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행기

남들 보기에 무의미해 보이는 일하기

담마다사 이병욱 2023. 5. 26. 07:21

남들 보기에 무의미해 보이는 일하기

 


지금 시각은 새벽 3시 54분이다. 잠을 자다 갈증이 나서 물을 마셨다. 시계를 보니 3시 30분이었다. 더 잘 수 있다. 그러나 잠에서 깼으면 더 자려고 하지 말라고 했다.

새벽, 좋은 시간이다. 나만의 시간이다. 나와 만날 수 있는 시간이다. 이 좋은 시간을 잠으로 보낼 수 없다. 흙탕물이 정화되듯이, 명경지수처럼 맑은 마음이 되었을 때 해야 할 일이 있다. 떠오르는 생각, 흘러가는 생각을 붙들어 매야 한다.

암송 하지 않은지 오래 되었다. 매일 새벽에 암송하던 것이 어느 때인가 중단 되었다. 게을러서 일 것이다.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것이다.

오랜만에 암송을 해 보았다. 빠다나경을 처음부터 암송해보고자 했다. 그러나 처음 서너 게송만 생각날 뿐이다. 나머지 게송은 잘 생각나지 않는다. 조각조각 부서져서 파편만 남은 것 같다.

암송하기를 한달만 쉬어도 기억해 내기 힘들다. 그것도 빠알리 게송이다. 그것도 25개나 되는 게송이다. 매일 암송하면 10분 내로 가능하다.

다시 복구해야 한다. 스마트폰에 저장되어 있는 빠다나경을 읽어 보았다. 단어 뜻을 새기며 읽어 나갔다. 수백번, 수천번 암송하던 것이다. 빠르게 복구 되어 갔다. 다시 예전 수준으로 돌아 오려면 며칠 걸릴 것 같다.

일상이 있다. 글쓰기와 경전읽기와 같은 일상을 말한다. 여기에 행선과 좌선을 추가할 수 있다. 하나 더 추가하면 암송이다.

매일매일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것이 일상이다. 글쓰기는 일상이 되었다. 하루에 한개 내지 두 개, 또는 두 개 이상의 글을 쓴다. 엄지로 치기도 하고 자판을 두드리기도 한다. 그것도 장문의 글이다. 처음도 좋고, 중간도 좋고, 마지막도 좋은, 내용과 형식을 갖춘 글을 쓰고자 한다. 글에 대해 무한책임을 지기 위해 반드시 날자와 함께 서명한다.

나의 일상에서는 글쓰기가 가장 쉽다. 머리 속에서 떠오르는 생각을 표현만 하면 된다. 이렇게 되기까지 오랜 세월이 걸렸다. 매일 17년째 의무적으로 한 것이다. 그러다 보니 글이 엄청나게 축적되었다. 7천개가 넘는 것 같다.

 


요즘 일상중의 또 하나는 경전읽기이다. 머리맡에 경전을 놓고 자주 열어 본다. 세상에서 가장 편한 자세로 본다. 반드시 두 개의 형광 메모리펜이 준비 되어 있다. 새기고 싶은 구절을 칠하기 위한 것이다.

디가니까야를 거의 다 읽어 간다. 거의 반년 된 것 같다. 매일 조금씩 읽는다. 소설 읽듯이 하루밤에 다 읽을 수 없다. 하루에 1-2페이지가 고작이다. 새기며 읽다보니 진도가 느릴 수밖에 없다.

경전을 펼치면 마음이 차분해 진다. 왜 그럴까? 진리의 말씀이기 때문이다. 각주에 있는 주석까지 꼼꼼히 읽어 본다. 꼭 기억하고 싶은 내용이 있으면 글로 표현해 둔다. 그러다 보니 니까야 한권 보는데 반년 걸리는 것 같다.

글을 쓰고 경전을 읽는 것은 일상이다. 이를 영어로 루틴이라 말할 수 있다. 배 고프면 밥을 먹는 것과 같고 졸리면 잠을 자는 것과 같다. 또한 아침에 커피나 차를 마시는 것과 같다.

