되었다.
 
카페에 낙서가 있다. 풍광 좋은 곳에 위치한 카페 이곳저곳에 사람들은 흔적을 남겨 놓았다. 카페에는 있는 목재에는 이곳에 왔다는 흔적이 빼곡히 쓰여 있다.
 

 
혜월스님이 말했다. “우리도 흔적 하나 남겨 봅시다.”라고 말했다. 그래서 나무에 글을 하나 썼다. “이병욱 여기에 왔다 가다”라고 썼다. 그리고 “혜월스님, 김형근선생과 함께”라는 문구와 함께 “2022-12-14”라는 날자도 남겼다. 언제 다시 이곳에 올 날이 있을까?
 

 
누와라 엘리야 지역은 고원지대에 있다. 평균기온이 16도라고 한다. 우리나라 초봄 날씨에 해당된다. 그래서일까 고원에는 차밭이 형성되어 있다. 이른바 스리랑카 홍차를 말한다.
 

 
고원은 홍차밭의 연속이다. 언덕배기나 구릉지에는 예외없이 차밭이 형성되어 있다. 그 중에 눈에 띄는 것이 있었다. 그것은 담로티(DAMRO Tea)라는 것이다. 카페 칠 람보다에서 담로티까지는 25키로 50분 걸렸다.
 

 
스리랑카 홍차는 세계적인 브랜드가 되었다. 영국 식민지 시절에 개척된 것이 이제 스리랑카를 대표하는 상품이 되었다. 주로 이곳 고원지대에서 생산된다. 그 중에 한 곳이 담로티라고 볼 수 있다.
 

 
담로라는 상표가 있다. 구글검색을 해보니 “Damro는 Sabaragamuwa의 저지대 계곡에서 1,500m가 넘는 고도의 중앙 언덕에 이르기까지 스리랑카의 모든 주요 차 재배 지역에 걸쳐 5,000헥타르가 넘는 무성한 차 농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라고 설명되어 있다.
 
차 만드는 공장에 차를 세웠다. 공장을 견학하기 위한 것이다. 그리고 차를 구매하기 위해서 세웠다. 커다란 공장이 있는 건물에는 자동차로 가득했다. 이제까지 원시의 환경만 보다가 갑자기 현대화된 건물을 접하게 되었다.
 
차는 수제차만 있는 줄 알았다. 그런데 이곳 고원에서는 차를 공장에서 만들고 있었다. 마치 공산품을 생산하는 것 같다. 차공장에는 콘베이어벨트가 돌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피부가 검고 키가 작은 중년의 스리랑카 여인이 공장을 안내했다. 네 명을 위해서 차를 만드는 전 공정을 보여 준 것이다. 막 채취한 차 잎이 불과 몇 시간도 되지 않아 완제품으로 출하되는 것을 보았다.
 

 

 
담로티 공장에는 갖가지 종류의 차를 생산하고 있었다. 전시해 놓은 것 중에 우롱티가 있었다. 그것에 마음이 갔다. 이곳에 왔으니 선물로 차를 사고자 했는데 우롱티 홍차를 사고자 한 것이다.
 

 
우롱티 홍차를 주문했다. 커다란 원통으로 된 것인데 한통에 100그램의 차가 있다. 세 통을 주문했다. 세 통 가격은 5,700루피이다. 달러로는 12불이다. 원화로는 16,000원이다.
 

 
홍차 세 통 가격은 만6천원이다. 이렇게 저렴할 수 없다. 맛도 최상이다. 우리나라 차 값과 매우 대조된다. 이렇게 가격차이가 나는 것은 콘베이어 시스템으로 대량 생산되기 때문일 것이다.
 

 
담로티는 무려 12개 공장을 가지고 있다. 스리랑카 시내 광고에서도 담로라는 간판을 보았다. 아마 세계적인 브랜드인 것 같다.
 

 
이번 순례에서 사온 담로티를 거의 매일 마시고 있다. 스리랑카 홍차에 맛이 들린 것 같다. 가격이 저렴하고 맛도 있어서 최상이다. 속이 더부룩할 때 마시면 쑤욱 내려 가는 것 같다. 스리랑카에 다녀 온 이후에 홍차 매니아가 된 것 같다.
 
담로티 공장을 뒤로 하고 누와라 엘리야 시를 향해 달렸다. 카페에서 차를 마시고 티공장을 견학하다 보니 날이 저물어 가고 있었다. 고원지대에 석양이 지고 있었던 것이다.
 

