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행기

나만의 호흡새김 방식을 찾았는데, 재가안거 38일차

담마다사 이병욱 2023. 9. 6. 10:19

나만의 호흡새김 방식을 찾았는데, 재가안거 38일차

 

 

호흡을 어떻게 새겨야 할까? 나의 경우는 호흡이 몸 앞에서 일어날 때 새기는 것이다. 몸 앞에서 호흡을 보는 것이 가능할까? 이는 경전적 근거가 있다. 대념처경에 실려 있는 빠리무카사띠가 그것을 말한다.

 

빠리무카사띠에서 무카는 얼굴 또는 코를 뜻한다. 호흡을 얼굴 둘레에서 본다라는 뜻이다. 빠리라는 말은 둘레를 뜻하기 때문이다. 이를 몸 둘레에서 본다라고도 말할 수 있다. 분명한 사실은 복부의 부품과 꺼짐에 집중할 때 몸 앞에 호흡이 현전한다는 사실이다.

 

 

오늘은 재가안거 38일차이다. 테라와다 제가안거는 1029일 끝난다. 앞으로60일가량 남았다. 누가 시켜서 하는 것도 아니고 어떤 이익을 위해서는 하는 것도 아니다. 필요에 따라 자발적으로 하는 것이다.

 

오늘은 약속이 있다. 오전 11시에 안산에서 김형근 선생을 만나야 한다. 뉴욕에서 한국에 온지 아마 이틀 지났을 것이다.

 

한국에 오면 늘 만나는 장소가 있다. 안산시 선부동에 있는 이조식당이다. 김선생의 동생이 운영하는 식당이다. 간장게장 정식이 일품이다. 스리랑카 순례기를 미주현대불교에 연재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답례로 점심을 사주는 것 같다.

 

오늘 좌선은 한시간만 하기로 했다. 후기 쓸 것까지 감안하면 마음이 급하다. 늦어도 1010분에는 떠나야 하기 때문에 후기 쓰는 것도 속도를 내야 한다.

 

요즘 한시간 좌선은 어려운 것이 아니다. 안거가 시작 되기 전에는 한시간은 아득했다. 망상 속에서 보내기 일쑤였다. 그래서 이번 안거는 한시간 앉아 있는 것을 목표로 정했다. 몸을 길들이는 것이다.

 

오늘 한시간 앉아 있었다. 837분부터 좌선에 들어갔다. 스마트폰 타이머 시작 버튼을 눌렀다. 마구 사정없이 아래로 카운트 된다. 시간이 되면 제로가 될 것이다. 이 한시간 동안 나는 어떤 성과를 낼 것인가?

 

좌선에 임할 때 마음가짐을 한다. 명상에 영향을 주는 행위를 일체 하지 않는다. 말을 하지 않는 것이 가장 좋다. 아침에 집에서 나올 때부터 말을 하지 않는다. 말을 할 필요를 크게 느끼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눈만 뜨면 일터로 달려 나가기 때문이다.

 

뉴스는 당연히 보지 않는다. 뉴스를 보는 순간 마음은 뒤집어진다. 그들의 주장에 대하여 마음으로 반박하다 보면 마음은 엉망이 되어 버린다.

 

TV뉴스는 물론 스마트폰 뉴스도 보지 않는다. 유튜브도 보지 않는다. 페이스북도 보지 않는다. 카톡도 보지 않는다. 과도한 이념투쟁에 대한 것을 접하면 마음이 흔들린다.

 

아침식사는 사무실에서 한다. 계란이나 감자 찐 것을 가져 와서 샌드위치와 함께 먹는다. 잘 먹으려 하는 것보다 몸을 유지하기 위해 먹는다. 너무 많이 먹으면 좌선에 영향을 준다. 배고프지 않을 정도만 먹는다.

 

아침식사를 하고 난 다음에는 커피를 마신다. 이태리커피가 좋다. 페이스북 친구가 선물로 준 것이다. 분쇄된 것을 종이 필터 위에 올려 놓고 물을 부어 내린다. 독특하고 감칠맛 나는 이태리 커피를 마시면 마음에 여유가 생기는 것 같다.

 

오전일과는 명상으로 보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좌선이 끝나고 후기까지 작성해야 명상이 끝난다. 특히 후기를 쓰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르는데 가능하면 12시 이전에 끝내야 한다.

 

생업은 명상이 끝난 후 시작한다. 이메일을 열어 보는 것으로 업무를 시작하는 것이다. 그러나 요즘 일감이 없다. 일감이 있는 날보다 없는 날이 압도적으로 많다. 이런 날은 글을 쓴다. 그리고 유튜브도 보고, 페이스북도 보고, 카톡도 열어 본다.

