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알리어 공부

빠알리어를 배워서 어디에다 써먹을까?

담마다사 이병욱 2023. 12. 25. 10:17

빠알리어를 배워서 어디에다 써먹을까?
 
 
오늘 화이트크리스마스가 되었다. 이른 아침 백권당 가는 길에 눈길을 걸어 갔다. 밟을 때마다 “뽀드득, 뽀드득”하는 소리가 났다. 앙상한 나뭇가지와 추위와 외로움에 시달리는 자에는 보상하고도 남을만한 하늘의 선물이다.
 

 

 
매일 똑 같은 일상이다. 배고프면 밥을 먹고 졸리면 자는 것이 대표적인 일상이다. 아지트로 가서 아침을 먹고 글을 쓰고 명상을 하고 경전을 읽는 것도 일상이다. 여기에 하나가 더 추가 되었다. 그것은 빠알리어문법공부를 하는 것이다.
 
현재 네 개의 루틴이 돌아가고 있다. 배고프면 자고 졸리면 자는 것이 메인루틴이라면, 글쓰기를 하고, 명상을 하고, 경전을 읽고, 빠알리문법공부를 하는 것은 서브루틴에 해당된다.
 
일상에서 가장 경계하는 것이 있다. 그것은 게으름 피우는 것이다. 나에게 있어서 유튜브를 보는 것이 가장 큰 적이다.
 
유튜브에 한번 빠지면 헤어 나오기 힘들다. 유튜브에서는 알고리즘에 의하여 관련된 것을 계속 보여 준다. 그러다 보니 보고 싶은 것만 보게 된다.
 
최근 정치관련 유튜브 영상을 보았다. 마치 고구마줄기처럼 연쇄 반응을 일으켰다. 이것저것 보다 보니 대선 전의 상황으로 돌아간 것 같았다.
 
정치평론 유튜브는 보아도 그만이고 안보아도 그만이다. 보아서 이익이 될 것이 없다. 보고 싶은 것만 보는 것은 마음의 위안에 지나지 않는다.
 
이익이 되지 않으면 하지 말아야 한다. 정치평론과 같은 영상은 미움과 증오심, 적개심을 고취시킨다. 정신건강에 좋지 않다. 이런 이유로 모두 제거했다. 세 줄 아이콘을 누르면 ‘채널추천하지않기’기능이 있는데 이것을 활용한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쉬운 일이 있다. 그것은 감각을 즐기는 것이다. 눈과 귀 등 오감으로 즐기는 것을 말한다. 수동적이고 소극적인 삶의 방식이다.
 
감각을 추구하면 수동적으로 되고 소극적으로 된다. 감각을 즐기는 것 외에 아무것도 할 것이 없다. 즐길거리를 찾아서, 낙(樂)을 찾아서 여기저기 두리번 거린다. 그러나 갈증만 날 뿐이다.
 
감각을 즐기고 나면 공허하다. 마치 허무개그를 보는 것과 같다. 그리고 권태가 이어진다. 심심해서 참을 수 없다. 또다시 즐길거리를 찾아 이곳저곳을 헤맨다. 결국 괴로움으로 귀결된다.
 
눈만 뜨면 집을 나간다. 집에 있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유튜브 보는 것 외에 할 것이 없는 것이다. 그러나 집을 박차고 나오면 해야 할 것이 있다. 그것은 글쓰기, 명상하기, 공부하기와 같은 루틴을 말한다.
 
무엇이든지 습관을 들여야 한다. 이렇게 글쓰기 하는 것도 습관들이기 위한 것이다. 하루라도 쓰지 않으면 습관이 무너진다. 하루, 이틀, 사흘 쓰지 않으면 관성에 따라 써지지 않게 된다. 명상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어제 오전은 글쓰기로 다 보냈다. 무려 네 시간을 쓴 것이다. 그러다 보니 명상할 시간을 놓쳤다.
 
매일 한시간 좌선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 7월 31일 테라와다불교 우안거 이래 지금까지 지켜 지고 있다. 오전에 명상하지 못했다면 오후에라도 해야 할 것이다.
 
어제 오후 세 시에 자리에 앉았다. 확실시 오전과 달랐다. 점심을 먹은 상태에서 앉아서일까 졸음이 왔다. 도중에 그만 두고 싶었다. 그럼에도 버텼다. 목표로 하는 한시간은 무조건 앉아 있어야 했다. 그러다 보니 한시간이 고행이 되었다.
 