일상은 그다지 힘 들지 않다. 밥 먹는 것이 힘들지 않고, 커피 마시는 것이 힘들지 않는 것과 같다. 그런데 나에게는 글쓰기와 경전읽기라는 일상이라서 그다지 힘들지 않다는 것이다. 오히려 즐겁다.

일상은 즐거운 것이다. 밥 먹는 것도 즐겁고 커피나 차를 마시는 것도 즐거운 것이다. 한마디로 감각을 즐기는 것은 즐겁다. 즐겁다 보니 힘이 하나도 들지 않는다. 애써 하지 않아도 된다. 나에게 글쓰기와 경전읽기가 그렇다.

일상적인 일은 감각을 즐기는 것이 되기 쉽다. 밥을 먹는 것, 커피나 차를 마시는 것은 누구나 하는 일이다. 힘 들 것이 하나도 없다. 페이스북을 보는 것도 유튜브를 보는 것도 힘들지 않는다. 음악을 듣는 것도 힘들지 않는다. 감각을 즐기는 것은 하나도 힘들지 않는다. 왜 그럴까? 감각을 즐기기 때문이다.

여기 두 가지 삶이 있다. 하나는 감각을 즐기는 삶이고 또 하나는 감각을 즐기지 않는 삶이다. 전자는 범부의 삶이고 후자는 수행자의 삶이다. 대부분 즐기는 삶을 살기 때문에 범부의 삶이라고 볼 수 있다.

감각을 즐기는 삶은 공덕이 되지 않는다. 밥을 먹거나 커피 마시는 행위, 그리고 페이스북이나 유튜브를 보는 것, 음악을 듣는 행위는 공덕 마일리지를 적립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공덕이 되는 행위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공덕이 되는 행위에는 크게 세 가지가 있다. 그것은 보시공덕, 지계공덕, 수행공덕을 말한다. 이 세 가지는 즐기는 삶과 거리가 멀다. 감각을 즐기는 삶은 쉽지만 공덕이 되는 삶은 쉽지 않다. 애써 노력해야 한다.

공덕이 되는 삶은 복업을 쌓는 삶도 된다. 불교에서는 십복업사라 하여 공덕쌓기를 강조한다. 십복업사란 무엇인가? 이는 1)보시, 2)지계, 3)수행, 4)공경, 5)봉사, 6)공덕의 회향, 7)전수, 8)공덕의 성취에 대한 즐거운 회상, 9)가르침의 청취, 10)견해의 확립을 말한다.

십복업사를 보면 처음 세 가지는 보시, 지계, 수행이다. 이 세 가지가 가장 기본이 되는 공덕행임을 알 수 있다. 출재가를 막론하고 쌓아야 할 것이다.

공덕행은 자신도 이익되게 하고 타인도 이익되게 하는 것이다. 감각을 즐기면 자신만 이익되게 하는 것이다. 또한 감각을 즐기는 삶을 살면 공덕이 되지 않는다.

공덕행을 하면 자신을 향상시킬 수 있다. 마음의 성장시킬 수 있다. 왜 그런가? 공덕행을 하면 마음이 청정해지기 때문이다. 마음이 청정해진다는 것은 마음의 오염원이 줄어 드는 것과 같다. 그래서 착하고 건전한 일을 하게 된다. 십선행같은 것이다.

공덕행이 있으면 악행도 있다. 그렇다면 감각을 즐기는 삶도 악행이 될 수 있을까? 맛집을 찾아 다니는 식도락가나 음악에 탐닉하는 사람에 대하여 악행하는 자라고 볼 수 있을까? 출세간적 관점으로 본다면 악행이라 볼 수 있다. 왜 그런가? 탐욕이 개입되어 있기 때문이다.

탐욕은 악행에 속한다. 불교의 십악행에 탐욕이 속해 있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십악행은 어떤 것인가? 이는 1)살생, 2)투도, 3)사음, 4)망어, 5)양설, 6)기어, 7)악구, 8)탐욕, 9)진애, 10)사견을 말한다.