 

요즘 일상은 모든 것이 명상위주로 돌아가고 있다. 나에게 있어서 오전은 명상하는 시간이다. 하루일과 중에 반은 명상으로 보내고 있는 것이다. 이번 안거 끝날 때까지 계속 될 것 같다.

 

자리에 앉았다. 오늘 컨디션은 대체로 좋은 편이다. 방석에 앉을 때 마치 전장에 임하는 장수와 같은 심정이다. 방석에 앉을 때 마치 출진하듯이 말을 타는 것 같다. 악마의 군대와 싸우는 심정으로 자리에 앉는다.

 

이번 좌선이 성공으로 끝날지 실패로 끝날지 알 수 없다. 마음 자세에 따라 달려 있다. 방석에 앉는 순간 전투는 시작된다. 자신과의 싸움이다. 나 자신의 오염원과의 싸움이다. 욕망, 혐오 등과 같은 불선법은 다름 아닌 악마의 군대이다.

 

처음부터 배의 움직임에 집중했다. 처음 앉을 때는 몸의 이미지를 다 느낀다. 눈을 감았다고는 하지만 몸이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몸과 마음이 분리되어 있지 않은 것이다.

 

몸이 사라져야 한다. 그리고 아는 마음만 남아야 한다.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호흡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의도적으로라도 호흡에 집중한다. 배의 부품에 대해서는 부품이라고 명칭 붙이고, 배의 꺼짐에 대해서는 꺼짐이라고 명칭 붙이는 것이다.

 

몸과 마음이 분리되어야 한다. 몸의 감각을 없게 해야 한다. 몸 따로 마음 따로가 되게 해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호흡에 집중해야 한다. 처음에는 명칭을 붙이듯이 집중한다. 그래서 부품, 꺼짐, 닿음이라고 새긴다, 여기서 닿음은 엉덩이의 닿음을 뜻한다.

 

좌선 중에 잡념은 적이나 다름 없다. 악마와 같은 것이다. 명상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호흡에 집중하지 못하면 잡념이 치고 들어 온다. 틈을 만들지 말아야 한다. 엉덩이의 닿음을 보는 이유에 해당된다. 부품과 꺼짐 사이에 공백이 있는데 그 틈을 메꾸고자 엉덩이 닿음에 마음을 두는 것이다.

 

호흡은 처음에는 인위적으로라도 볼 수 밖에 없다. 부품과 꺼짐, 닿음에 대하여 명칭 붙이는 자체가 인위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명칭을 떼 버린다. 그럴 경우 자연적으로 새기게 된다.

 

처음부터 빈틈을 허용하지 말아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면밀하게 부품과 꺼짐, 닿음을 새겨야 한다. 그것도 온 힘을 다해야 한다. 이에 대하여 마치 고양이가 쥐를 잡기 위해서 쥐구멍을 바라보고 있다는 말이 실감난다.

 

시간이 20분 정도 지난 것 같다. 시계도 보지 않고 어떻게 알 수 있는가? 이는 사무실 맞은 편 철공소 라디오 소리로 알 수 있다. 9시를 알리는 시보가 고주파 음으로 나는 것이다. 저주파는 잘 들리지 않지만 고주파는 선명하게 들리기 때문이다.

 

좌선을 시작한지 20-30분이 지났을 때 어느 정도 집중이 되었다. 처음부터 호흡만 보기로 마음 먹었기 때문에 성과가 나타난 것이다. 배의 부품과 꺼짐을 관찰 했을 때 단계적으로 진행되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좌선을 할 때는 선정인 자세를 취한다. 두 손을 교차하는 것이다. 스리랑카 불상에서 선정인 자세를 보면 알 수 있다. 이때 교차 된 두 손에서 움직임이 있다. 부품과 꺼짐에 따라 움직임이 있는 것이다.

 

마치 기계가 돌아가는 것 같다. 톱니바퀴가 움직이는 것과 같다. 호흡에 따라 톱니바퀴가 맞물려 돌아 가는 것 같다. 두 개의 톱니퀴가 맞물려 돌아 갈 때 단계적으로 이동하듯이, 호흡이 단계적으로 이동되는 것이다.

 

호흡은 짧은 것도 긴 것도 있다. 짧은 호흡은 한단계만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어느 정도 집중이 이루어져서 호흡이 길어지면 단계적으로 진행되는 것 같다. 마치 행선할 때 발을 여섯 단계로 이동하듯이, 부품과 꺼짐도 여러 단계가 있다.

