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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권 나에게로 떠나는 여행 IV, 나도 시인이라고 할 수 있을까?

담마다사 이병욱 2023. 8. 14. 16:16

101권 나에게로 떠나는 여행 IV, 나도 시인이라고 할 수 있을까? 
 
 
나에게로 떠나는 네 번째 책을 만들었다. 짤막한 글이 특징이다. 수필이라고도 볼 수 있지만 시어 형식을 취했다.
 
한때 시인이 되고 싶었다. 페이스북에서 서로 시인이라고 하는 것이 좋아 보였다. 어떻게 하면 나도 시인이 될 수 있을까?
 
시인이 되려면 등용문을 거쳐야 한다. 등단해야 시인이 되는 것이다. 또 하나는 출판한 경력이 있어야 한다. 책을 만들어 판매하는 것이다. 이는 무엇을 말하는가? 검증과정을 거쳐야 시인이 될 수 있음을 말한다.
 
시란 무엇인가? 짧은 글을 시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의미가 함축되어 있어야 한다. 상징적 언어로 작성된 것이어야 한다.
 
매일 시를 접한다. 그것은 다름아닌 게송이다. 초기경전에는 게송으로 넘쳐난다. 법구경은 사구게로 되어 있는 시집과도 같다. 수타니파타 역시 시어 형식으로 되어 있다.
 
시는 고도로 축약된 언어이다. 또한 깨달음을 표현한 것이기도 하다. 그래서일까 법화경을 보면 산문으로 되어 있는 것을 게송으로 요약해 놓았다. 이런 형태는 이띠붓따까에서도 볼 수 있다.
 
니까야에 부처님의 깨달음을 노래한 경전이 있다. 우다나가 그것이다. 우다나를 감흥어라고 한다. 어떤 감흥인가? 다음과 같은 게송이 잘 말해준다.
 
 
참으로 열심히 노력을 기울여
선정을 닦는 님에게 진리가 나타나면,
조건지어진 것들은 소멸하고야 만다는 사실을 인식함으로
그 거룩한 님에게 의혹은 사라진다.”(Ud.1.1)
 

 

 
우다나 1장 1절에 나오는 게송이다. 부처님이 정각을 이루고 난 다음 감흥으로 읊은 것이다. 십이연기에 대하여 순관으로 이치에 맞게 정신활동을 기울인 이후에 감흥어로 읊은 것이다.
 
초기경전을 접하면서 수많은 게송을 접한다. 부처님 제자들의 깨달음과 열반의 기쁨을 노래한 경전도 있다. 테라가타에 이런 게송이 있다.
 
 
청춘은 재촉 받은 듯 퇴락하니,
형상은 같을지라도 다른 것처럼 되고,
그대로 같고, 아닌 것은 아닐지라도,
나는 다른 자처럼 나를 새긴다.”(Thag.118)
 
 
이 게송은 낌발라 장로가 읊은 것이다. 자신의 몸에 대하여 제3자가 보는 것처럼 관찰하는 것이다. 자신의 몸이 나의 것이 아님을 아는 것이다. 오온에 대하여 분석적으로 관찰하면 나라는 실체가 없음을 아는 것이다.
 
경전을 근거로 하여 글쓰기 하다 보면 수많은 게송을 접한다. 새겨 둘만한 게송이 있으면 외운다. 그리고 암송한다. 라따나경(보석경, Sn2.1), 멧따경(자애경, Sn1.8), 망갈라경(축복경, Sn2.4) 등 수많은 경을 외웠다. 최근에는 빠다나경(정진의 경, Sn3.2)을 암송하고 있다.
 
나도 시인이 될 수 있을까? 시를 쓰면 누구나 시인이 될 수 있다. 반드시 등단하지 않아도 된다. 자신이 시를 써서 내 놓으면 시인이라 칭할 수 있다.
 
