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배우고 함께 깨우치는 공동체를 위하여, 2023년 정평불 활인선원 수련회
비가 추적추적 하염없이 내린다. 밤새도록 내릴 것 같다. 산사에서 내리는 가을 장마비가 거세다. 그러나 여기 전천후 사람들이 있다. 폭우를 뚫고 각지에서 온 사람들이다.
정평불 2023년 수련회가 열렸다. 안성 죽산에 있는 활인선원에서 9월 15일부터 16일까지 1박2일 열린 것이다.
정평불 수련회는 매년 열렸다. 주로 여름에 열렸다. 코로나 때는 3년동안 열리지 못했다. 작년 코로나가 약해지자 이곳 활인선원에서 열렸다. 신대승네트워크와 함께 열린 연합수련회가 되었다.
이런 꿈을 꾸어 본다. 재가불교단체가 한 자리에 모여서 수련회 하는 것이다. 1박2일 수련회 하는 것이다. 작년 신대승과 정평불의 연합수련회는 그런 가능성을 보여 주었다.
이번에는 정평불만의 단독 수련회가 열렸다. 이를 아쉽게 생각한다. 두 단체, 세 단체가 함께 하는 연합수련회를 꿈꾸어었다. 소속은 다르지만 뜻을 함께 하는 수련회가 되길 바랬다. 함께 배우고 함께 깨우치는 자리가 되기를 바랬었다.
활인선원은 조계종 소속의 수행도량이다. 금강스님이 살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금강스님은 올해 3월부터 살고 있다. 이전에는 제주도 원명선원에 있었다.
활인선원에 오후 5시 50분에 도착했다. 안양에서 4시 반에 출발했다. 네비에는 61키로 1시간 5분으로 찍혔다.
활인선원은 가깝다. 서울과 수도권에서 1시간 반 이내의 거리에 있다. 멀지 않아서 부담스럽지 않다. 도심만 빠져 나가면 속도를 낼 수 있다.
활인선원에 도착하니 금강스님이 보였다. 불교계 신문기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가까이 가서 아는 체 했다.
스님은 나의 얼굴을 알아 보았다. 몇 번 만났기 때문일 것이다. 처음 만난 것은 2009년이다. 그때 능인선원 37기 법회 모임에서 1박2일로 미황사 템플스테이 갔었을 때 봤다. 이후 종단 개혁운동 할 때 찾아 간 적이 있었다. 그때 처음으로 인사 드리고 얼굴을 알렸다. 세 번째는 이학종 선생 아들 결혼식 때 만났다. 그때 스님은 내 얼굴을 알아 보았다. 이번이 네 번째 만남이다.
6시가 넘어서자 사람들이 속속들이 도착했다. 먼저 식사를 해야 했다. 정평불 상임대표 최원녕 샘이 찬거리를 가져 왔다. 자신의 차에 여러 박스 음식을 가져 온 것이다. 심지어 밥까지 해 왔다.
식사는 활인선원 공양식당에서 했다. 활인선원에서도 식사가 제공 되지만 정평불 것은 정평불에서 준비했다. 최원녕 샘이 집에서 직접 만들어 온 것이다.
사람의 품격이 높아질 때가 있다. 그것은 대접받고 있다고 생각할 때 그렇다. 이번에 최원녕 샘이 준비한 갖가지 나물과 김치 등 무려 10가지 음식을 마주 했을 때 대우 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런 이야기가 있다. 사람은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위하여 아낌 없이 준다는 말이 있다. 자식에게 밥을 해 먹이는 것도 사랑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사랑이 단체의 사람들에게까지 적용 될 수 있음을 이번에 보았다.
저녁식사가 끝나고 다회가 시작되었다. 활인선원 공양식당 한켠에 마련된 다회 이다. 본인을 비롯하여 최원녕, 이덕권, 최연, 박경준, 이도흠, 곽노진, 임영희, 임정미, 임숙경, 이희선, 김광수 샘이 참석했다.
다회가 시작 될 때 금강스님도 함께 있었다. 금강스님으로부터 간단히 근황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금강스님은 20년동안 열심히 살았다고 한다. 94년 종단개혁을 겪고 난 후에 두 가지를 꼭 하고 싶었다고 한다. 그것은 산중사찰의 모델을 만드는 것이고 그 모델 대로 실천하는 것이었다고 한다. 아마 그것이 미황사 템플스테이일 것이다.
