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행기

귀를 틀어 막고자 했으나, 재가안거 22일차

담마다사 이병욱 2023. 8. 21. 10:09

귀를 틀어 막고자 했으나, 재가안거 22일차
 
 
재가안거 22일째이다. 마음이 청정한 상태에서 이 글을 쓴다. 좌선이 끝나자마자 쓰는 글이기 때문에 정신은 다른 것에 오염되지 않았다.
 
커피 한잔을 마신다. 오랜만에 절구커피를 만들어 보았다. 이 세상에서 가장 맛 있는 커피이다. 손수 절구질 하여 만든 커피이다. 커피를 음미하면서 자판을 두드린다.
 
오늘은 8월 21일 월요일이다. 일주일이 시작 되는 아침이다. 9시가 되면 업체 담담들은 출근할 것이다. 아직 메일을 열어 보지 않았다. 이 후기를 쓰고 난 다음 열어 보아도 늦지 않다.
 
명상을 하려면 주변정리가 되어야 한다. 명상에 방해 되는 것은 하지 말아야 한다. 당연히 TV도 보지 말고 인터넷 뉴스도 보지 말아야 한다. 유튜브도 보지 말아야 하고 페이스북과 카톡도 열어 보지 말아야 한다.
 
오전은 명상으로 보내는 일상이 계속 되고 있다. 좌선을 중심으로 하여 이전에 행선을 하고 이후에 후기를 쓰는 나날이 계속되고 있다.
 
명상을 하다 보면 요령이 생기는 것 같다. 어제 보다 나은 오늘이다. 행선도 그렇다. 행선을 매일 하다 보니 요령이 생긴다. 요령이라 하여 나쁜 의미는 아니다. 나름대로 행선하는 방법을 말한다.
 
행선은 행선대에서 행한다. 바닥에 검은 테이프를 붙여 놓고 그 길이만큼 발을 옮기는 것이다. 발을 옮길 때는 6단계 행선을 한다.
 
6단계 행선을 할 때 요령이 생겼다. 왼발을 딛고 누를 때 오른발 뒷꿈치를 드는 것이다. 누구나 할 수 있는 당연한 것이지만 그렇게 하지 못했다. 자주 하다 보니 요령이 생겼다.
 
왼쪽 발을 누를 때 앞꿈치에 힘을 준다. 이때 몸은 앞꿈치 쪽으로 약간 기운다. 스케이트 타는 자세가 된다. 두 팔은 약간 벌려서 균형을 맞추어 준다. 이때 오른쪽 발의 뒷꿈치를 들어 준다. 왼쪽발 앞꿈치에 힘을 주고 나서 1초 후에 오른쪽발 뒷꿈치를 들어 주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왼쪽과 오른쪽을 시차를 두고 새길 수 있다.
 
행선이 재미가 붙을 때가 있다. 그것은 6단계를 빠짐 없이 모두 새길 때이다. 또 하나는 발을 뗄 때 “짝” 하고 소리 나는 것을 듣는 것이다. 습도가 높을 때 더 크게 날 것이다. 이에 대하여 어떤 이는 “짝짝 달라붙는다.”라는 표현을 한다. 행선이 잘 됨을 표현하는 말이다.
 
행선할 때는 맨발로 한다. 바닥에 발바닥에 닿을 때 딱딱하고 차가운 감촉을 느낄 수 있다. 습도가 있다면 발을 “짝”하고 떼는 소리가 경쾌하게 난다. 6단계를 모두 알아차리며 소리까지 들으면 행선하는 맛이 난다.
 
행선은 30분 했다. 30분은 긴 시간이다. 아무 의미 없어 보이는 행선을 30분한다는 것은 그만큼 재미를 붙였기 때문일 것이다. 이제 요령을 알았으니 이런 방법으로 하면 될 것 같다.
 
좌선하는 것도 요령이 있다. 오늘 발견한 것이다. 그것은 좌선을 30분씩 나누어 두 번 하는 것이다.
 
마하시전통에서는 한시간 좌선에 한시간 행선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그래서 선원 시간표를 보면 짝수 시간은 좌선시간이고, 홀수 시간은 행선시간임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오전 8시는 좌선시간이고, 오전 9시는 행선시간이다. 다시 오전 10시는 좌선시간이 된다.
 