이번에 써 놓은 것을 묶어서 책으로 내었다. 이름하여 ‘101권 나에게로 떠나는 여행 IV’이다. 생애통산 101번째 책으로 네 번째 시집에 해당된다. 목차에는 174개의 짧은 길이의 시와 긴 길이의 시가 있다. 모두 465페이지에 달한다. 참고로 목차는 다음과 같다.
 
 
1. 돌아갈 집이 있기에
2. 이 불쾌는 어디서
3. 한평의 공간에서
4. 세월의 수레바퀴에 치이어
5. 편리함만을 추구하는 당신은
6. 보리수 금강좌 아래에서
7. 어리석은 자와 함께 길을 가면
8. 홀로 사는 사람들로 넘치는 세상
9. 입이 심심한 사람
10. 그까짓 것 자존심이 뭐길래
11. 성도절 전야 덕암사 작은음악회
12. 나는 밧줄에 꽁꽁 묶였네
13. 나의 삶은 불확실 하지만 나의 죽음은
14. 날씨가 냉동고(冷凍庫)처럼 추워
15. 악마의 달콤한 유혹
16. 감각의 즐거움을 행복이라 여기는 그대는
17. 시물(施物)에 고개가 숙여지는 것은
18. 세상은 아무리 해도 그렇게 되지 않는데
19. 이래도 비난 받고 저래도 비난 받고
20. 증오심을 키우는 전쟁광들은
21. 수행자의 허물은 구름처럼 크게
22. 내가 사는 이유, 내가 존재하는 이유
23. 내안의 숨기고 싶은 마음의 그림자
24. 그 사람은 아무리 해도 바뀌지 않아
25. 내가 만든 세계를 파괴해야
26. 다음 생을 위한 발판
27. 네 아들을 둔 어머니의 마음으로
28. 그 사람에게 분노가 치밀어 오를 때
29. 깨달음이 무엇이냐고 물으신다면
30. 말 한마디 거드는 것도 인색한 사람
31. 시절이 나를 지나치지 않도록
32. 불교근본주의자가 어때서
33. 삶의 지혜를 유산으로
34. 풀잎 끝의 이슬이 태양이 떠오르면 사라지듯
35. 매일 글을 생산하는 나는
36. 관악산 고래바위 계곡에서
37. 세상을 지탱하는 두 개의 기둥
38. 나만의 성장공간을
39. 신도들이 무지할수록 성직자의 권위는
40. 소프트파워시대
41. 하고 싶은 말은 묵혀 두어야
42. 오전 아홉시경 초등학교를 지날 때
43. 아름다운 마음, 빛나는 마음
44. 여운(如雲)선생의 책을 받고
45. 오래 살면 터줏대감
46. 행복을 부르는 부귀수(富貴樹) 해피트리
47. 2018년 쥐잡기 사업실시 현수막을 보고
48. 쓰레기는 쓰레기를 부른다
49. 가르침 앞에 출가자와 재가자는 평등
50. 승상(僧相)을 내 세웠을 때
51. 싱잉볼(Singingbowl) 놀이
52. 인생의 그윽한 향기 품고 새출발하는 거야 
53. 교학승과 선정승이 서로 얕잡아 보았는데
54. 업이 익기 전까지는 희희낙낙(嬉嬉樂樂)
55. 얼굴밖에 내세울 것이 없는 사람
56. 열등한 자의 자만
57. 봄의 전령사 산수유
58. 촛불소녀의 승리
59. 아파트 화단에서 본 봄
60. 이 평온한 느낌이 오래 지속되기를
61. 학의천 벚꽃길 따라
62. 몸이 무너지기 전에
63. 참사람의 향기는 시방삼세로
64. 이 길이 죽음의 길이라는 것을
65. 은둔하여 글만 쓰더니 
66. 각운의 명상수행칼럼
67. 떠나간 고객
68. 새벽은 내시간
69. 뭐? 세상이 가짜라고?
70. 꽃만 보고 살순 없잖아
71. 어리석은 자에게 지식이 생겨나면
72. 문자 답신이 없을 때
73. 잘하려고 하지 마라
74. 영세중립국이 되었으면
75. 다시는 돌아 오지 않을 시간
76. 신록의 고래바위 계곡
77. 그릇을 부수자
78. 우월한 자의 도덕적 의무
79. 바라밀행은 목숨을 걸어야
80. 우린 전생에 만난 적 있지요
81. 팥빙수처럼 차곡차곡 쌓인 꽃 
82. 오월에 피는 순백의 아름다움
