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여, 비를 내리려거든
매일 반복되는 일상이다. 이런 일상은 언제까지 지속될까?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기 마련이다. 그날까지 최선을 다하면 된다.
사워를 했다. 매일 아침 샤워를 한다. 샤워를 하고 나면 가쁜하다. 새로운 기분이다. 몸도 마음도 상쾌해진다. 몸을 청정하게 했다고 하여 마음까지 청정해지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하루일과를 시작할 때는 샤워를 한다.
집을 나섰다. 아파트 15층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이동한다. 수도 없이 타본 것이다. 그 짧은 이동기간에도 스마트폰을 본다. 페이스북에서 누가 ‘좋아요’를 눌렀는지 확인한다.
아파트단지는 좁다. 가로 100미터에 세로 60미터 정도 되는 공간에 네 개의 동이 있다. 모두 25층의 층고를 가진다. 한동에는 엘리베이터가 있어서 좌우로 집이 있기 때문에 50가구가 된다. 50가구짜리가 두 동 있고, 100가구짜리가 한동 있다. 이 좁은 공간에 200가구가 산다.
이마트 비산점을 돌아 간다. 비산사거리에 이르면 경수대로가 남북으로 흐른다. 이른 아침이어서인지 차량 통행은 많지 않다. 일요일 아침 7시 이전에 세상은 고요하다. 다들 집에서 쉬고 있는 것 같다.
경수대로를 건너 ‘꿈에 그린 아파트’에 이르렀다. 십여년전에 재건축한 아파트이다. 아마 79년 무렵 지었을 것이다. 불과 20여년된 고층 아파트를 밀어 버리고 그 자리에 타워형 고층 아파트를 또 지었다.
꿈에 그린 아파트를 통과하면 안양천에 이른다. 매일 비가 와서 그런지 징검다리가 잠겼다. 오늘도 비올 확률이 90%이다. 항상 우산을 가지고 다닌다. 뒤에는 배낭이 있다. 배낭에는 아침에 먹을 것이 들어 있다.
안양천에서 세상을 바라 보았다. 저 멀리 북쪽에 아파트 건설이 한창 진행 되고 있다. 진흥아파트를 재건축 하는 것이다. 저 아파트는 얼마나 높이 올라갈까? 요즘 아파트는 지었다하면 초고층이다.
비산2동에 재개발 아파트가 있다. 빌라와 저층아파트, 시장, 주택을 밀어 버리고 그 자리에 타워형 고층아파트가 들어섰다. 이제 3년 되었다. 층고가 최고로 높은 것은 38층이다.
요즘 사는 지역은 재건축 아파트가 많다. 또한 재개발 아파트도 많다. 최근 3년 이내에 지은 타워형 고층아파트를 보면 이름이 새롭다. 한결같이 평촌이 붙기 때문이다.
비산2동 재개발 아파트 명칭은 평촌푸르지오레미안이다. 줄여서 평래푸라고 한다. 평촌지역이 아님에도 평촌이라는 말을 사용하는 것이다.
비산1동 재개발 아파트는 완공된지 1년 되었다. 이 아파트단지 이름도 평촌이라는 글자가 붙는다. 이름하여 평촌자이아이파크이다. 이 아파트단지는 평촌과 거리가 멀리 떨어져 있다. 비산사거리 건너편에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평촌이라는 이름이 붙는다. 평촌이라는 브랜드가 좋긴 좋은 모양이다.
비산3동에는 한창 재개발중이다. 종합운동장 주변에 있는 주택, 빌라, 저층아파트를 밀어 버리고 그 자리에 대규모 아파트단지가 건설 중에 있다. 이 아파트단지 이름도 평촌이라는 말이 들어 갈 것이다.
요즘 안양에는 이상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아파트단지가 건설되면 모두 평촌이라는 이름을 붙이는 것 같다. 진흥아파트 재개발 건설현장도 예외가 아닐 것이다. 안양역에 가까움에도 평촌이라는 이름이 붙을 확률이 높다.
안양천을 건넜다. 요즘 장마철이라 물살이 거세다. 흙탕물 흘러 가는 것이 살아 있는 것 같다. 물이 자신의 존재를 과시하는 것 같다. 그럼에도 덥지 않아서 좋다. 장마철이라 열대야가 없어서 살만하다.
안양천을 건너면 메가트리아로 진입한다. 무려 5천세대 가까이되는 대단지이다. 안양7동을 재개발한 곳이다. 이 아파트단지의 역사를 알고 있다. 철거에서부터 시작하여 이 아파트가 건설되기까지의 과정을 주욱 지켜 보았다.
메가트리아를 지나 철길쪽으로 가다 보면 지하차도와 만난다. 이름하여 주접지하차도라고 한다. 수도권전철 1호선이 지나가는 곳이다. 이 지하도를 건너면 안양 구도시로 들어간다.
일터가 머지 않았다. 철길따라 형성된 도로를 지난다. 철길 따라 철공소가 주욱 이어진다. 쇠를 깍고 용접하는 등 거친 일을 하는 곳이다. 그래서인지 철이나 기계와 관련된 공장은 철로변에 있는 것 같다.
마침내 일터에 도착했다. 18층 되는 빌딩이다. 2007년 12월이래 16년 다니고 있다. 내 것은 아니지만 싼 맛에 입주해 있다. 임대료와 관리비는 평촌에 있는 오피스텔에 비하면 반값이나 다름 없다.