 
해가 진 서쪽 하늘에는 노을이 펼쳐졌다. 구름이 낀 노을이다. 참으로 환상적 노을이었다. 노을은 한국이나 스리랑카나 똑같았다. 마치 바다가 어느 나라에서나 똑 같은 모습이듯이 노을 역시 어느 나라에서나 같은 모습이다. 차를 멈추게 하고 사진을 찍었다.
 

 
누와라 엘리야 시내에 도착하자 밤이 되었다. 놀랍게 사람들은 외투를 입고 있었다. 상상도 못한 것을 본 것이다. 스리랑카는 적도 가까이에 있어서 늘 더운 나라일 것으로 생각했는데 이곳 고원지대는 전혀 다른 기후였던 것이다.
 

 
누와라 엘리야 시는 영국 식민지 시대에 휴양도시였다. 날씨가 연평균 기온은 16로 서늘해서 휴양도시로서 조건을 갖춘 것이다. 겨울에는 서리가 내리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누와라 엘리야 시는 식민지 시대 건축물이 많다. 그래서일까 운전기사겸 가이드인 가미니는 이곳 누와라 엘리야에 대하여 ‘리틀 런던(Little London)’이라고 말했다. 런던과 기후 조건이 맞기 때문에 이런 이름이 붙었을 것이다. 또한 영국사람들의 휴양지이기 때문에 작은 런던이라는 이름이 붙었을 것이다.
 

 
삼파트(Sampath) 호텔에 도착했다. 이제까지 다녀 본 숙소 중에 가장 마음에 들었다. 게스트하우스 수준인 곳에서 머문 날이 많았는데 시설이 잘 갖추어진 호텔에 머문 것이다. 호텔다운 호텔에서 하루 밤을 보내게 되었다.
 

 
이곳 고원에 있는 호텔은 저지대에 있는 호텔과 다른 것이 하나 있다. 그것은 놀랍게도 에어컨이 없다는 것이다. 그 대신 난방장치를 하나 주었다. 호텔에서 히터를 제공한 것이다. 이곳이 얼마나 추운 곳인지 알게 해 주는 것 같다.
 
누와라 엘리야 삼파트 호텔에서 아침을 맞았다. 호텔 로비에서 혜월스님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번 여행이 즐기는 여행이 아니라 구도여행이기 때문에 구도와 관련된 이야기를 하고자 했다.
 

 
혜월스님은 스리랑카 사람이다. 한국에서 구산스님에게 지도를 받았기 때문에 한국어가 유창하다. 스님에게 사띠(sati)에 대해서 물어 보았다. 페이스북에서 어떤 이가 혜월스님에게 사띠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 보아 달라고 했기 때문이다.
 

 
혜월스님과 대화한 것을 기록해 두고자 했다. 스마트폰 메모앱에 기록해 둔 것을 바탕으로 이동 중에 글을 하나 썼다. 에스(S)자로 굽은 도로에서 흔들리며 엄지치기 한 것이다. 페이스북에 올려 놓은 것을 보면 다음과 같다.
 
 
스님은 사띠에 대해서 사이콜로지로 설명했다. 사띠가 무엇인지 알려면 마음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먼저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탐심과 분심으로 설명했다.

사띠빳타나숫따가 있다. 염처경이다. 염처경에서 욕심은 물건에 대한 욕심이 아니라 마음에서 일어나는 욕심이라고 했다. 이는 무엇을 말하는가? 이는 느낌과 관련 있다. 즐거운 느낌이 생기면 탐욕의 마음이 일어나고, 괴로운 느낌이 생기면 성내는 마음이 일어난다. 이것이 마음의 근본 메카니즘이라고 했다.

깨달은 사람이란 무엇일까? 이에 대해 스님은 '이모셔널 스테빌리티(emotional stability)'로 설명했다. 마음이 흔들리지 않음을 말한다. 탐욕과 성냄의 마음이 일어나지 않은 마음의 평정상태이다. 이는 다름 아닌 지혜의 마음이다.

지혜의 마음을 가진 자가 깨달은 사람이다. 탐심과 분심이 없기 때문에 마음은 항상 평정을 유지한다. 탐심과 분심이 없기 때문에 자비의 마음이 있다. 탐심과 분심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자비의 마음을 낼 수 없기 때문이다.