83. 장수하되 아름답고 행복하고 건강하게
84. 포용의 리더십
85. 귀인(貴人)을 기대하며
86. 비맞고 잠을 청하는 노숙인
87. 눈부시게 빛나는 아침에
88. 장미도둑이 되어
89. 이미 죽은 사람
90. 재개발 지역의 오동나무
91. 여래들은 행동이 사자와 같아
92. 나는 감꽃이 좋더라
93. 연기적 사유를 해야
94. 새로운 하늘과 땅
95. 인식의 지평을 넓혀 주는 삼장
96. 누구도 빼앗아 갈 수 없는 칠성재(七聖財)
97. 불교는 섬이 되가는 불교
98. 담마와나 개원법회
99. 항상 최악의 상황을
100. 스승의 빈주먹
101. 순진한 자를 해코지하면
102. 진정한 친구의 조건은
102. 한명이라도 절친이 있다면
103. 거래는 약속지키는 것부터
104. 끽다거(喫茶去)에서 차 한잔
105. 견해의 감옥에 갇힌 그대에게
106. 장마철이 시작 되나 보다 
107. 하루하루가 지겨운 사람
108. 마음이 착 가라앉은 새벽에
109. 어리석은 자가 어리석은 줄 알면
110. 온갖 잡것들의 세상
111. 생각대로 잘 안될 때
112. 하루하루 향상하는 삶
113. 열대야의 밤에
114. 스님을 승보로 보면 어떤 일이
115. 바람처럼 왔다가 이슬처럼
116. 도시의 열대야는 감내하기 힘들어
117. 병목안 캠핑장에서
118. 뜨겁게 달구어진 대지
119. 소나기는 피하고 봐야
120. 참회 하나이다 
121. 세계와 세계가 충돌할 때 
122. 백조의 빠름을 따라 잡을 수 없는 공작 
123. 현재 하는 일에 의미와 가치를 부여하면
124. 호불호(好不好)와 쾌불쾌(快不快)가 분명한 사람
125. 그대로 인한 고통 속에서 
126. 향 하나 사르니
127. 태풍이여, 오려거든 오서소!
128. 밤 한 톨에도 우주의 기운이
129. 카톡에도 예절이
130. 취하지 않게 마시라고?
131. 폭우와 쓰레기 디리
132. 맑은 물과 흙탕물이 만났을 때
133. 날자와 함께 서명 하는 이유는
134. 유신견의 껍질에 갇힌 자
135. 밥만 먹고 살 수 없는 것은
136. 지혜의 보고 빠알리 삼장
137. 오고 감을 모르니
138. 세상의 종말이 다가올 때
139. 노점좌판의 청정한 먹거리
140. 학의천변 야생화
141. 일상에서 느끼는 잔잔한 행복
142. 무당벌레 플레시
143. 이제 미국도 어찌 할 수 없는
144. 사업을 잘 하려거든
145. 게으른 자는 이미 죽은 자
146. 보원사지 보름달
147. 내일은 내일의 해가 뜨니까 
148. 무소유자만이 청정한 삶을 
149. 하계를 깨우는 염불사 범종소리
150. 어떤 사람에 대하여 원한이 생겨나면
151. 내등에 짊어진 무거운 짐은
152. 수많은 생을 윤회해 온 중생(重生)
153. 나홀로 사는 망상가
154. 떠오르는 생각 흘러가는 생각
155. 호박 하나 선물 받고
156. 어리석은 자는 단점만 보고
157. 가르침에 기뻐하며
158. 자신만만한 그대에게
159. 우연이 필연이 되었을 때
160. 세월은 차츰 우리를 버리고
161. 삶의 기로에 선 유행자에게
162. 사십년 된 아파트에서
163. 한번 지나간 열차는 오지 않는다 
164. 구물거리는 새끼 개들을 보면
165. 시월의 마지막 날에
166. 상황에 처해 봐야
167. 낙엽이 우수수 떨어질 때 
168. 욕심 하나만 줄여도
169. 지금 이렇게 있게 된 것은
170. 사람이 성숙되면 그윽한 맛이 
171. 모든 판단기준은 담마 
172. 주어서 즐겁고 받아서 기쁜
173. 승리는 원한을 부르고
174. 그 사람 장점만 보고 가고자
 

