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마의 거울

출가는 왜 하는가? 중학교 때 출가하려 했는데

담마다사 이병욱 2023. 10. 18. 14:28

출가는 왜 하는가? 중학교 때 출가하려 했는데

 


한때 출가하려고 했었다. 중학교 때 일이다. 중 2때였는지 중 3때였는지 잘 기억나지 않는다. 그때 불교시간에 고승열전을 배웠다. 의상 스님 등과 같은 고승의 삶을 보았을 때 출가하고 싶었다.

세상 삶이 시시하게 보였다. 학교를 나와 취직하고 가정을 이루어 사는 것이 보잘 것 없어 보였던 것이다. 아마 주변 사람들에게서 그런 모습을 보았기 때문일 것이다.

중학교를 불교학교로 다녔다. 그때 당시 종로5가 가까이 연지동에 있었던 동대부중에 다녔다. 뺑뺑이로 배정받은 것이다. 한창 감수상이 예민한 청소년 시절에 불교를 접했다. 마치 흰 천에 물감들이듯이 아무런 저항 없이 스며 들었다.

 


결국 출가는 하지 못했다. 마음 속으로만 바랬던 것이다. 정말 그때 출가 했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 고승이 되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환속에서 평범한 사람으로 살아가고 있을 가능성이 더 크다. 왜 그런가? 아무것도 모르고 출가 했을 때 실패하기 쉬웠을 것이기 때문이다.

단지 고승들의 삶이 성스러워서 출가 했다면 본질을 보지 못한 것이다. 겉모습만 보고서 출가 했을 것이다.

세월이 많이 흘렀다. 지금 상윳따니까야를 보니 출가는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다. 탁발의 경에 이런 가르침이 있다.

"수행승들이여, 이 탁발이라는 것은 삶의 끝이다. 세상에는 '손에 바루나 들고 돌아다녀라!" 라고 하는 저주가 있다. 그러나 수행승들이여, 이 훌륭한 아들들은 타당하고 합리적인 이유가 있어 그러한 삶을 선택한 것이다. 결코 왕이 강요한다고 그런 것이 아니고, 강도가 강요한다고 그런 것이 아니고 빚을 졌기 때문에 그런 것도 아니고, 두려움 때문에 그런 것도 아니고 목숨을 연명하기 위해 그런 것도 아니다. 그러나 그들은 '나는 태어남, 늙음, 죽음, 슬픔, 비탄, 고통, 근심, 절망에 떨어졌다. 괴로움에 떨어져 괴로움에 둘러싸여 있다. 적어도 괴로움의 다발들이 종식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서 그러한 것이다."(S22.80)

어떤 이는 이 탁발의 경에 대하여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경이라고 한다. 양가집 자제가 발우를 들고 음식을 빌어 먹는 행위가 적나라하게 묘사 되어 있기 때문이다.

고대 인도에서 죄수들은 머리를 박박 깍았다. 출가자도 머리를 박박 깍는다. 겉모습으로 보면 차이가 없다. 그런데 발우를 든 것에 대하여 그때 당시 인도 사람들은 삶의 저주로 보았다는 것이다. 왜 그런가? 세상사람들이 분노하면 "중옷이나 입고, 그릇을 들고 밥이나 빌러 다녀라!"라고 적을 공격할 때 말했기 때문이다.

머리를 깍고 발우를 든 수행승이 어떤 집 문앞에 조용히 서있다. 주인이 음식을 주면 담아 간다. 음식을 주지 않으면 다음 집으로 이동한다. 그때 말을 건네거나 왔다는 표시를 하지 않는다. 바로 이런 점이 걸사와 걸인의 차이점일 것이다.

탁발 수행승은 언제든지 그만 둘 수 있다. 자신이 선택한 것이기 때문에 청정한 삶을 살 자신이 없으면 환속하면 되는 것이다. 이런 삶은 누가 강요한 것도 아니다. 생계로 출가한 것도 아니고 도피하기 위해서 출가한 것도 아니다. 스스로 자발적으로 출가한 것이기 때문에 계행을 지키는 등 청정한 삶을 살 자신이 없으면 언제라도 그만 둘 수 있는 것이다.

탁발의 경을 읽어 보면 출가를 해야 하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그것은 "나는 태어남, 늙음, 죽음, 슬픔, 비탄, 고통, 근심, 절망에 떨어졌다. 괴로움에 떨어져 괴로움에 둘러싸여 있다. 적어도 괴로움의 다발들이 종식되어야 한다."라는 말이다. 이런 출가이유  없이 출가 했다면 생계형 출가, 도피형 출가가 될 것이다.

중학교 때 불교를 처음 접했다. 그때 중 1때 조용길 선생에게서 불교를 배웠다. 일주일에 한번 있는 불교시간에 '부처님 일생'을 배웠다. 그때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아마 그것이 인연이 되어서 불교공부하는 것인지 모른다.

불교를 다시 만난 것은 2004년의 일이다. 마치 돌아온 탕자처럼 사십대 중반에 불교를 다시 만난 것이다. 지금도 이렇게 생각해 본다. "그때 중학교 때 출가했더라면 나는 무엇이 되어 있을까?"라고.

2023-10-18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