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속의연꽃

돈이 문제가 아니라 시간이 문제

담마다사 이병욱 2023. 11. 8. 13:44

돈이 문제가 아니라 시간이 문제

 

 

시간은 금이다. 시간은 돈이라기 보다 차라리 금에 더 가깝다. 왜 그런가? 하루 일정을 단축시키면 30만원이 올라간다. 이틀을 단축시키면 60만원이 올라간다.

 

사람이 기로에 설 때가 있다. 그렇다고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는 아니다. “시간이냐 돈이냐의 문제를 말한다.

 

시간을 우선하면 돈이 금이 된다. 돈을 우선하면 일정이 지연된다. 납품을 어떻게 해야 할지 혼란에 빠졌다.

 

갑자기 일감이 생겼다. 설계에서부터 제작, 납품까지 1주일 주어졌다. 그런데 특수 공법이 들어가는 모델이어서 일정도 하루 더 주어야 하고 그에 따른 비용도 대폭 늘어난다.

 

고객이 요청하면 들어 주어야 한다. 납기가 급하면 밤을 세워서라도 맞추어 주어야 한다. 지난주 주말작업해서 그제 월요일 제작업체인 H사에 파일을 발송했다.

 

인쇄회로기판(PCB) 설계업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 일을 한 것은 80년대 후반부터이다. 이 일을 생업으로 삼은 것은 17년전의 일이다. 그런데 그 동안 기술의 진보가 있었던 것 같다. 전혀 접해보지 못한 공법이 있었기 때문이다.

 

제작업체로부터 반송당했다. 속된말로 빠꾸당한 것이다. 제작하는데 있어서 스펙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재설계를 해야 했다.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납기를 맞추어 주어야 한다. 어제 자정까지 작업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마침내 오늘 오전 재설계가 완료 되어서 PCB제조업체 H사에 파일을 발송했다.

 

H사는 PCB샘플제작 전문업체이다. 이번 건의 경우 특수사양이라 정상납기는 45일 걸린다. 그런데 주문을 준 고객사인 L사 영업당담은 월요일까지 요청한다. 그것도 오후 2시로 못 박았다.

 

L사의 요청을 받아 주면 12일 일정이 된다. 제작비용이 백만원이 넘는다.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이다. 일정을 당기니 시간이 금값이 된 것이다.

 

일정을 23일로 하면 비용이 대폭 절감된다. 그러나 납기를 지킬 수 없다. 이럴 때 돈이냐? 시간이냐?”의 기로에 서 있다고 볼 수 있다.

 

머리가 아플 때는 걸어야 한다. 걷다 보면 좋은 생각이 떠오를 수 있다. 거리를 걷다가 배가 고팠다. 점심시간인 것이다.

 

아무리 급해도 먹어야 한다. 시간이 없다고 하지만 밥 먹을 시간이 없을 수 없다. 아무리 급해도 화장실은 가야 한다.

 

설렁탕을 시켰다. 사무실 근처 한촌설렁탕은 실패할 염려가 없다. 이는 무엇을 말하는가? 믿음이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믿고 먹는 것이다.

 

사람은 신용이 있어야 한다. 사람이 신뢰를 잊어 버리면 전부를 잃어 버리는 것과 같다. 비즈니스에서도 신용이 있어야 한다. 신용이 있어야 믿고 맡기는 것이다.

 

어떻게 해야 고객만족을 시킬 수 있을까? 가격을 낮게 해주어야 할까? 그러나 돈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그것은 납기를 지키는 것이다.

 

그 사람에 대하여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 간접적으로 알 수 있다. 그 사람이 약속 지키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약속장소에 늦게 오는 사람이 있다. 한두번은 넘어갈 것이다. 그러나 매번 늦는다면 불신이 싹 틀 것이다. 그 사람에 대하여 알려거든 약속장소에 늦는지 늦지 않는지로 알 수 있다.

 

비즈니스에 있어서 신뢰는 납기에 달려있다. 납기 내에 납품을 하면 신용이 있는 것이다. 그러나 제 때에 전달하지 못한다면 불신이 싹 틀 것이다. 매번 지키지 못한다면 다음 번에는 주문하지 않을 것이다.

