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속의연꽃

테이블 커튼을 달았더니

담마다사 이병욱 2023. 11. 28. 14:41

테이블 커튼을 달았더니
 
 
청소를 하면 몸도 마음도 상쾌해진다. 가구를 달리 배치하면 산뜻한 기분이다. 사무실에 칸막이를 달리 배열하면 새로운 기분이다. 커튼을 달면 안온하고 아늑해 보인다.
 
백권당에 보여주고 싶지 않은 것이 있다. 그것은 책상 바로 옆에 있는 커피 타 마시는 테이블이다. 이를 주방테이블이라고 말할 수 있다.
 

 
주방테이블 위에는 전자레인지와 초소형 냉장고가 있다. 테이블 밑에는 커피를 타 마실 수 있는 커피, 머그잔, 필터용기, 절구 등 잡다한 것들이 있다. 더구나 아래에는 퇴수용기도 있다.
 

 
퇴수용기는 도자기로 된 것으로 직경이 250센티에 달한다. 마치 요강처럼 생겼다. 용도는 커피 퇴수용이다. 드립하다 남은 물을 버리는 용기이다. 차를 마시다 남아도 버린다. 용기가 가득 차면 날 잡아 버린다. 남들에게 보여 주고 싶지 않은 것이다.
 
주방테이블 아래에는 청소도구도 있다. 비누, 세제, 행주 등이 있어서 한눈에 노출된다. 칸막이가 되어 있어서 탁자에서는 보이지 않지만 책상에서는 매번 보는 것이다.
 
주방테이블을 볼 때마다 눈에 거슬렸다. 지저분해 보였다. 누가 보기라도 한다면 기겁할 것 같았다. 막연하게 개선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어제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주방테이블 아래에 ‘가림막’을 치는 것이다! 한번 이런 생각이 들자 외골수가 되었다.
 
인터넷에서 ‘가림막’을 검색해 보았다. 그러나 원하는 것은 보이지 않았다. 탁자 아래 용도로 사용되는 것은 찾을 수 없었다. 가장 좋은 것은 천으로 가리는 것이다.
 
오늘 아침 이런 생각이 들었다. 혹시 다이소에 가면 원하는 것이 있을지 모른다는 것이다. 예상은 적중했다.
 
다이소에는 백프로 만족하지는 않지만 그런대로 쓸만한 것이 있었다. 그것은 ‘봉집형 짧은 커튼’이다. 한 개의 고작 2천원밖에 하지 않는다.
 

 
커튼은 길이가 짧다. 가로는 105센티이고 세로는 불과 40센티밖에 되지 않는다. 바닥까지 닿으려면 배가 되어야 한다. 그러나 그런 것은 없다.
 
커튼 세 개와 압정을 구입했다. 압정가격은 2천원이다. 모두 합하여 8천원 들었다. 다이소가 국민가게라는 말이 실감난다.
 
아지트 두 군데에 커튼을 쳤다. 하나는 주방테이블 탁자아래이고, 또 하나는 식물탁자 테이블 아래이다. 식물탁자는 두 개이기 때문에 두 개의 커튼을 필요로 했다.
 
커튼을 다는 데는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압정으로 고정하면 그만이다.
 
 

 
커튼은 길이가 40센티이기 때문에 바닥까지 닿지 않는다. 그런데 바닥에 닿지 않아도 역할을 충분히 하고 있다는 것이다. 위에서 비스듬히 내려 보면 안의 것들은 다 가려진다. 오히려 짧아서 좋다.
 
무엇이든지 혼자 해야 한다. 문제가 발생해도 혼자 해결해야 한다. 프린터가 고장나면 혼자 해결 해야 하고 이메일도 혼자 세팅해야 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세금계산서도 혼자 처리해야 하고 청소도 혼자 해야 한다. 당연히 커피도 혼자 타 마셔야 한다. 원맨컴퍼니의 일인사장은 만능이 되어야 한다.
 

 
주방테이블과 식물테이블 아래에 커튼을 쳐 놓았다. 별도로 주방이 있는 것도 아니고 별도로 창고가 있는 것도 아니다. 책상도 있고 탁자도 있고 심지어 명상공간도 있다. 그리고 간이주방도 있고 간이창고도 있다. 열 평 원룸에 있을 것은 다 있다.
 
원룸에는 보기 싫은 것, 보여주기 싫은 것이 있을 수 있다. 주방테이블은 지저분하기 그지 없다. 식물테이블 아래에는 잡다한 박스가 있어서 창고나 다름 없다. 여기에 흰 커튼을 치니 감쪽같다.
 
흰 커튼을 쳐 놓으니 보기에 좋다. 이제 손님이 와도 자신 있게 보여 줄 수 있을 것 같다.
 
2023-11-28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