 
어리석은 자는 탐심과 분심을 따라간다. 이는 한마디로 느낌을 따라 가는 것이다. 그러나 지혜로운 자는 느낌을 따라가지 않는다. 그래서 혜월스님은 ‘내느낌을 따라가지 않고 지혜롭게 행위하는 것이 사띠입니다.’라고 말했다.

혜월스님의 가르침은 명확하다. 핵심을 가로지르는 말을 한다. 사띠에 대해서 마음챙김이니, 마음지킴이니 이런 식으로 말하지 않는다. 마음이 일어나는 메커니즘으로 설명한다. 이를 사이콜로지라는 말로 자주 사용했다.

스님은 사띠를 기억으로 보는 것에 비판했다. 왜 그런가? 기억은 계발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서 개를 예로 들었다.

개는 주인을 알아 본다. 밖에 누가 왔는지 아는 것이다. 주인을 기억한다고 해서 그 기억 이상이 될 수 없다. 이는 무엇을 말하는가? 기억은 계발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사띠는 단지 기억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좌선하면서 이전의 마음을 기억하는 것만이 사띠가 아님을 말한다. 내 마음이 흔들리지 않게 이모셔널 스테빌리티(감정적 평정)를 계발하고 관리하는 것을 사띠하는 것이라고 했다.

혜월스님에게 사띠의 번역어에 대해서 물어 보았다. 마음챙김, 새김, 마음지킴 등 여러가지 용어가 있는데 어느 용어가 가장 타당한지 물어 보았다. 이에 대해 스님은 사띠라는 원어를 그대로 사용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2022-12-16 담마다사 이병욱)


 
혜월스님은 사띠에 대하여 단지 기억으로만 해석하면 곤란하다고 했다. 기억은 계발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사띠는 지혜에 대한 것이기 때문에 지혜가 결합된 기억이 되어야 함을 말한다.
 
기억은 계발될 수 없지만 지혜는 계발될 수 있다고 했다. 이 말에 동의한다. 이는 근거가 있는 말이다. 주석에서는 사띠에 대하여  “최상의 기억과 분별(paramena satinepakkena)”이라는 말로 설명하기 때문이다.
 
사띠는 문자적으로 기억을 의미한다. 그러나 수행용어로 사용될 때는 최상의 분별과 기억이 되어야 한다. 여기서 분별은 총혜(聰慧)를 말한다.
 
총혜란 무엇일까? 이에 대하여 주석에서는 “왜 새김을 말하면서 지혜를 언급하는가? 새김의 강력함을 보여 주기 위해서이다. 여기서는 강력한 새김이 의도되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지혜와 결합되면 강력한 힘을 갖추지만 분리되면 그렇지 못하다. 지혜와 결합된 새김을 보여 주면서 이렇게 말한 것이다.”(Srp.III.234)라고 설명했다.
 

 
이번 여행이 구도여행이 되고자 했다. 단지 유적지를 보는 것만으로 그친다면 일반 관광객이나 다름 없을 것이다. 구도여행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담마에 대하여 탐구해야 할 것이다. 이번 순례는 다행스럽게도 스님과 함께 하는 여행이 되었다.
 
스님과 함께 여행하기가 쉽지 않다. 스님이 일반 재가자와 함께 여행하는 것도 쉽지 않다. 그럼에도 혜월스님이 흔쾌히 받아 주어서 이번 여행을 하게 되었다. 혜월스님의 자비의 마음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본다, 세상에 이런 행운이 어디 있을까?
 
혜월스님은 스리랑카 사람이다. 혜월스님은 놀랍게도 한국불교도 잘 알고 있다. 구산스님 제자로서 송광사에서 간화선 수행도 했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미국 엘에이(LA) 근교에서 포교활동하고 있다.
 
혜월스님은 교학에도 매우 밝은 것 같다. 니까야 경전을 읽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테라와다불교 출신이니 당연한 것이다. 스님은 테라와다불교에서 출가 했고, 한국에서도 공부했다. 또한 대만에서도 공부했고 태국에서도 공부했다.
 
혜월스님은 불교에 대하여 두루두루 잘 알고 있는 것이다. 이런 스님과 이번 순례를 함께 한 것은 행운중의 행운이라 아니할 수 없다. 스리랑카 고원지대 누와라 엘리야에서 좋은 추억을 가졌다.
 
 
2023-05-25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