 

고객사 L사와 거래한지 10년이 넘었다. 이 회사로 인하여 먹고 살고 있다. 이 회사가 없다면 문을 닫아야 한다.

 

이번에 무리한 주문이 있었다. 처음부터 일정이 맞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아마 사정이 있었을 것이다. 어쩌면 그 회사의 사활과 관련된 것인지 모른다. 그렇다면 을의 입장에서 납기를 맞추어 주어야 한다.

 

설렁탕을 먹으면서 생각해 보았다. 결론은 돈보다 시간이다. 시간이 금쪽같지만 더 중요한 것은 신뢰를 얻는 것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원하는 날자에 납품해 주어야 한다.

 

비용보다 납기를 지키는 것이 우선이다. 그리고 고객사의 손실을 최소화 하는 것이다.

 

고객의 손실을 최소화 하려면 납기를 지연 시켜야 한다. 그러나 고객사는 납기를 더 중요하게 여긴다. 이렇게 된다면 돈으로 때우는 것이 된다. 돈이 들더라도 제 시간에 맞추어 주어야 한다.

 

항상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한다. 고객의 납기도 지켜 주고 비용도 절감해 주어야 한다. 이는 돈으로 때우는 것이 된다. 그래서 설계비용을 포기했다.

 

특수공법에 대한 무지로 인하여 금쪽 같은 시간 이틀을 날려 먹었다. 나에게도 책임이 있는 것이다. 그래서 영업담당에게 이번 건은 저의 부족으로 인하여 일정에 차질을 주었기 때문에 견적에서 설계비용을 제외하겠습니다.”라고 문자를 보냈다.

 

돈은 있다가도 없고 없다가도 있는 것이다. 작은 이익에 목숨 걸 필요 없다. 잘못하면 소탐대실 할 수 있다. 이번 건은 손해 보고자 한다.

 

비즈니스는 주고받는 관계가 기본이다. 한편에서 일방적으로 이익만 취하면 오래가지 못한다. 때로 내가 손해 볼 때가 있다. 그런데 이런 것은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손해가 아니라는 것이다. 왜 그런가? 신용을 얻기 때문이다.

 

납기는 생명과도 같은 것이다. 생명과도 같은 납기를 위해서 포기할 것은 포기 해야 한다. 설계비용을 포기 하니 일정에 맞출 수 있을 것 같다.

 

사람들은 돈에 목숨을 건다. 그러나 돈은 사람을 배신한다. 통장은 항상 텅텅 비어 있기 때문이다. 돈은 들어와도 금방 나가버리는 것이다. 이런 돈에 목숨 걸 필요가 있을까?

 

돈보다 신용이다. 신용에 목숨 걸어야 한다. 지금 이익을 취해도 납기를 지키지 못해서 신용을 잃어 버리면 손해이다.

 

사람이 살아 가는데 있어서 돈은 꼭 필요하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신용이다. 한번 신용을 잃으면 믿을 수 없는 사람이 된다. 누가 믿을 수 없는 사람에게 주문을 줄까?

 

신용은 반드시 비즈니스 관계에서만 형성되는 것은 아니다. 가정에서도 신뢰가 필요하다. 부부도 신뢰관계가 있으면 가난해도 행복한 것이다. 부모자식간에 신뢰가 있으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다.

 

사람의 마음은 미묘하다. 한번 아닌 것은 아닌 것이다. 믿기지 않은 것을 믿으라고 해서 믿겨지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한번 신뢰가 형성되면 믿지 말라고 해도 믿는다. 비즈니스관계도 그렇고 친구관계도 그렇고 부부관계, 부모자식관계도 그렇다.

 

이번에 크게 손해 보았다. 금전적으로 손해 보는 것이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보면 이익이다. 신뢰가 형성되면 계속 주문할 것이기 때문이다.

 

작은 것에 목숨 걸지 말아야 한다. 양보할 때는 통 크게 양보해야 한다. 작은 것을 탐하다가 큰 것을 잃을 수 있다. 돈이 문제가 아니라 시간이 문제이다.

 

 

2023-11-08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