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행기

차량소음차단용 귀마개를 구입하고, 재가안거 13일차

담마다사 이병욱 2023. 8. 12. 11:04

차량소음차단용 귀마개를 구입하고, 재가안거 13일차
 
 
평온한 토요일 오전이다. 날씨는 덥지 않다. 태풍이 한번 지나가서일까 그 여파로 선선하다. 이제 8월 중순이 시작되는 날에 24도이면 선선한 편이다. 무엇보다 쾌적한 것은 옷이다.
 
옷은 입은 듯 마는 듯 하다. 삼베 옷은 입어 보지 않았다. 남방이 삼베 옷을 입은 것 같다. 깔깔한 것이 감촉이 좋다. 런닝을 입지 않고 입었다. 쾌적한 상태가 되었다.
 
옷도 환경에 영향을 준다. 음식도 몸상태에 영향을 준다. 항상 쾌적한 상태를 유지하려면 몸과 마음을 청정하게 해야 한다. 명상만한 것이 없는 것 같다.
 
명상을 생활화하고자 한다. 매일 한시간 앉아있기를 의무화하고 있다. 스스로 약속한 것이다. 그러나 명상환경은 그다지 좋지 않다. 소음에 시달리기 때문이다.
 

 
일터가 있는 사무실에 명상공간을 마련해 놓았다. 마치 수행처처럼 활용한다. 도심에 있어도 산중에 있는 암자와도 같다. 사람이 찾아 오지 않는 측면에서 그렇다는 것이다. 그러나 앉아 있다 보면 시끄럽다.
 

 
사무실은 도로 바로 옆에 있다. 그것도 3층이다. 명상공간에서 눈을 감고 가만 앉아 있으면 차량 지나가는 소리로 시끄럽다.  전철 지나가는 소리는 우뢰 같다.
 

 
차 지나가는 소리는 평소에는 들리지 않는다. 아니 신경 쓰지 않기 때문에 들리지 않을 것이다. 일에 열중하거나 글을 쓰거나 유튜브를 볼 때에는 차가 지나가는지 지나가지 않는지 모른다.
 
차량 소음은 평일과 주말에 다르다. 평일에는 연속해서 계속 난다. 그러나 주말에는 일시적으로 뜸할 때가 있다. 어떤 때는 약 10초정도 전혀 차 소리가 나지 않을 때가 있다. 그런 때는 마치 심산유곡에 있는 것 같다.
 
심산유곡도 소리에서 자유롭지 않을 것이다. 새소리, 물소리, 바람소리가 들리기 때문이다. 소리로부터 가장 안전한 곳은 어디일까? 아마 동굴일 것이다.
 
동굴이야말로 소리로부터 안전지대일 것이다. 동굴이 깊을수록 더 좋을 것이다. 동굴과 같은 집도 좋을 것 같다. 벽이 두꺼운 토굴 같은 곳이다. “이런 곳에서 앉아 있어 보면 얼마나 좋을까?”라고 생각해 본다.
 
소리가 없는 곳에서 앉아 있으면 수행이 잘 될 것 같다. 이는 일시적으로 소음이 끊겼을 때 그 고요와 적막이 이를 말해 준다. 새김이 있는 상태에서 고요는 기쁨과 행복을 주기에 충분하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소음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공부 못하는 사람이 환경 탓한다는 말이 있다. 밭 탓하는 농부도 있을 것이다. 연장 탓하는 목수도 있을 것이다. 수행환경을 탓하는 수행자도 있을 것이다. 공부 못하는 사람이 환경 탓하는 것과 무엇이 다를까?
 
초기경전을 보면 수행환경에 대한 정형구가 있다. 다음과 같은 내용이다.
 
 
그는 이 고귀한 여러 계율을 갖추고 이 고귀한 감각능력을 수호하여 갖추고, 이 고귀한 올바른 앎을 갖추고, 한적한 숲이나 나무아래나 산이나 계곡이나 동굴이나 묘지나 숲 속이나 노천이나 짚더미가 있는 곳과 같은 격리된 처소를 벗으로 삼습니다.”(M76)
 
 
이는 출가자의 수행환경을 말한다. 한적한 숲, 나무아래, 산, 계곡, 동굴, 묘지, 숲, 노천, 짚더미가 있는 곳이 대상이 됨을 알 수 있다. 공통적으로 세상사람들과 격리된 공간이다.
 
