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속의연꽃

글쓰기도 보국(報國)이다

담마다사 이병욱 2023. 12. 4. 22:50

글쓰기도 보국(報國)이다
 
 
오늘 해야 할 일이 있다. 오늘 처리하지 않으면 안될 일이 있다. 그 중에 하나는 글쓰기도 포함된다.
 
오늘 하루 종일 일을 하다시피 했다. 일감이 있어서 일을 한 것이다. 계산해 보니 반달 먹고 살 일거리이다.
 
일감은 10일 작업 분량이다. 최대한 빨리 만들어 주어야 한다. 재료비가 들어가지 않는 일이다. 컴퓨터 작업으로 끝나는 일이기 때문에 시간투자만 하면 된다.
 
일감이 있으면 신속히 처리한다. 메일로 일감을 받았을 때 가장 먼저 쓰는 답신은 “감사합니다. 신속히 처리하겠습니다.”라는 말이다. 이런 답신은 상대방으로 하여금 안심하게 하고 신뢰를 주게 하기 위한 것이다.
 
일감이 있을 때 미룰 이유가 없다. 나의 일이기 때문이다.
 
고객은 늘 급하다. 고객은 늘 빨리 해달라고 한다. 고객이 원하는 날자 보다 더 빠르게 해 주어야 감동한다. 오늘도 그랬다.
 
오늘 하루 종일 마무리 작업을 했다. 그러다 보니 매일 의무적으로 하는 일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글쓰기와 명상은 매일 하는 것이다. 주로 오전에 한다. 그러나 일 때문에 두 건을 하지 못했다.
 
오후에 시간을 내어서 좌선을 했다. 의무적으로 하는 것이다. 그러나 오후 좌선은 실패하기 쉽다. 왜 그런가? 졸음이 오기 때문이다. 오늘도 그랬다.
 
좌선한지 30분만에 그만 두었다. 한시간을 채우지 못한 것이다. 그러나 글만큼은 쓰고 싶었다.
 
마무리 작업은 저녁에 끝났다. 저녁밥을 먹고 다시 백권당에 와서 마무리 했다. 파일을 이메일로 보낸 것으로 마무리 된 것이다.
 
일감이 마무리 되었다. 이제 숙제를 해야 한다. 글을 하나 쓰는 것이다. 그러나 밖이 캄캄해지다 보니 글 쓸 마음이 나지 않는다.
 
글을 쓸 때는 거의 대부분 아침에 쓴다. 아침에 정신이 맑았을 때 쓰는 것이다. 글의 주제는 정해져 있다. 머리 속에 이미 시나리오가 있어서 옮기기만 하면 된다. 그러나 일이 있을 때는 일이 우선순위가 된다.
 
글은 의무적으로 쓴다. 하루 한 개 이상 쓰는 것이다. 글을 의무적으로 쓴다고 하여 아무렇게나 대충 쓰지 않는다. 반드시 내용과 형식을 갖춘다. 귀중한 시간을 내서 쓰는 것이기 때문에 생명과도 같은 글이다. 나중에 모으면 하나의 책이 된다.
 
글쓰기도 타이밍이 있다. 오전에 쓰는 것이 최상이다. 오전에 쓰지 못하면 오후에 써야 한다. 오후에도 쓰지 못하면 저녁에라도 써야 한다. 그러나 저녁에 어둑어둑해지면 마음이 나지 않는다.
 
어둠이라도 같은 어둠이 아니다. 새벽의 어두움은 청정하지만 저녁의 어둠은 혼탁하다. 저녁 때가 되면 마음은 탁해져 있다. 외부에 자극 받은 것이다. 유튜브 영향이 크다.
 
글을 잘 쓰려고 하면 잘 써지지 않는다. 그렇다면 가장 잘 쓴 글은 어떤 글일까? 그것은 이야기하듯이 쓰는 것이다.
 
누구나 이야기를 할 수 있다. 이야기 하는데 있어서 기교는 필요치 않다. 가장 잘 쓴 글은 말하듯이 쓰는 글이다.
 
매일 의무적으로 하루에 한 개 이상 글쓰기를 하고 있다. 십 년 이상 매일 써 보니 장점이 많다. 여러 장점이 있지만 그 중에 하나는 “글은 생산적이다.”라는 사실이다.
 
일을 크게 두 가지로 나눈다. 그것은 생산적인 일과 비생산적인 일이다. 생산적인 일을 해야 한다는 강박이 있다. 이는 직업과도 관련이 있다.
 
직장 다닐 때 제조업 분야에서 일했다. 처음 입사한 회사는 전자회사였다. 회사에는 생산라인이 있어서 매일 양산이 이루어졌다. 이후 여러 회사를 전전했다. 모두 제조업체서 일했다.
 
제조업체에서 20년 일했다. 제조업체에서 셋톱박스를 20년 개발한 것이다. 지위가 올라갔을 때도 실무에서 손을 떼지 않았다. 제조업체에서 20년 생활하다 보니 일종의 자부심도 생겼다. 어쩌면 이것은 자만인지 모른다.
 
제조업체에서 일하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했다. 그것은 생산적인 일을 하기 때문이다. 결정적으로는 신입사원 시절 ‘사업보국(事業報國)’이라는 말에 마음이 꼽혔다.
 
사업보국, 이 말은 ‘사업을 함으로써 국가발전에 기여한다’라는 거창한 이념을 뜻한다. 이 말에 대한 사전적 의미는 “기업을 통해 사회와 나라에 보탬이 되도록 하자.”라는 말이다.
 
신입사원 시절 사업보국이라는 말에 매료 되었다.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이 국가에 도움되는 일이라고 생각했을 때 가슴 벅찼다. 이런 이념은 30대 때 밤낮없이, 주말없이, 휴가없이 일하게 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개인사업자로서 삶을 살고 있다. 개인사업자로 17 살면서도 사업보국 이념에 대한 집착은 여전하다. 내가 하는 사업이 이 사회와 국가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을 때 은근한 프라이드를 갖게 된다.
 
생산적인 일을 하고자 한다. 그런데 글쓰기도 생산적인 일에 해당된다는 사실이다. 하루에 한 개의 글을 쓰는 것도 생산적인 일이다.
 

 
매일 글을 쓰고 있다. 이를 매일 글을 생산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이렇게 생산한 글이 지난 17년동안 7,400개가 된다. 글쓰기에도 제조업 마인드를 도입한 것이다.
 
오늘 밤 글을 하나 썼다. 밤이 되면 마음이 탁해져서 글이 나오지 않지만 이렇게 자판을 두들기는 것은 반드시 해야 할 숙제를 하기 위한 것이다. 무엇보다 보국(報國)이다.
 
신입사원시절 형성된 이념이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그것은 생산적인 일을 하는 것이다. 놀고 먹는 것은 상상도 하지 할 수 없다. 늙어 죽을 때까지 생산적인 일을 하고자 한다.
 
글쓰기는 생산적인 일이다. 한번 써 놓으면 남는다. 인터넷에 올려 놓으면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다. 글쓰기로 사회와 나라에 보탬이 되고자 한다. 이를 ‘글쓰기보국’이라고 해야 할까?
 
 
2023-12-04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