사무실에 도착했다. 사무실은 열쇠로 연다. 다른 사무실은 거의 백프로 버튼식 전자키이다. 이런면으로 본다면 나는 아날로그형인간이다. 그리고 보수적이다. 좀처럼 바꾸려 하지 않는 것이다.
사무실 문을 열었다. 며칠 전에 명상공간에 매트를 깔아 놓은 것이 산뜻하다. 돈을 조금 들이니 분위기도 바뀌고 기분도 업 되는 것 같다. 가까이 있으니 앉으면 된다. 의자에 앉아 있는 시간보다 방석에 앉아 있는 시간이 많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사무실에 들어오자마자 살피는 것이 있다. 보리수 이파리를 보는 것이다. 보리수 이파리가 자꾸 떨어져서 걱정이다. 보리수 가져 온지 한달이 되었는데 새 이파리는 나지 않는다. 오늘 아침 확인 해 보니 새 이파리가 아주 작게 올라 왔다. 희망을 본다.
오늘 집에서 출발할 때 만보기를 작동시켰다. 사무실에 도착해서 확인하니 1.68키로 걸었다. 23분 걸렸다. 2,406보 걸었다. 만보걷는 것이 목표이다.
보통불자의 일상이다. 보통불자라는 말은 오래전부터 사용해 왔다. 불교에 입문한 기간이 짧고 아는 것이 별로 없고 수행체험도 없는 것이 이유가 된다. 요즘에는 ‘비급작가’라고 말하고 싶다.
나는 왜 비급작가인가? 에이급이 아니기 때문에 비급인 것이다. 비급이면 자연스럽게 삼류가 된다. 일류가 아니어서 삼류가 되는 것이다. 삼류이면 자연스럽게 비주류가 된다. 주류가 아니기 때문에 비주류가 된다.
비급, 삼류, 비주류 작가는 활동하기 편하다. 누구에게도 간섭 받지 않는다. 누구에게도 빚진 것이 없다. 그래서 자유롭게 쓴다.
어제 글을 하나 썼다. 승가를 비판한 글이다. 망갈라경을 행복경으로 번역한 것에 대하여 통렬한 비판을 했다. 평소 존경하는 스님이 불편했던 것 같다. 불쾌와 불편을 야기한 것에 대하여 죄송하다고 글을 올렸다.
승가에서는 망갈라경을 행복경이라고 번역하고 있다. 이는 명백히 잘못된 번역이다. 망갈라경은 축복경이라고 번역해야 맞다. 이런 글을 쓴 것이 결국 구업이 된 것 같다. 그 대가를 받을 것 같다.
오늘 하루일과가 시작되었다. 하루일과가 시작될 때 늘 생각나는 말이 있다. 그것은 승리와 행운이다. 이는 부처님의 승리와 행운이 나에게 임하는 것을 말한다. 자야망갈라가타에 나오는 내용이다.
하루일과는 음악과 함께 시작한다. 아침에 가장 먼저 듣는 음악은 이미우이의 라따나경이다. 보석경 또는 보배경이라고 한다. 수타니파타에 실려 있는 경으로서 테라와다불교에서는 예불문이자 수호경으로 사용된다.
음악을 하나 더 듣는다. 라따나경과 함께 항상 듣는 음악은 자야망갈라가타이다. 이 게송 역시 예불문이자 수호경이다. 이미우이가 창송한다. 길상승리게라고 한다. 자야는 승리를 의미하고 망갈라는 행운을 뜻한다. 우리말로는 승리와 행운의 노래이다.
오늘 아침에는 승리와 행운의 노래를 크게 틀어 놓았다. 음악을 들을 때는 크게 틀어 놓고 들으면 감동이다. 부처님의 여덟 가지 승리가 나에게 임하길 바란다. 그리고 부처님의 행운이 나에게 임하길 바란다.
오늘 하루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다. 내가 아무리 조심한다고 해도 남이 들이 받으면 사고가 난다. 이럴 때는 운에 맡기는 수밖에 없다. 물론 최선을 다해야 한다.
인간의 앞날은 알 수 없다. 당장 한시간 후의 일도 알 수 없다. 이럴 때는 행운을 바란다. 불운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망갈라라는 말은 행복보다는 행운, 길상, 좋은 징조, 축복, 번영으로 번역해야 맞다.
망갈라에 대한 글을 올렸다. 승가를 비난하고 스님들을 비난한 것 같아서 마음이 편하지 않다. 그러나 잘못된 것은 잘못된 것이다. 잘못된 것은 바로 잡아야 한다.
인생은 지금 여기에서 행복도 좋지만 미래의 행복도 중요하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불운은 찾아오지 말고 행운이 오기를 바라야 한다.
망갈라경은 행운을 불러 오는 경이다. 지금 행복한 상태가 아닌 것을 말한다. 지금 30가지 이상에 달하는 행위를 하면 미래에 행운이 임할 것을 믿어 마지 않는 것이다. 이런 취지로 글을 썼다.
오늘 강수확률은 90%이다. 벌써 며칠째인지 모른다. 그러나 덥지 않아서 좋다. 여름에는 열대야 때문에 잠을 이루지 못한다. 장마철의 비는 고마운 비이다.
우산을 가지고 다니면 비를 맞지 않는다. 지붕이 잘 엮어져 있다면 비가 새지 않는다. 준비하는 사람에게 비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부처님의 승리와 행운이 항상 나에게 임하길 바란다. 하늘이여, 비를 내리려거든 내리소서!
2023-07-16
담마다사 이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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