빠알리문법공부를 하고 있다. 요즘 일상에서 추가로 넣은 것이다. 한시간 공부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빠알리문법교재는 총 32과로 구성되어 있다. 매일 한 과 진도 나가는 것을 목표로 한다. 어제까지 8과까지 끝냈다.
 
한 과는 길지 않다. 고작 3-4페이지에 지나지 않는다. 문법 사용 예가 설명되어 있다. 빠알리 명사와 동사도 나열되어 있다. 그러나 읽는 것으로 그쳐서는 안된다.
 

 
어학은 익혀야 한다. 가장 좋은 것은 연습문제를 풀어 보는 것이다. 빠알리문장을 우리말로 해석하는 것이다.
 
매일 한 과씩 진도 나가는 것은 예습하기 위한 것이다. 잘 이해 되지 않는 것은 표시해 둔다. 수업 시간에 확인해야 할 것이다. 중요한 문장 역시 표시를 해 둔다. 두 번, 세 번 보아야 할 것이다.
 
8과 연습문제 중에 “Kassako khettamhi kuddālena avae khaati”가 있다. 이 문장을 우리말로 번역하면 “농부가 밭에서 괭이로 구덩이들을 판다.”가 된다. 문장에는 여러 가지 문법적인 요소가 들어가 있다.
 

 
빠알리어에서 –a로 끝나는 남성명사가 있다. 단수이면 –a로 격변화 되고, 복수이면 –ā로 격변화 된다. 문장에서 ‘Kassako’는 단수명사로서 ‘농부’라고 번역된다.
 
7과에 처소격이 설명되어 있다. 문장에서 ‘khettamhi’는 처소격 단수가 된다. 단수는 –e, -mhi, -smi으로 격변화 한다. 복수는 –esu로 격변화 한다. 따라서 ‘khettamhi’는 ‘밭에서’라고 번역된다.
 
3과에 도구격이 설명되어 있다. 문장에서 ‘kuddālena’는 도구격 단수가 된다. 단수는 –ena로 격변화한다. 복수는 ehi/ebhi로 격변화한다. 따라서 kuddālena’는 ‘괭이로’라고 번역된다.
 
2과에는 목적격이 설명되어 있다. 문장에서 ‘avae’는 목적격 복수가 된다. 단수는 - 이 되고, 복수는 –e가 된다. 따라서 ‘avae’는 ‘구덩이들’이 된다.
 
1과에는 동사가 설명되어 있다. 문장에서 ‘khaati’는 3인칭 단수가 된다. 문장에서 3인칭단수는 –ti가 된다.  3인칭 복수에서는 –nti가 된다. 따라서 ‘khaati’는 ‘판다’가 된다.
 
빠알리 문법공부는 하루 일과를 목표로 하고 있다. 또한 하루 한시간을 목표로 하고 있다. 주말도 없고 오늘 같은 공휴일도 없다.
 
어학은 한번 보고 마는 것이 아니다. 어학은 익히는 것이다. 어학은 숙달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단어를 익혀야 한다.
 
영어 배울 때를 상기해 본다. 중학교 때 영어 배울 때 문장으로 배웠다. 모르는 단어가 있으면 외웠다. 그러나 가장 좋은 것은 문장을 통째로 외우는 것이다.
 
중학교 때 외운 문장이 하나 있다. 그것은 “I am not what I was.”라는 말이다. 이 말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았다.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 풀이하면 “나는 옛날의 내가 아니다.”라는 말이다.
 
중학교 때 나이는 많지 않다. 십대 중반에 지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왜 “I am not what I was.”라는 말이 꼽혔을까? 아마 그것은 참고서에 “나는 옛날의 내가 아니다.”라는 해석에 공감 받았기 때문일 것이다.
 
옛날의 나를 생각해 본다. 중학교 시절에 나와 지금의 나는 같은 나일까? 생물학적으로 같은 나임에 틀림 없다. 기억을 하고 있어서 나라고 할지 모른다. 그러나 세월이 수십년 흐르면서 몸과 마음도 바뀌었다. 이렇게 본다면 “나는 옛날의 내가 아니다. (I am not what I was.)”라고 말할 수 있다.
 
나이 들어 빠알리어 공부를 하고 있다. 연습문제를 풀다 보니 마치 중학교 시절로 되돌아 간 듯 하다. 그 때도 영어 문장 하나 가지고 해석을 하고 단어를 외웠는데 똑 같은 상황이 지금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빠알리어를 배워서 어디에 써먹을까? 중국어를 배우면 중국여행 갈 때 써먹을 수 있을지 모른다. 그렇다면 빠알리어는 어떤 용도로 사용해야 할까? 나에게는 너무나 자명하다. 빠알리경전을 빠알리원문으로 보고자 할 때 사용하는 것이다. 그것도 주석을 원전으로 보고자 하는 욕심이 있다.
 