감각을 즐기는 삶은 공덕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악행이 된다. 감각을 즐기는 삶에는 탐욕이 개입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탐욕으로 오래살면 살수록 악행의 마일리지가 더욱더 적립되기 쉽다. 그 결과는 어떤 것일까? 경전에서는 악처로 떨어진다고 했다.

대부분 사람들은 감각을 즐기는 삶을 산다. 그런데 감각을 즐기는 것이 악행이 된다는 사실을 모르는 것 같다. 그것도 평생 즐기는 삶을 살았을 때 악행 마일리지는 엄청나게 많아질 것이다.

흔히 나이 든 어른에게 하는 말이 있다. "이제는 일 하지 마시고 맛 있는 것 많이 먹고 하고 싶은 것 마음껏 하고 오래오래 즐기며 사십시오."라고 말한다. 감각을 즐기며 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말은 악행을 조장하는 말과 같다. 악덕을 쌓으라는 말과 같다. 더구나 오래오래 살며 즐기라고 했을 때 악덕 마일리지는 더욱더 적립될 것이다.

나이 든 어른에게 해야 할 말이 있다. 그것은 "오래오래 공덕지으며 사십시오."라는 말이다. 공덕이 되는 삶을 오래오래 살면 공덕 마일리지는 더욱더 적립될 것이다. 죽어서 선처에 날 것이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떻게 공덕을 쌓아야 할까? 십복업사의 상세를 보면 다음과 같다.

1)보시(dana)
보시하기 전에는 기뻐하고, 줄 때는 마음이 청정하며, 주고나서는 만족해야 함

2)지계(sila)
오계수지

3)수행(bhavana)
범부의 종성을 버리고 성자의 종성을 얻기전까지 수행함

4)공경(apacayana)
나이가 많거나 덕이 있어 공양할 만한 사람, 혹은 스승의 지위에 있는 사람에게 경의를 표명하고자 하는 의지

5)봉사(veyyavacca)
수행자나 성직자 혹은 연장자를 위해 여러가지 의무행을 하거나, 혹은 병자를 간호 하고자 하는 의지

6)공덕의 회향(pattidana)
하나의 등불이 수 많은 등을 만들어 낼 수 있듯이, 다른 이에게 공덕을 주어도 자신의 복은 쇠퇴 하지 않고 오히려 점점 증대됨

7)수희(pattanumodana)
질투하는 일 없이 함께 기뻐 하는 의지

8)문법(dhammadavana)
자신 혹은 다른 사람들에게 이익을 주고자 하는 청정한 마음에 의해 이익이 되는 가르침을 듣고자 하는 의지

9)설법(dhammadesana)
이익이 없음을 생각하지 않고 자신이 숙지한 가르침이 해탈의 원인이 될 것을 목적으로 설법을 지속하는 자의 의지

10)견정업(ditthijjukamma)
‘보시는 공덕이 있다’라는 등의 방식으로 발생한 정견에 의해 견해를 올바르게 하는 것

이것이 십복업사의 상세이다. 핵심은 보시, 지계, 수행에 대한 것이다. 십복업사는 자타의 이익을 위한 것이다. 복업이 되는 행위로서 공덕 마일리지 적립에 도움이 되는 것들이다.

나에게 글쓰기와 경전읽기는 일상이다. 밥 먹는 것과 같고 커피나 차 마시는 것과 같다. 그렇다고 감각적인 것은 아니다. 애써서 하는 것이기 때문에 공덕이 되는 행위라고 볼 수 있다.

공덕행에서 가장 힘이 드는 것은 아마도 수행 아닐까 생각한다. 수행은 힘이 들기 때문이다. 감각을 즐기는 것과 정반대이다. 감각은 즐기는 것이기 때문에 힘이 하나도 들지 않지만, 수행은 감각을 즐기는 것과 반대이기 때문에 힘이 들 수밖에 없다. 암송하는 것도 그렇다.