세속에서는 수행하기 힘들다. 수행하기에 장애가 많은 것이다. 이는 “집에서 사는 것은 번잡하고 티끌로 가득 차 있지만 출가는 자유로운 공간과 같다.”(M76)라는 정형구에서도 알 수 있다.
 
집에 가족이 있을 때 수행하기 힘들 것이다. 생업이 있어도 수행에 전념하기 힘들다. 가족과 일을 떠날 때 수행하기 좋은 환경을 갖추는 것이 된다. 이는 다름아닌 출가로 실현된다.
 
초기경전을 보면 부처님 설법을 듣고서 출가한다. 이는 “집에서 사는 자는 충만하고 순결한 소라껍질처럼 잘 연마된 청정한 삶을 살기가 어렵다. 자, 나는 머리와 수염을 깎고 가사를 입고 집에서 집 없는 곳으로 출가하여 수행승이 되는 것이 어떨까?” (M76)라며 출가하는 것이다.
 
출가자는 수행하기 좋은 환경을 갖춘 것이나 다름 없다. 오로지 수행에만 전념하면 된다. 그렇다고 출가했다고 해서, 사원에만 산다고 해서, 수행처에 있다고 해서 수행이 잘 되는 것은 아니다. 수행을 잘 하기 위한 조건을 갖추어야 한다.
 
수행을 잘 하기 위한 조건은 무엇인가? 초기경전에 분명히 언급되어 있다. 이는“그는 이 고귀한 여러 계율을 갖추고 이 고귀한 감각능력을 수호하여 갖추고, 이 고귀한 올바른 앎을 갖추고”(M76)라는 정형구가 잘 말해준다.
 
수행을 잘 하기 위한 조건 세 가지가 있다. 그것은 계율을 지키는 것, 감각의 문을 단속하는 것, 그리고 올바른 앎을 갖추는 것이라고 했다. 이 세 가지가 충족되지 않으면 한적한 숲, 나무아래, 산, 계곡, 동굴, 묘지 등에 있어도 수행이 잘 되지 않을 것이다.
 
훌륭한 농부는 밭을 탓하지 않는다. 훌륭한 목수는 연장 탓을 하지 않는다. 훌륭한 수행자는 수행처 탓을 하지 않는다. 지금 여기에서도 얼마든지 만족할만한 수행결과를 얻을 수 있다. 이렇게 본다면 차량소음은 문제 되지 않는다. 그러나 초보수행자는 차량소음에서 자유롭지 않다.
 
차량소음을 최소화 해야 한다. 오늘 오전 좌선 중에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그것은 귀마개를 하는 것이다.
 
오래 전의 일이다. 그때 대학교 1학년 때 ‘문무대’에서 M1소총을 처음 쏴보았다. 총소리가 천둥보다 더 크게 들렸다. 고막이 찢어질 것 같았다. 어느 학생이 담배꽁초필터로 귀를 막는 것을 보았다. 이를 따라 했다. 총소리로부터 청각이 보호되었다.
 
명상 중에 소음을 최소화려면 귀를 막아야 한다. 그렇다고 담배꽁초로 귀를 막을 수 없다. 시중에 귀마개가 있을 것 같다. 인터넷 검색을 해보았다.
 
인터넷 구매사이트에서 귀마개를 키워드로 하여 검색했다. 예상대로 귀마개가 정말 있었다. 층간소음 방지 귀마개가 그것이다. 산업현장에서도 사용된다고 한다. 전쟁중에서도 사용되는 것이라고 한다.
 

 
귀마개는 내가 바라는 것이다. 설명문을 보니 30데시벨의 소음 차단이 가능하다고 한다. 대역은 2킬로헤르쯔에서 8킬로헤르쯔의 고주파대역이다. 차량소음 차단이 가능한 주파수 대역이라고 볼 수 있다.
 
귀마개 설명문을 보니 나에게 꼭 필요한 것이다. 산이나 동굴, 빈집에 있는 것과 같은 환경을 필요로 한다. 나에게 딱 맞는 것이다. 저주파음은 잘 들리고 고주파 영역은 30데시벨을 차단하는 것이 특징이다. 또한 귀마개 가운데 구멍이 뚫려 있어서 공기도 통한다. 다만 가격이 문제가 된다.
 

 
귀마개는 구체적으로 어느 곳에서 사용될까? 국방용, 산업용, 생활용이 있다. 생활용을 보면 수영장, 기숙학원, 수험생용, 도서관, 고지대등반, 무도장, 해외여행(비행기탑승), 오케스트라단원, 드럼연주자, 층간소음, 수면용으로 사용된다고 설명해 놓았다.
 
