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행기

오늘도 허리 아픈 환자처럼

담마다사 이병욱 2023. 6. 12. 08:14

오늘도 허리 아픈 환자처럼

 

 

또다시 새벽이 되었다. 눈을 뜨면 밖이 훤하다. 매일 특정한 시간대에 눈을 뜨는 것 같다. 짐작한 대로인 경우가 많다.

 

5시 이전 4시대에 눈을 뜬다. 어떻게 해야 할까? 더 자야 할지 일어나야 할지 결정해야 한다. 이런저런 생각이 일어나고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면 결국 일어나게 된다.

 

새벽은 고요의 시간이다. 아파트가 대로 바로 옆에 있어서 차 지나가는 소리가 난다. 그러나 심각하지 않다. 차도 잠자야 하기 때문일 것이다. 오토바이 지나가지 않는 것만 해도 다행이다. 굉음을 울리며 내며 지나가는 오토바이는 불선심을 내게 하기에 충분하다.

 

고요를 적멸이라고도 할 수 있을까? 주위가 조용한 것만 고요는 아닐 것이다. 마음이 호수처럼 맑은 것도 고요에 해당된다. 캄캄한 어둠에서 완벽하게 소음이 차단 되어 있다면 적멸이라 해야 할 것이다. 모든 번뇌가 사라졌을 때도 적멸이라 할 수 있다.

 

고요를 사랑한다. 적멸은 말할 것도 없다. 새벽이 되면 자연스럽게 고요가 되고 자연스럽게 적멸이 되는 것 같다. 하루일과에서 얼마 되지 않는 짧은 시간이다.

 

운전중에 졸음이 쏟아 질 때가 있다. 운전 중에 졸면 어떻게 될까? 죽은 목숨이라고 보아야 한다. 그래서 이를 악물고 졸음과 싸우며 운전한다. 그러다가 졸음쉼터에서 잠시 눈을 붙이면 그렇게 행복할 수 없다. 그러나 쉽게 잠들지 못한다. 천금 보다 귀중한 시간을 망상으로 보낸다.

 

몸이 아프면 괴롭다. 몸이 아프면 만사가 귀찮다. 몸이 아프면 일각이 여삼추가 된다. 몸이 아프면 공부도 할 수 없고 수행도 할 수 없다. 당연히 일도 할 수 없다. 지옥중생이 깨닫기 힘든 이유에 해당된다.

 

자유는 억압 되었을 때 소중한 가치를 갖는다. 갇혀 있다 보면 그제서야 자유의 소중함을 절감하게 된다. 얽매이는 삶을 사는 자에게 얽매임이 풀렸을 때 자유를 만끽하게 된다. 수업이 끝났을 때, 업무가 끝났을 때 해방감을 갖게 된다. 사람에게 매인 것에서 벗어났을 때도 자유를 느끼게 된다.

 

건강은 소중한 것이다. 건강할 때 이루어 놓아야 한다. 공덕도 건강할 때 쌓아 놓아야 한다. 자유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지계하고 보시하고 수행하는 것도 건강할 때, 자유가 있을 때 가능한 것이다. 그럼에도 즐기는 세월을 산다면 어떻게 될까? 아무것도 이루어 놓은 것이 없다면 통장에 잔고가 없는 것과 같다.

 

건강할 때 건강을 즐겨야 할까? 자유가 있을 때 자유를 만끽해야 할까? 건강할 때, 자유가 주어졌을 때 이루어 놓아야 한다. 모든 것은 때가 있다. 새끼 새가 폭풍성장하여 비상하듯이, 정신적 성장을 이루어 저언덕으로 건너가야 한다. 물질적 부는 내것이 아니라고 알아야 한다.

 

 

저세상에 가져 가는 것은 행위()뿐이다. 선업이든 악업이든 행위한 것만 가져 간다. 언젠가 조건이 맞으면 결과로 나타날 것이다. 지금 내가 이 모양 이 꼴인 것은 과거 행위에 따른 과보가 익어서 나타난 것이다.

 

세상이 고요하다. 어디에도 속박이 없다. 이런 시간을 잠으로 보낼 수 없다. 축적된 삶을 살아야 한다. 마일리지 쌓듯이, 포인트 적립하듯이 차곡차곡 쌓아야 한다. 고통을 겪어 본 자가 건강의 소중함을 알고, 속박을 겪어 본 자가 자유의 귀중함을 안다.

 

고요한 새벽은 적멸의 시간이다. 귀중한 시간을 즐기는 것으로 보낼 순 없다. 인생을 즐기는 것으로 보내기에는 인생이 너무 짧다. 오늘 죽을지도 모르지 않는가?

 

고요한 새벽이다. 지금 이 순간의 고요를 즐겨야 할까? 즐기는 것은 불선업이 된다. 알아차리면 선업이 된다. 괴로운 것도 알아 차리면 선업이 된다.

 

팔을 뻗는 것도 알아차려야 하고 다리를 뻗는 것도 알아차려야 한다. 알아차림 없이 무심하게 팔을 뻗은 장로가 팔을 다시 굽혔다가 뻗었다고 하지 않았던가?

 

오늘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어떤 일이 일어나도 알아차림을 유지하면 공덕이 된다. 선업공덕이다. 마일리지가 쌓이는 삶, 포인트가 적립되는 삶을 살아야 한다. 오늘도 허리 아픈 환자처럼 천천히 행동해야 겠다.

 

 

2023-06-12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