좌선 한시간과 행선 한시간은 긴 시간이다. 초보 수행자에게는 너무나 아득한 시간이다. 그래서 이를 반반씩 나누어 시행하기로 했다. 실제로 그렇게 해 보니 매우 효율적이다.
 
좌선 할 때 타이머를 한시간에 세팅해 둔다. 스타트 버튼을 누르면 아래로 카운트 된다. 그런데 좌선 한시간은 너무 길다는 것이다. 특히 집중이 되지 않으면 지루하다. 그래서 “언제 끝나나?”라며 종치기만을 기다린다. 그러나 30분으로 세팅해 놓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타이머를 30분으로 세팅해 놓았다. 30분은 긴 시간이 아니다. 심리적으로 짧은 시간이다. 속된말로 어영부영하다보면 30분은 금방 지나가 버린다. 이런 사실을 알기에 10분, 20분이 집중이 없이 흘러가면 초조해진다. 남은 시간이라도 최대한 집중을 해서 성과를 내고 싶은 것이다.
 

 
좌선을 30분에 걸쳐서 두 번 시행했다. 이렇게 했더니 좌선이 지루한 줄 모르겠다. 조금 집중하다 보면 시간이 금방 지나가 버리는 것 같다. 끝나는 알람이 울렸을 때는 아쉬운 마음도 있다.
 
오늘 좌선에서 몇 가지 느낀 것이 있다. 그것은 소리에 대한 것이다. 소리에 너무 신경 쓰지 말자는 것이다.
 
소음에 민감해서 귀마개도 구입했다. 그러나 실제로 사용해보니 불편했다. 소음효과도 없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담배꽁초 필터로 귀구멍을 막거나 솜으로 귀구멍을 틀어 막는 것이다.
 
소음문제에 대한 해법으로 귀를 틀어 막는 것을 생각해 보았다. 이에 후기를 본 사람들이 의견을 제시해 주었다. 대개 부정적인 견해를 보였다.
 
밴드에서 어떤 법우가 글을 남겼다. 법우는 “소리는 없어져야 할 대상이 아닌 단지 물질임을 알게 되는 그날이 오기를 기원드립니다.”라며 운을 떼었다. 소리가 물질이기 때문에 마음에 붙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내안에 일어나는 물질을 보고자 한다면  마음을 집중 하여 이문은 닫혀지지 않을까요?”라며 의견을 제시했다.
 
페이스북에서 어떤 법우의 소리에 대한 글을 보았다. 아마 나의 후기를 보고 쓴 글 같다. 법우는 “주위에 시끄러운 요소들이 있더라도 그 시끄러움(鬧) 속에(中) 수행하는(禪)것이 바로 '선중의 선' 이라는 '요중선(鬧中禪)' 이다.”라고 했다. 이런 글을 접하자 창피하고 부끄러웠다. 소리에 너무 민감하게 반응 하는 나의 모습이 초라하게 보였다.
 
매일 후기를 작성하고 있다. 그날그날 명상한 것에 대하여 느낌을 쓰고 있는 것이다. 이런 글에 대하여 어떤 이는 관심을 보인다. 자신이 경험한 것을 알려 주고자 하는 것이다. 이런 용기에 감사 드린다.
 
사람들은 대부분 무관심하다. 아마 그것은 폐 끼치지 않으려는 심리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그래서인지 참견을 하지 않으려는 것 같다. 그럼에도 직접적으로 또는 간접적으로 언급하는 것은 알려 주고 싶기 때문일 것이다.
 
관심을 표하는 글을 접했을 때 처음에는 불쾌했다. 이러쿵 저러쿵 코치하는 것 같아 불편하기도 했다. 마치 꼰대처럼 참견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고 보니 새겨야 할 말임을 알았다. 그래서 “사두!사두!사두! 훌륭합니다. 제가 본받아야 합니다. 감사합니다.”라며 댓글을 남겼다.
 
수행초보자이다. 위빠사나 명상에 대해서는 10여년 전부터 관심을 가지고
해 보았으나 전력투구한 적은 없다. 이렇게 세월만 보내다 이번에 한국테라와다불교 안거법회 때 빤냐와로 대장로의 법문을 듣고 발심하게 되었다.
 