암송하는 것은 힘들다. 에너지를 엄청나게 소모한다. 머리 속에서 기억해 내는 것 자체가 엄청난 힘을 요구한다. 이는 다름아닌 고도의 집중이다. 암송은 집중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힘이 드는 것이다.

수행은 집중을 요한다. 대상에 집중하지 않으면 수행할 수 없다. 행선을 할 때나 좌선을 할 때 집중이 이루어져야 수행을 잘 할 수 있다. 그런데 암송은 집중하는데 도움을 준다는 것이다. 그래서 예비수행으로 암송을 활용한다. 암송에서 집중된 힘을 행선이나 좌선으로 가져 가는 것이다.

수행자는 감각을 즐기는 삶을 살아서는 안된다. 왜 그런가? 감각을 즐기면 집중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술에 취한 자가 집중 할 수 없는 것과 같다.

착하고 건전한 마음이 있어야 집중이 된다. 마음이 청정하지 않으면 집중을 이룰 수 없다. 감각을 즐기는 삶은 탐욕으로 사는 것이기 때문에 수행을 할 수 없다. 그래서 수행은 역류도라고 볼 수 있다.

역류도는 세상의 흐름과는 반대로 가는 것이다. 세상 사람들이 감각을 즐기는 삶을 살 때 수행자는 세상의 흐름을 거스르는 삶을 살아간다. 세상 사람들이 탐욕, 성냄, 어리석음으로 살아 갈 때 수행자는 무탐, 무진, 무치로 살아 간다.

오늘 새벽 오랜만에 빠다나경을 암송해 보고자 했다. 한달만에 시도해 보았으나 조각조각 난 것 같다. 다시 복원하려면 며칠 걸릴 것 같다. 분명한 사실은 힘이 든다는 것이다. 암송 뿐만 아니라 행선도 힘이 들고 좌선도 힘이 든다는 것이다.

쉬운 일은 공덕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악덕이 되기 쉽다. 감각을 즐기는 삶이 그렇다. 반면에 어려운 일은 공덕이 된다. 감각을 즐기는 것과 반대 되는 일을 하면 공덕이 된다. 이는 1)보시, 2)지계, 3)수행, 4)공경, 5)봉사, 6)공덕의 회향, 7)전수, 8)공덕의 성취에 대한 즐거운 회상, 9)가르침의 청취, 10)견해의 확립과 같은 십복업사를 말한다.

이제까지 수많은 글을 쓰고 수많은 경전을 읽었다. 되돌아 보니 경을 외우는 것이 가장 힘들었던 것 같다.

한문이나 빠알리어로 된 경을 외웠다. 천수경, 금강경 등과 같은 한문 경전을 외웠다. 또한 라따나경, 멧따경, 망갈라경, 초전법륜경, 팔정도분석경, 십이연기분석경, 빠다나경 등 수많은 빠알리 경을 외웠다.

이제까지 외운 경을 다 기억할 수 없다. 그러나 그때 당시에는 모두 다 암송했다. 기억을 복원하려면 며칠 걸릴 것이다. 그렇다면 나의 이런 행위는 헛된 것일까? 애써 외우고 암송하는 것은 시간낭비였을까? 결코 그런 것 같지 않다. 경을 암송하는 그 순간 만큼은 마음이 청정했기 때문이다 .

경을 암송하고 나면 여운이 오래 갔다.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기쁨이다. 맛 있는 음식을 먹거나 아름다운 음악을 듣는 것과 비교되지 않는 기쁨이다. 그것으로 된 것이다.

아침 6시 6분이 되었다. 엄지치기 한지 2시간 12분 되었다. 이제 일어날 시간이다. 또 하루가 시작된다. 주어진 시간, 한정된 시간에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일을 해야 한다. 남들 보기에 무의미해 보이는 일, 돈도 되지 않는 일을 해야 한다. 공덕 마일리지 쌓는 일이다.

2023-05-26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