귀마개 사용 용처를 보면 명상용이라는 말은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여러 가지 환경을 감안해 볼 때 명상용으로 사용해도 훌륭할 것 같다. 특히 광고문구 중에 “집중력 유지!”라는 말이 와 닿는다. 이는 “청력 손상과 더불어 집중력을 방해하는 2,000hz~8,000hz(고주파대역)에서 30Db 차음시킬 수 있도록 설계되었습니다.”라는 문구가 그것이다.
 
귀마개를 구입했다. 나에게 꼭 필요한 것이다. 명상 중에 차량 지나가는 소리가 거슬린다. 전철 지나가는 소리도 요란하다. 그러나 가격은 만만치 않다. 가격은 37,810원이다.
 
오늘은 재가안거 13일차이다. 오늘도 한시간 좌선을 했다. 도중에 한번 자세를 바꾸었다. 자세를 바꿀 때도 새겨야 한다. 다리를 바꿀 때도 알아차려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하지 못했다. 지나고 나서 안 것이다.
 
행선이나 좌선을 하면 모두 새김의 대상이 된다. 가거나 서는 것, 앉는 것도 새김의 대상이 된다. 자세를 바꾸는 것도 당연히 새겨야 한다. 일상에서도 새겨야 한다.
 
수행은 행선과 좌선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일상에서도 새김이 있어야 진정한 수행이 된다. 자신이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고자 하는 것이다.
 
자세를 바꾸면 기분 전환이 된다. 졸리웠던 상태가 사라졌다. 배의 부품과 꺼짐을 관찰했다. 새기며 관찰한 것이다. 또 하나 새기는 방법을 알게 되었다. 종이를 펴거나 마는 것처럼 새기는 것이다.
 
두루마리가 있다. 배의 부품을 새길 때는 두루마리가 펼쳐지는 것처럼 새겼다. 몸을 흔들거리지 않고 마음으로 새기는 것이다. 배의 꺼짐을 새길 때는 두루마리가 말아지는 것처럼 새겼다. 이는 무엇을 말하는가? 배의 부품과 새김에도 단계가 있다는 것이다.
 
호흡은 긴 호흡도 있고 짧은 호흡도 있다. 더 자세하게 관찰하면 단계가 있다. 마치 행선할 때 발을 미는 것과 같다. 발을 밀 때 몇 단계로 하여 “쓰윽”하고 밀어진다. 마찬가지로 호흡도 나누어 새겨야 할 것이다.
 
배의 부품과 꺼짐은 길이가 있다. 길이를 짧게 끊어서 관찰할 필요가 있다. 이럴 경우 순간집중이 되어야 한다. 고도의 집중을 요한다. 마치 두루마리를 펼치거나 마는 것처럼 단계적으로 새기는 것이다.
 
좌선 중에 생각할 수 있다. 새김이 있을 때 생각하는 것은 반조가 된다. 그러나 새김이 없을 때 생각은 망상이 되기 쉽다. 새김이 있을 때는 망념이 일어나도 금방 제압된다. 이럴 때 평온이 유지된다.
 
새김이 있을 때 평온이 유지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배의 부품과 꺼짐을 계속 새겨야 한다. 마치 두루마리를 펼치거나 마는 것처럼 새기는 것이다. 이럴 때 차량소음으로 인하여 방해 받는다. 그럴 때마다 “산속이나 동굴, 빈집에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라고 생각했다. 이런 때 귀마개가 생각난 것이다.
 
귀마개는 며칠 후에 도착될 것이다. 고주파대역에서 30데시벨이 차단될 것이라고 한다. 이미 대학교 1학년 때 문무대에서 M1소총 쏠 때 담배꽁초필터 귀마개의 위력을 경험한 바 있다.
 
귀마개를 끼면 산중에 있는 것과 같은 효과를 볼 수 있을 것 같다. 동굴에 있는 효과도 있을 것이다. 지금 지나가는 자동차소리와 전철소리는 상당히 차단 될 수 있을 것 같다.
 
주말에 차가 지나가지 않을 때 그 짧은 몇 초간 지극한 고요를 맛 보았다. 이런 고요는 산속에서나 맛보는 것으로 알았다. 이제 귀마개가 도착하면 산속에 있는 것 못지 않은 고요와 평온을 맛볼 것 같다.
 
 
2023-08-12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