이번 안거는 몸 길들이기와 몸 만들기 정도로 만족하고자 한다. 여기에서 더 욕심 내지 않고자 한다. 행선과 좌선을 매일 하면서 습관을 들이고자 한 것이다. 이제까지 한번도 매일 해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정신과 물질에 대하여 알고자 한다. 대장로가 법문에서 강조한 것이다. 정신법과 물질법을 꼭 보라고 했기 때문이다.
 
명상을 하면 반드시 수행기를 남기고자 한다. 좌선이 끝나자마자 데스크탑 컴퓨터 앞에 앉아서 자판을 두드린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어제 보다 더 나은 오늘을 만들기 위한 것이다.
 
후기를 작성하면서 이런 저런 격려를 받는다. 또한 조언도 받는다. 때로 냉소적인 글도 접한다. 이런 글이 나에게는 모두 도움이 되는 것이다. 특히 소음문제에 대한 글이 그렇다.
 
소음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가? 귀마개를 인터넷 구매해서 써 보았지만 무용지물이 되었다. 다음 단계는 담배를 구입해서 필터부분만 취해서 귀를 막는 것이다. 그러나 이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를 접하는 글을 보고서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오늘 30분씩 두 번 나누어 좌선을 했다. 소음문제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에 대한 방법을 생각해 보았다. 냉장고 소음은 차단하는 것이 좋다. 멀티콘센트 스위치를 좌선하는 시간만큼은 꺼 놓는 것이다. 그러나 건물전체에서 나는 기계음은 차단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명상하기 가장 이상적은 장소는 도로에서 멀리 떨어진 집이 될 것이다. 그것도 벽이 두꺼운 집이 좋을 것 같다. 산속에 있는 암자도 좋을 것 같다. 동굴도 좋을 것 같다. 그러나 생업이 있는 자영업자에게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어떻게 해야 할까?
 
소음문제에 대한 해법을 찾아야 한다. 가장 좋은 것은 집중하는 것이다. 대상에 마음을 두었을 때 소음문제는 해결된다. 배의 부품과 꺼짐에 마음을 두었을 때 소음은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다. 이른바 호흡을 보는 것이다.
 
위빠사나 수행처에서 듣는 말이 있다. “호흡을 보셨습니까?”라는 말이다. 이 말이 처음에는 무슨 말인지 몰랐다. 그러나 나중에 알게 되었다. 대상에 집중하면 호흡이 보이는 것이다. 바로 앞에서 호흡이 보이는 것이다.
 
좌선을 할 때 갑자기 훤해질 때가 있다. 이는 어느 정도 대상에 집중 되었을 때이다. 이때 환함에 마음을 두면 얼마 지나지 않아 어두워진다. 이럴 때는 환함을 지각하면서 동시에 배의 부품과 꺼짐을 계속 관찰해야 한다. 이런 상태가 되면 차 소리나 전철 지나가는 소리, 기계음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소리에서 자유롭고자 한다. 그렇다고 심산유곡으로 들어갈 수 없다. 지금 여기에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 귀를 틀어 막는다고 해서 될 일은 아니다. 명상 대상에 마음을 두는 것 밖에 방법이 없다. 환한 것을 지각하면서 호흡을 보았을 때 소리에서 자유로워지는 것 같다.
 
오늘 행선과 좌선을 하면서 요령을 알게 되었다. 수행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이미 경험한 것인지 모른다. 그러나 수행초보자는 모든 것이 새롭다. 방법을 알면서 하면 수행이 재미도 있고 지루하지도 않다.
 
오늘 재가안거 22일차이다. 매일매일 새로운 나날이다. 어제와 오늘은 다르다. 오늘 잘 되지 않더라도 실망하지 않는다. 내일 잘하면 되는 것이다. 자주 하다 보면 요령도 생긴다.
 
행선할 때 요령을 아니 행선하는 맛이 난다. 무엇보다 좌선할 때 요령을 아니 소리에서 자유로워지는 것 같다. 나는 정말 소리에서 자유로워 질 수 있을까?
 
 
2023-08-21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