101권 나에게로 떠나는 여행 IV 2018_220621.pdf
8.77MB

 
내용을 보면 시라고도 볼 수 있고 수필이라고도 볼 수 있다. 그러나 시어의 형식을 갖추었다. 초기경전에서 게송 본 것이 도움이 되었다.
 
시는 어떻게 써야 잘 쓴 것일까? 어느 작가에 따르면 말하듯이 쓰는 것이 잘 쓴 것이라고 한다. 있는 그대로 꾸밈없이 표현하는 것이 잘 쓴 것이라고 한다. 이렇게 본다면 이런 글도 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목차 137번에 ‘오고 감을 모르니’(2018-09-10)라는 제목의 시가 있다.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오고 감을 모르니)
 
하나 둘 떠나갑니다.
장기가 파괴되자 정신이
버텨내지 못합니다.
남겨진 것은 그 사람의 이미지입니다.
 
어디서 왔는지도 모릅니다.
어디로 가는 지도 모릅니다.
오고 감을 모르니
오늘도 내일도 욕망대로 살아갑니다.
 
마음대로 되지 않습니다.
몸이 내것이라면 아프지도, 늙지도,
죽지도 말아야 합니다.
마음이 내것이라면
‘내 뜻대로’ 로 되어야 합니다.
 
어느 것 하나 마음대로 안됩니다.
나에게 의지가 있다 하지만
내 의지대로 안됩니다.
잘못된 습관에 지배받습니다.
 
몸으로, 말로, 마음으로
지은 행위만 남았습니다.
업력(業力)으로 저편 언덕에 던져집니다.
행위로 와서 행위로 갑니다.
 
슬픔도 괴로움도
사랑하는 것들로 생겨납니다.
사랑하지도 말고 미워하지도 않으면,
괴로움도 슬픔도 없을겁니다.
 
오온이 파괴되면 죽음이 옵니다.
오온을 놓아 버린 자에게는
죽음이 시설되지 않습니다.
오고 감을 아는 무아의 현자는
더 이상 슬퍼하지 않습니다.
(2018-09-10)
 
 
이 시를 썼을 때는 문상 갔었을 때 느낌을 적은 것이다. 초기경전에서 본 것을 현재 나의 감정에 대입해서 문장을 만든 것이다. 가능하면 사구게 형식으로 가져가고자 했다.
 
페이스북에서 시인들의 시를 유심히 본다. 마침표가 없는 것이 특징이다. 쉼표도 없다. “시는 이렇게 쓰는 것인가 보다.”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내가 쓴 시는 철저하게 쉼표도 있고 마침표도 있다.
 
시인들의 시를 보면 긴 문장을 늘여서 쓰는 것 같다. 사구게 형식으로 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긴 문장을 짧게짧게 나누어서 밑으로 나열하는 식이다. 이런 시를 보고서 “시는 이렇게 쓰는 것인가 보다.”라고 생각한다.
 
주로 긴 글을 쓴다. 경전에 근거한 글을 쓰다 보니 자연스럽게 긴 글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짧은 글도 종종 쓴다. 그날 느낌에 대하여, 그날 감흥에 대하여 쓰다 보면 시가 되는 것 같다. 나도 시인이라고 할 수 있을까?
 
 
 
2023-08-14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