현재 빠일리클라스 카톡방에는 31명이 들어와 있다. 이 중에는 백도수 선생도 있다. 그런데 페이스북친구도 있다는 것이다. 평소 알고 지내는 페친이 내가 올린 빠알리공부모임 글을 보고서 가입 한 것이다.
 
오랜만에 어학공부하고 있다. 특히 빠알리어문법공부는 오래 전부터 하고 싶었으나 인연이 닿지 않았다. 아니 적극적으로 하고자 하는 마음을 내지 않았다고 하는 것이 더 맞을지 모르겠다.
 
이제 시절 인연이 되어서 빠알리문법 초급클라스 공부를 하고 있다. 지난주 수요일 처음 줌강좌가 열렸지만 그것과는 무관하게 매일 한시간씩 한과 이상 예습을 하고 있다.
 
빠알리문법은 매우 생소하다. 격변화가 많은 것이 특징이다. 명사에는 주격, 호격, 목적격, 도구격, 탈격, 여격, 소유격, 처소격, 이렇게 8격이 있는데 각 격마다 단수와 복수에 따라 격변화가 다르다. 동사의 경우 현재형, 명령형, 원망법, 과거, 미래가 있는데 역시 단수와 복수에 따라 격변화가 다르다.
 
무엇이든지 처음 접하는 것은 어렵고 두렵다. 그러나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나아갈 수 없다. 중학교 때 영어공부하는 것처럼 청소년의 마음으로 임해야 한다.
 
무엇이든지 습관 들이고자 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감각을 즐기는 삶이 될 것이다. 유튜브 보는 것이 대표적이다. 그럼에도 크리스마스날 이렇게 자판을 두드리는 것은 공부하는 습관을 생활화 하기 위한 것이다.
 
글쓰기가 끝나면 한시간 좌선을 해야 한다. 오전에 하는 좌선은 오후에 하는 좌선과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집중이 잘 된다. 오후에는 목표로 하는 빠알리어 공부를 한시간 해야 한다. 한 과 진도 나가다 보면 한시간 공부하게 되어 있다.
 
오늘 해야 할 일은 글쓰기, 명상하기, 빠알리공부하기이다. 집에 가서는 경전과 논서읽기이다. 머리맡에 있어서 읽는다. 문제는 유튜브이다.
 
요즘 TV는 보지 않는다. TV안테나 케이블을 꼽지 않은지 몇 달 되었다. 그러나 손안에 있는 스마트폰에서 유튜브를 본다. 요즘 3-4일 정치관련 영상을 보았는데 마음이 탁해졌다.
 
정치에 너무 빠져 들어서도 안되고 정치에 무관심해서도 안된다. 너무 가까이 하면 타버리고 너무 멀리 하면 방관자가 된다. 가장 좋은 것은 불가근불가원의 원칙을 고수하는 것이다.
 
정치평론가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보고 싶은 것만 보고자 한다. 바라고 싶은 것만 이야기한다. 그렇게 되지 않았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까? 매우 실망할 것이다.
 
허물이 많은 사람들이 정치를 한다. 또한 허물이 많은 사람들이 평론을 한다. 이런 사람들이 하고 있는 일을 보면서 분개한다면 똑 같은 사람들이 된다. 이럴 때는 적당하게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
 
인간은 정치적 동물이다. 인간이 사회와 떠나서 살 수 없듯이 정치를 멀리하고 하고 살 수 없다. 너무 가까이하면 타버린다. 함께 분노할 때는 분노해야 한다. 선거 때 한표 행사로 보여 주어야 한다. 투표장에 가는 것도 훌륭한 정치행위인 것이다.
 
정치관련 유튜브는 모두 제거했다. 모두 손절하고 나니 동네가 조용해진 것 같다. 유튜브는 수행관련 영상 위주로 보고자 한다.
 
지금 창 밖에는 눈이 내리고 있다. 그것도 펑펑 내리고 있다. 백색의 세상이 되었다. 앙상한 나무와 강추위에 움추렸던 마음이 잠시나마 포근해지는 것 같다. 아무래도 발 아래에 있는 히터 때문인지도 모른다.
 
 
2023-12-25
담마다사 이병욱