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계 미네르바에게는 너무나 과분한 선물, 조준호 선생의 손카드를 받고
누군가로부터 인정받는 다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다. 조준호 선생은 카드에다가 다음과 같이 써 놓았다.
“진흙속의연꽃이신 이병욱 선생님의 북콘서트를 축하드립니다. 한국의 지성계에서 보기 드물게 일상을 곧바로 정연한 글로 옮기시어 우리 삶의 반성과 성찰을 이끄셨습니다. 항상 존경해 마지 않습니다. 조준호 합장 2567(2023). 9.22”
조준호 선생은 불교학자이다. 학교에 소속된 전임교수는 아니지만 고려대 등에서 불교를 강의해 왔다. 인도에 유학하여 불교학을 공부한 학자이기도 하다.
북콘서트가 9월 23일 백권당에서 열렸다. 정평불 활동한 것에 대한 글을 모아 하나의 책으로 만들었는데 이에 모임을 가진 것이다. 이날 8명이 왔다. 그 중에 조준호 선생도 있었다.
조준호 선생은 글로서 만났다. 불교계 신문이나 불교평론 등에서 논문을 보고 알았다. 대부분 초기불교적 관점에서 작성된 논문이다. 논문에 공감해서 어떤 사람인지 만나 보고 싶었다.
조준호 선생을 본격적으로 보게 된 것은 2018년 10월의 일이다. 그때 당시 사단법인 ‘불교아카데미’ 주관으로 ‘인도 사상, 욕망을 넘어’라는 주제로 문화살롱 기룬에서 10강을 했었다. 모두 참석했다. 그리고 후기를 남겼다.
후기가 들어간 책은 ‘97 강연회 I 2014-18’라는 제목이다. 이 책에 조준호 선생의 10강이 모두 다 들어 있다. 강의를 듣고 노트를 하여 요약하여 글로 남긴 것이다.
불교 지성계에는 강단학자들이 있다. 학교에 적을 두고 있는 학자들을 말한다. 이런 학자들은 자부심이 대단한 것 같다. 그리고 명예를 중요하게 여기는 것 같다. 그래서일까 블로그에 잡문이나 쓰는 사람에 대하여 그다지 가치 있게 보는 것 같지는 않다. 아마 불교계의 미네르바 정도로 보는 것 같다.
조준호 선생은 엄밀히 말하면 강단학자는 아니다. 인도에서 9년 유학하고 학위까지 취득했지만 대학에 적이 없다. 이 학교 저 학교 강의 나간다. 나이가 60이 다 되었음에도 여전히 보따리 강사인 것 같다.
사람은 자신을 인정해 주는 사람에게 호의적일 수밖에 없다. 조준호 선생은 블로거에게 호의적이었다. 그리고 매우 겸손했다. 학자들이라고 하여 모두 명예와 프라이드를 내세우는 것이 아님을 알았다.
백권당에서 북콘서트를 했다. 학자도 아닌 자가 스님도 아닌 자가 북콘서트한 것이다. 그것도 잡문이나 쓰는 블로거가 모임을 열겠다고 한 것이다. 그런데 조준호 선생은 참석 요청하는 카톡을 보냈을 때 흔쾌히 동의해 주었다.
북콘서트 당일 조준호 선생은 일찍 왔다. 백권의 책에 대하여 관심을 가졌다. 그리고 백권 가까이 되는 노트에도 관심을 가졌다. 처음에는 어떤 사람인지 무척 궁금했다고 한다.
조준호 선생이 필명 진흙속의연꽃의 존재를 알게 된 것은 2010년 무렵이었던 것 같다. 아마 논문을 쓰기 위해서 검색하다 보면 블로거의 글이 걸렸을 것이다. 그러나 누구인지 알 수 없었다는 것이다.
북콘서트날 조준호 선생은 이것 저것 물어 보았다. 가장 놀란 것은 불교 경력이 짦음에도 글을 썼다는 것이다. 더구나 불교계 계통도 아니었다는 것이다. 셋톱박스를 개발한 엔지니어 출신이었다는 것에 더욱더 놀랐던 것 같다.
이번 북콘서트에서 가장 자리를 빛내 준 사람은 조준호 선생이다. 무려 세 개의 선물을 가져 왔다. 첫 번째는 카드이다. 카드 봉투를 보니 “이 카드는 24-26년 전 인도 유학을 마치고 귀국하면서 인도적인 카드를 기념으로 사온 아주 묵은 것입니다.”라고 써 놓았다. 자신이 가장 아끼는 카드를 선물한 것이다.
카드 안에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앞서 언급된 대로 “한국의 지성계에서 보기 드물게 일상을 곧바로 정연한 글로 옮기시어 우리 삶의 반성과 성찰을 이끄셨습니다.”라고 써 놓았다. 그리고 “항상 존경해 마지 않습니다.”라고 써 놓았다.
조준호 선생의 카드를 보니 부끄럽고 창피한 생각이 든다. 인도유학파 학자가 블로거를 존경한다니! 이런 찬사는 처음 들어 본다. 이제까지 한번도 강단학자들에게 들어 보지 못했다. 더구나 조준호 선생은 귀한 다완까지 선물했다.
다완은 인사동에서 사 온 것이라고 한다. 찻 잔이라고 보기보다는 예술작품이다. 다완의 안과 밖에는 양류관음 등 관세음보살상이 그려져 있다.
조준호 선생은 돈도 주었다. 카드 속에는 오만원권 두 장이 들어 있었다. 이런 것은 전혀 상상하지 못했다. 단지 인연 있는 사람을 불러서 쓴 글을 회향하고자 했는데 금품을 가져 온 것이다.
이번 북콘서트에서 과분한 대접을 받았다. 쓴 글에 대하여 공덕회향의 차원에서 연 것일 뿐이었는데 사람들은 금품을 가져 왔던 것이다. 그 중에서도 조준호 선생은 가장 아끼는 것을 가져 왔다. 카드, 예술다완, 그리고 돈을 가져 왔다. 그리고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조준호 선생의 카드를 소중히 간직하고자 한다. 이미 한번 카드를 받은 바 있다.강남에서 이태리 커피를 수입하여 판매하는 사업가 임진규 선생으로부터 받은 것이다. 경전이 있는 책장 위에 올려 놓고자 한다. 과연 나는 이런 대우를 받을 자격이 있는가?
2023-09-30
담마다사 이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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