금강스님은 원력대로 살았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종단에서 소임을 한번도 맡지 않았다고 한다. 그렇다면 현재 금강스님의 화두는 무엇일까?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 중에 하나는 “청년들을 어떻게 할 것인가?”라고 했다. 이것이 현재 가장 큰 화두이고 가장 큰 고민거리라고 했다.
다회를 하면서 금강스님의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그런데 사람들은 각기 금강스님과 인연이 있다고 말했다. 어떤 이는 자녀를 미황사 한문학당에 보낸 이야기를 했다. 또 어떤 이는 TV에서만 보던 스님을 여기에서 보게 되었다고 말했다.
금강스님은 다회가 본격적으로 시작 될 때 자리를 떴다. 다음 일정이 있어서 지방에 간다고 했다.
밖에는 비가 새차게 내리고 있다. 비 내리는 소리가 요란 하다. 빗소리와 함께 다회가 시작 되었다. 특별히 차 전문가 선생을 모셔 왔다. 최원녕 샘이 모셔 온 것이다. 다도 예술전문가 임영희 선생을 말한다.
사람은 대우 받을 때 품격이 높아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에도 그랬다. 차 전문가 선생을 모셔와서 대접을 받으니 존중 받는 것 같은 느낌이 되었다.
차에 대하여 잘 모른다. 차가 있기는 있지만 커피 마시듯이 마신다. 그런데 차 전문가로부터 대접을 받아 보니 차의 세계는 품격이 있는 세계임을 알게 되었다. 과연 커피에도 이런 품격이 있을까?
임영희 선생은 여러 종류의 차를 선보였다. 그리고 시범을 보여 주었다. 가장 처음 보여준 차는 매화차이다. 매화 꽃잎을 차기 뜨거운 물에 넣자 매화 특유의 향과 맛이 나는 것이었다.
두 번째로 시음한 것은 매실말차이다. 말차라면 녹색의 걸죽한 것이 연상된다. 매실을 갈아서 만든 것이라고 한다.
세 번째로 시음한 것은 대홍포이다. 대홍포는 차 좋아 사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것이다. 대홍포는 세계 10대 명차 중의 하나라고 한다.
네 번째로 시음한 것은 홍차이다. 이를 남산홍차라고 했다. 남산 상표 이름이다. 그런데 시음한 방법은 독특했다. 꼬냑과 홍차가 결합된 것이기 때문이다.
꼬냑홍차는 어떤 것인가? 먼저 스푼 위에 있는 설탕에 꼬냑을 붓고 그 위에 불을 붙인다. 설탕이 다 녹을 때쯤 되면 알코올 성분은 날라가고 향만 남는다. 이를 홍차에 부어 마신다. 요즘 젊은 사람들 취향에 맞을 것 같다.
다섯 번째로 시음한 것은 보이차이다. 김영희 선생에 따르면 세상에는 갖가지 보이차가 있다고 한다. 어느 것이 진짜인지 알 수 없다고 한다. 이번에 선 보인 보이차는 생보이차이다. 생차는 믿을만하다고 한다.
차 전문가 김영희 선생으로부터 갖가지 차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그리고 시음해 보았다. 대접 받는 듯한 느낌이다. 이런 기획을 한 최원녕 샘에게 감사 드린다.
다회는 8시 50분에 끝났다. 9시부터 토론회가 시작되었다. 수련회이기 때문에 즐기는 모임이 될 수 없다. 토론회 주제는 정평불 방향에 대한 것이다. 그래서 주제를 ‘정평불 운동의 발전을 위한 제언’으로 정했다.
어느 모임이나 단체이든지 지향하는 목적이 있다. 정평불도 예외가 아니다. 창립 때 목표설정이 되었을 것이다. 그것은 단체의 이름에서도 드러난다. 정의와 평화, 이것이 큰 목적이라고 볼 수 있다.
토론회 사회는 최연 샘이 보았다. 최연 샘은 모두에서 몇 가지 문제점을 제기 했다. 그것은 현재 당면하고 있는 문제점이기도 하다. 눈부처학교와 정평법회를 예로 들었다.