 

호흡이 길어져서 부품을 관찰할 때 4-5단계가 있는 것 같다. 이는 부품이 일어날 때 선정인한 두 손에 영향을 주게 되는데 두 손에서 마주한 손가락이 , 하며 4-5단계로 이동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한번 잡은 것은 놓치지 않아야 한다. 세렝게티 평원에서 치타가 사냥하는 것과 같다, 치타는 사냥의 대상이 정해졌을 때 폭발적 스피드로 먹이를 낚아챈다. 그런데 한번 낚아 챈 먹이는 절대로 놓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치타가 먹이를 놓치면 그 동안의 노고가 허사가 된다. 호흡관찰도 이와 다르지 않다. 호흡이 보이기 시작할 때, 몸 앞에서 호흡이 있을 때 이를 놓치지 않아야 한다. 호흡을 놓치지 않고 계속 새겨야 한다. 호흡의 처음부터 끝까지 놓치지 않아야 한다. 한번 문 것을 놓치지 않는 치타처럼 끈질기게 새겨야 한다.

 

흔히 호흡을 본다는 말을 한다. 처음에는 이 말을 잘 이해하지 못했다. 그런데 좌선을 하다 보니 호흡이 보였다. 배의 부품과 꺼짐에 대하여 집중 했을 때 호흡이 보인 것이다. 그것도 몸 앞에서 보인 것이다. 전면에서 호흡이 보일 때 몸이 호흡하는 것 같다.

 

사람들은 호흡을 코로 하는 것이고 생각한다. 일반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좌선을 하다 보면 호흡은 몸이 하는 것임을 알게 된다. 호흡이 몸 앞에 있는 것이다!

 

이번에 안거를 마친 스님이 있다. 전화를 주어서 통화하게 되었다. 현재 만행중인 스님은 글을 보더니 격려해 주었다. 그런데 스님과의 대화에서 호흡에 대하여 세포로 호흡합니다.”라는 말을 들었다.

 

호흡을 세포로 한다는 말은 어떤 뜻일까? 이를 몸으로 호흡한다는 말과 같은 것으로 본다. 좌선 중에 호흡 새김을 하다 보면 몸 전체로 호흡하는 것 같기 때문이다.

 

호흡은 몸 앞에서 일어났다. 몸 전체로 호흡을 한 것이다. 몸 전체로 호흡을 하다 보니 부품과 꺼짐이 분명해졌다. 그것도 단계적으로 진행되었다. 마치 톱니바퀴가 척척 돌아가듯이 4-5단계로 진행되었다.

 

호흡을 보고 있으면 잡념이 일어날 수 없다. 설령 잡념이 치고 들어오더라도 호흡의 톱니바퀴에 치이어 금방 사라지고 만다. 그런데 호흡을 보면 볼수록 자동으로 새겨지게 된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호흡을 새길 때 인위적으로 새겼다. 부품, 꺼짐, 닿음 순으로 새긴 것이다. 어느 정도 호흡이 보이자 내버려 두었다. 내버려 두어도 자동적으로 새겨지게 되었다.

 

호흡을 새기고 있으면 마음이 평안하다.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 같다. 물질적으로는 가진 것이 없지만 호흡 새김을 하는 순간만큼은 세상만사 잊어 버린다. 이런 맛에 명상하는 것인지 모른다.

 

오늘 좌선은 성공적이었다. 다리통증도 없었다. 어제 좌선에서는 생각지도 않게 왼쪽 다리가 마비됨에 따라 도중에 자세를 바꾸어야 했다. 그러나 오늘 좌선에서는 한시간동안 앉아 있었지만 전혀 통증을 느끼지 못했다. 좌선이 끝났을 때는 막바로 일어설 수 있었다. 아마 처음부터 호흡에 집중했기 때문일 것이다..

 

유튜브에서 호흡명상에 대한 영상을 본다. 도움이 되는 것도 있지만 도움이 되지 않는 것도 많다. 단지 참고만 할 뿐이다. 중요한 것은 자신만의 방식을 계발하는 것이다.

 

안거가 진행될수록 나만의 방식이 계발된다. 가장 빠르게 집중할 수 있는 방법을 말한다. 이런 방법 저런 방법을 시도해 보고서 나에게 맞는 방식을 찾는 것이다. 오늘 마침내 나만의 방식을 찾았다. 몸에서 호흡이 일어났을 때 이를 새기는 것이다.

 

 

2023-09-06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