어느 모임이나 단체이든지 문제가 없지 않은 곳은 없다. 가장 큰 문제는 사람이 모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들 바쁘기 때문일 것이다. 흥미가 없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시간이 돈인 세상이다. 어느 누가 자신의 시간을 내 가면서 까지 참여하려 할까? 자신에게 이익이 되지 않는다면 움직이려 하지 않을 것이다. 아무리 취지가 좋아도 시간이 허락되지 않고 이익이 되지 않는 다면 가려 하지 않을 것이다.
토론회는 참여문제가 이슈가 되었다. 어떻게 하면 참여를 유도하게 할 수 있는지에 대한 것이다. 기존 방식대로는 잘 되지 않는다. 어떻게 해야 모이게 할 수 있을까?
모임에 가능하면 빠지지 않으려고 한다. 아무리 바빠도 참여하려고 노력한다. 머리수라도 하나 채워 주고 싶은 것이다.
이 세상에 바쁘지 않은 사람은 한사람도 없을 것이다. 시간이 돈인 세상에서 모임에 참여한다는 것은 큰 마음을 내야 한다. 속된 말로 돈도 되지 않는 모임에 참여할 생각이 없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모임에 참여하게 하려면 매력적인 요소가 있어야 한다. 기존 방식대로 해서는 안된다. 그 얼굴이 그 얼굴일 뿐이다. 어떤 획기적인 방법이 없을까? 사람들은 이에 대하여 각자의 의견을 말했다.
여러가지 의견이 있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사람들은 이익이 되지 않는다면 결코 움직이지 않을 것이라는 말이다. 교육하는 사람 따로 있고 교육 받는 사람 따로 있는 시스템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이제는 생각을 달리 해야 한다. 함께 배우고 함께 깨우치는 공동체놀이를 개발해야 한다. 정진산행이 대표적이다.
정평불에 정진산행이 있다. 서울과 수도권에서 전철이 연결되어 있는 곳이면 어느 산이든지 대상이 된다. 그 결과 지난 3년 동안 수많은 산행이 이루어졌다. 매달 세 번째 주 일요일에 있는 산행이다.
무엇이든지 함께 참여하면 재미가 있다. 산행은 함께 하는 것이다. 가르치는 사람 따로 있고 배우는 사람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함께 걷고 함께 이야기하고 함께 식사하는 것이다. 이런 것을 해야 참여를 유도할 수 있을 것이다.
제안을 하나 했다. 그것은 분기마다 스페셜이벤트를 펼치는 것이다. 이에 대한 예로 세 가지를 들었다. 김장김치담그기 행사, 도성순례, 그리고 해외여행이다.
무엇이든지 함께 하는 것은 재미 있다. 또한 그것이 자신에게 이익이 된다고 생각할 때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된다. 예를 들어 김장김치담그기 행사가 있다. 재미도 있고 이익도 있다. 자신이 담은 것을 가져 갈 수 있기 때문이다.
토론회에서 수많은 이야기가 나왔다. 회비만 내고 참석을 하지 않는 사람을 어떻게 보아야 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도 있었다. 현실문제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매주 토요일 열리는 집회를 말한다. 어떤 이는 수행과 실천이 함께 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모든 이야기는 참여하지 않으면 이야기로 그친다는데 있다는 것이다.
어떻게 해야 사람들을 참여 하게 만들까? 그것은 회원들에게 이익되게 하는 것이다. 회원들을 감동시켜야 한다.
사람이 감동할 때가 있다. 그것은 대접 받는다고 느낄 때 특히 그렇다. 이번 수련회에서 대접 받는 느낌이었다. 세상에 이렇게 맛있는 식사는 없었다. 어떤 이들은 두 번, 세 번 음식을 가지러 가기도 했다. 다회를 했을 때도 대접받는 기분이었다. 다섯 종류의 차를 시음 했을 때 확실히 대접 받는 것 같았다.
이제 생각을 바꾸어야 한다. 사람들의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귀중한 시간을 내서 참여한 사람들에게 그만한 이익이 되도록 해야 한다. 무엇보다 대접 받는 듯한 느낌을 갖게 해야 한다.
사람을 감동시켰을 때 움직이지 않을 사람 없을 것이다. 함께 행동하고 함께 밥 먹을 때 사람을 움직이게 할 수 있다. 함께 배우고 함께 깨우치는 공동체를 만들어야 한다. 이번 수련회에서 가능성을 보았다.
2023-09-17
담마다사 이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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